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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동물로 변하는 병을 가진 민트자매 ~ 사요편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2.29 01:17:36
조회 1288 추천 37 댓글 23
														

히나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281356

알람소리가 귀를 날카롭게 찔렀다.

시끄러워-불평을 내뱉으며 알람을 끄기위해 손을 들어올려서 휴대폰을 집으려 했으나, 몇 번을 시도해봐도 휴대폰은 손 안에서 미끄러지기만 할 뿐,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내가 아직 잠이 덜깼나. 기지개를 펴고, 손을 들어올려서 눈에 묻은 눈꼽을 땐 뒤 천천히 눈을 떠 양손으로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집어올리려 헀으나 곧바로 다시 미끄러졌다.

혹시나 싶어서 천천히 시야를 아래쪽으로 내렸다. 양 발이 시야에 들어왔다. 귀를 살짝 움직이자 쫑긋소리와 함께 양 귀가 펄럭였다.

그러고보니 슬슬 그 시기던가? 짐작이 가는바가 있어서 우선 양 다리와 팔로 기지개를 쭉 펼쳣다. 어느정도 잠이 깨자 그대로 침대에서 뛰어내려 거울로 걸어갔다.

거울에는 녹색의 털을 가진 강아지가 귀를 쫑긋 새운채 네 다리로 얌전히 서있었다.

"왕..."

입 안에서 불평을 내뱉었으나 금방 개의 말로 바뀌어 튀어나왔다. 뭐 됐나, 길어야 일주일이면 돌아갈테고.

한쪽 다리를 들어서 귀를 긁적였다. 머리로는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몸은 이미 익숙한듯 자연스럽게 개의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 히카와 가문의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한가지 체질을 지니고 태어났다.

그 체질이란 16살이 되는 해부터 반 년마다 한번씩, 대충 15일을 기준으로 몇일정도를 동물로 살아야 한다는 것.

처음에는 어머니께서 우리를 떨어뜨려놓으려고 해보는 이야기인줄 알았으나 고등학교로 입학하기 얼마 전 히나가 고양이로 변하는 것을 보고나서야 간신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그것을 깨달은 우리에게 일깨워주듯 단단히 일러주었다.

이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안됬다.

더불어서 주변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사람으로 돌아갈때까지 버티지 않으면 안됬다.

학기중에 변하는 히나와는 다르게 자신은 다행히 겨울방학이 시작할때쯔음 변하고는 해서 히나보다는 더 숨기기가 쉬웠지만 아무리 그래도 불편한건 불편한거였다. 혓바닥을 내밀고 거울을 뻔히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로젤리아의 연습이 있던가? 아무래도 빠질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히나한테 이야기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이야기하며 문고리를 열고 바깥으로 나가려 했으나 아까 휴대폰을 집을때와 똑같이 문고리 안에서 몇 번 발바닥이 미끄러졌다.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몇번이고 끙끙거리며 문고리를 돌릴려 하자 간신히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돌아갔다. 천천히 열리는 몸을 그대로 몸으로 열어서 바깥으로 나가자 마침 타이밍 좋게 잠이 깬 히나가 하품을 하며 자신의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후아암...언니, 좋은 아침..."

"왕."

히나의 말에 짖는 소리로 답했다. 쌍둥이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신기하게도 동물로 변했을때 우리는 서로의 말을 알아들었다.

지금 개로 변했어 히나, 그 시기야, 뒤는 잘부탁해. 그 마음을 담아서 두어번 짖자 히나가 순식간에 눈이 뜨이더니 내쪽을 한번 쳐다보고, 양 손으로 눈을 비비고, 그대로 자신의 양 팔을 내 목에 둘러쌓다.

"멍멍이 언니다!"

"왕."

이 때의 시기는 개의 본능이 더 강하기 때문에 먹는것은 물론이고 육체마저도 개를 따라가고는 했다. 그렇기에 히나같이 좋아하는 상대가 자신을 껴안아주면 지금처럼 저도 모르게 개처럼 꼬리를 흔든다던가, 혓바닥으로 뺨을 살며시 핥는다던가 하고는 했다.

