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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던파백합) 소환사와 루이즈, 그리고 세리아 - 1

꾸꾸까(124.49) 2019.04.03 07:48:07
조회 339 추천 12 댓글 2
														

쿵- 쿵- 쿵-


어둠이 내려앉은 숲에 일정한 주기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뿐만 아니라 땅에서는 미세한 울림 또한 느껴진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은 칠흑의 숲에는 오직 그 소리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 소리의 정체는...


“겨우 이까짓 것 가지고 날 부른 것이냐!”


“그치만 산도르는 너무 뾰족뾰족해서 아프다고!”


“나 참, 어이가 없군! 그 이유로 하나로 감히 이 타우의 왕, 쿠루타를 불러다는 것이!”


그 소리의 정체는 바로 타우의 전설, 타우킹 쿠루타. 하지만 지금은 걷기 싫다는 소환사의 응석이나 받아주는 짐꾼에 불과했다. 소환사는 쿠루타의 커다란 어깨에 앉아 그의 머리털을 끌어안았다


“쿠루타가 털도 이쁘고 부드럽고 냄새도 좋고 편안하단 말야.”


“흥, 그깟 고철 덩어리에 비하면 이 몸이 더 훌륭하긴 하지.”


소환사가 은근슬쩍 던진 칭찬에 쿠루타는 무의식적으로 기분이 풀려 적의를 거두었다. 소환사가 쿠루타의 머릿결을 폭신하게 끌어안으며 부드럽다- 부드럽다- 연발하자 쿠루타는 내심 기분 좋은지 별 말 안하고 걷기 시작했다.


사실 쿠루타에게 있어 소환사의 이러한 응석은 싫지만은 않았다. 데미지만 생각하는 다른 소환사와 달리 지금의 주인은 교감을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쿠루타의 흥미가 동하고 그의 마음에 들어하는데 충분했다. 지금처럼 주인과 같이 있는, 혹은 도움이 되는 일은 쿠루타에게 있어 싫지만은 않았다. 괜히 쑥쓰러워서 틱틱 거릴 뿐이지만.


“이런 근육덩치의 푸석푸석한 털보다 내가 훨씬 더 부드러운데, 어때? 나한테 안기면서 가는 건?”


갑자기 나타난 보라색 마법사가 소환사를 뒤에서 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촉감과 귓가에 들어온 진득한 음색에 소환사는 귀를 삐쭉 세우며 뒤를 돌아보았다.


“꺅!? 루, 루이즈? 또 혼자서!”


“음~ 그게 아니지, 그게 아니야”


“아, 루이즈 언니?”


“안녕 꼬마 주인님~”


루이즈는 만족스럽다는 듯 꺄르르 웃으며 소환사를 더 꼬옥 안아준다. 소환사는 부끄러운 듯 몸을 뒤척였지만 이내 포기하고 루이즈에게 몸을 맡긴다. 그러자 무릎까지 오는 긴 머리로 소환사를 감쌌다.


“어떠니 기분 좋아?”


“응 좋은 냄새나고 부드러워”


소환사가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무렵. 돌연변이 몬스터에게 목숨을 빼앗기기 거의 직전에 기적적으로 루이즈를 소환하는데 성공했다. 루이즈 말로는 사실 심심해서 소환에 응해줬다고는 하더라. 하여튼 루이즈를 소환하는데 모든 마나를 소비한 소환사는 기절했고 루이즈는 그녀를 구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세리아에게 데려다 주었다. 그 이후로 루이즈는 소환사에게 관심이 생겨 자신의 마나를 소비하면서까지 직접 소환돼주며 인연을 계속하다가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소환사와 지내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이미 정상 수치를 돌파해서 소환되지 않았을 때 주로 소환사가 뭐하며 사는지 들여다보며 소환사를 생각하며 휴식한다. 이번 또한 소환사가 쿠루타랑 꽁냥거리는게 괜시리 질투나서 자신의 마나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어때 이런 근육 괴물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건방진 마법사 계집녀석이 또 까부는군. 이번에는 진짜로 죽여 버린다.”


제 털과 근육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쿠루타는 기분이 상했는지 크르르... 소리를 내며 루이즈를 노려본다. 사실 둘 사이는 이전부터 안 좋긴 했다. 그래서 쿠루타가 더 예민하게 반응한 것일지도 모른다.


