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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모녀백합이 격하게 보고싶다

곰점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3.01 22:39:43
조회 4360 추천 69 댓글 15
														

"엄마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응? 요즘 대체 왜 그러니!"


수능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딸도 가장 중요한 시기란 걸 알 것이다. 물론 자신도 그걸 알고 있기에, 따로 참견이라던가 잔소리라던가 일절 하지 않았다. 원래 따로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착한 딸이었건만.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처음엔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 치더니, 그 후엔 수업까지 멋대로 빠지다가, 아예 무단결석까지 해 버렸다. 처음엔 수능이 가까워지는 만큼 마음이 답답해져서 기분풀이라도 하는 줄 알았지만, 점점 도가 지나쳐갔다. 담임 선생님은 전화를 몇번 하시더니 아예 집으로 찾아오셨다. 매일 출근하고 늦게까지 일하다 들어오는 입장이었기에, 차마 뭐라 말하지 못하고 그저 죄송하다고 할 뿐이었다.


"응? 하빈아. 백하빈. 계속 그렇게 서 있지 말고, 뭐라도 좀 얘기해 봐, 응? 아빠한테 말하기 전에, 엄마라도 좀 알자. 제발!"


몇 년 만에 딸한테 소리를 질러 본다. 답답함에 목 안쪽 깊숙한 곳이 말라갔다. 평생 안 올 것 같던 사춘기가 늦게 찾아온 걸까? 모두가 부모 속을 썩인다는 중학교 시절에도 하연이는 착하고 애교 많은 딸이었다. 학업도 착실히 해서, 모의고사를 보면 전국 최상위권에 들던 그런 아이였다. 아니면 자신이 제대로 못 돌봐 준 탓일까? 바쁜 회사일로 수험생인 딸보다 먼저 집 밖으로 나가야 했다. 꼬박꼬박 일어나서 아침이라도 잘 챙겨 줬지만, 그것만으로 아이를 돌봐줬다 하기엔 무리였던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하자 눈 안쪽이 시큰해졌다.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소리치고 윽박지르고 애원하기를 수 차례, 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눈을 내리깔고 허공 어딘가를 쳐다보는 모습. 사죄하는 것도 용서를 구하는 것도 아닌, 단순한 무시였다. 엄마는 숨을 거칠게 내쉬다가, 목이 탔는지 물을 마시려 했다. 그때였다.


"말씀 다 하셨으면, 저 가볼게요."


엄마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짝. 딸의 뺨에 붉은 자국이 일었다. 무표정이던 딸도 조금은 놀랐는지, 맞은 자세 그대로 뺨을 어루만졌다. 오히려 더 놀란 쪽은 엄마였다. 세상에, 손찌검이라니. 그것도 다 큰 애한테. 초등학교 들어간 후로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미, 미안해..."


엄마는 딸에게 다가가 안아주려 했다. 정말 자신은 엄마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 딸은 다가오는 엄마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의 어깨를 붙잡고 밀쳐냈다.


밀려난 힘보다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엄마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엄마가 당황해 할 틈도 없이, 딸은 그 위로 망설임 없이 올라탔다. 붉게 달아오른 뺨보다 더 붉은 눈빛으로 자신을 낳아준 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 하빈아. 엄마가 잘못했어, 응?"

"아까, 왜 그러냐고 물어보셨죠."

"으, 응?"

"대답해 드릴게요."


그리고 대답 대신에, 딸은 엄마에게 입을 맞췄다.


입맞춤이라기보다 입술로 입술을 누르는 모양이었다. 놀란 엄마가 급히 떼어내려 했지만, 이미 딸은 자신의 팔다리로 엄마의 어깨와 허벅지를 꾹 짓누르고 있었다. 체중이 그대로 실린 탓에, 엄마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혀를 집어넣었다. 엄마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도 인지할 수도 없었다. 자신의 반을 이어받은 사람이 자신의 입 안을 농락하고 있었다. 지금 섞여지는 것이 자신의 것인지, 딸의 것인지 분간할 수도 없었다. 떨쳐내려 해도 딸의 팔다리가 자신을 찍어누르고 있었다. 시들어가는 어른은 이제 막 어른이 되려는 아이를 이길 수 없었다. 


