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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메르하나] 하얀 호랑이

이-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26 23:10:19
조회 1367 추천 28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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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시체와 피로 난장판이 되었다. 난장 한가운데에는 날개를 펼친 하얀 천사가 꿋꿋이 서 있었다. 천사의 하얀 옷은 검붉은 피로 범벅이었다. 이 끔찍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사람들은 분개하거나 기겁했다. 개중에는 손에 잡히는대로 천사에게 물건을 던지고 야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사는 그 어떤 미동도 않았다. 군중들의 소리가 커지며 점점 더 많은 돌멩이가 날아왔다.

사람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군인들을 이끌고 나타나 상황을 중재했다.


"이제 됐어, 그만 던져! 이건 명령이다!"


그 역시 분노했지만 천사를 향한 건 아니었다. 사람들은 용암처럼 부글거렸지만 더 이상 돌멩이는 날아오지 않았다. 어느정도 시민들의 폭력이 잦아들자 그는 천사에게로 눈을 돌렸다.


"이게 자네가 말한 정의인가? 자네가 원한 결과인가?"


천사는 등을 돌려 그를 직시했지만 한참 뒤에야 그녀의 맑고 투명한 목소리가 울렸다.


"네."

"다친 데는 없나?"

"네."

"그럼 지체 없이 떠나게, 당장."

"감사했습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해 천천히 돌아섰다. 그러곤 날개를 접고 터덜터덜 도시를 나섰다. 사람들은 슬금슬금 길을 비켰지만 적대감이 가득한 얼굴들이었다. 천사는 아랑곳 않고 시장을 벗어났다. 사람들로부터 멀어졌다.


*


일찍이 하얀 호랑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모습은 상당히 매혹적이고 아름다웠지만 정작 야생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0에 수렴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그 아름다운 모습 때문이었다. 하얀 호랑이는 풀숲에 숨어 먹잇감을 사냥하기에는 너무나 눈에 잘 띄었다. 먹이를 전혀 얻지 못하니 결국 홀로 아사하고 마는 것이다.


'참 불쌍하단 말이지.'


하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풍선껌을 후 불었다. 진료실의 하얀 천장을 분홍색 풍선이 점차 메우다 일정한 크기가 되자 펑 터졌다. 입가에 묻은 껌을 이빨로 모아 다시 풍선을 불려는 찰나 가까이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인기척에 냅따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피자 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를 뒤로 올려묶은 금발의 그녀는 하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하나 역시 그녀를 보고 방긋 웃었다.


"앙겔라 박사님!"


하나를 슥 훑은 치글러는 되려 얼굴을 찡그렸다. 하나는 그녀의 찡그린 표정마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모양이 되도록 싸운 거예요?"


그제서야 하나는 왼쪽 옆구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치글러는 얼른 다가와 하나의 티셔츠를 벗겨주었다. 치글러는 능숙하고 거리낌없이 하나의 가슴 주변을 눌러보며 물었다. 하나는 그녀의 손길을 즐길 수 있어 기쁘기까지 했다.


"여기가 아픈가요?"


반응이 없자, 손 위치를 옮겨 재차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알 수 없는 새디즘이 느껴졌다.


"그럼 여기는요?"


하나는 엄습해오는 고통에 당황해 몸을 뒤척였다. 치글러는 살짝 물러나 고개를 끄덕이고 처치도구를 가져와 하나의 상처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치글러는 이렇게 개인적으로 치료를 해줄 때면 환자가 긴장을 풀 수 있게 옛날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제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구해준 이야기를 했던가요? 오버워치에서는 개인적인 행동을 금하고 있었지만 누군가를 구해줄 수 있다면 전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그곳은 전쟁터였고 수많은 범죄가 쉽사리 일어났죠. 그날에 전 대로변을 수색하고 있었어요. 혹시나 다친 사람이 있으면 치료를 할 요량으로 말이죠. 헌데 저 멀리서 어린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려 오는 거예요."


