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커튼 사이로 스며 들어온다. 옆에 잠든 레나를 보니 어젯밤은 무사히 넘긴 모양이었다.

어제는 간신히 레나를 떼어낼 수 있었지만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다.

“레.. 레나. 그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그..”

“부른 건 당신이었죠?”

“이러려고 부른 게 아니라 그...”

나도 아린이 왜 불렀던 건지는 모르고 말이지!

“.. 그럼 볼일은 없는 거네요”

레나는 급히 일어나 방문 쪽으로 향하려 했다.

“안돼! 오늘 밤은 옆에 있어줘야 된단 말이야!!"

“....”

사실 내가 언제 어떻게 죽는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한 명보다는 둘이 안전하다. 이런 생각을 했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레나의 등 뒤에서 안고 있었다.

“.. 어디서 안달 나게 하는 걸 배워와서는”

“아, 아니 그건 안된다니까..”

“아 읏...”

이것저것 버거웠지만 이런 소동을 몇 차례 반복하니 혼자 남지 않는다는 먼저 살해당한다는 클리셰는 벗겨 낼 수 있었다.

밤에 혼자 있기에 살해당한다 라고 하는 클리셰를 지키기 위해 매일 레나를 부른다면!

..정조든 목이든 하나쯤은 잃어 있을 것 같다.

탐정 기담은 본래는 미스터리 계열이지만 탐정들은 대부분 여자라서 이러한 장르로써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없진 않겠지만 이런 공식 설정은 정말이지 몰랐다고..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으니 걱정이 들었다.

주인공의 첫 의뢰의 하이라이트는 내 죽음에 대한 풀이로 끝을 맞이한다는 것.

탐정 기담은 잔혹동화스러운 면이 있어서 밝은 판타지 세계를 부드럽게 묘사하지만 반드시 사건은 일어나며

그 사건들은 크고 작은 규모가 정해져 있지 않기에 가벼운 절도, 몽환스러운 저주에 의한 비극, 일가족 참극까지 매우 다양하다.

첫 시작은 아린 에베르라는 레나 호른과 티아 메르크의 어릴 적 친구의 죽음.

즉, 나의 죽음.

고개를 위로 젖혀 올려다보았다. 처음 보는 문양이 어지럽혀진 갈색의 벽지가 방 윗면에 새겨져있다.

보통 환생이란 건 현생이 죽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가능성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난 내 마지막이란 부분은 깨끗이 기억나지 않는다.

일생은 끝났지만 이번 생만큼은 내 손으로 지켜내 보이겠어.

"레나 일어나세요"

"...."

레나는 얼굴은 베개에 묻은 채로 손 만을 움직여 내 팔 옷자락을 잡았다. 

"레나?"

"네가 죽는 꿈을 꿨어. 아린.."

"아무리 그래도 복상사는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내가 웃으며 답했다.

잡아서 놓지를 않는 레나를 침대에 둔 채 거울 앞에서 옷 단정했다.

나는 스토리는 스킵 하느라 정확한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아도 모든 사건의 범인과 범행 트릭을 알고 있다.

분명 만만히 당하고만 있진 않을 거야.. 응.

"아린"

침대에서 부르는 소리가 나 뒤돌아보니 침상에 기대어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는 살짝 기울여져 부스스함에도 색이 선명해서 그 단조롭지 못한 모습이 요염하게 내려와 허벅지를 감싸있었고

소매의 파자마는 기장이 손가락만을 내놓은 채로 가려진 채 눈을 비비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아무런 생각도 않은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상의의 접혀 올려진 파자마가 배를..

아니지 안돼! 반 다인 16칙. 추리와 상관없는 자세한 묘사에 도취해 버려서는!!

"응"

"오늘은 티아 메르크가 오는 날이었지."

"티아 메르크.."

티아 메르크. 탐정 기담의 주인공이자 탐정이다. 또한 탐정 기담의 배경인 레테르 왕국의 공주이기까지 하다.

공주인 그녀가 탐정이 된 이유는 현 레테르 왕국의 사정에 있는데,

탐정 기담의 인물들은 마력을 지닌 자와 지니지 않는 자로 간략하게 나눌 수 있다.