간지러워, 히나가 자지러지게 웃으며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 뒤를 따라서 내가 히나의 위에 올라타서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얼굴을 그대로 가슴팍에 대고 부비적거렸다.

"아하하, 언니. 그만해, 그만..."

얼마나 있었을까, 히나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개의 본능이 사라지고 이성이 되돌아왔다. 히나의 품에서 떨어져서 얌전히 앉아있자 히나가 몸을 일으키더니 날 들어올려 자신의 품에 껴안아주었다.

"언니도 참, 나도 그렇지만 이 시기에는 정말로 솔직해진다니까...슬슬 밥먹으러 가자 언니!"

"왕!"

조금만 더, 히나. 아아, 오늘도 정말 귀엽구나...평소라면 부끄러워서 제대로 꺼내지도 못할말이 개의 상태가 되니까 막힘없이 술술 흘러나왔다. 물론 말하고도 금방 부끄러워져서 히나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지만.

당장이라도 내려가려다가 내 말을 들었는지 히나가 그대로 날 껴안았다. 잠시동안 둘이서 그대로 놀고있자, 한참이나 우리가 내려오지 않아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가 우리한테 오시더니, 개로 변한 나를 보고는 납득하신듯 아침을 먹으러 오라고 하고나서야 간신히 이야기를 끊고 부엌으로 향할 수 있었다.

부엌에 가자 사정을 파악하신 어머니께서는 내 몫의 그릇을 치우고 찬장에서 밥그릇과 개 사료를 꺼내들고 있었다. 너무 개취급하는 것 같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시기가 되면 먹는것 역시 개를 따라가고는 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평소 먹는걸 먹었을 때 얼마나 탈이 났던지!

"며칠만 참으렴."

사료를 부어주며 어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한 두번 그런것도 아닌걸요, 그런 마음을 담아서 가볍게 짖으며 어머니의 뺨을 한번 핥아주고는 밥그릇으로 고개를 돌렸다.

*

배불리 먹고난다음 두 분을 배웅해주고 나서 나와 히나는 그대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이대로 한숨늘어지게 잘까...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하고 귀를 펄럭이며 히나의 무릎에 얼굴을 가져다댔다. 부드러운 손가락이 내 털 사이를 스쳐지나갔다.

"와우웅..."

그 쓰다듬는 손길에 기분이 너무 좋아 저도모르게 앓는 소리를 내자 히나가 신이 났는지 더욱 더 격렬하게 날 쓰다듬어주었다. 앗, 앗, 히나. 그만둬, 거긴 약점...

히나가 쓰다듬고, 내가 낑낑거리며 더해달라고 혀를 내밀고 핵핵거리고, 이윽고 두 사람다 놀이에 푹 빠져서 종국에는 히나가 소화시키자는 명목으로 공을 꺼내와 한참이나 놀고있을때쯤 어디선가 알람소리가 울렸다.

"언니 휴대폰인거같은데."

내 목을 붙잡고 얼굴을 털속에 파묻고 있다가 소리를 들은 히나가 고개를 들더니 그대로 내 방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도 난 계속 생각했다. 알람? 오늘 뭔가 있었던가...필사적으로 생각했지만 뭔가 떠오르는건 없었다. 뭔가 중요한걸 잊어먹은 느낌이었다.

잠시 후 히나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고 다시 거실로 뛰어왔다. 알람은 여전히 울리는 채였다. 고개를 들어서 휴대폰을 쳐다보자, 그제서야 내가 뭘 잊었는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로젤리아의 연습 30분 전.

"컹!"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크게 소리쳤다. 아, 아아, 연습. 나란사람이 가장 중요한 연습을 잊고있었을줄이야! 심지어 아침에 히나한테 부탁하겠다는 생각까지 떠올렸는데!