“꺄하하 송아지 녀석이 사람 말도 하네. 아가 조심해~ 그러다 진짜 죽어~”


“루이즈 그ㅁ...”


“이 미친 계집년이!!”


쿠루타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랜턴 역할을 하는 위스프를 바닥에 내팽겨 쳤다. 그리고는 거대한 도끼를 양손으로 잡고 루이즈를 향해 죽일 듯이 휘둘렀다. 루이즈는 가뿐히 피했지만 그의 어깨에 앉아있던 죄 없는 소환사는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본 루이즈는 장난스러운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구겨질대로 구겨진 표정으로 쿠루타를 향해 살기를 흘려보냈다.


“이 송아지 새끼가 감히 내 꼬마를 함부로! 통구이로 만들어주마 이 쓰레기 자식아!”


루이즈는 초승달 모양의 지팡이를 들어 마법 영창 준비를 하고, 그에 맞서 쿠루타는 거대한 도끼를 머리 위까지 들었다.


살벌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와중에 굴러 떨어져 있던 소환사는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팍- 쉰다. 그리고는 마법의 채찍을 꺼내서는...


호칫! 호칫!


“꺄아” “윽...”


싸우기 바로 전이었던 그 둘은 갑작스러운 채찍질에 살기를 거둔 채 급하게 제 주인을 쳐다보았다. 울먹이는 소환사의 눈망울에 아차 싶은 루이즈는 소환사에게 다가가려했지만 우렁차게 소리 지르는 제 주인의 고함에 멈칫했다.


“난 우리끼리 절대 싸우지 말자고 분.명.히 말했다? 나 채찍질 싫어하는거 알면서 대체 왜 그러는거야!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는게 어려운거야!?”


“아니, 아니 이 녀석이 우리 꼬마야를 함부로 대했잖아”


“루이즈가 먼저 쿠루타를 놀렸잖아! 루이즈가 제일 나빠! 그리고 쿠루타 너도 나빠! 화난다고 도끼부터 휘두르는 사람이 어딨어!”


“난 사람이 아니다 계지...”


“난 계집이 아니라 쿠루타의 주인이라고! 난... 난 너희들의 주인이라고! 그러니 내 말 좀 들어주라고...!”


말하면서 울컥했는지 소환사의 앳된 얼굴에 눈물이 또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투박하게 눈물을 닦고서는 다시 한번 소리 지른다.


“둘 다 잘못했으니 빨리 사과해! 사과할 때까지 소환 안 풀어줄거야!”


그 말을 들은 두 소환수는 하기 싫은 티 역력히 내면서 머뭇대자, 소환자가 빨리-! 라고 소리치는 덕에 억지로 두 손을 포개며 화해


- 다음에 보면 진짜 태워버린다 쓰레기 송아지 자식아

- 바라는 바다 건방진 마법사 계집 전투 중에 뒤 조심해라 두동강 나기 싫으면


하는 척이었던 것이다. 둘의 눈에는 스파크가 터져 나와 금방이라도 서로를 죽일 것 같이 쳐다보았지만, 제 주인 때문에 바로 억지웃음 지으며 포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루이즈는 쿠루타의 손을 집어던지듯이 떼어내면서 소환사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녀의 눈가의 눈물을 세심하게 닦아주었다.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소환수들을 보자 진정됐는지 소환사는 훌쩍이기 시작했다.


“자 봐봐 꼬마야 우리 이제 사과했다? 그치 쿠루타?”


-표정 풀고 화해한 척 해라 우리 주인 펑펑 우는 꼴 보기 싫으면?

라고 눈빛으로 쿠루타를 쳐다보자 그 또한 마지못해 제 주인을 위로해주기 시작했다.


“그렇다 주인. 우리는 이제 화해했다. 그러니 울지 말고 다시 내 어깨에 앉아라. 이번에는 조심하마.”


“거봐 우리 이제 사이좋다니깐? 그러니 그만 울지 뚝! 우리 꼬마야 언니가 미안해 잘못했으니 그만...”


“...히잉 언니...”


그러자 루이즈에게 대뜸 안겨오는 소환사. 그에 루이즈는 그런 소환사가 귀여워 미칠 듯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이 악물고 참아야 하니라.


