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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바이케틀] Skin (1)

바이케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1.24 21:07:45
조회 929 추천 16 댓글 11
														

ACT 1


사이렌의 빨갛고 파란 빛이 거리를 수놓았다. 열 몇 대의 순찰차들이 길거리에 죽 늘어섰다. 하늘은 어두웠고, 구름 아래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만큼 용감한 별은 하나도 없었다. 경찰관들은 부산하게 주위를 돌아다녔으며 모두 각자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마 보안관일 한 명의 경찰만은, 완전히 넋이 나가있는 것 같았다. 케이틀린은 그저 공허한 얼굴로 부하들이 바쁘게 주변을 헤집고 다니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높은 빌딩 한 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 주위의 모든 소리, 모든 사물은 물에 번진 듯 흐릿했고 웅웅거렸으며 그녀의 귀까지 닿지 않았다.


그 어떠한 총격전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케이틀린의 귓가에는 귀가 멀어버릴 것 같은 총성이 끝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멀리서 들려오는 듯 하면서 동시에 아주 가까웠다. 숨을 들이킨 그녀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소총을 꽉 움켜쥐었다. 


“보안관님,”


허공을 떠돌던 케이틀린의 시선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경찰관에게로 고정되었다. 그녀는 늘 주위를 살피는 성격이었고, 상황을 언제나 완벽하게 파악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사람들이 앞서 언급한 그녀의 성격에 의문을 갖게끔 만들었다. 케이틀린이 간신히 현실로 되돌아오자, 살갗을 스치는 싸늘한 밤 공기와 함께 왁자한 소음이 귓가로 밀려들었다.


“무슨 일이죠?”


“건물 안 범죄자들을 체포했습니다. 보안관님이 말씀하신 것이 맞았습니다. 지하에 있던 아이들을 발견했거든요. 듣던 대로 인신매매를 하고 있던 것이 확실합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특정 장소에 아이들이 붙잡혀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 조사를 그녀 혼자 시작한 것은 아니었으니. 사실, 애초에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결심한 사람은 케이틀린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그녀였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솔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녀가 자신의 마법공학 차량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경찰관이 뒤를 따랐다. “예, 보안관님. 아이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고 저 흉악한 범죄자들을 신속하게 감옥으로 이송하겠습니다.”


케이틀린은 굳이 입을 열어 경찰관에게 물러가라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잔뜩 지친 채, 미끄러지듯 차에 올라타 현장을 벗어났을 뿐이었다. 그녀의 죽음 이후로 계속되는 매일과 똑같은 하루였다. 보안관에게 있어서 일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셀 수 없는 도시의 빛과 밝은 네온 사인이 필트오버의 대로를 달리는 그녀의 눈 앞에 번쩍였다. 그녀는 몇몇 차량을 추월해 달렸다. 케이틀린의 시선은 자신 앞의 도로에 고정되어 있었으며, 인도에 잠깐의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에도 불구하고, 케이틀린은 집으로 바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어떠한 곳에 가고 싶었다. 그녀가 반드시 찾아가야 할 그 장소에.


작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는 계기판에 불이 들어왔다. 작은 모니터에는 ‘전화 수신’ 라는 단어가 크게 떠올랐다. 아무와도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던 케이틀린이 빨간 아이콘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녀는 중요한 용건일 수도 있는 전화를 이처럼 눈 하나 깜짝 않고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이 순간 그녀에겐 거리낄 것이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단 한 가지는, 그녀가 향하고 있는 목적지였다.


자동차가 쓰러져가는 창고 앞에 멈춰 섰다. 가볍게 스크린을 두드리는 그녀의 손길에 엔진이 꺼졌다. 소총을 손에 쥔 그녀가 차에서 내려 문을 잠그고, 문짝이 떨어져나간 허름한 창고로 다가갔다.


어둡게 그늘진 건물 안으로 들어간 케이틀린은 목소리를, 끝없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아릿한 비명을 지르고 띄엄띄엄 울부짖는, 바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창고 안에 끔찍한 귀신이 떠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마음 한 켠에서, 그녀는 자신의 소총에 끈이 달려있는 것에 감사했다. 어깨에 매는 끈이 없었다면 그녀는 바로 소총을 떨어뜨렸을 것이다. 그녀가 건물의 옥상으로 이어지는 녹슨 계단을 밟았다. 잔뜩 낡은 금속에 그녀의 부츠가 부딪혀 낮게 울리는 소리를 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녀의 부츠가 점점 더 무거워지는 듯 했다. 그녀의 소총은 소중한 무기라기 보다는 무거운 짐처럼 여겨졌다. 계단 끝에 자리한 문을 가볍게 밀자, 거슬리는 큰 마찰음을 내며 문이 열렸다.