어떻게 해, 어떻게 해야지, 안절부절 못하고 계속 같은 자리를 뱅뱅 맴돌며 생각했다. 이제와서 못간다고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병? 아니, 병이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착한 이마이씨는 병문안을 올게 틀림없다 병원에 입원했다고 둘러도 아직 이른 시간이라 병문안까지 찾아올게 뻔했다. 히나때도 비슷했었으니까. 어쩌지, 어떻게 한담...

"걱정마 언니!"

불안이 입 밖으로 새어나갔는지 히나가 날 보며 히죽 웃었다. 걱정말라니 히나, 상황 알고 있는거야? 내가 몇 번 컹컹거렸지만 그녀는 그런건 일도 아니라는 듯 무릎을 꿇고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언니, 저번에 내가 고양이가 되고나서 일주일간, 날 위해서 열심히 숨겨줬잖아? 이번엔 내 차례야. 이 때를 대비해서 제대로 룽♪한 대책을 세워났다고!"

"왕...왕왕!"

역시 우리 히나야, 대단해! 착한 아이구나, 여러 고마움을 담아서 히나에게 그대로 달려들었다. 우리 히나는 하면 하는 아이니까 아마 제대로 대책을 세웠겠지. 내가 기대에 가득찬 눈빛으로 히나를 올려다보자 씩 웃은 그녀가 잠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얼마 지나지않아 물건 하나를 들고 방에서 나왔다.

"와웅..."

과연 어떤 방법일까. 하는 눈빛은 순식간에 절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뒤바뀌었다. 히나의 손에 들린것은 우리 자매의 머리색과 똑같은 색의 가발이었다.

그것도 거의 내 머리길이와 비슷한.

그것만 보고도 히나가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는 단숨에 알 수 잇었다. 내가 불안해서 히나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맡겨달라는 듯 가슴을 한번 두드렸다.

"...내가 언니 흉내를 내서 연습에 참가하면 되는거야! 걱정마 언니! 이래뵈도 저번에 드라마 주연까지 맡았었는걸! 로젤리아의 악보도 모두 숙지하고 있고, 거기다가 우린 쌍둥이야. 가발만 뒤집어쓰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고! ...아, 설마 내 몸이 힘들까봐 걱정해주는거야? 그거라면 괜찮아! 오늘은 파스파레의 연습도 없고, 언니도 내가 고양이로 변할때마다 열심히 노력해줬는걸. 이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내 불안을 꿰뚫고있다는 듯 히나가 단숨에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걱정에 가득 찬 눈빛으로 계속 올려다보고 있자 히나가 보여주겠다는듯 그대로 가발을 뒤집어썻다.

그 순간,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어머, 이마이씨. 연습에 늦으신건가요?"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들었음에도 스스로를 의심했다.

그곳에는 내가 있었다.

히나였다, 눈 앞에 있는것은 분명 히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바뀌더니 그 분위기가, 그 목소리가 모두 나와 똑같았다.

언제 이렇게 연습을 한걸까, 내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자 그녀가 가발을 벗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때? 똑같지, 똑같지?"

"컹..."

솔직히 놀랐어, 그렇지만 이거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는걸.

그렇게 말한뒤에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내 문제인데 히나한테만 모든걸 맡길 순 없을 뿐 더러, 히나의 연기가 완벽하다고는 해도 속으로는 조금 불안했다.

무엇보다도 히나 혼자 고생하는데 자신이 집에서 얌전히 있을 순 없었다.

어떻게할까, 생각하다가 답은 하나밖에 없다는걸 깨달았다.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 첫날이니까중간에 체질이 끝나서 풀릴 일은 없겠지. 연습의 준비를 위해 내 방에 들어가서 기타를 꺼내오고, 가발을 뒤집어쓴 히나를 쳐다보면서 내가 말했다.

"...끄응."

"어, 뭐라고 언니?"

따라갈께.

나도 따라갈테니까 히나.

내 말에 히나가 당황하는게 눈에 보였지만 정말 한순간이었다. 어느순간 손에 들린 목줄을 자연스럽게 내 목에 채웠다.

