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체분량의 1/11 ? 정도 쓴거같은데 아직 갈길이 너무 멀다

이상태면 언제올릴수있을지 가늠이 안가서 프롤로그 느낌으로 이거라도 올려봄







한 마디로 쉽게 정의내릴만한 날씨는 아니였다.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은 세차고 매서웠지만 기온은 낮지않다.
오자마자 녹아내리는 눈송이들로 거리는 가득 차있었다. 구름에 물감을 잔뜩 뒤섞어놓은듯한 모습으로 하늘은 흐르고있었다. 비가 올수도 있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나니 필통밖에 들어있지 않은 가방이 문득 무겁게만 느껴졌다.
평소보다 무거운 몸을 질질 끌며 걸었다.


"코코로, 여기."


"아, 미사키. 안녕?"


언제나와 같은 거리에서 마주한 그녀가 인사한다.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자 이내 입술이 둥글게 휘어진다. 손가락으로 주욱 내렸으나 움직이지 않아 쓰고있던 목도리를 들어 가렸다.
반대편에 있던 그녀가 손을 흔들며 곁으로 다가온다. 인사하던 손이 이내 가까이 다가온다. 손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의아하다는 표정만 지을뿐 그녀에게 더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하고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간다. 평소와 크게 다름없는 모습이다. 아마도.


"코코로, 오늘 있던 숙제는 다 했어?"


"아, 응."


"그렇구나."


봄바람에 상기된 그녀의 두 볼이 은은하게 붉다. 둥글게 휘어올라간 눈매는 쉬지않고 움직인다.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텐데도 힘찬 모습이다.
눈이 감긴다. 그녀의 모습이 흐려진다. 끝내 손등으로 덧씌워진 안개를 눈에서 벗겨낸다.
다시 눈을 뜨자 그녀의 뒷모습만이 보였다.


"졸리진 않아?"


"으응, 괜찮아."


그것으로 끝이다. 다시 발소리만이 울려퍼진다. 둘만의 거리인것마냥. 바람에 스친 볼이 화끈거렸다. 아무 말 없이 조용하게 걷고있는 그녀가 이상했지만 구태여 의문을 표하진 않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침묵에 다만 편안했다. 그녀를 바라보던 얼굴을 들어 하늘로 입김을 불어냈다. 부연 공기가 하늘로 떠오른다. 태양이 한순간 가려진다. 눈을 감았다. 겉옷을 강하게 조여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문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멀리 있음에도 선명하다. 무언가가 바뀐것같은 모습에 하릴없이 그녀를 바라본다. 등 너머로 살짝 그녀에게 말을 건다. 그러자 오랜 침묵이 달아났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괜찮은걸?"


"...그래. 그럼 됐어."


허공을 두드리는것처럼 공허한 대화. 낯선 어색함이 바람처럼 온 몸을 흝고 지나갔다. 그제야 네가 오늘 한번도 나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는게 어렴풋이 떠올랐다. 눈에서 스쳐지나간 무심함. 갑자기 심장이 죄일듯 아려왔다. 변한 네 모습에서 보이는 하나하나가 모두 두려워 더는 그녀를 볼수가 없었다.


네게 인사를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그녀를 피해 자리에 몸을 뉘었다. 뻣뻣했던 몸이 순식간에 풀어져 책상에 퍼진다. 시야가 어두워진다. 침묵이 다시 몸 주위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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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로가 미사키를 피하는걸 보고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