현재는 마력을 지닌 자의 숫자가 다수이며 이 세계에선 마법사와 인간으로, 마력을 지닌 자는 소서러.

마력이 없는 자는 인간이라 불린다. 일반적으로 마력이 없는 자들은 대부분의 일에서 소서러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에 

인간들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그러나 최근부터는 소서러들 중에서도 고유 마법만을 지닌 자들을 인간으로 

통합하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고유 마법 이란 그 하나의 마법으로썬 대단하지만 한번 사용할 때마다 대부분의 

마나를 잃거나 잘못하면 사망에 이르는 등 리스크가 강해 이들은 마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인간처럼 생활한다.

덧붙여 고유 마법을 지닌 소서러를 소서리스라 칭한다.

이런 대표적인 인물들 중에선 레나를 포함한 탐정들이 있다.

인간들은 핍박 당하는 것을 참지 못해 소서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마법이 당연한 세계에서

살던 소서러들은 마력이 없는 사건에 적잖이 어려움을 느껴 마력을 지니고도 인간의 생활에 익숙한 소서리스들 

에게 의뢰하던 것을 시작으로 탐정들이 생겨난다.

허나, 게임을 플레이해본 나로서 후설 하자면 사건은 인간들이 대부분 일으킨다는 왕국의 주장과는 달리 소서러가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살해한 후 탐정을 불러다 인간을 범인으로 지목해달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권력이나 돈을 가진 

인간들에게 약탈하려는 소서러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탐정이니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소수인 인간이 사건을 일으켜봐야 대응 못할 정도로 소서러들이 순수 미스테리에 무력할 리도 없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왕국의 공주인 티아 메르크는 인간이다.

마법으로도 충분히 수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레테르의 국왕은 티아를 인간으로서 존중하되, 적대하는 법을 배우도록

인간들을 수감시킬 특수한 직책을 내렸다.

(티아 메르크님, 오셨군요.)

(현장을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저희가 소서러 탐정을 불렀습니다. 그는 각국을 돌아다닌 베테랑..)

'..현장은 어디죠?'

(피해자는 개조한 총에 의해 풍압에 압사한 사건으로 제가 이미 범인과 범행도구를 찾아내어 수감중입니다.)

'..인간의 기술력으론 사람을 일격에 짓이길 풍압을 개인화기에 담을 순 없습니다.

바람 속성의 소서러 중에 용의자 명단을 만드세요.'

(그렇지만 보십시오 티아 메르크님! 시체엔 전혀 마력의 기운이 감돌지 않습니..)

(이봐, 티아님은 마력을 감지하실 수 없어.)

(아..)

(하지만, 그렇기에 대 탐정이신 티아 메르크님을 부른 게 아닌가. 인간들을 수감시키기 위해!)

티아 메르크가 수도에서 마차를 타고 향하는 곳은 기숙 학원이다.

이 세계에서의 학교란 마법을 배우는 장소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개인에게 예법 등을 가르치는 교사가 붙었었다.

티아는 잠에서 깨어 멀리서 보이는 학교를 바라본다.

"소서러가 아닌 소서리스 탐정이 필요해."

..반드시.

기존의 학과로는 티아가 배울 수 있는 게 없었다. 치안을 책임질 수사학과 라면 이미 마법 수사학과 있다.

티아는 '인간들을 더 잡아 처넣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학원에 '수사과'를 만들도록 허락받았다.

절대로 지금의 일방적으로 편향된 방식으로는 안된다.

"아린. 화장대에 너무 오래 서있는 거 아닌가요?.. 아니, 정리된 게 하나도 없잖아요"

".. 먼저 출발해줘. 따라갈게."

통증 없이 멀쩡히 두 다리로 일어선 기억은, 내 현생엔 거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교복을 입은 채 전신을 거울로 보고 있다는 것이 내겐 기적같이 느껴졌다. 

"너무 치장에만 신경 쓰면 제가 질투한답니다."

그렇게 볼에 입 맞추고는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머리가 헝클어진 것도 뾰루지가 난 것도 아닌데도 자꾸만 머리를 넘기고 거울을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달라진 건 달아오른 양쪽 볼 뿐이다.

"하.. 정말...."

이런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볍게 죽을게 분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