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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사탕, 드실래요?"

ㅇㅇ(116.124) 2019.02.10 14:39:02
조회 889 추천 27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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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아침부터 먹구름이 몰려있어서 긴가민가 했었는데 맞았나보다. 다행히 엄마가 우산 가져가 라는 소리를 들어서 챙겨왔지, 못 듣고 그냥 학교에 갔더라면 옷이 젖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 등짝 스매쉬 얻어 맞기 일쑤였다. 민아는 앞이 보이는 투명한 우산을 손에 꼭 쥐고 펼쳤다. 중앙 현관에 똑같이 우산을 펼치며 지나가는 아이들을 바라본 민아는 고개를 돌려 빗 속으로 걸어나갔다.


6월. 장마의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는 달. 차박차박 울림을 내는 빗물에서 민아는 싫은 내색을 보이며 걸음걸이를 이어갔다. 빗물로 인해 흙냄새와 싱그러운 풀냄새가 뒤섞여져 몸이 거부 반응해도 잔인하게 코 끝으로 전해진다. 비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억지로 달라붙는 끈적함이 불쾌해서 비가 내리는 날에 밖으로 나가는 건 싫었다. 내심 땡땡이를 쳐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엄마의 잔소리가 하늘로 치솟아 오를거라는 두려움에 포기하고 말았다. 버스 정류장이 점점 시야에 들어오자 민아는 주머니 속에 핸드폰과 이어폰을 꺼냈다. 늘 혼자 음악을 들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버릇 때문에 오늘도 마찬가지 무의식 적인 행동을 취하는 그녀였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민아는 빈자리에 앉았다. 예상대로 아이들의 수는 적었고 전광판에는 버스가 올려면 몇 분 정도 소요 된다는 글이 비추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찾고 있는 민아에게 어느 여성이 버스 정류장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깔끔하게 차린 검은 정장과 똑부러져 보이지만 어딘가 슬퍼보이는 눈매의 여성이 우산을 접으며 민아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러고 나서 어깨에 맨 가방을 품에 안아 상체를 숙인 여성은 얼굴에 그늘이 진 채 한숨을 쉬었다. ------쏴아아아. 잔잔하게 내리던 빗소리가 느닷없이 굉음을 내며 사나워지고, 이윽고 잿빛 하늘에서 번쩍 하면서 커다란 소리가 주변에 메아리쳤다.


"---꺄악!!"


갑작스런 날벼락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란 여성은 외마디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옆에 앉은 민아의 어깨에 기대었다. 아티스트를 찾고 있던 민아는 웬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온 것에 깜짝 놀라며 이어폰을 빼들었다. 하늘에서 짐승의 목소리와 비슷한 울림이 잦아들고, 여성은 조금 진정됐는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어깨에 흘러내렸다. 서로의 눈높이가 뜻밖에 이루어지면서 한 순간 숨이 멎는다. 여성은 황급히 민아에게서 떨어지며 사과하였다.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정돈하면서.


"...괜찮아요?"
".......어? 으, 응."


가만히 여성을 관찰하던 민아가 이어폰과 핸드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고 여성에 다가갔다. 분명 눈 주위가 빨간 것 같았는데. 궁금증을 못 견디며 흉부까지 내려 온 기다란 머리카락의 커튼을 젖히며 확인하였다. 그리고 곧 그게 잘 못 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민아가 말을 걸었다.


"울었어요?"


다짜고짜 얼굴을 들여다보며 질문하는 여학생에 흠칫하며 몸을 떤 여성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상관하지 말아달라고 쏘아붙였다. 초면에 이런 행동은 옳지 않은 것 같아 일단 거리를 벌린 민아는 제 자리에 돌아가 지면에 세차게 떨어져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었다. 시원한 소나기가 내린다. 당분간 그치지 않을 것 같은 추세의 빗방울과 번개때문에 어색한 기류가 흐를 뿐인 정류장 안에서는 이제 둘만 남겨져 있다. 민아가 여성에게 힐끔 눈치를 본다. 하지만 여성은 아무 말 없이 상체를 숙이고 어깨를 떨며 난데없이 이야기를 펼쳤다.


