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하나메르하나 - 집 3-2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22 12:12:32
조회 2309 추천 39 댓글 13
														

*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요, 재미있게 잘 놀다와요. 항상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요.”
“네. …음, 저기, 박사님. 저녁 때 안 바쁘신 시간에 전화해도 될까요?”

현관 앞에 서서 한 말에 하나는 속으로 흠칫했다. 무슨 용기에 그런 말을 꺼냈는지 모를 일이었다. 2박 3일간 박사를 못 본다는 생각을 하자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자기가 한 말에 하나가 놀라는 사이, 박사는 그런 하나가 귀엽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수술 중이 아니면 꼭 받을 테니 전화 줘요.”
“네! 그럼 가볼게요. 토요일에 봬요.”
“그래요, 잘 다녀와요.”

오후 출근이라는 박사에게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2학년 수련회 때는 시험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남자에게 맞아, 멍 자국이 다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참했었다. 올해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박사와 함께 살게 된 덕에 고3 마지막 여행에 참가할 수 있게 되어서, 하나의 기분은 자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틀 동안 박사는 내리 잠을 자며 피로를 풀었고, 그 결과 목요일 아침에는 평소의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박사에 대한 걱정이 덜어지니 세상 걱정할 게 없단 느낌이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흥분으로 시끄럽게 떠드는 친구들 무리에 섞여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들을 따라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비행기를 타니 제주도에 도착하는 건 금방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흑돼지고기를 다루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솔직히 맛은 그저 그랬다-, 민속박물관으로 향했다. 처음 가는 곳부터 재미없는 곳이라고 아이들은 원성이 자자했지만, 친구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박물관에 대해선 금방 잊어버리고 수다를 떨기 바빴다. 하나는 그런 친구들 사이에 껴서 박사에게 사갈 기념품으로는 뭐가 어울릴지 고민하며 천천히 걸었다. 초콜릿이나 돌하르방 같은 흔한 것들은 사고 싶지 않았다.

이어지는 민속촌 방문도 별 거 없었다. 친구들은 말 육포를 사겠다고 했지만, 하나는 박사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패스했다. 대신 그 뒤에 들른 목장에서는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나서 말을 탔다. 찍어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반 남학생들이 휴대폰을 들고 하나를 찍어댔다. 솔직히 별로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한 남학생이 내민 사진이 정말 좋게 나왔기 때문에 그 사진을 받는 조건으로 사진 찍는 걸 내버려두기로 했다.

저녁은 숙소에 도착해서 먹었다. 리조트인지라 점심에 먹었던 것보다는 음식의 질이 조금 더 나았다. 레크리에이션에 참가해서 시키는 대로 하며 멍하니 시간을 때웠다. 차라리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강사가 하나를 포함한 몇몇 학생을 지명해서 노래를 부르게 했다. 하나는 귀찮은 나머지 순간적으로 썩소를 지었지만, 문득 박사한테 이 이야기를 해주면 재미있어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앞에 나가 노래를 불렀다. 한곡 부르고 자리로 돌아오니 친구들이 사진을 찍어줘서, 그 사진을 받아다 핸드폰에 저장했다.

여학생 숙소와 남학생 숙소는 건물이 달랐다.
하나는 친한 친구들과 배정된 방에 들어가서 다리를 쭉 펴고 누웠다. 얼마 움직인 것 같지도 않은데 피곤한 느낌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인지, 이부자리를 펴고 나란히 누워서 또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박사가 과연 저녁식사를 제때 먹었을지, 먹었다면 무슨 메뉴를 먹었을지 생각하는 사이에 대화 주제는 TV드라마 이야기로 바뀌어 있었다.

요즘 방영하는 드라마는 사이코패스에 대해 다루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어떻게 흘렀는지 이제 아이들은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 떠들고 있는 중이었다. 저마다 앞 다투어 말을 하는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하나는 불쑥 입을 열었다.

“아니야, 성선설은 입증 가능해.”

아이들이 의아한 얼굴로 하나를 돌아보았다.
성악설이 우세했고 나머지 지분을 성무성악설이 차지하고 있었다. 평소 이런 주제가 나오면 냉소적인 얼굴로 코웃음만 치던 하나였는데, 그런 말을 하며 대화에 참여했다는 게 의외라면 의외였다.

