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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앗! 정신을 차리고 보니 딸의 친구와 잤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2.161) 2019.03.03 19:56:16
조회 1248 추천 28 댓글 4
														

쏴아아아...

샤워기 헤드에서 쏟아지는 가느다란 물줄기들. 마치 며칠 전 그 날의 빗소리와 겹쳐 들리는 듯한 물소리를 배경으로 통유리 바깥의 밤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새삼스레 긴장감이 몰려온다. 여기서 보면 찾을 수 있으려나, 싶어 침대에서 내려선 미월은 슬리퍼를 신고 자박자박 걸어가 차디찬 유리에 얼굴을 딱 붙이고선 해안선 너머 작은 숲 어딘가에 있을 오두막을 열심히 찾아보려 하지만, 밤바다를 밝히는 화려한 조명은 그곳까지 닿질 않는다.

들리지 않는 그 날의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참을 서 있다가 후우 입김을 불어 유리창에 희뿌연 도화지를 만든 미월이 여기쯤 있겠거니, 어둑한 해안선 위에 겹쳐지도록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고는 따라오는 기억에 뺨을 살짝 붉히며 배시시 웃어 보이던 그 때 물소리가 서서히 멎었다.

터질 듯한 설렘과 기대감을 안은 채 돌아본 미월은 깜짝 놀라며 저도 모르게 으엣 하고 바보같은 소리를 내고 말았다. 분명 아까 전까지 벽이었던 것이 어느 새인가 샤워를 마무리하고 있는 파트너의 기다란 실루엣을 비추어내고 있지 않은가.

으레 러브호텔이란 장소는 단순한 숙박보다는 특별한 밤을 우선하고 싶은 연인들을 위한 공간인지라 온갖 핑계로 남들이 보기에 낯부끄러울 정도로 노골적인 시설이 설치되어있기 마련이고, 눈 앞에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일 터이다. 하지만 러브호텔이 아닌 이곳 최고급 리조트 호텔 최상층 스위트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차별화일까, 방 안쪽으로 뚫린 벽 하나만을 불투명 처리된 아크릴로 메꾸어 몸을 씻는 상대방의 모습을 실루엣이란 절제된 형태로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시설은 그저 그런 러브호텔에서 흔히 보이는, 욕실의 벽면 모든 곳을 전부 투명한 통유리로 둘러친 싸구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노골적인 젠틀함이 흘러넘쳐 절로 감탄을 자아내고야 마는 것이다. 이 시설을 만든 이는 분명 무엇인가를 확실히 아는 사람이리라, 이름 모를 설계자에게 마음 속으로 감사를 내뱉은 미월은 침대에 앉아 잔에 담긴 음료수를 홀짝이며 파트너의 실루엣을 감상하기로 했다.

기다란 팔이 어깨 높이로 쭉 뻗어졌다. 잔털 하나 없이 매끈하게 정리된 겨드랑이를 닦아내고 있겠거니, 희고 보드라운 피부를 떠올린 미월이 음료수를 꼴깍 삼켰다.

욕조인 듯한 곳에 걸터앉은 실루엣이 허리를 숙인다. 타올의 그림자가 매끈한 다리를 슥슥 쓸어올리는 것을 본 미월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저 타올이었으면 좋겠다는 충동을 느끼고선 저도 모르게 갈증이 나는 입술을 핥았다.

휘이이잉, 헤어드라이어가 뜨거운 바람을 뿜자 기다란 머리가 허공에 흩날리듯 떠올랐다. 타올을 두르지 않은 듯 바디라인이 그대로 보이는 노골적인 그림자에 후욱 하고 긴 숨을 뱉은 미월은 헤어드라이어를 흔들며 머리를 빗어내는 팔의 움직임에 따라 가볍게 흔들리는 유방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침대 시트를 그러쥐었다.

모든 마무리가 끝난 듯 욕실 안 캐비닛에서 바디타올을 집어들어 몸에 둘둘 감은 실루엣이 허리를 쭉 빼고 세면대에 기대어 입술에 무엇인가를 발랐다. 음음, 파, 하는 입모양을 보아 립스틱이리라. 거울을 보며 뺨을 두어 번 두드린 뒤 가벼운 심호흡을 한 실루엣이 마침내 뒤로 돌아 벽면 바깥을 향해 걸어나가자 미월의 고개가 절로 욕실 문을 향했다.

열린 문으로 뒤를 따라 쏟아져 나오다 곧장 허공으로 사라지는 수증기와 열기, 그 사이로 어지러이 뿜어져 나오는 욕실 조명에 촉촉한 금발을 빛내며 알몸을 두른 타올을 꼭 그러쥔 채 천천히 걸어오는 이. 약간의 망설임이 느껴지는 맨발이 서서히 다가와 미월의 옆에 조심스레 걸터앉자 바디워시의 코코넛 오일 향과 그에 묻히지 않고 제 존재를 내비치는 달큰한 살 냄새가 따스함과 함께 훅 끼쳐왔다.

미월은 자신을 향한 녹색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온수의 열기인지 고조된 감정인지 모르게 분홍색으로 상기된 두 뺨에 떠오른 수줍은 미소는 가벼운 화장이 얹힌 아름다운 얼굴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래...기다렸나요?"

가볍게 고개를 흔든 미월은 왼손을 움직여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에 놓인 물기 어린 오른손에 깍지를 끼어 가볍게 손을 그러쥐었다. 상대방의 기다란 손가락이 오므려지며 손을 마주 잡는 것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살풋 웃은 미월은 사랑스러운 연인, 루자미네에게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

///////////////////

스콜.

후덥지근한 대기에 갑작스레 먹구름을 몰고 찾아온 열대성 소나기의 빗방울들이 퍼붓다 못해 내리누르듯 허공을 찢었다. 습기와 빗방울에게서 안전한 곳을 찾아 숨어든 포켓몬들이 달갑지 않은 비가 어서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던 그 때 거의 진창이 되어버린 땅바닥을 철벅거리며 헐레벌떡 뛰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갑자기 웬 비야, 여기요! 어서!"
"잠...깐만요...저는 달리기가...익숙하질...그보다...손 좀..."

비를 피할 곳을 찾아 앞서 뛰는 소녀와 그에게 손목을 붙잡혀 어정쩡한 자세로 끌려가듯 달리고 있는 여인. 잠시 둘만의 이야기를 위해 같이 온 일행과 따로 떨어져 숲 속으로 들어온지 십 분도 안 되어 스콜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

그들ㅇ 아 치킨왔다 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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