“어머 우리 꼬마야가 언제 이렇게 대담 해졌데. 언니 품에 꼬옥 안겨서 화 풀으렴”


루이즈는 한쪽 손으로는 소환사의 등을 토닥이며 나머지 손으로 쿠루타에게 엄지를 척하고 들어올렸다. 그녀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쿠루타는 한 숨을 쉬었다. 한참 있다가 소환사가 쥐죽을 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제 안 싸울거지?”


“아? 아, 그럼! 이제부터 절대 안 싸울게. 이번에는 진짜로! 약속”


“응, 약속”


품에서 벗어난 소환사는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루이즈의 기다란 손가락에 깍지를 꼈다. 그리고 루이즈는 소환사의 단발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대신 언니랑도 약속 하나 하자.”


“응? 뭔데?”


“이제부터 내 앞에서는 절대로 울지 않기. 꼬마야 이쁜 얼굴 망가지는 건 눈 뜨고 절대 못 봐.”


“헤헤 알았어 약속”


“응 약속”


방금 울어서 볼이 발갛게 상기된 소환사와 루이즈는 서로를 쳐다보며 방긋 웃었다. 이를 보다 괜히 토악질이 쏠린 쿠루타는 소환사의 뒷덜미를 잡아 어깨에 안착시켜 서둘러 출발했다. 좋은 분위기 다 망친 쿠루타의 뒷모습을 노려본 루이즈는 입맛을 쩝- 다시며 그들을 따라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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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타 오빠 나도 태워주면 안돼~? 오래 날아서 몸이 다 뻐근하네~”


“출발한 지 30분도 안되었다. 인내심 없는건 마법사 특징인가 보군”


“앗! 쿠루타 실례야!”


소환사는 쿠루타의 머리를 끄집어 당겼다. 루이즈는 꺄르르 웃으며 은근슬쩍 소환사 옆에 앉았다.


“귀찮게 하는 녀석들이군”


듣는 체도 안하고 루이즈는 소환사에게 몸을 기대왔다. 소환사도 익숙한 지 루이즈의 팔을 껴안았다. 그러자 루이즈는 이 때다 싶어서 소환사의 허벅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읏!? 루이즈! 뭐하는거야!”


“언니라 안 부르면 계속 이럴거야~”


“아니, 아 언니 좀...”


“꺄하하 우리 꼬마가 귀엽게 안겨오니깐 해도 되는 줄 알았지~ 그것보다 우리 꼬마 좀 더 성장한 것 같은데, 어디 한번 볼까~?”


허벅지를 만지던 손은 배를 쓰담쓰담 거리며 소환사를 성희롱하는 루이즈. 얼마 안 있어 결국 꿀밤 한 대가 그녀의 머리를 가격한다. 그리고 제 몸을 팔로 가린 채 휙 돌아섰다.


“언니 변태...”


“꺄하하 미안미안~ 나는 우리 꼬마야가 너무 좋아서 그랬지~”


둘의 애정행각을 듣고 있던 쿠루타는 불편한 듯 그르르- 거리며 말했다.


“암컷 둘이 남의 어깨 위에서 이상한 짓들 하지마라. 그리고 다 왔다 주인”


“앗! 다 왔다! 드디어 쉴 수 있겠다! 고마워 쿠루타! 다음에 소환할 때 맛있는거 준비 해놓을테니 오늘은 고생 많았어”


“흥, 저번의 그걸로 준비해주면 먹어는 주지 주인. 그럼 잘 있어라”


쿠루타의 어깨에서 내린 소환사는 소환해제를 시전했고, 곧이어 거대한 타우의 모습은 형형색색의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그럼 나도 가볼게 꼬마야~”


라며 볼을 내미는 루이즈. 소환사는 정말... 거리며 부끄러운 듯 쭈뼛거렸지만 루이즈는 단호했다.


“빠알리~”


결국 소환사는 발개진 얼굴로 까치발을 들어 루이즈의 볼에 쪽- 입을 맞추었다. 만족스러웠는지 루이즈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꺄르르 웃으며 쿠루타처럼 형형색색의 가루로 변했다. 자신의 마나로 왔으니 자신의 마나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정말 말도 안되는 행동이지만 이로인해 루이즈의 터무니 없는 능력과 소환사에 대한 루이즈의 애정을 알 수 있으니라.





루이즈 '언니'

언니라는 단어 하나로 회로 풀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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