“송하나, 네가 원 일이냐? 길가다가 천사라도 만났어?”
“어, 만났어.”
“오, 웬일? 난 네가 성악설의 열렬한 신봉자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개종했어.”

하나가 진지하게 말하자 아이들이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지금 웃긴 대목인가? 하나는 종종 아이들의 웃음코드를 맞출 수가 없었다.

“어둠의 자식인 송하나를 개종시킨 천사가 궁금하네. 어떻게 생겼어?”
“예뻐.”
“아, 이런 외모지상주의 같으니.”
“야, 아냐. 송하나가 예쁘다고 할 정도면 엄청 예쁠걸?”

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사는 정말로 예뻤다. 반짝반짝한 금발에 깨끗한 흰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가 잘 조화되어서 이름 그대로 천사를 연상시키곤 했다. 하나는 박사를 볼 때마다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사진 있어? 한 번 봐보자.”
“없는데…….”
“없어? 에이, 아쉽게.”

아이들은 금세 다른 주제로 빠져들었다. 하나는 새삼 박사의 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매일 집에서 보는 사이니 굳이 사진을 찍을 생각도, 기회도 없었던 것이다. 문득 박사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대형 병원 외과 과장일 정도니 인터넷에 기사 정도는 있지 않을까? 하나는 휴대폰을 꺼내 박사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몇몇 기사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뇌신경의학의 혁신 어쩌고저쩌고하는 기사에 박사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하나는 실물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하며 기사를 읽어 내렸지만, 잘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제가 게임이나 컴퓨터에 대해 설명할 때 박사가 이런 느낌일까 싶어 조금 웃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10시였다. 이 시간쯤이면 박사가 퇴근했을 것 같아, 하나는 발코니로 나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문자를 보내야할지, 전화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마침 휴대폰 액정에 불이 들어왔다. 박사가 보낸 문자 알림이 떴다.

[하나 양, 숙소 잘 도착했어요? 제주도 날씨는 어때요?]

글자만 읽는데도 나긋나긋한 박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하나는 싱긋 웃고는 키패드 1번을 길게 눌러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 하나 양? 숙소예요?
“네, 박사님. 숙소 방에서 애들이랑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 그래요? 그럼 마저 이야기해요. 별일 없는지 궁금해서 연락한 거였어요.
“아니에요, 박사님한테 전화하려고 발코니에 마침 나와 있었거든요. 박사님, 저녁은 드셨어요?”
- 네, 하나 양이 해놓고 간 연어 샐러드 먹었어요. 맛있던걸요? 잘 먹었어요.

하나는 박사와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면 박사의 반응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아쉬움이 들었다. 수학여행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생각처럼 즐겁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차라리 박사와 집에 함께 있으면서 이야기 나누는 게 더 즐거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박사에게 그런 내색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말머리를 돌렸다.

“박사님, 여기 숙소가 리조트예요. 전에 갔던 곳은 시설이 별로여서 그냥 그랬는데 여기는 달라서 좋은 것 같아요. 침구도 깨끗하고 냄새도 안 나더라고요.”
-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러면 나중에 여름휴가 때도 리조트에서 숙박할까요?

하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여름휴가라니. 언제나 방학 때면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했던 하나에겐 몹시도 낯선 단어였다.

“휴가요? 박사님 바쁘신 거 아니에요? 휴가 받을 수 있어요?”
- 길게는 무리지만 3~4일 정도면 괜찮을 거예요. 하나 양이 괜찮다면 휴가 때 여행 가게요.
“저, 저는 좋아요! 완전 좋아요. 진짜 좋아요.”

하나는 이 순간 이과인 제가 너무 싫었다. 조금 더 다채로운 단어로 이 벅찬 기분을 표현하고 싶은데,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단지 좋아요, 라는 말 뿐이었다. 그러나 박사는 그런 하나의 마음을 이해하기라도 하는 듯 수화기 너머에서 잔잔한 웃음을 흘렸다.

- 가고 싶은 곳 있으면 생각해둬요. 하나 양 가고 싶은 곳으로 가죠.
“부산 가고 싶어요.”

