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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 자기전에 생각난 거 써와봤음

알파베타감마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10 16:17:54
조회 364 추천 14 댓글 3
														

의사선생님의 손과 함께 눈을 덮고 있던 붕대가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간다. 윤정은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던 동안 줄곧 안대를 끼고 있는 듯했다. 평소 안대를 끼고 자는 버릇이 있던 그녀는 잠자기 전이면 새카만 어둠 속에서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모르는 그 상태가 실명과 비슷하진 않을까 생각했었다. 손이 몇 바퀴나 돌았을까, 붕대가 다 풀리고 나자 눈꺼풀을 몇 번 감았다 떠 보았다. 막상 닥쳐보니 안대를 낀 것과는 다른, 뿌연 안개에 갇힌 것 마냥 이상한 느낌이었다.

"진짜 하나도 안보이네요."

맞은편에 앉아 계시는 의사선생님에게서 난처함이 느껴졌다. 아무 말도 없이 헛기침 소리만 들렸다. 정적이 괴로웠던지 전에도 들었던 말을 똑같이 되풀이했다.

"윤정 씨, 지금 당장은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점차 나아질 겁니다. 지속적으로 내원하셔서 검진 꼭 받으시구요, 처방된 약들은 빼먹지 말고 잘 챙겨 드시고. 통증이 심하시거나 이상 증세가 있다 싶으시면 바로 오시구요. 아시겠죠?"

말이 끝남과 동시에 타자 소리가 멈췄다. 의사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느낀 윤정은 말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다시 고개를 돌려 컴퓨터로 향했다.

"주변에 도와주실 분은 계시나요? 없으시다면 병원 측에서 소개도 가능한데."

다시 타자 소리를 내기 시작한 의사가 물었다.

"아뇨, 괜찮아요." 윤정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건 다행이네요.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야 면식이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게 더 낫죠. 환자분께서 마음도 더 편하실 거고요."

그런 말 안 해도 내가 알아서 할 텐데, 윤정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직 누군가에게 배려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쓸데없는 오지랖이라고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을 텐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쩌나, 걱정으로 한숨이 나오려고 했다.

"그러면 부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의사가 종이뭉치를 직접 손에 쥐여주었다. 뭐가 적혀있는지 궁금했지만, 알 도리가 없어 그대로 주머니 속에 구겨 넣어두었다. 의사의 도움을 받아 진찰실을 나섰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여기서부터는 제가 모시고 갈게요."

"아, 도와주시기로 한 분이신가요?"

네, 사촌이에요,라며 수린은 윤정의 손을 잡았다.

"저기 보이는 데서 수납하시고 그 뒤편에서 약 받아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치고 수린은 윤정을 데리고 수납처로 향했다. 윤정의 불안한 걸음이 손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였는지 수린은 팔을 뻗어 윤정의 허리 뒤로 둘렀다. 갑작스러운 밀착감에 윤정은 흠칫했지만, 아무 말 않고 다시 걷는 데에 신경을 쏟았다. 분명 그리 멀지 않았을 텐데, 윤정은 자신이 병원이 아니라 광장 한복판에 있는 듯했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공기의 흐름이 윤정을 치고 지나갔다. 이내 수납처에 도착하자 수린은 윤정을 의자에 앉혀놓고 주머니 속에서 종이뭉치를 빼갔다. 그제야 윤정은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고 내쉴 여유가 생겼다.

병원을 나와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윤정은 조용했다. 수린도 윤정을 배려하는 건지 잠자코 거들어 줄 뿐이었다. 침묵이 어색했을 법도 한데 먼저 말 꺼내는 일이 없었다. 사실 윤정은 남들에겐 우울해 보여도 평소와 별다를 게 없었다. 앞으로 한동안 눈을 뜨고 다닐지 감고 다닐지, 어차피 안 보이는데 뜨고 다닐 필요가 있나, 같은 시시한 생각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집에 도착할 때가 되자 문득, 아직 수린과의 인사도 빠뜨렸단 걸 깨달았다.

윤정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소파로 향했다. 다리에 힘을 너무 많이 주고 걸은 탓인가 종아리가 뻐근했다. 윤정을 앉힌 뒤 수린은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가재도구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돌아다녔다. 대충 다 살펴보고 나자 식탁에 있던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조금 지나자 달칵, 스위치가 튕겨 올라왔다. 커피 드실래요? 수린의 물음에 윤정은 응, 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한 손에는 뜨거운 커피를, 다른 손에는 아이스커피를 들고 윤정 옆으로 다가갔다. 커피를 내려놓은 수린은 윤정의 손을 잡아 아이스커피 잔에 가져다 대었다. 아까부터 예고없이 전해지는 부드러운 손의 감촉에 윤정은 좀처럼 익숙해지질 않았다.

"언니는 잘 지내?"

"엄마요?"

윤정은 인사 대신 안부를 묻기로 했다. 늦둥이였던 탓에 윤정과 언니는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났다. 어릴 적에는 거의 부모님 대신 언니가 키워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격 좋고 보살핌 강한 언니였다. 이번에 윤정이 입원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와줬던 사람이었다. 도우미 구하기로 고민하고 있을 때에도 먼저 자신의 딸인 수린은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었다.

"잘 지내고 계세요. 건강에도 딱히 별일 없으시고. 이모 걱정은 매일같이 하시지만요. 병문안 가봐야 되는데 시간이 안 된다고 얼마나 걱정을 하시는지."

언니답다고 생각하며 윤정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커피 위에 떠 있는 얼음이 입술에 와닿았다.

"…내가 차갑게 달라고 했었나?"

"아뇨, 그냥 뜨거운 건 드시기 힘드실 것 같아서. 아이스커피 싫어하세요?"

"아, 아냐. 좋아해. 뜨거운 것보다 나아. 그냥 생각나서."

수린의 웃음소리가 살짝 들렸다. 윤정은 수련의 배려심과 섬세함에 내심 감탄했다. 언니가 워낙 바쁜 탓에 수린과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이 수린이 6살 남짓 됐을 때의 설날이었으니, 수린이 기억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마냥 귀엽고 천진난만했던 꼬맹이가 어느새 앳된 품위까지 띄우고 있으니 미묘한 기분이었다. 어떤 모습으로 자랐는지도 보고 싶었지만, 옛날의 모습과 지금의 목소리만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상상 속에 꽤나 미인이 그려졌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자니 어색한 기운도 점차 사라졌다. 좋아하는 가수나 영화 취향 등에서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있어 말하기 편했다. 윤정은 분위기가 풀어진 틈을 타 마음에 걸렸던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싫지는 않아?"

"네?"

"나 도와주는 거 말이야. 혹시 언니가 강제로 시켰나 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윤정의 말을 거의 끊을 뻔하며 수린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수린도 스스로 놀랐는지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댔다. 조금 진정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예전부터 사회복지 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 보살피는 것도 좋아하고요. 이모뿐 아니라 저한테도 도움 될 거라고 생각해서 하려는 거예요."

말을 마친 수린은 미지근해진 커피를 전부 입에 넣었다. 윤정은 언니에게 들은 적 없는 얘기라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 윤정의 배려심이 여기서도 나오는 건 아닌가 싶었다. 언제 한번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수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모가 보고 싶기도 했고요."

이어서 수린은 다 드셨으면 가져갈게요,라며 빈 잔을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싱크대와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집 안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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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민감한 소재일 수도 있는데 조심스럽게 일단 써봤음. 2차창작만 쓰다가 맨바닥에 쓰니까 어렵네. 이름이 제일 힘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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