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내가 뭘 그래?”
“그니까... 어제도 평소처럼 저녁먹고 소파에서 같이 영화보고 있었을 뿐이었잖아. 전혀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는데...”
“...아, 그러니까 ‘그 분위기’ 말하는 거구나? 내가 그렇게 무드가 없었어?”

침대 머리맡에 기대 함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다가 연상이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혼자서 손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는 살짝 숙인 채 중얼거린 연상은 부끄러운지 머리칼에 가린 귀가 약간 붉어져있었다.

연하는 여전히 노트북 화면에 집중한 상태로 별생각없이 대꾸하다가 연상에게서 대답이 들리지 않자 살짝 뜨악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 연상을 바라보았다.

“언니... 혹시 내가 너무 무드없었어...?”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음... 하고싶어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구.”

영화에서 들려오는 배경음악과 대사 사이로 작은 목소리가 흘려들었다. 떨리는 듯한 목소리에 연하의 시선은 연상의 목 주위로 떨어졌다. 연하가 어젯밤 연상에게 남긴 빨간 자국이 아직 선명한 색을 띠고 있었다.

연하의 시선을 눈치챈건지 그제야 고개를 든 연상은 앞쪽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며 연하와 눈을 맞췄다. 어째선지 연하의 눈이 반짝였고 연상은 또다시 의아해지며 당황스러웠다.

“뭐야, 왜 또...”
“그럼 언니는?”
“응?”

제 질문에 대답은 안하고 되묻는 연하가 이해되지 않아서 연상은 멍하니 되물으며 마른 입술을 살짝 물을 뿐이었다.

“언니는 언제 나랑 하고싶은데?”

연하의 직설적인 물음에 연상은 마주하던 눈을 급히 피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홧홧했다.

“나, 나는 잘 모르.. 겠는데...”

어색하게 대답하는 연상의 모습에 연하는 자기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귀여운데 연상 본인은 그런 점을 모른다는 게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사랑스러웠다. 이러니 자신이 못 참는거겠지, 생각하며 연하는 둘 사이에 자리잡은 노트북을 베드테이블 위로 대충 치우며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나는 언니가 날 그렇게 바라보는 게 좋아. 부끄러워하면서도 내가 물어보면 다 말해주는 점도 좋아해.”
“...”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기는 그 손도 좋고,”
“...”
“안 보이는 줄 알겠지만 다 보이는 빨개진 귀도 귀엽고,”
“아...”
“내가 남긴 자국들이 선명한 언니의 하얀 목도 좋아해. 야하잖아.”
“..읏.”
“언니가 모르는 게 신기해. 언니는 말하는 것도, 하는 행동도, 모두 날 자극하는데.”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잡고는 느릿하게 손바닥을 자극한 연하는 연상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따뜻한 손길이 귓바퀴에 스치며 소근거리는 연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연상은 흔들리는 눈으로 제 목을 보고 있는 연하를 바라보았다.

귀를 부드럽게 매만지던 손이 아래로 내려오더니 연상의 목을 쓰다듬었다. 제 손길에 몸을 움츠려트리며 작은 소리를 내는 연상의 모습에 연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붉은 자국이 마치 자석처럼 제 손을 이끄는 느낌에 연하는 남겨진 자국을 약하게 꾹 눌러보며 부드럽게 문질렀다.

참고있던 숨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맞잡은 손을 꽉 쥐며 저를 당기는 연상의 모습에 연하는 연상의 품을 파고들며 속삭였다.

“봐, 이게 다 언니가 너무 야해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