생각하기도 전에 말이 튀어나왔다. 항상 친구들에게서 듣기만 했던 부산 해운대에 꼭 가보고 싶었다. 박사가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로 그러자고 했다. 하나는 어릴 적에도 맛보지 못했던 어린이날을 앞둔 어린애처럼 기분이 들뜨는 것을 느꼈다. 여름휴가라면 적어도 8월은 되어야 할 텐데, 5월인 지금부터 벌써 기대가 되는 것 같았다.

그 뒤로 한참을 전화기를 붙들고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박사는 중간 중간 맞장구를 쳐주며 하나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들어주었다. 하나는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지만, 박사와 말을 하다보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말을 하게 됐다. 한참 그렇게 말을 하다 휴대폰이 뜨끈뜨끈해진 것을 눈치 채고 시간을 확인하니 통화를 시작한 지 20분이 넘어 있었다. 하나는 바쁜 사람을 붙잡고 너무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은 생각에 박사에게 미안해졌다.

“박사님, 이제 쉬셔야죠? 통화가 너무 길어져서 죄송해요.”
-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지금 쉬는 중이에요. 하나 양이랑 이야기 하고 있잖아요.

다정한 말에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어 하나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상냥한 배려는 기뻤지만,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박사는 피로가 덜 풀려 피곤해하던 사람이었다. 하나는 박사에게 진짜 쉬라고 신신당부를 한 후, 내일도 비슷한 시간에 전화해도 되냐고 묻고 긍정의 대답을 들은 뒤 전화를 끊었다. 뜨끈뜨끈한 휴대전화가 마치 하나의 마음의 온도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가로등 불빛을 보며 박사가 했던 말들을 돌이켜보는 중에, 갑자기 발코니 문이 열리며 한 친구가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야 송하나, 전화 드디어 끊었냐?”
“어? 어. 무슨 일 있어?”
“네가 이탈한 지 20분이 넘도록 안 돌아온 게 일이라면 일이지. 남친이랑 통화해? 무슨 전화를 그렇게 내내 웃으면서 해?”

웃고 있었나? 하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통화 내내 기분이 좋았던 건 확실한데 웃고 있었던 줄은 몰랐다. 하나는 고개를 저었다.

“남친 아니라고 내가 일요일부터 몇 번을 말했어? 아니라니깐.”
“그럼 썸남인가보네. 이야, 민수 큰일 났다. 어떻게 해!”
“민수?”

몇 번 들어본 적 있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며 방으로 들어가자 친구들은 민수 고백하기도 전에 차이는 거 아니냐느니, 축구부 부장도 차이는 마당에 민수가 차이는 건 당연한 거냐느니 하는 이야기로 떠들고 있었다. 또 귀찮은 주제로 대화가 한창 이어질 것 같아서 하나는 손을 내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보호자한테 연락한 것뿐이라고.”
“보호자? 부모님? 부모님이랑 연락하는데 그렇게 웃으면서 하냐?”
“……그럴 수도 있잖아.”
“절대 아니야. 야 너 얼굴 빨개졌어. 세상에 누가 부모님이랑 전화통화하면서 얼굴이 빨개지냐? 거짓말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 썸남 있는 게 뭐 어때서?”
“맞아. 좀 당당해져라. 내가 그 얼굴이면 진작에 고백하고도 남았겠다.”
“민수가 불쌍하긴 하지만 솔직히 사귀기는커녕 썸 타던 사이도 아닌데 뭐 어때.”
“아, 진짜 그런 거 아니라고.”

하나의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이들이 자꾸 '썸남'에 대해 언급하는데, 하나는 머릿속에 박사의 웃는 얼굴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친구의 말마따나 얼굴에 열이 오른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어서 더 그랬다.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봤자 안 통할 것을 알아서 결국 하나는 그냥 잠자코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하나의 '썸남'에 대해 떠들어댔지만, 하나가 입을 꾹 다물자 이윽고 다른 주제로 대화가 흘러갔다.