문은 더 이상 옥상을 향하는 그녀의 시야를 막지 않았다. 동시에 한쪽 구석을 본 그녀는, 무너져 내릴뻔했다. 그 특별한 장소에는 오래 전 말라붙은 핏자국이 있었다. 페인트의 긁힌 자국과 여기저기가 패인 벽은, 메말라 버린 진홍빛 핏자국 아래에서도 여전히 선명한 것이었다.


케이틀린은 몸을 내던지고 싶었으며, 동시에 비명을 지르고 목놓아 울고 싶었다. 그녀는 한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자신을 속으로 몇 번이고 저주했다. 그녀가 남몰래 가장 소중히 여겼던 그 사람은, 곁을 나뒹구는 부서져버린 커다란 건틀릿과 함께,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있었다. 새빨간 피가 그녀 가슴팍의 감출 수 없는 상처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목이 메어 흘러나오려는 흐느낌을 억누른 케이틀린이 간신히 떨어지려던 눈물을 참아냈다. 그녀는 그 장소에 시선을 고정하고 천천히 다가갔다.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은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녀는 이 이상 울음을 참을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한 방울, 그리고 또 한 방울,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무릎이 눈물에 젖어 들었다. 손을 앞으로 뻗은 그녀가 손끝으로 피 묻은 벽을 어루만졌다. 이건, 그녀의 피였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소총의 작은 레버를 당겼다. 총탄이 소총 옆으로 툭 굴러 떨어졌다. 그녀는 그것이 땅으로 떨어지기 전 잡아냈다.


총탄을 손에 쥔 그녀가 덜덜 떨며 천천히 앞에 늘어선 세 개의 같은 총탄 옆에 그것을 내려놓았다. 그 총탄들은 이전 그녀가 이곳에 찾아왔을 때 놓은 것들이었다.


“바이…” 그녀가 조용히 속삭였다. “내가 이 이상 버틸 수 있을지…나도 모르겠어요…”


손가락이 방금 놓인 총탄을 부드럽게 쓸었다.


“한 달이 지났는데…그런데…”


주먹을 움켜쥔 케이틀린이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 다물었다. 


“보고 싶어…”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자세로 머물렀는지 알 수 없었다. 바람이 불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금 흐트러뜨렸다. 그녀는 매주 이곳에 찾아와 죽어버린 파트너에게 이처럼 오롯한 헌사를 바치곤 하는 것이었다. 


매일, 셀 수 없는 생각들이 그녀의 마음을 스쳤다. 그녀의 마음은 이 고통을 끝내기 위해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질러버리라고 속삭였다. 감사하게도, 그녀는 여전히 그런 스스로를 멈추게 할 만큼의 자제력을 갖추고 있었다. 바이를 실망시킬 것이라는 생각은 그녀에게 있어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며칠 전, 그녀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끝내버리고 싶었다. 소총의 주둥이는 그녀 자신을 겨누고 있었으며, 그녀의 손가락은 언제든 방아쇠를 당길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바이는 케이틀린이 자신을 위해 목숨을 끊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케이틀린은 바이의 죽음에 숨막히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처럼 함께 순찰에 나서는 대신,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서류를 처리하느라 바이에게 저녁 순찰을 혼자서 끝마치라고 지시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증오했다.


왜 그랬을까?


만약 그것이 바이와 나누는 마지막 대화인 것을 알았다면, 그녀는 보다 다른 행동, 다른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어요?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예요, 바이. 가서 순찰이나 해요.” 같은 말이 아닌, 다른 말을.


바이는 그녀와 만난 순간부터 셀 수도 없을 만큼 무수히 그녀에게 데이트 요청을 했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케이틀린은 그것을 무뚝뚝하게 거절했다. 기분 상한 티를 내거나 침울해하는 대신, 조금 부루퉁한 표정을 지은 바이는 짧게 손을 흔든 뒤 떠났다.


이제, 그녀는 홀로 간직했던 마음을 바이에게 말할 기회를 영영 잃고 말았다. 혼자 억눌렀던, 뚜렷하게 정의할 수 없었지만 비로소 선명해진 그 감정들. 그녀는 자신이 보다 빨리 스스로의 감정을 깨달았다면, 하고 절망적으로 바랐다. 소중했던 시간들은 모두 의미 없이 흘러가며 버려졌다. 그녀는 다시는 그 시간들을 되찾을 수 없을 터였다.


이제 와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차갑고 비통한 저녁에 바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내어놓는 것뿐이었다. 








-


총 9편 아직 완결 x 그래도 어느 정도 내용이 마무리는 되어있어서 골라보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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