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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나메르] 치료사 메르시와 가드 하나 -9

ㅇㅇㅇ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2.05 18:50:56
조회 699 추천 1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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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13







잔잔한 바람이 정갈했던 물결을 어지럽혔다. 긴 햇빛을 가리는 나무를 호수가 받아냈다. 물 위로 비친 앙겔라의 모습이 나무의 그림자와 겹쳐 함께 흔들렸다.

"……서른일곱이요?"
"하나랑 18살 차이나죠. 지금 하나의 나이라면, 하나는 걸음마를 떼고 있을 때겠네요."

앙겔라가 먼 산 보듯 물결을 바라봤다. 그림자 속 앙겔라와는 다르게 하나는 햇빛을 받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 중에 37살인 사람들을 떠올린 하나가 순수하게 감탄했다.

"와……. 언니 진짜 동안이네요."
"동안이요?"
"정말 어려 보여요. 아, 어린애 같다는 게 아니고요. 아가들처럼 피부도 곱고 주름도 없고. 저도 언니처럼 곱게 나이 먹…… 아니 성숙해졌으면 좋겠어요."
"아?"

내내 앞만 보던 앙겔라가 하나를 바라봤다. 잘못 말한 것을 덮어보려 하나가 열심히 눈을 굴렸다.

"봐요. 지금 그늘진 곳에 있어도 빛이 난다니까요?"
"……금발이라서 눈에 띄는 게 아닌가요?"
"아니요. 정말로 빛이 나요! 저희 마을에 뒷산에서 반딧불이 잡아다가 등불 대신 쓴 사람도 있었거든요. 어……. 앙겔라 언니만 있으면 반딧불이도 등불도 필요 없을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앙겔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저가 한 말이 이상했나, 바보처럼 하나가 마주 웃었다. 이 언니는 웃는 것마저도 예쁘다. 멈추지 않고 웃는 앙겔라가 눈물이 났는지 눈가를 닦았다. 하나는 가만히 있던 앙겔라의 빈손에 검지손가락을 조심스레 걸었다. 

"언니를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이렇게 같이 있어도,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언니가 처음이에요. 어째서일까요? 유나 언니도 같이 있으면 참 편했지만 앙겔라 언니만큼은 아니에요."

계속 함께 있고 싶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을로 오지 않을 테지. 빠르게 뛰던 가슴에 답답함이 더해졌다. 벌써부터 아쉬운 제 마음을 알까. 그녀의 손에 걸린 하나의 검지가 미세하게 잡아당겨졌다.

"요새는 조금 힘든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계속 시선이 가고, 언니가 그냥 쓰다듬어주는 건데도 그게 자꾸 생각나요. 두근거리고 더 예민하게 느껴지고……."
"많이 어두워졌네요."
"……네? 아, 진짜다."

어느덧 어둑해진 하늘 위로 별이 빛났다. 앙겔라가 자신의 눈물을 닦던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돌아가죠." 
"아……. 네."

표정을 숨긴 채로 말을 이은 앙겔라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하나의 손가락을 잡아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기분을 상하게 할만한 말을 했던가. 고민하는 하나의 손가락과 맞닿은 앙겔라의 손가락이 조금 뜨거운 것 같았다.

*

예정보다 길어진 이동이 끝났다. 가파른 절벽 위에 웅장한 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돌 성벽에 감싸인 성 주변으로 작은 집들과 넓은 밭이 펼쳐져 있었다. 분주히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하나의 일행을 쳐다봤다. 그간 받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쏠리는 시선에 하나와 상단원들이 불안해하자 앙겔라가 괜찮다며 다독였다. 

성에 가까워질수록 그 크기와 성벽의 높이에 하나의 일행은 불안감을 잊고 입을 벌렸다. 

"와. 엄청 크다……. 어, 저기 저 사람들은 혹시 도시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인가요?"
"네. 원래는 저렇게까지는 길지 않은데, 보안을 위해서 검문이 까다로워졌을 거예요. 이 시기에는 어쩔 수 없거든요."
"이 시기요?"
"……아. 성에 도착하면 자세히 설명해줄게요."

 멀리서도 앙겔라를 알아본 경비병이 검문을 위해 줄 서있던 사람들을 길의 바깥쪽으로 움직이게 했다.

"치글러 경! 돌아오셨습니까!"
"오랜만이죠. 늘 고생이 많으시군요. 덕분에 다들 맘 놓고 생활할 수 있어요."
"아닙니다! 백작님과 치글러 경의 보은에 작은 보답일 뿐입니다. 혹시 치글러 경의 일행분들은……?"
"여기는 제가 잠시 신세 졌던 마을의 치안대장과 상단이에요. 이분들의 신분은 제 이름을 걸고 보장해요."
"치글러 경의 손님이군요. 아마리 백작령의 중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잘 정비된 도로와 집, 큰 상점들이 하나 일행의 눈에 담겼다. 앙겔라를 알아본 사람들이 환한 미소와 함께 그녀를 반겼다. 내성을 지난 하나 일행은 외성에서 본 집과는 다르게 화려한 저택들을 보며 곧장 본성으로 향했다. 열려있는 거대한 본성 성문의 앞에 도리깨를 차고 있는 중무장한 여성이 서있었다.

"앙겔라님. 오랜만이에요."
"몇 번을 봐도 그 차림은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브리기테님."
"그건……. 부정할 수가 없네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두 분이 계셔서요. 앙겔라님의 손님들이시지만 들어오시기 전에 무장해제 부탁드립니다."
"무장해제요?"

앙겔라와 친밀하게 대화를 나눈 브리기테가 하나와 상단원들을 향해 정중히 말했다. 당황한 하나가 앙겔라를 쳐다보자 "부탁해요. 문제는 없어요. 설명하는 걸 계속 잊어버려서 미안해요."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띤 그녀가 시선을 마주하며 부탁했다. 끙. 앓는 소리를 낸 하나가 먼저 장비를 빼 브리기테에게 넘겼다. 따라 무장을 해제한 상단원들을 본 브리기테가 길을 비켰다.

"들어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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