"응! 같이 가자 언니!"

데이트, 데이트~히나가 콧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워하는게 눈에 들어왔다. 데이트가 아니라 히나가 혹시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따라가는건데...

뭐, 저렇게 즐거워하니까 됐나, 피식 웃으면서 얌전히 목줄을 손에 쥔 히나를 따라서 문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

가장 먼저 연습실에 도착한건 나와 히나였다.

벽을 흘낏 보니 연습까지는 대략 30분정도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그 사이에 내가 열심히 발짓을 섞어가며 히나에게 주의할 점을 몇 가지 가르쳐주었다.

내 말에 히나는 몇 번이나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럼에도 불안은 가시지 않았기에 결국 지켜보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내가 짖음으로써 히나한테 할 일을 전달해주기로 했다.

내 목소리는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개 목소리였지만 히나가 들으면 내 목소리였으니까.

할 일도 정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두 정했다. 남은건 결과뿐. 히나는 의심받지 않겠다며 언제나 내가 하는 것 처럼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난 얌전히 히나 옆으로 가 몸을 웅크린 채 눈을 감았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네 곡 정도 연습이 끝나고, 역시 나보다 히나가 더 잘치는구나, 과연 내 자랑스러운 여동생이야! 그런식으로 내가 꼬리를 흔들면서 히나의 기타솜씨를 칭찬할때쯤 귀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오는 것 같아, 내가 짖자 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히나, 내 동생. 믿고있단다.

"야호~사요, 오늘도 먼저 와서 연습이야? 성실하네!"

"...나도 먼저 와서 연습하고 싶었는데, 리사가..."

"우다가와 아코!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다가 만난걸까, 짜기라도 한 듯 네 사람이서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섯이서 인사하자마자 1초가 아깝다며 바로 연습하자고 미나토씨가 말을 꺼낸 찰나에 우다가와씨가 날 눈치챈듯 눈을 번쩍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평소 버릇대로 그것을 피하려다가 개로써는 자연스럽지 않은 일 같아서 얌전히 그녀의 쓰다듬을 받아들였다.

"개가 있는데요? 사요씨, 이거 사요씨 개에요?"

"네. 친척이 부탁하고 간 개인데 며칠간 맡기로 했는데 집에는 지금 돌 볼 사람이 없어서 일단 데려왔어요."

"그렇네요...어라? 지금 방학 아니에요? 히나치는요?"

히나의 말에 우다가와씨가 뭔가 위화감을 이상하다며 날카롭게 치고 들어왔다. 등의 털이 바짝 서는 느낌이 들었다. 이럴때만 쓸때없이 예리하다니까.

"네, 이 개가 히나를 별로 안따라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어요. 히나랑 같이 있으면 계속 짖어대더라고요."

그렇지만 이미 상정내의 질문인듯 내쪽에 몰래 윙크를 하며 히나가 막힘없이 대답했다. 다른 네 사람도 딱히 의심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주변에 몰려들어서는 머리를 쓰다듬거나, 멍멍아, 손! 그런식의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서 내가 개 흉내를 안내면 들킬 가능성이 높겠지. 그렇지만 이래뵈도 개로 몇번이고 변하곤 했다. 이정도쯤이야 얼마든지 개 흉내를 내서 속일 수 있었다. 속으로 승리의 웃음을 지으며 완벽하게 개 흉내를 내어, 이마이씨의 손 위에 내 손을 올리거나 우다가와씨의 앞에서 배를 드러내거나 린코씨의 무릎에 턱을 올리자 세 사람은 내가 귀여워서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미나토씨만큼은 달랐다. 저번에 보여준 모습으로 추측컨데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같다.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은 채 내 쪽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마이크를 점검하더니, 무덤덤하게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럼 슬슬 연습 시작하자...사요, 개는 방해가 안되게 연습동안만이라도 좋으니까 입구쪽에 묶어줘."