하나는 뜨끈뜨끈해진 볼에 손등을 꾹 눌러 열을 식혔다. 박사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웃음을 터뜨릴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이야기하기 너무 부끄러운 느낌이었다. 이건 말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을 하다, 하나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박사에 대한 것만을 생각하고 있는 스스로를 깨닫고 흠칫했다. 평소에도 박사의 생각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오늘처럼 하루 종일 박사의 생각을 이어나가는 경우는 없었다. 멀리 여행을 와서일까? 일하고 있는 박사를 생각하니 미안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온갖 주제로 수다를 떤 아이들은 소등 시간이 되자 저마다 잠자리에 누웠다. 하나는 잠을 자고 싶었지만,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아이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한창 즐거워하는 분위기를 깨는 것도 싫어서 귓등으로 대화를 흘려 들으며 잠에 들기를 기다리는데, 복도에서 큰 소리가 났다. 문가에 누운 친구가 귀를 기울이더니 속삭였다.

“야, 남자애들 반에서 누가 왔다가 선생님한테 걸렸나봐.”
“오려면 좀 더 일찍 오지는 왜 이 시간에 왔대?”
“아니,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걸린 것 같은데.”
“왜 우리 방에는 안 오고?”
“우리 방 바로 앞에서 선생님이 보초 서잖아, 당연히 못 오지.”

친구들이 아쉬워했지만 하나는 그래서 다행이라 여겼다. 하나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이었지만, 남학생과 여학생은 반이 나눠져있는 데다가 층까지 달랐다. 급식소에 갈 때를 제외하면 마주칠 일이 없어, 남학생은 하나에게 있어서 낯선 존재와도 같았다. 게다가 가끔씩 다른 반 여자애들을 통해서 고백하려고 불러내는 애들 때문에 골치 아픈 일만 있어, 남자애들과는 도통 친하게 지낼 생각이 들지 않았다.

흐름을 타서 남자친구 사귀고 싶다, 몇 반의 누가 잘 생겼더라, 하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하나는 베개로 한쪽 귀를 틀어막고 눈을 꾹 감았다.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정말로 시시하게 느껴졌다. 대학에 올라가면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대학 등록금을 벌어야 할 자신의 삶을 생각하니 가슴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남자에게서나 박사에게서 받는 돈을 거의 쓰지 않고 모아두는 것은 대학 등록금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제 성적으로 과외는 불가능할 테니 다른 아르바이트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가 적당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동안에 어느새 대화 주제는 대학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이들은 대학에 가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열심히 말을 늘어놓았다. 잠이 들 생각이었던 하나도 어느새 그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대부분은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배낭여행이라든지 워킹 홀리데이라든지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나는 학비도 벌고 영어도 배울 겸 워홀을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곧 그렇게 했을 경우 박사와 한참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아니, 그 전에 그때까지 박사와 살고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할 때까지는 박사와 같이 살겠지만, 졸업을 한 이후에는 아마도 집을 나가야 할 터였다. 운이 좋다면 대학 기숙사에 들어갈 테고, 아니라면 대학 근처에 자취방을 얻게 되겠지. 어떻게 되었든 박사와 계속 살 일은 없을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하나는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집을 떠나고 나서도 박사와 계속 연락할 수 있을까? …박사는 병원과 집만을 오가며 몹시도 바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불가능한 이야기 같았다. 지금도 집에서나 겨우 박사를 볼 수 있지 않은가. 솔직한 마음으로는 앞으로도 계속 박사와 살고 싶었지만, 박사의 삶을 생각하니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름답고 능력 있는 박사니까 분명 머지않아 결혼도 할 것이고……. 거기까지 생각하다 하나는 기분이 확 나빠지는 바람에 몸을 홱 돌려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그러나 한번 떠오른 박사의 결혼에 대한 생각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하나는 한참 동안이나 잠에 들지 못한 채로 뒤척이는 새벽을 맞이해야 했다.

*

어젯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영 별로였다. 하지만 수학여행 둘째 날 일정은 성산일출봉으로 시작으로 하여 올레길을 거쳐 오름에 오르기까지 걷는 일이 많았다. 첫째 날엔 팔팔했던 여학생들은 금방 지쳤고, 하나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밤부터 시작된 박사에 대한 생각은 다리를 분주히 움직이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생각났다. 박사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젯밤의 통화에 이르기까지의 나날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릿속 실타래가 엉키는 듯한 느낌이었다. 제 스스로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는 채로 둘째 날의 대부분이 지나가버렸다.

