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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제목짓기 어려운 배캅- 1앱에서 작성

쳐박혀서겜만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3.21 17:02:38
조회 539 추천 14 댓글 2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점심 시간, 난 내 절친, 아니, 관계로만 따지자면 '혈육'에 가까울 정도로 친한 소연이에게만 그 말을 했다.
"이야~ 드디어 하나가 솔로를 탈출하는구나~ 장하다~ 그래서, 누군데?"
하나는 자랑스러운 듯 말한 뒤 날 빤히 쳐다보았다.
"어... 그게... 누구냐면..."
난 섯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면 난...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처음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받은 건 중2때쯤, 계기랄 것도 못 느낀 채 어느 순간 '아, 난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시나브로, 하지만 그런 걸 애들 앞에서 말했다간 한순간에 왕따가 되고 마는 건 시간 문제이기에 숨기고    있었지만, 이제 소연이에게만은 말해야 할 것 같다.
소연이는 원래 친구가 적은 나에게 있는 유일한 친구이자 절친인데, 서로의 부모님 때부터 알고 지내셔서 약간 가족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소연이랑은 둘이서 못 해본 것도 많이 없고 약간 성격이나 잘 하는 분야가 상반되기도 하지만 그걸 또 서로 매꿔주기에 지금까지 이런 절친으로 남아있다. 어쨌든,
"어... 그게 누구냐면... 2학년에..."
본론으로 돌아와서 좋아하는 대상을 밝히려고 하는데,
"2학년? 여기 2학년 말이지? 2학년에 솔로면서 괜찮은 남자 없는데."
소연이는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전제로 추리를 하고 있다. 아, 참고로 나와 달리 소연이는 친화력이 좋아서 여기 고1중에선 소연이를 모르는 사람도, 소연이가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 2학년 전교 부회장 있잖아... 그 언니.
미안, 이젠 말해야 할 거 같아. 나, 여자를 좋아해."
나의 충격 고백을 들은 소연이는 한순간 눈이 동그래지더니 이내 싱긋 웃으며 갈 곳 잃은 내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아이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하나가 레즈라니~ 세상에 완벽한 사람 없다니깐~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긴, 그 부회장 좋아 보이더라. 반할 만도 하지."
소연이는 잠시 놀라더니 그것도 잠시, 원래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고마웠다. 소연이는 항상 이렇다. 숨기고픈 사실을 말해도 그저 웃고 넘어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사실 그래서 소연이에게만 이 사실을 말한 거지만,
아무튼 소연이는 뭔가 궁금했는지,
"하나야, 어... 음... 아니야. 아무래도 이건 괜한 말일 거야."
소연이는 뭔가 물어볼려다가 좀 아닌 듯 캔슬했다. 뭐,  들으나마나 그런 거겠지. '언제 레즈가 된 거야?'
"딱 봐도 그거네, '언제 레즈가 된 거야?' 맞지?"
말을 꺼내 보자, 소연이는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어... 어떻게 알았어?"
"당연한 거 아냐? 그런 상황에 그런 말이면 당연한 거지. 됬고, '언제 레즈가 된 거냐'라..."
잠시 눈을 감아본다.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뭐, 그냥. 서서히. 어느 순간에 딱 느낀 게 아니라."
대충 얼버무리자 소연이는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저 멍 때리고 있을 때, 예비종이 울리자, 소연이가 일어나면서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맞다, 하나야. 오늘 오랜만에 우리 집에서 같이 공부할래? 우리가 같이 공부한 지도 꽤 됬잖아."
생각해 보니 그렇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때 소연이는  매번 자기 집에서 나랑 같이 공부를 했었는데, 이제 바로 다음주가 중간고사니까 오랜만에 같이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 그럼 내가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문제집 가지고 네 집으로 갈게. 앗, 수업 시작하겠다. 빨리 가자."
그렇게 합의하고 나와 소연이는 각자 반으로 돌아갔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보니, 거실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글씨가 써져 있는게 어렴풋이 보였다. 이 화이트보드는 소통이 잘 안 되는 우리 가족의 소통을 위해 설치싼 것으로, 예를 들어 안내장에 서명이 필요하면 '서명 해주세요'라고 글씨와 함께 안내장을 붙혀 놓으면 그 다음날 아침에 서명되어 있는 그런 시스템이기도 하고, 대부분은 응원의 말이 쓰여져 있어 서로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기특한 물건이다.
'우리딸 오늘도 힘내, 미안하고 또 사랑한다.'
매일같이 쓰여져 있는 글씨였지만 매일같이 글씨체가 달라져 있었다. 그만큼 날 사랑한다는 뜻이리라.
'저도 사랑해요, 언제나 힘내세요.'
전에 써져있던 말을 지우고 오랜만에 화이트보드에 말을 써넣었다. 옷을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에코백에 문제집을 챙겨 집을 나서 소연이네 집으로 내려갔다. 소연이네 집이랑 우리 집은 각각 같은 아파트 건물 12층과 17층이여서 보통 등하교 때도 같이 가지만, 오늘은 사정이 있었는지 따로 집으로 갔다.