"네. 모두, 여기까지만 하고 슬슬 연습 시작하죠."

미나토씨의 말에 히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내쪽으로 다가와 목줄을 잡아당겼다. 물론 내가 아프지 않게 손에 힘을 거의 주지 않은 채로.

이걸로 한시름 덜었다. 얌전히 연습을 구경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되겠지, 그렇게 안심하고있던 내 마음을 깨뜨린건 우다가와씨의 한마디였다.

"아, 귀여운데 조금만 더요! 그런데 사요씨, 얘 이름이 뭐에요?"

"이름...? 언니..."

생각해놓은게 없는데 어쩌지, 그런 의미로 히나가 언니라고 속삭이며 내 쪽을 쳐다보았다. 적당히 둘러대, 내가 짖으려는 찰나였다.

어느순간 히나의 옆에 이마이씨가 서있었다.

설마 방금 그 이야기를 들었을까? 털을 살짝 곤두새운채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진정하자, 방금 그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눈앞의 개를 히카와 사요라고 생각할 순 없을 것 이다. 그러니까 들려도 상관없어. 아니, 오히려 들었다고 한다면 적당히 둘러대. 내가 이마이씨를 보며 반갑다는 표현으로 몇 번 짖어대는 척 하며 히나에게 그 메세지를 담았다. 사정을 모르는 그녀는 내가 반가워서 짖는줄 알 것 이다. 내친김에 상체를 들어올려서 그녀의 뺨을 혀로 몇 번 핥자 결국 그녀가 아하하 하고 웃으며 날 와락 껴안아주었다.

"정말 귀엽네! 그런데 사요, 방금 좀 엿들었는데 이 개, 이름이 언니야?

"네. 아직 새끼때 저랑 히나가 친적집에 갔는데, 그떄 히나가 절 따라다니면서 언니, 언니 하는 소리를 들은 이후로는 자기 이름을 언니라고 알고있는지, 그렇게 부르지 않으면 반응을 안하더라고요."

"그렇구나. 그렇게 듣고보니까 조금 사요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욘석, 그만핥아! 가렵잖니!"

꺵, 아픈척하면서 머리를 떨어뜨리자 히나가 이제 연습 시작하자는 말로 이마이씨와 우다가와씨를 회유한 다음 날 문쪽에 묶어놓았다.

"그럼 시작하자. 우선은 다음 라이브 곡부터."

연습 순서는 이미 히나한테 말해뒀으니까 다음부터는 지켜보기만 하면 되겠지. 앞으로 세시간, 조금만 더 참자.

기지개를 펴며 음악을 편하게 감상하기 위해 바닥에 몸을 눕혔다. 평소에는 내가 저기서 연주하는 입장인데 연주하는걸 들으니 또 새로운 경험이였다.

이윽고 우다가와씨의 스틱 두드리는 소리를 시작으로 연주가 시작되었다. 눈을 감고 느긋하게 연주소리를 귀에 주워담았다.

*

두시간정도가 흘렀을까.

역시 히나의 솜씨는 나보다 정확하고 완벽했다. 평소 이상으로 호흡이 잘맞은건 물론이고, 언제나의 연주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곡이 연주되었다.

그렇게되자 나머지 네 사람도 그것에 놀란듯 서로 둘러보더니 연주의 감상을 서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오늘, 오늘, 오늘은 평소보다도 더 굉장했죠? 아코, 아직도 흥분으로 온몸이 떨려욧!"

"그렇네...특히 기타가 평소보다도 더 날카로웠어."

"역시나 사요! 굉장하잖아!"

"굉...굉...굉장했어요!"

특히나 히나의 칭찬이 뒤를 이었다. 내 자랑스러운 여동생의 연주니까 당연한거지.