자신이 꼼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자, 엄마는 포기하듯 눈을 내리감았다. 그 사실을 알았는지, 딸은 더욱 더 자신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더운 숨이 울분을 터트리듯 뿜어져 나왔고, 타액이 입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엄마는 꼼짝 없이 그것을 받아 삼켰다. 눈가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옆으로 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후-하-.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끝나고, 딸은 만족스러운 듯 몸을 치켜들었다. 사냥당한 초식동물처럼, 엄마는 바닥에 꼼짝 없이 누워있었다.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야 하는데. 눌려 있던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나마 혀와 입술을 움직일 수 있었다.


"무, 무슨,"

"이게 제 대답이에요. 엄마."

"아, 아빠가 알면 어떻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딸은 엄마의 목을 조르듯 붙잡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엄마는 갑자기 위화감이 들었다. 나를 깔고 앉은 이 사람이 내가 알던 내 딸인가? 아니면 나를 닮은 여자일 뿐인가? 엄마는 알지 못했다. 딸은 하이에나를 본 사자처럼 으르렁거렸다.


"아빠? 그 새끼?"

"하, 하빈아..."

"내가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아? 그 개자식은 이미 재작년에 바람났고, 나 대학 들어갈 때까지만 법적 관계 유지한다는거?"

"그걸 어떻게..."

"아비란 새끼가 한달에 한번 꼴로 들어오면 대충은 눈치 까지. 출장이랑 전근 레파토리를 너무 써먹었어."

"미안해..."


엄마는 울상으로 딸을 올려다 보았다. 딸은 그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주고, 자신을 위해 고생하는 그런 사람이 그런 비 맞은 개같은 표정을 짓는다는 사실이.


"아, 그런 표정 짓지 마요. 그 새끼랑은 이미 정 끊었고, 내가 화난 건 다른 이유니까."

"왜, 왜 화났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저번 주 화요일. 그러니까 10월 12일. 저녘 8시쯤. 흰색 제네시스 몰고 다니는 검은 생머리. 누구야?"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딸은 엄마의 얼굴을 보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 그걸 어떻게..."

"아, 말 안해도 돼. 최진희 팀장. 엄마보다 띠동갑 연하. 병신같은 대학 나와서 그것도 못 채우고 중퇴했지만 지 아빠 빽으로 엄마 회사 팀장 자리에 앉은 사람. 왜 결석했냐고 물었지? 이거 알아내려고 그랬어."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낸 딸은 잠시 호흡을 골랐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날 PC방가서 수시 1차 합격증 뽑아왔는데, 엄마랑 그년이랑 앞골목에서 서로 쪽쪽거리고 있더라고."


딸은 주머니에서 구깃구깃해진 종이 한 장을 꺼내들었다. 모두가 선망하는 그 대학의 1차 합격증. 이름 부분이 많이 구겨졌지만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년, 레즈바에서 이 여자 저 여자 찔러대고 다니는 거 알아? 당연히 엄마도 찔러봤겠지. 우리 엄마는 유부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동안이고 예쁘고 아름다우니까. 못 믿겠으면 내가 사진도 보여줄 수 있어."


그리고 딸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에 띄워진 사진 속에는 팀장이 다른 여자와 술 마시고 춤추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다. 딸이 어떻게 이 사진을 구해왔는 지 모르겠지만, 진위 여부를 파악할 정신이 아니었다. 충격받은 엄마의 모습을 본 딸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이윽고 엄마를 껴안고는 귀에다 입을 가져다대고 속삭였다.


"나 당연히 좋은 대학 갈 거고, 당연히 좋은 직장으로 갈 거야. 자신 있어. 그러니까 엄마, 아니, 선화 씨. 그때까지 다른 놈도 다른 년도 만나지 마. 내가 당신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착한 딸로 있어왔잖아, 그렇지?"


엄마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착한 딸로 있을 거야. 그러니까 다른 사람 생각도 하지 마. 내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다 책임질 거야. 예쁘고 착하고 동안이고 몸매도 좋은 우리 엄마. 다른 자식한테 못 뺏겨. 안 뺏겨. 엄마는......내 꺼야."


여전히 멍한 눈을 한 채, 엄마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본 딸은 사랑스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고 볼에 입을 맞춘다.


"사랑해. 엄마. 그리고...선화야."


선화는 눈 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반쪽. 이 말을 자식에게 쓰던가? 배우자에게 쓰던가?


선화는 알 수 없었다.








-끄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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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짤에 루자미네가 너무 기여워서 써봣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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