하나는 그녀의 숨결이 이마에 닿자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어 괜스레 입을 앙 다물며 답했다.


"느ㅔ."


치글러의 금색 머리카락에서 향기로운 꽃냄새마저 났다.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리자 탈영병들이 한 소녀를 쓰러뜨리고 옷을 찢으며 이렇게 말하고 있더군요. 진짜 남자를 경험할 때가 왔다고 말이에요. 저는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죠 진정한 여자가 무엇인지 경험할 때가 왔다고. 탈영병의 리더로 보이는 자가 제게 성큼 다가오려다 그대로 고꾸라졌어요. 제 카두세우스 블라스터가 이미 불을 뿜은 상태였거든요. 블라스터의 어금니가 다른 탈영병들에게 향하자 그들은 지레 겁을 먹고 도망쳤어요. 전 숨을 고르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돌아오는 건 소녀의 비명뿐이었어요. 그녀는 발작을 일으키며 구토마저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붕대에 매듭을 지으며 치글러는 이야기를 끝마쳤다.


"폭력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배웠죠. 그 뒤로는 제 나름대로의 규정을 만들어 그 규정을 철저히 지키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


치료는 끝났지만 그녀는 괜스레 의약품을 뒤적였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긴장감이 돌았다. 사용한 도구들을 제자리에 가져다 두기 위해 천천히 몸을 돌리자, 하나의 목소리가 뒤통수에서 들려왔다.


"제 질문에 대한 대답은요?"


순간 치글러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녀는 숨을 내쉬고 돌아서서 하나를 바라봤다. 울먹이는 눈동자가 하나의 무언가를 자극하고 있었다.


"하나, 제가 사랑한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다쳤어요. 또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끝도 없는 비애만이 저를 감싸죠. 저도 하나 양이 좋아요. 하지만 전 이제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하얀 호랑이는 외로웠을 것이다. 다른 호랑이들이 다가와도 애써 거절하고 다시 홀로 남겨진다. 짐밖에 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탓하며, 다음 생에는 그들과 함께하길 바라며.


"전 잘 모르겠어요. 박사님 규정에 '이제 아무도 사랑하면 안 됨.'이라고 적혀 있는 건가요?"


하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붉은 입술과 맞닿을 거리까지 좁혀졌다. 치글러는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하나의 팔이 그녀를 감싼 뒤였다. 하나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쇄골에 얼굴을 파묻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온이었다.


"하나만 고쳐주실 수 있어요? '얘는 사랑해도 됨.' 이라고"


그 말에 치글러는 흣, 웃음을 냈다. 하나는 그 모습을 보곤 짐짓 놀리는 투로 "울다 웃으면..." 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치글러가 그녀를 꼬옥 안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안겨 있고 싶었으니까.


*


"언니! 영웅 언니!"


소녀의 어린 목소리가 나무들 사이에서 울려왔다. 천사는 멈춰서서 주변을 확인했다. 그대로 반 바퀴 돌자 그녀 앞에 이름 모를 소녀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으며 서 있었다.


"언니, 우릴 구해준 거죠? 그 사람들 나쁜 사람들이었죠?"


천사는 무거운 짐을 진 듯 천천히 몸을 숙여 소녀와 눈을 맞췄다. 그러나 답은 하지 않았다.


"전 알아요. 그 나쁜 사람들이 우리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했다는 거, 그걸 막아준 게 언니라는 것도."


소녀는 허겁지겁 허리춤에 꽂아둔 하얀 꽃을 들어 보였다. 숨은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지만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천사도 자신처럼 웃어주길 바랐다.


"자요, 제가 아끼는 꽃인데 특별히 줄게요!"


천사는 꽃을 받곤 소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이는 햇빛 때문에 천사가 웃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자기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천사가 작게 목소리를 냈다.


"고마워."


천사가 웃었다.

아이는 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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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개소리를 써놓은 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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