물론 내가 있을때보다 히나가 껴있을때가 더 잘됬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질투심이 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자랑스러운 마음이 더 앞섰다. 내 여동생이야, 내 여동생이 저렇게 기타를 잘쳐요! 당장이라도 여동생 자랑을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 모습으로는 아무리 떠들어봤자 짖는 소리로밖에 안들렸기에 일단은 자제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네 사람이 히나의 솜씨를 칭찬하는데 언니인 내가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살짝 짖어서 히나의 솜씨를 칭찬하자 그녀가 자그만하게 브이자를 만들었다.

"그렇네요, 제가 생각해도 오늘 연주는 굉장히 룽♪​했어!"

그리고 이어진 히나의 말에 내가 짖는것조차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네 사람의 얼굴에도 뭔가 잘못들은거겠지 싶은 표정이 떠올랐다. 히나만이 내가 뭘 잘못했나 싶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컹, 컹컹!"

히나, 방금 내 말투가 아닌 [히나]의 입버릇을 말했어. 내가 그 부분을 지적하자 이내 히나가 뭘 잘못했는지 눈치챈듯 얼굴이 새빨게지더니 그대로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쌋다. 어떻게 해야하나, 스튜디오 안에 침묵만이 맴돌다가 이윽고 이마이씨가 웃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싶었지만 깔깔 웃은 그녀가 히나의 등을 몇 번 두드렸다.

"아하하, 아하하...사요, 그거 히나의 말버릇이잖아! 정말 사이좋네 너희 둘!"

"놀리지 말아주세요..."

"미안 미안! 실수라고는 해도 평소의 사요답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좀 쉬었다 하자. 쿠키 먹을래?"

능숙하게 히나의 실수를 묻고, 그대로 바로 휴식하자며 이마이씨가 이야기를 꺼내들자 방금 전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모두가 자리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난 감탄을 내질렀다.

역시 이마이씨였다. 솔직히 히나가 방금 전 말실수 한걸 보면서 어떻게 커버할까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것을 정말로 여동생을 사랑하는 언니의 말실수로 치부하고, 그것을 가볍게 묻고, 이어서 휴식시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자칫했으면 어색해졌을지도 모르는 분위기를 깔끔하게 정리하다니.

그래도 이마이씨가 있어서 다행이네, 원래대로 돌아오면 아무거나 이유를 붙여서 맛있는거라도 사줘야지.

내가 방금 전 일을 떠올리는 사이에도 티타임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마이씨가 끓여온 차를 다섯명한테 돌리고, 그녀가 만들어온 쿠키를 꺼내서 각자의 입에 하나씩 넣어주었다. 물론 히나도 이마이씨가 주는 쿠키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먹어서 한 입 와삭 베어물었다.

"어때 히나? 맛은 괜찮아?"

"네. 맛있네요."

이마이씨가 씩 웃으면서 히나에게 뭐라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뭐라 말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두 사람다 웃고있는걸 보니까 별 일 없는 대화겠지.

어쨋든 연습은 이걸로 끝인가, 하루는 어떻게 넘겼다. 발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다음 연습은 아무리 빨라도 2주 뒤일테고 그때면 돌아오겠지.

...그런데 착각일까? 내가 고개를 파묻은 순간, 이마이씨가 이쪽을 쳐다보는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물론 고개를 들었을때는 아무도 내 쪽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

연습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내가 계속 짖으면서 방금 전 히나의 행동을 칭찬했다. 잘했어 히나, 굉장해, 역시 내 여동생이야, 연주 뛰어났어, 집가서 더 들려줘...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계속 짖으면서 칭찬을 하고, 히나는 그것을 뿌듯한 표정으로 들으면서 더 해줘, 더!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있을때였다.

누군가가 앞 골목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우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마이씨였다.

이마이씨가 결의에 가득 찬 표정으로 우리 앞에 서있었다.

"기다려, 히나."

"리삿치...아니, 이마이씨..."

"연기는 그만해도 괜찮아. 사요가 아니라 히나라는건 처음 봤을 때 부터 알고있었으니까."

그 말에 내 목줄을 붙잡은 히나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졌다.