밤이 되어 저녁식사를 마친 후 숙소의 방에서 가만히 앉아 박사에게 전화를 걸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하나는, 다른 방을 쓰는 같은 반 아이에게 불려 숙소 뒤뜰로 나가게 됐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아이에게 뜬금없이 뒤뜰에서 보자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도착한 장소에는 몇 번 얼굴을 본 적 있는 남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전에 거절한 축구부 부장의 일로 친구들에게 시달렸던 것을 생각하니, 또 뭐라고 해서 거절해야할지 머리가 아파왔다. 고백 받을 때마다 느끼는 이 어색한 분위기도 싫었다. 분명 등 뒤의 숙소 발코니에서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을 거란 생각에 속으로 한숨이 쉬어졌다.

“불러서 나왔는데. 할 말 있어?”

이렇게 고백 받는 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으므로 불편한 속내에 비해 비교적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경을 쓴 바가지머리 남학생은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저기, 나는 3반 김민수라고 해. 그, 어제 알지? 사진 찍어서 줬는데.”

듣고 보니 목장에서 사진을 찍어 블루투스로 보내준 남학생이었다. 하나는 기억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학생은 그 작은 몸짓만으로도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해선 열심히 말을 꺼냈다.

“애들한테 말은 들었는데… 그냥 지나가면 나중에 후회할까봐. 저기, 나 너 좋아해. 나랑 사귀어줄래……?”

무난한 고백이었다. 남학생이 들었다는 말은 아마 어제의 그 '썸남' 이야기겠지. 하나는 그 오해를 굳이 정정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결과는 똑같으니까. 불러내는 방법은 구렸지만 축구부 부장처럼 자기애가 넘치는 기분 나쁜 고백은 아니었기 때문에 하나는 평범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누구랑도 사귈 생각이 없어.”
“그,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야?”

누구랑도 사귈 생각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역시 그 '썸남' 이야기가 머릿속에 크게 남은 것 같았다. 하나가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생각하는데, 남학생이 말을 이었다.

“사실… 작년에 비해 올해 고3 올라가서부턴 네 얼굴이 많이 밝아져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긴 했어. 자주 웃는 게 보이더라.”

남학생에게 있어선 하나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듯 했다. 썸남따윈 없었지만, 남학생이 한 말에는 짚이는 바가 있었다. 박사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였다. 하나 스스로도 알 정도였으니 다른 사람의 눈에도 보였던 거겠지. 하나가 말이 없자 남학생이 머뭇거리다 물었다.

“저기, 그 사람 많이 좋아해?”

그 말에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은 다정하게 웃는 박사의 얼굴이었다. 거기에 이어 며칠 전, 피곤에 지쳐 곤히 잠들었던 박사의 순하고 앳된 얼굴이 떠오르자 하나는 두 볼이 확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남자애한테서 고백 받을 때 떠올릴 만 한 인물이 전혀 아니었는데도 머릿속에선 박사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동시에 심장이 크게 울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하나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남학생은 하나의 얼굴을 살피더니 눈에 띄게 침울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렇구나……. 음, 그 사람이랑 잘 되길 바랄게. …저기, 나중에 보면 인사라도 받아주라. 그럼 나 먼저 갈게. 잘 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하나는 입을 열었다가 멀어져가는 남학생의 뒷모습을 보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혼자 지레짐작해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단정해버리고 가버리는 게 좀 어이없기도 하고 남학생이 한 말에 속이 복잡해진 것 같기도 했다. 하나는 방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왜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는 말에 박사가 떠오른 것일까. 왜 박사를 생각할 때마다 진정하지 못하는 걸까. 왜 박사가 보고 싶고 목소리가 듣고 싶은 걸까. 그런 질문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았다. 한편으로는 정말로 제가 그런 것들을 궁금해 하는 게 맞는 걸까 싶기도 했다. 조금만 팔을 뻗으면 선명하게 손에 쥘 수 있는 답이 보이는 듯도 했다. 동시에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혼란스러웠다.