".....면접시험에 떨어졌어."
"네?"
"그게 마지막 기회였었는데 떨어졌어...너무 속상해....부모님에게 면목 없고...흐윽..., 으흑.."
"................."


품 안에 있는 가방을 여성이 꼭 끌어안으며 흐느꼈다. 아무 말 없이 여성에게 시선을 둔 민아는 도로에 무심하게 지나치는 자동차에 응시하며 여성이 하는 말들을 귀담아 들었다. 26번째 라고 한다. 처음에는 실수해서 그런거라고 다음에는 잘 될거다 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며 도전해보았던게 26번째 라고 한다. 뉴스에서 종종 취업난 이라고 보도 되었었는데 직접 들어보니 피부에 와닿는다. 자신도 언젠가 취업이 되지 않아서 이렇게 울지 않을까. 왠지 모르게 어깨가 무거워진다. "미안해, 이런 말 해서." 쓸쓸하지만 다정한 말이 귓가에 스며들었다. 그에 비해 빗소리는 쌀쌀맞고 날카롭게 찔렀다. "아, 맞아." 머릿 속에 번뜩이는 무언가에 민아가 혼잣말 하며 가방 속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분명히 친구에게 받은 사탕이 있을텐데.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달랑 하나만 먹고 가방에 넣어 둔 사탕봉지를 집어 꺼내었다.


"사탕, 드실래요?"


아예 없는 것 보다는 났다만은. 최대한 미소를 짓고 자연스럽게 사탕봉지를 건네는 민아에게 여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았다. 잠시 머뭇거리며 주저하던 여성이 이내 사탕봉지를 받아들었다. 여러가지 맛이 들어가 있는 작은 사탕을 본 여성은 하나 꺼내 껍데기를 뜯었다. 알사탕을 입 속에 넣은 것 까지 지켜본 민아가 옅은 미소를 흐르며 대답했다.


"누가 그러던데요, 단 것을 먹으면 잠깐이나마 쓰라린 기억 잊게 해준대요. ...그러니까, 나쁜 기억이 떠올릴 때마다 집어 먹으세요."
"........"


어느 덧 3분 이면 버스가 도착한다는 나레이션이 버스 정류장에서 울려퍼졌다. 슬슬 헤어질 시간이었다. 속으로는 좀 더 대화를 주고 받고 싶었지만 움직여야 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아가 가방을 챙기며 우산을 고쳐 쥐었다. 이대로 가다간 놓치게 된다면서 여성이 안절부절하며 쳐다보았다. 그러나 애타는 심정과는 다르게 그저 앞을 향해 바라보며 기다리는 민아를 여성이 급하게 손을 뻗었다. 끌어당기는 느낌에 민아가 뒤를 돌았다. 치맛자락을 꼬옥 쥐고 놓지 않는 것에 말하려던 찰나 생각치 못한 여성의 물음이 이를 가로챘다.


"-----또 만날 수 있는거지...?"


순간, 입이 다물어졌다. 또 만날 수 있는 걸까. 혼란스러운 마음과 확신이 서질 않는 판단때문에 복잡했다. 여전히 소나기는 주룩주룩 내렸다. 그리고 눈을 맞추며 간절히 기다리는 여성에게 민아는 말을 내뱉어야만 했다. 빗길을 가로지른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여 대답을 촉구하는 것처럼 승강구가 열렸다. 좀 처럼 여성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지 못했던 민아가 겨우 살펴봤다. 예쁜 사람. 이렇게 예쁜 사람이 어째서 계속 떨어지는 걸까.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오르며 입술을 움직였다. 다시 만나게 될거라고. 언니가 취직하게 되면 꼭 여기서 만나게 될거라고. 치맛자락에서 놓지 않았던 손의 힘이 풀려진 것이 느껴진다. 민아는 승강구에 올라섰다. 여성은 선물 받은 사탕봉지를 꼬옥 간직하며 서서히 정류장에서 멀어지는 버스를 물끄러미 보면서 읊조렸다.


"...고마워."



---------------


댓글이 많아서 사다리 타기 게임으로 했더니 사탕 드실래요 가 나와서 써봤음. 취업생x여학생도 나름 괜춘한 것도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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