동시에 내 몸도 딱딱하게 굳었다. 연기는 완벽했을터. 도대체 어디서부터 그녀가 눈치를 챈거지?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는 우리 두 사람에게 다가오더니 리사가 히나의 머리에 손을 뻗고, 그대로 가발을 단숨에 벗겼다. 동시에 방금 전 까지 풍기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원래 히나의 분위기로 되돌아왔다.

"...이야, 들켰네! 미안 리삿치, 오늘 언니가 어떻게 해도 연습에 참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여서 내가 몰래 대타로 뛰었는데...그런데 언제부터 알고있었어?"

"처음 들어갔을때부터.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난 히나랑 같은 반이여서 알고있거든...그 피크, 히나꺼지?"

아차 싶었다. 옆을 보자 히나도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을 짓고있었다.

그랬다, 기타는 들킬까봐 내걸 쥐어주기는 했어도 피크만큼은 예외였다. 자신의 피크가 아니면 연주가 안되는걸! 그런 히나의 주장에 어차피 들킬 것 같지 않아 히나걸 쓰라고 했는데 설마 이렇게 걸릴줄이야.

"사요는 그 피크가 히나랑 세트로 산거라고 언제나 자랑하고는 했어. 그걸 아무 설명없이 바꿀 이유는 없지. 거기서부터 생각했어. 설마 사요 대신에 히나가 왔나 하고...그 다음은 말버릇이였어. 그 한순간, 연기하는 사요의 말투가 아니라 평소 히나의 말투로 돌아왔었으니까."

그건 확실히 실책이었다. 나와 히나조차도 한순간 포기했었으니까.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말 실수로 생각했던것에 반해서 이마이씨는 늘 히나의 말투를 들었으니까 단숨에 구별을 한 것 같았다.

"그걸로 확신했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떠봤지. 히나, 내가 너한테 먹였던 쿠키 기억해?"

"응."

"그거 당근쿠키야."

마지막 말로 그녀가 완벽하게 쐐기를 박았다.

당근을 싫어하는 난 한 입 먹자마자 바로 뱉을것이 틀림 없었을테지만 그것을 맛있게 먹고 웃으면서 대답까지 했다...내가 아니라 히나임을 확신하기에 충분했다. 한 방 먹었네, 내가 고개를 저었다. 히나 역시 넋나간 표정을 짓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아하하, 역시 리삿치야. 완전히 당했네! 이제와서 기억난건데 마지막에 실수인척 언니 이름이 아니라 내 이름 부른것도 전부 알고있어서 그런거였어?"

아까 내가 미처 듣지 못한 대화가 그거인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이 맴돌다가 입을 먼저 연 것은 히나였다.

"미안 리삿치, 아까도 말했지만 오늘은 언니가 연습에 참가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 있었거든! 조금 룽♪하지 못한 부탁이긴 한데 혹시 비밀로 해줄 수 있을까?"

"비밀로 하는건 상관없어. 그렇지만 히나, 나한테 뭔가 크게 숨기는거 없어?"

"숨기는거?"

"그래. 예를들어서..."

그렇게 말하더니 이마이씨가 무릎을 꿇어서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아니야, 아닐꺼야. 웃고있던 나와 히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싹 굳어졌다. 거기서 확신을 얻은건지 이마이씨가 양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는-

"사요가 개로 변했다던가."

폭탄을 터트렸다.

*


와!

여러분!

제 인생 처음으로 분량조절 실패라는게 나왔습니다!

쓴것중 거의 역대급 분량인데 이거!

따라서 이 뒷부분을 리사 편으로 쓸지, 아니면 사요편을 이어서쓸지 갑자기 고민되기 시작되는데 어쩌죠.

와 진짜 어쩌지.

해서 저번에 약속한 동물로 변하는 민트자매 ~ 사요편입니다.

개로 변한 사요를 열심히 표현은 했는데 잘 표현됬는지는 모르겠어요.

음.

늘 그렇지만 재미는 없네요.

제가 그렇죠 뭐.

너무 막나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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