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미야코노죠양. 일단은 원하는 거 같아서 하는 말이지만, 오늘 신고 온 스타킹은 무척 어울린다고 생각해.”

미야코와 레이카만 있는 늦은 오후의 교실. 자신을 바라보며 인위적으로 다리를 꼬고 있는, 어째서인지 니삭스가 아닌 처음으로 스타킹을 신고 온 레이카에게 미야코는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싱긋 웃어 보이던 레이카는 꼬았던 다리를 풀며 답했다.

“미야코, 사실 나 중요한 사실을 알아버리고 말았어.”

레이카의 대답은 미야코에게 있어 신호와 같았다. 바로 자신이 레이카에게 말려드는 상황이 코앞에 왔다는 신호 말이다. 기세 좋게 웃는 레이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앞으로 다가올 끈적거리는 미래를 무시하려했지만, 최근 레이카에게 있어 물러터진 자신의 대처를 생각하면 역시나 같은 레파토리로 흘러갈 거 같았다.

“남자를 휘어잡는 법. 그건 필시 여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도 그럴게 연애를 하면서 남자친구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잖아?”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건 미야코노죠양 뿐이라고 생각해.”

언제나처럼 부정하는 미야코였다. 미야코는 시선을 내려 레이카의 다리를 주시했다. 레이카의 날씬하고 길게 뻗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레이카가 말한 ‘남자를 휘어잡는 법’은 레이카의 새로운 변화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언제나처럼 이지만 미야코는 레이카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도대체 레이카가 신고 온 검정색 스타킹과 남자를 휘어잡는 법이 어떤 연관이 있다는 걸까.

“미야코··· 너무 내 다리를 보지는 말아줘···.”

아까 까지만 해도 자신의 다리를 봐달라는 듯이 시선을 끌던 레이카가 갑작스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런 쪽으로 부끄러워하지는 말아줄래. 지금까지의 행동이랑 맞지가 않다고.”

미야코는 인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옮겼다. 왠지 모르게 자신을 변태로 만들어 버리는 레이카가, 그리고 그런 레이카의 다리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해 버린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본론으로 들어가려는데.”
“정말 그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갈려는 거야?”
“이건 미야코한테도 중요한 일이야. 나중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야코도 남자친구를 사귈 거잖아?”
“내가 남자친구를 사귀는 거랑 남자를 휘어잡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어!”
“걱정 마, 어젯밤 페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사이트에서 확인한 확실한 정보니까.”
“확실하지 않아! 페티시라니?! 그 위험한 사이트는 뭐야?!”

문득, 미야코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느꼈다. 급한 마음에 손으로 입을 막아보았지만 레이카는 이미 눈치를 챈 듯 했다.

“어라, 미야코는 페티시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있나 보네.”

역시나 물고 넘어지는 레이카의 질문에 미야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했다. 다행인 점은 레이카가 끈질기게 묻지 않고 원래의 흐름으로 넘어가 줬다는 점이었지만, 원래의 주제라고 해도 그것 또한 미야코가 원치 않는 상황이라는게 문제였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어제 본 페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줄여서 페사모에서 본 내용들을 알려주자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닌 척 하지만 여자들의 발을 의식하고 있다는 거야. 요컨대 여자들에게 밟히고 싶다는 거지.”
“아니, 아니, 내 생각에는 아닌 척이 아니라 정말로 아닌 거야.”
“그리고 하나 더, 여자들의 발은 맨발이나 양말보다 스타킹을 신었을 때 더 수요가 높다는 거야. 뭐, 사실 각자의 취향 차이지만 말이야”

레이카는 자신의 다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어느새 벗어던진 실내화가 미야코의 주변에서 나뒹굴었고, 레이카는 자신의 발바닥을 미야코에게 당당히 보여주고 있었다.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진 레이카의 작은 발이 미야코의 눈에는 부끄럽게만 느껴졌는지 미야코는 똑바로 앞을 보지 못하고 시선을 피해버리고 말았다.

“하나를 예시로 들어볼게. 미야코라는 남성이 있다고 치자면···.”
“어째서 이름이 미야코야!”
“사실 미야코군은 엄청난 변태라서 여자들의 ‘스타킹 신은 발’을 보면 사족을 못 쓰는 거 있지?”
“나를 보면서 딱하다는 듯이 말하지 말아줘!”

미야코의 단호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레이카는 여전히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미야코군이 가장 좋아하는 건 여성의 ‘스타킹 신은 발바닥’에 자신의 볼을 부비부비 하는 거야. 그리고 킁킁 거리다가 주인님의 허락이 떨어지면 그대로 할짝거리는 거지.”
“더, 더러워!”
“아니 더럽지 않아. 이건 남자들의 원초적인 욕구···! 라고 그 사람들이 말했는걸.”
“미야코노죠양, 대체 어떤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 부탁이니까 그만 둬!”
“이해가 어렵다면 상대방의 입장을 상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 그런 상상은 사양이야.”
“그래···. 미야코는 수줍은 얼굴을 하면서 나한테 발을 내밀었지.”
“어째서 미야코노죠양이 상상을 하는 거야?!”
“그리고 난 미야코의 양말을 입으로 벗기는 거야.”
“그걸 입으로?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그건 더러운 거라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야코의 단호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레이카는 여전히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아니 여기서는 자신의 망상을 이어갔다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미야코의 발이 눈앞에 있어. 그리고 나는 그대로 부비부비···. 흐응··· 냄새를 맡는다면 분명 좋은 냄새라고 생각해. 그리고 미야코가 허락한다면 나, 정말 열심히 핥을 테니까···.”
“핥지 마! 냄새도 맡지 마! 것보다 그런 상상을 하지 말아 줘!”
“이렇게 화를 낼 줄은···. 혹시 미야코도 나처럼 핥는 쪽을 선호하는 거야? 미, 미야코가 원한다면 내 발을 핥아도··· 괜찮다고···? 아얏.”

둔탁한 소리가 교실에서 울려퍼졌다. 부끄러움을 참지 못한 미야코의 손에는 교과서가 돌돌 말아져 있었다.

“하앗···. 미안해, 미야코. 확실히 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미야코의 발을 핥아 버렸지.”
“미안해하는 방향이 잘못 됐잖아! 그리고 미야코노죠의 망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또 다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 그리고 레이카의 의미모를 신음소리. 이건 정말로 언제나의 레파토리였다.

오늘 보고 인상 깊어서 써봤다. 원래 생각한 내용이 더 있긴한데 30분 이상 투자 하는 건 멍청한 거 같아서 패스했다.

그리고 다 쓰고 나서 느끼는 거지만 결국엔 난 왜 이딴 글을 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