사요 언니는 매년 오늘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선다. 몇년간 지켜보았지만 언니는 딱히 약속이 있는 것 같지 않았고, 혼자 나가서 혼자 들어왔다. 한번은 날짜가 생일 한달 전이라 생일 선물을 준비하는줄 알았지만, 생일 며칠전 같이 선물을 사러 갔기에 그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 언니의 뒤를 밟아보기로 했다.

“히나야 나갔다 올테니까 집 잘지키고 있어”

“웅 언니~ 잘 다녀와!”

언니에게 내가 나가거나 언니가 나갈 때 인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언니는 싫다면서 학을 뗐지만 내가 울먹거리자 한번만이라고 말해놓고는 그 이후로 늘 인사를 해줬다. 착한 언니는 늘 밀어내면서도 결국은 내 어리광을 들어줬는데, 왜 오늘만큼은 알려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마스크와 모자로 완벽하게 변장한뒤 언니를 쫓아 도착한 곳은 동네 꽃집이었다. 언니는 꽃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았는데... 누구에게 주려는 걸까?

“이걸로 주세요”

“어머! 또 그거 사시나 보네요~ 매년 챙겨주시니 받는 분은 정말 좋아하시겠어요”

“마음이라도 닿았으면 좋겠네요”

예쁜 흰색 꽃을 품에 안은 언니는 잠시 여운에 잠기더니 또 어딘가로 이동하려는지 버스를 탔다. 멀리가는 버스인지 아까와 달리 언니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잠들었는데, 슬쩍 옆에 앉으니 노래소리가 귀에 들렸다. 밴드와 잘 어울리지 않는 슬픈 곡조가 흘러나왔고, 언니의 눈에서 내려온 물이 턱에 맺혔다. 언니가 깰가 두려워 다른 자리로 옮겼는데도 언니는 인기척도 못 느낀채 잠에 빠져있었다.

멈추지 않을것 같던 버스는 한 조용한 시골에 도착했고, 사요 언니는 그제서야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언니는 하이얀 꽃을 꼭 품은채 버스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나는 언니가 쬐그맣게 보일 정도로 뒤에서 따라 걸었는데, 다행이 들키지 않았었다. 슬슬 다리가 저려올 때쯤 언니는 걸음을 멈췄고, 한 비석앞에 섰다. 하얀 꽃은 마침내 언니의 품을 떠나 비석 앞에 자리했고, 언니는 비석 앞에 무릎꿇고 앉았다.

“설아언니... 언니한테 자랑하던 귀여운 히나가 벌써 엄청 컸어요. 하늘에서는 잘 지내고 있는거죠? 흐으윽...”

귀.. 귀여운 히나? 언니가 지금 나한테 귀엽다고 한거지?? 기분이 너무 설레기도하고 룽해서 언니를 바라봤다가 금세 감정이 식어버렸다. 언니의 눈에서 아까 흘린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히.. 히나야 여기 어떻게 왔어?”

“언니 울지마.. 응? 왜 나한테 얘기 안했어?”

나는 몸을 숨겨야된다는 것도 잊고 언니에게 달려가서 안았다. 언니가 우는 건 나때문이어야하고 그게 아니라면 절대로 보고싶지 않아서 충동적으로 몸이 나갔다.

“미안해, 너가 걱정할까봐 안했어. 저녁 먹자, 응? 배고프지?”

언니는 오랜만에 내 손을 꼬옥 잡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늘 엄격하던 언니가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걸 보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설아 언니는 사요언니와 매주 편지를 주고받다가 갑작스럽게 바빠서 편지를 못한다고 하더니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사요언니는 그 충격으로 몸살을 앓았었는데, 대체 뭐가 언니를 이렇게 만든 걸까? 나도 자주 못하는 거였는데..

“언니 근데 왜 설아언니 시체가 일본에 있는거야?”

“아.. 언니는 한국에 있고 그냥 비석은 내가 주문해서 세운거야. 매년 한국에 갈 수는 없으니까.”

“근데 그렇게 하면 기분이 룽해지는거야?”

“으음... 뭐랄까 좀 착잡하면서도 설아언니가 있는거 같아서 조금 설레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할까”

언니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언니의 비밀을 알게 되어서도 좋지만, 언니가 늘 오늘처럼 따뜻했으면 좋겠다.

어느새 잠든 언니의 귀에 꽂힌 이어폰에선 아까와 같은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