방으로 돌아오자 친구들이 호들갑을 떨어대며 하나를 반겼다. 뭐라고 고백했냐느니, 대답은 뭐라고 했냐느니 하며 떠들어대는 친구들에게 대충 얼버무리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아직 10시가 되기 전이었지만 박사에게 전화를 걸고 싶고, 목소리를 듣고도 싶었다. 그러나 지금 그 목소리를 들어버리면 무언가가 명확해질 것 같단 예감에 속이 복잡해졌다. 안개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낼 무언가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일까 봐 두려웠다. 한참 골똘히 그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친구가 하나의 어깨를 흔들었다.

“야, 송하나. 진짜 잘 거야? 우리 술 마셔야지.”

수학여행의 묘미라며 제각각 맥주와 소주를 꺼내들었다. 하나는 복잡한 속내를 감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 속에 넣어 둔 소주 한 병을 꺼냈다. 여러 명이서 한두 병씩 꺼내니 양이 상당했다.

술병을 한가운데에 모아두고 동그랗게 모여앉아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007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술게임을 거친 뒤, 한 친구가 진실게임을 하자며 말을 꺼냈다. 하나는 질색했지만, 다들 신이 나서 좋다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게임에 참가하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첫 타자는 하나였다.

“썸남 있다? 없다? 송하나, 대답해.”
“없다.”
“와, 첫 번부터 거짓말이냐? 마셔, 마셔!”
“진짜야. 진짜 없다고.”

정색하고 대답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는 꿋꿋하게 썸남따윈 없다고 말하며 술잔을 거부했다. 그러자 다음 질문도 하나에게 날아왔다.

“썸남이 없으면 좋아하는 사람은 있지? 솔직하게 대답해.”
“…….”

없다고 대답하려 했는데, 또다시 머릿속에 박사의 얼굴이 떠오르는 바람에 멈칫하고 말았다. 왜 자꾸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언급될 때마다 박사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래서야 마치, 제가 꼭 박사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하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요 며칠 내내 박사에 대해서만 생각해왔던 제 모습이 생생히 떠오르면서 어렴풋하게 짐작해왔던 감정이 결국 모습을 드러낸 것만 같았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바람에 눈까지 꾹 감고 말았다. 아이들은 그런 하나의 모습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대답 못 하는 거 보니 맞네! 맞다고 안 했으니까 마셔! 이번엔 마셔야지!”
“헐, 썸남이 아니면 설마 짝사랑이야?”
“송하나가 짝사랑을 한다고? 와, 이 얼굴로?”

그렇다고 말도 안 했는데 아이들은 벌써 하나의 짝사랑 상대에 캐물으려고 열이 오른 상태였다. 어거지로 손에 쥐어진 술잔을 비운 뒤, 하나는 집중공세에 시달렸다. 제 마음에 대해 방금 막 처음으로 자각했는데 '짝사랑 상대'에 대해 물어오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제 마음을 확실히 알았더라도 박사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18살이나 연상인 어른 여자에 대해 말을 꺼내는 순간 제가 받을 눈초리는 어렴풋이 상상했을 뿐인데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아프게 상상되었다.

친구들의 표적은 하나에게로 집중되었다. 하나는 속이 바짝바짝 타는 느낌에 따라주는 술을 족족 마셔댔다. 더 이상 마시면 위험할 것만 같은 시점에 때마침 휴대폰이 울렸다. 박사였다. 분위기 깨게 뭐하는 짓이냐며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하나는 휘청이는 몸을 가누며 발코니로 걸어 나갔다. 밤공기가 서늘해서 정신이 조금 드는 느낌이었다. 전화가 끊길까봐 하나는 얼른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박사님.”
- 아, 하나 양.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 연락이 없기에 전화해봤어요. 무슨 일 없죠?
“네, 아무 일도 없어요. 시간이 이렇게 지난 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 별 일 없으면 다행이에요. …그런데 하나 양, 술 마셨어요?

혀가 살짝 꼬인 모양이었다. 하나는 순간적으로 혀를 깨물고는 너무 술을 많이 마셨다고 반성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확인한 바로는 주량이 퍽 센 편이었는데도 소맥을 자꾸 받아먹다보니 조금 취한 것 같았다.

“네… 애들이랑 조금……. 죄송해요.”
- 많이 마신 건 아니죠?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수학여행 가면 다들 한번쯤 마시는 거잖아요. 너무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많이는 안 마셨어요. 정신은 멀쩡해요. 정말이에요.”

