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크게 두가지 분류로 나뉜다고 했던가. 스트레스가 그대로 바깥으로 터져나가는 사람과, 스트레스를 내보내지 못하고 자신의 안쪽에서부터 타들어가는 사람. 스트레스를 표출하는 사람들은 뒷일은 어찌됐든 그걸로 해소한다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모든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죄책감과 좌절감에 휩싸이게 돼고, 타들어간 스트레스가 지나간 자리엔 메꾸기 어려운 구멍이 남게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인한 공백은 사람의 성격을 바꾸거나, 사람을 망가뜨리곤 하는 것이었다.

마루야마 아야는 재능에 관해서라면 자신이 특출난것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누구보다 노력했던 것이다. 실수를 해서 혼날때도, 고강도 트레이닝을 해낼때도 아야는 웃는것 만큼은 절대 잊지 않으면서 지내왔다-비록 같은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아야쨩은 왜 못해? 하고 악의없이 던지는 말에 상처받긴 했지만- 연예인이면서 다른 멤버들보다 일이 없고, 아르바이트로 사실상의 생계 유지를 해가면서도 꿈을 향해 나가자는 다짐을 잊는 일은 결코 없었다. 빛나는 별이 돼고 싶으니까. 그것이 그녀가 사는 이유였다.

"아야쨩, 그러니까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는거야?"
연습실에 치사토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신곡 발표를 앞둔 기간에는 유난히 치사토에게 혼나는 일이 많은 아야였지만, 최근 드라마 일정도 겹쳐 일정과다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인 치사토에게는 아야의 실수가 인내심의 한계를 건드리는 스위치로 작용된 것이었다.
"저기 치사토씨, 아야씨도 잘못한건 알고 있으니까.."
"알긴 뭘알아? 사람이 알면 좀 배워야 할거아냐. 앞에서 틀리고, 앞에서 맞으면 뒤에서 틀리고. 아야쨩은 학습능력 이란게 없는걸까? 아니면 일부러 남고싶어서 그러는거야? 남들도 다 너처럼 일이란게 없는줄 알아?"
"에? 나는 없는데? 언니 만나러 가는건 있어도.."
"히나씨 지금은 그런 말 할 타이밍이 아니지 않나요.."
"미안해..그러니까 다시 부탁.."
"지금 그런 얘기가 나와? 양심이 없는거야 진짜? 그렇게 실수를 해먹어서 사람들을 더 붙잡아 놓겠다고? 우리가 너 뒤치다꺼리 해주려고 모인건줄 알아? 하긴 이러니까 제대로 데뷔도 못하고 연습실에나 쳐박혀있었.."
"치, 치사토씨!"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발언에 마야가 급히 소리치며 치사토를 막았다.아차, 하고 급히 말을 멈춘 치사토였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다음이었다. 아야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타고 내렸다. 그대로 고개를 떨군 아야는 이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러네..미안..나만 생각했지..이건 나 혼자 연습할게..붙잡아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악보를 집어들고 뛰쳐나가다시피 연습실을 나갔다. 아야씨 괜찮을까.. 걱정하는 멤버들이었지만, 치사토는 특히 심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곳에서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아야가 너무 답답해서 생각나는대로 쏟아낸 말들이 뒤늦게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었다. 치사토는 연습실을 정리하고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내일 학교에서 아야를 만나면 사과하자..라고.

"좋아! 하루만에 이렇게 나아지다니, 할수 있었잖냐 마루야마."
트레이너의 칭찬에 다른 멤버들은 벙찐 반응이었다. 아니, 그럴수밖에 없었다. 어제의 실수투성이였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멤버들이 놀라는 와중, 치사토는 착잡한 표정으로 아야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것이, 치사토가 오늘 아야를 처음 만난곳은 학교가 아닌 연습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 설마 학교도 빠지고 지금까지 연습했던걸까..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한층 더 쌓이기 시작했다.
"저기 아야쨩.."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한 아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연습실을 나갔다. 평소같았으면 연습이 잘 끝났을때 멤버들에게 칭찬해달라는 듯이 달라붙었을 아야였을텐데, 역시 어제 내가 한 말 때문인걸까..그렇게 생각할때였다.
"확실히 오늘 아야쨩은 뭔가 이상했지~분명 노래는 잘 했는데 전혀 룽하지가 않았고.."
"오늘의 아야씨는 뭐라고 할까, 무사도! 같은게 아닌 시노비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랬죠..아야씨의 모습은 침착했다기보단 뭐랄까, 아무것도 없었다는 느낌이.."
"앗 마야씨, 드디어 저의 무사도가 느껴지셨군요!"
"우왓 이브씨 갑자기 껴안으시면 위험합니아앗"
"..확실히."
치사토는 멤버들의 말을 들으며 오늘 아야의 모습을 다시한번 떠올렸다. 자신은 물론,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던 아야의 모습을.

신곡 라이브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멤버들의 텐션도 최고치였고 관객들의 호응도 상당했다. 아니, 파스파레 결성 이후 최고의 라이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렇기에 멤버들은 현재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대기실에 돌아온 치사토는 멤버들, 스태프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 하고 있었고, 아야는 다시 한번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아야는 이번 라이브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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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해진 아야가 보고싶어서 써내려갔는데 졸려서 못쓰겠다 나머지는 내일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