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사관학교를 졸업해서 장비도 반짝거리고 온몸에서 자신감이 넘쳐흐르는데다 아직 프로파간다를 진심으로 믿을정도로 순진한 신병이 천 출전에서 전장에서 닳고닳은 크레이지 싸이코 레즈비언 베테랑 누님한테 점찍히는게 보고싶다...

분대원들은 이미 얽히고설킨 어두컴컴한 스테이션 복도 안에서 다 죽어버렸고 호흡기능과 조명과 열적외선 감지기가 딸려있는 하이바는 애저녁에 망가져서 시원하게 벗어버린데다 조금이라도 앉아서 쉴라치면 바로 머리 위 환풍관 덕트 속에서 크싸레 누님의 정찰드론들이 돌아다니며 강철 발톱으로 신경을 긁어대는 소리를 내대서 탄약마저도 간당간당한 수준까지 허비해버린 가엾은 짬찌쟝...

헬멧도 없는 땅개새끼 한마리 조질 심산이였으면 복도째로 에어록을 열어서 공기를 비워버렸으면 됐을 것을 굳이 이렇게 며칠씩 가지고 놀아준다는건 자길 죽이거나 병신만들어서 포획하는데 드는 수고가 이 통로 안에 있는 공기를 재생산하는데 드는 비용보다도 싸게 먹혀서 그런거라는 냉혹한 계산법을 깨달고 드론들이 비웃듯이 짤각대며 관찰하거나 말거나 주저앉아서 소리없이 울고있는 여아쟝의 등 뒤에서 소리없이 환풍구 뚜껑을 열고 한마리 우아한 표범처럼 사뿐하게 내려오는 베테랑 누님이 보고싶다...

얌전하게 앉아서 훌쩍대는 소리만 내다가 재빠르게 잔탄도 얼마 안남은 나노머신 권총을 뽑아들고 남아있는 탄약 전부를 끌어모아서 묵직한 산탄 한방을 쏴갈겨봤지만 자가추진식 나나이트 군집 덩어리가 누님의 눈앞에서 개인용 방어막에 막혀 지독한 오존냄새와 번쩍거리는 빛만 남기고 증발하는걸 보며 생글생글 웃으면서 너무 일찍 멀리서 쐈고, 애초에 너희들의 특무보안대가 쓰는 최고급 나노머신이 아니면 이런 고급 방어막에는 씨알도 안먹힌다고 자상한 선생님처럼 신병 여아쟝이 실패한 이유를 가르쳐주는 심성 고약한 베테랑 누님이 보고싶다...

이미 군데군데 플레이트가 사라진 갑주에는 빗겨나간 탄흔이 가득하고 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쫄쫄 굶느라 겁에 질리고 수척해졌지만 눈빛만은 꼭 소싯적의 자신처럼 분노로 빛나는 신병쟝이 뒤로 기어서라도 반응로까지 도달하려는걸 갑옷 가슴팍을 꽉 짖밟고 서서 이정도면 제법 투자할 가치가 있는 상품이라고 헤드셋에 대고 보고하는 베테랑 누님...

자길 보호해주던 쇳덩어리가 천천히 우그러들면서 나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미친듯이 울려퍼지는 시스템 경고음과 숨도 못쉴정도로 짓눌러오는 군홧발굽에도 끝까지 버티면서 순순히 네년들의 장난감이 되진 않겠다고 공화국 선전영화 속 주인공이 할법한 대사를 용기있게 외쳐보지만 돌아오는 건 다음번에 눈을 떴을 때는 넌 날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징글맞은 대답과 점점 어두워지는 시야뿐이라 절망하는 신병쟝이 보고싶다...

다음부분은 너희들이 써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