전자는 확신할 수 없지만 후자는 확신할 수 있었다. 하나가 강조해서 여러 번 말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박사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 그래요. 친구들이랑 놀고 있었을 텐데 들어가서 마저 놀아요.
“아, 아니에요. 슬슬 잘 준비 하고 있었어요. 박사님은 오늘 별 일 없으셨어요?”
- 네, 다른 날이랑 별 차이 없었어요.
“수술실 들어가시고 그런 거 아니에요?”
-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들어갔고 퇴근 전에 응급환자 수술한 거 빼면 평소와 같았어요.

안 그래도 피곤하고 바쁜 사람이 수술을 세 차례나 했다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옆에 있었으면 야식이라도 만들어서 대접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멀리 떨어진 섬에서 애들이랑 술이나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피로회복에 좋다는 호박죽 재료도 사 놓았는데. 하나는 새삼 박사의 옆에 있을 수 없는 현 상황이 안타까웠다.

“식사는 하셨어요? 집에 뭐 없을 텐데…….”
- 병원에서 먹고 왔어요. 제 걱정은 하지 말고 하나 양은 재미있게 놀다 오면 돼요.
“어떻게 그래요. 차라리 박사님이랑 같이 있는 게 더 재미있었을 건데…….”

별 생각 없이 말하다 하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술에 취한 게 분명했다. 마음 자각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건지. 게다가 박사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식으로도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몰라 입술만 잘근잘근 씹는데 수화기 너머에서도 침묵이 흘렀다. 너무 뜬금없는 말이라서 박사님도 어이가 없어하시려나? 그런 걱정을 하는데 흠, 흠, 하는 헛기침 소리가 들리더니 박사가 말했다.

-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그래도 이왕 수학여행 갔으니 친구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그래요.
“그, 그러려고요. 박사님 그럼 내일 봬요. 저 저녁 즈음에나 도착할 것 같아요.”
- 그래요, 그러면 내일 봐요. 잘 자요, 하나 양.
“네, 박사님도요……. 내일 꼭 봐요.”

망설임 끝에 붙인 마지막 말에 박사가 작게 웃었다. 하나는 명치끝이 간질간질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고 그 웃음소리에 집중했다.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이어지기를 바랐다.


통화를 끝내고 들어왔을 때는 진실게임의 칼끝이 다른 아이에게 돌아간 지 오래였다. 하나는 분위기에 적당히 맞추면서 틈틈이 물을 마셨다. 술을 깨는 방법이었다. 내일 박사를 만날 때 퀭해 보이는 몰골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자 절로 술이 깨는 느낌이었다.
박사에 대한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서 새벽이 다 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

이튿날 잠에서 깨어나니 다행히 숙취는 없었다. 자기 전에 물을 계속 마시며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한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에 반해 같이 달리던 친구들은 대부분 머리를 붙잡고 앓아댔다. 덕분에 하나는 내내 조용히 박사에 대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처음 지하주차장에서 만났던 순간부터 어젯밤의 통화에 이르기까지, 박사가 제게 했던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를 곱씹는 동안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자유 시간에는 기념품점에서 박사에게 줄 젤캔들을 종류별로 사고, 피로에 좋다는 귤피차와 청귤차도 잔뜩 샀다. 그 뒤에는 또 한참 박사 생각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서울이었고, 하굣길이었다.


밤 7시가 다 되어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하나는 공동현관 앞에 서서 물끄러미 17층을 올려다보았다. 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니 박사가 빨리 퇴근한 모양이었다. 가슴이 또다시 쿵쿵 뛰는 것 같았다. 천천히 아파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번 한 뒤, 하나는 도어락 비밀번호를 꾹꾹 눌렀다. 여섯 자리를 다 누르자, 띠리릭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하나가 문손잡이를 당기기도 전에 문이 천천히 열리고, 이틀하고 한나절 만에 보는 박사의 그리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블라우스에 가느다란 목선이 도드라진 박사가 눈가를 부드럽게 휘어뜨리며 미소했다.

“어서 와요, 하나 양.”
“……다녀왔습니다.”