"띵동"
초인종을 누르자, 방금 도착했는지 아직 교복 차림인 소연이가 문을 열고 맞아줬다.
"어, 들어와~ 지금은 아무도 안 계셔. 엄마는 오늘 회식이고, 아빠는 야근이라네."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사실을 말해 주면서 날 안으로 들인 소연이에게 내가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같이 못 온 거야? 무슨 사정이라도 있었던 거야?"
옷을 갈아입던 소연이는 그 물음에 친절하게 답했다.
"아, 오늘 내가 청소 당번이었거든. 그래서 그래. 미안, 같이 못 가줘서"
굳이 사과까지 할 필요까진 없었지만, 상관없다. 왜 그랬는지만 알면 됬었으니깐.
"아니 뭐 미안해할 것 까지야... 됐고, 공부나 하자. 내가 여기 온 목적이니깐."
내가 그렇게만 말한 뒤 우린
'이건 어떻게 푸는 거야?'와
'어, 이건 말이지.'같은 말 빼곤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으며 공부를 했다.
약 1시간 후,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고 화장실에 다녀와서 방에 들어가려는데, 소연이가 약간 지쳤었는지 잠시 쉬면서 가위 두 개를 양 손에 쥐고 가위를 벌려 연결부위를 맞대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언젠간... 하나도... 이렇게 하겠지..."
"어? 그게 뭔 뜻이야?"
궁금한 내가 물어보자, 소연이는 황급히 당황하면서 가위를 숨기면서 말했다.
"아, 이거. 너도 언젠간 취직해서 사무직으로 갈 꺼라고, 가위가 종이 같은 거 자르는 데 쓰이잖아."
당황한 소연이는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무직 그 말이 그렇게 당황할 정도까진 아닌 것 같지만, 넘어가기로 하자.
그 후 1~2시간쯤 지나자, 소연이가 앓는 소릴 하기 시작했다.
"더는 못하겠어... 배도 고프다... 잠시만 쉬었다 하자..."
하긴, 나도 배도 고프긴 하다. 잠시 뭘 좀 먹고 쉬는 게 공부를 더 잘 되게 할지도 모르니 잠시 쉬기로 했다.
"내가 알아서 해 올테니 하나는 그냥 앉아서 쉬고 계세요~ 알았죠?"
소연이가 주방으로 나가자, 난 소연이의 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작년 11월 말에 기말고사 준비하면서 마지막으로 소연이네 방에 들어간 이후 처음 보는 소연이의 방인데, 방은 별 변화가 없어 보였다. 뭐랄까, 소연이다운 방이랄까, 딱 그런 말이 어울렸다. 어쨌든 멍때리고 있는사이, 요리가 다 됬는지 소연이가 날 불렀다.
식탁 위에 있는 요리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잘먹겠습니다.""
그 말을 마치고 우리는 파스타를 먹어댔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2인분 분량의 파스타를 먹은 우리는 소연이가 꺼낸 바게트빵에 남은 소스를 찍어 먹으며 식탁에 남아 있었다.
"소연이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문득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 말을 들은 소연이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나야 뭐, 언제나 있지. 그렇지만 문제가 좀 있네."
오랜만에 소연이답지 않은 소리가 나왔다.
"문제라니? 뭔 문제?"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문제는 나 말고 다른 누군가도 걔를 사랑하는 거 같다는 거지, 말하자면 '연적'이랄까, 뭐, 언젠간 쟁취해 내야지."
"그래, 사랑은 얻어내는 거지. 잘 해봐. 응원해줄게."
내가 조언을 해주자, 소연이는 귀엽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금 상황만 보면 내가 널 응원해주고 지원해줘도 모자랄 판인데 네가 날 응원해준다고? 귀엽네, 그래도 뭐, 말은 고마위."
약간 기분이 상했다. 그래도 방금 소연이의 말은 그저 친근함과 애정을 표현한 것 일뿐, 업신여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너가 부회장 좀 알아볼 수 있을까? 난 알다시피 정보력이 좀 딸리잖아."
내가 좋아하는 선배한테 고백하기 위해선 소연이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연이도 그걸 알고 있겠지.
"물론이지. 나만 믿어!"
소연이는 믿음직스럽게 엄지를 세우며 말했다.
"고마워. 이제 가볼게."
난 그렇게 말하고서 소연이네 방으로 가서 문제집을 챙겼다.
"가보게? 잘가. 시험 잘 보고."
소연이는 현관까지 날 배웅해줬다.
"응. 너도 시험 잘봐. 바이."
소연이의 집에서 나와서 우리 집으로 가니, 계속 밝게 빛나던 소연이네 집과는 달리 짙은 어둠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난 거실에 불을 켜 놓고 내 방에서 공부를 한다. 깜깜하면 외롭고 또 무서우니깐, 공부를 마치고 난 혼자 침대에 눕는다. 나 말곤 아무도 없는 집.
3년 넘게 반복되고 있는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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