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오도 안 됐다구요.”

새하얀 이불 속에서 하나가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온몸을 이불로 꽁꽁 싸맨 상태로 하나는 꾸물거리며 두 팔만 꺼내 인기척이 묻어나는 침대 아래쪽을 향해 벌렸다. 제게 와 같이 껴안고 좀더 잠을 청하자는, 메르시를 향한 무언의 행동이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일을 마친 메르시를 기다리다 결국 먼저 잠들었건만 하나는 저보다 늦게 잠자리에 든 메르시보다도 훨씬 더 늦게 일어났다. 그나마 그시간에라도 일어날 수 있었던 건 메르시가 침대 아래쪽에 걸터앉아 서류를 뒤척이는 소리때문이었다.

그러나 메르시는 하나의 잠긴 목소리도 듣지 못할 만큼 집중하고 있었던 건지 잠이 덜깬 하나에게 아침 인사를 건내지도, 다가가 안고 잠을 다시 청하지도 못했다. 메르시는 그저 마지막 단락을 읽은 종이 한 페이지를 팔락, 하고는 넘길 뿐이었다.

제 품 안에 들어오는 온기는 느껴지지 않고 애꿎은 종이 소리만 들려오자 하나는 힘없이 두 팔을 떨궜다. 그리곤 잠시 생각에 잠겼다.

토요일인 어제는 야근, 그제도 야근, 그래도 엊그제는 휴무일이었지만 그것도 다 수요일에 한 당직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박사님이 한결같이 일에 파묻혀 하나 자신은 뒷전이 된 지 벌써 이주가 넘었다.

물론 정말로 메르시가 자신을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같은 휴일마저 일에 빠져있는 메르시가 영 마음에 들지 않은 하나였다.

속으로 한숨을 삼키곤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히 씻고는 다시 제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찬물에 씻은 손이 아직 차가웠다. 그러나 이내 곧 어깨를 으쓱하며 하나는 제 앞에 보이는 진주같은 새하얀 피부에 손을 뻗었다.

“읏⋯! 하나!”
“좋은 아침이에요, 박사님.”

어깨에 닿는 찬 기운에 흠칫 놀란 메르시는 살짝 높아진 목소리로 하나를 불렀다. 아이는 그저 메르시 자신을 보며 싱긋 웃을 뿐이었다. 장난스러운 그 모습에 메르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섪게 웃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응, 좋은 아침이에요. 언제 일어났어요?”
“아까부터요. 제가 더 자자고 했는데⋯ 역시 못 들은거죠?”
“미안해요, 읽어야하는 서류가 남아있어서 신경을 못 썼네요.”

하나는 그런 메르시가 섭섭하다는 듯 살짝 눈을 흘기며 상체를 기대 몸을 살짝 붙였다. 그리곤 아직까지 찬 손을 천천히 움직이며 메르시의 대충 올려묶은 머리에 드러난 목선을 쓰다듬듯 스치고, 어깨에 걸친 얇은 슬립 끈을 툭 건드리다가 손을 내려 진득히 쇄골을 훑었다. 그런 하나의 행동에 당황한 건 메르시 쪽이었다.

“하, 하나?”
“그냥- 백허그예요. 긴장할 게 뭐 있다구.”

정말 별 거 아니었다는 듯 가벼운 말투로 대꾸하고는 하나는 메르시를 꽉 껴안았다. 방금 전 채워지지 않았던 제 품이 이제야 만족스러워진 느낌에 하나는 메르시의 어깨에 얼굴을 부비며 웃어보였다. 귓가에 들리는 아이같은 웃음소리에 메르시는 그제야 방금 전 행동 역시 장난이었다고 생각하며 살풋 웃었다.

하나는 제 행동에 메르시의 긴장이 풀어지는 게 느껴지자 둘렀던 손을 풀고는 메르시의 손에 들려있던 서류 뭉텅이를 슬며시 빼앗아 침대 밑으로 툭 떨구는 것이었다.

“아, 하나 그건 왜-,”
“당분간 박사님이 볼 일 없을 거라서요.”
“네?”

언제 제 앞으로 돌아온건지 모를만큼 하나는 빠르게 위치를 바꿔 침대에 앉아있는 메르시를 마주보며 서있었다. 그리곤 아직 하나의 생각을 다 읽지 못한 메르시가 의아해하기도 전에 메르시의 어깨를 붙잡아 침대로 밀어넘어뜨렸다.

“이제 좀더 잘 수 있겠네요,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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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혀오는 입술에서 느껴지는 치약의 민트향에 메르시는 하나가 진심으로 휴일 아침부터 할 생각이라는 걸 깨닫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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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공 하나 드디어 적었다 사실 좀 피곤해서 대충 써봤음 유혹공이든 유혹수이든 하나메르는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