이제는 자연스레 입이 붙어버린 말을 하자, 박사는 다정하게 웃음 지었다. 그 웃음에 가슴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하나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 웃었다. 분명 숙취는 없었는데도 머리가 어지러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자 익숙한 박사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쉬며 하나는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던 어깨에 힘을 뺐다.
쿵쿵.
심장이 귓가에서 뛰면서 제 존재를 알려댔다.
앞으로 잠 못 들 날이 많아질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끝.

written_by_blmt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39

고정닉 5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6014 45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7]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3228 25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3]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4435 14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892 32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352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0334 43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2898 72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41133 27
1464081 일반 좀비 지원군ㅋㅋㅋ [1] 마후카나데나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4 8 0
1464080 일반 그쪽엔 지?능이 있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4 3 0
1464079 일반 오 좀비여왕ㄷㄷ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4 5 0
1464078 일반 헉 좀비퀸 왔네 ㅋㅋㅋ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4 9 0
1464077 일반 개맛없어보여 만달로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4 8 0
1464076 일반 오셨군요 여왕님 치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4 2 0
1464075 일반 어 이거 여태 만난 사람들 [4] ドル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3 25 0
1464073 일반 좀비여왕 재입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3 2 0
1464072 일반 여왕님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 파운드케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3 3 0
1464071 일반 역시 DV순애보는 시황 나리유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3 4 0
1464070 일반 아 깜쨕 놀랐네 ㅋㅋㅋ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3 7 0
1464069 일반 뭔데 또 종트 중계 놓쳤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AGBM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3 7 0
1464068 일반 밥하고 빨래하고 오니 종트 중계중이네 [1] 만달로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3 10 0
1464067 일반 소신발언 [4] 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2 42 0
1464066 일반 버튼해도 보보보씨는 그대로 아니야?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2 34 0
1464065 일반 딸깍이면 해결이라니 [3] ㅇㅇ(220.65) 21:11 28 0
1464064 일반 의외로 버튼 다시 누르면 원래대로 돌아가는구나 파운드케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 15 0
1464063 일반 그렇게 심플하다고? ㅋㅋㅋㅋㅋ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 14 0
1464062 일반 저 과학자 진짜 기술 좋네ㅋㅋㅋ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 18 0
1464061 일반 여주전화기 ㅋㅋㅋㅋ 샤미모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 15 0
1464060 일반 7g 지리네 ㅋㅋㅋㅋㅋㅋ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 6 0
1464059 일반 오늘 작화 되게 좋은거 같은데 ㅇㅇ(210.178) 21:10 7 0
1464058 일반 ????? ドル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 13 0
1464056 일반 역시 요카가 나쁜거였어 [1] 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 28 0
1464055 일반 시황 풀죽은거봐ㅠㅠ [1] 치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 18 0
1464054 일반 저딴게 모스라고? 파운드케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 4 0
1464053 일반 시황 시무룩 ㅋㅋㅋㅋ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 6 0
1464052 일반 오는 도중에 아무리 쳐맞아도 멀쩡한 거에서 이상하긴 했는데 [1] Chi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 24 0
1464051 일반 저 열차 작동하는거였구나 ㅋㅋㅋ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 10 0
1464050 일반 움직이네?ㅋㅋㅋ [2] 마후카나데나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 16 0
1464049 일반 폰타로 연기 왤케 왤케임 ㅇㅇ(220.65) 21:08 21 0
1464048 일반 어머 망가진게 아녔어 치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 7 0
1464047 일반 아니 열차 부활 뭐냐 ㅋㅋㅋㅋㅋ 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 13 0
1464046 일반 아니 열차 왜 멀쩡해?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 14 0
1464045 일반 뭐야 움직이잖아? [1] ドル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 16 0
1464044 일반 시발열차성능ㅋㅋㅋㅋㅋㅋㅋ 파운드케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 6 0
1464043 일반 시즈루 요카한테 뺨 한 대 맞았어ㅠㅠ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 11 0
1464041 일반 또 헤어지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 9 0
1464040 일반 진짜 아내에게 맞은거였어 ㅠㅠㅠㅠㅠㅠㅠㅠ [2]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 58 0
1464038 일반 고장나버렸어.... 파운드케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 6 0
1464037 일반 뭐지 감정 흡수 버튼이었나 ドル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 14 0
1464036 일반 아픈 기억 들쑤시기는 역시 시황 [1] 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 26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