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성간회사 쪽에서 광맥 발파작업 하고 지하로 땅굴 파느라 생긴 무지막지한 진동때문에 부화장의 번데기들도 망가지고 부족의 성지도 지반이 내려앉아서 무너져내리는등 상황이 뭣같이 돌아가자 야마가 돈 토착종 갑충들이 자원 운송 화차를 뒤집어엎고 오지에 있던 채광시설을 때려부수는등 선빵을 갈기는 바람에 정착지 인조인간 보안대랑 토착민 벌레들이 투닥거리는거지

근데 클론 보안대라고 이름만 거창하지 실상은 그냥 현지에서 치안유지를 하고 정기적으로 오는 광물 운반선에 화물을 실을때 경비를 서고 불났을때는 소방대로 변신하는 호전적이지도 않고 대인 친화력만 좋은 순둥이 모델인데다 장비도 제대로 된 소총 몇정 외엔 폭동진압용 방패나 사람한테나 먹힐 충격봉, 소방도끼, 작업용 공구같은거밖에 없고 카메라나 달린 느려터진 비무장 순찰용 비행정이나 소방용이란걸 표시하려고 시뻘건 색으로 도장을 해둬서 눈좋은 토착종한테는 멀리서도 보일만큼 눈에 띄는 물뿌리개 달린 비행정이 다라 생고생을 하는거야

물론 토착종 쪽도 하늘사람들의 기계가 내는 무지막지한 굉음에 땅굴이 무너져내리고 정신감응이 가능하게 개조된 병정계급 인간들이 날아다니는 무쇠 새를 타고 와서 전사들이 사냥나간 사이에 내려와 연장질을 해대며 깽판을 치니까 죽을 맛인건 매한가지겠지. 죽을 맛인건 피차 똑같은거야

그와중에 얼른 반격하라는 지역 의회의 정치적인 등쌀에 떠밀려서 정찰드론도 못보내보고 토착종 마을 한복판으로 출동했다가 특공대의 반은 다진고기가 됐고 반은 원주민 여왕의 노리개로 전락했고 급조된 드랍쉽까지 몇척 털린 후에 겨우 살아돌아와서 팔뚝에 깁스감은채로 회의에 참석해 본사 보안부서에 지원요청을 해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봤다가 그랬다간 우리 스테이션은 벌레놈들한테 당하기 전에 지원팀 출장비만으로 파산할거라고 까이는 등 개차반 대접을 받는데도 인공 배양조 속에서부터 받아온 사상교육과 자기는 사람들을 지키는 옳은 일을 한다는 신념으로 꿋꿋이 버티는 충성스러운 클론 대장

반대로 안그래도 사냥감도 없고 돌만 있는 똥땅이라 갑충 전사도 별로 없는데 하늘사람 땅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경쟁 씨족 여왕년들은 도와주긴 커녕 이참에 등짝에다 독침 꽂고 보쌈해가서 옴뇸뇸할 궁리나 하고있고 몇번 당해보더니 더럽게 싸우게 된 병정 인간놈들이 마을에 불을 싸지르고 주술사나 장인같이 싸울 줄 모르는 부족민들을 많이 죽여놓은 바람에 자기가 걸칠 키틴 갑피도 제대로 정비를 못해서 함마에 맞아 찌그러지거나 소방도끼에 깨져나간 갑옷을 제때 교체하지 못할정도로 궁해졌는데도 여긴 자기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정당한 땅이고 지금까지 내 부족의 땅과 사냥감을 노렸던 도둑놈들처럼 하늘사람들도 몰아낼 수 있을거라는 도도한 자신감 하나로 거듭되는 빳다질에 골병들어가는 몸을 속이는 긍지높은 여왕

그 둘이 서로 도끼질과 칼날같은 발톱을 주고받으면서도 어째서 사람들을 위협하고 자매들을 죽인 흉포한 살인 벌레년의 눈인데 괴물처럼 이글거리지 않고 오히려 순수해 보이는건지, 분명 저 아이는 반짝이는 보석과 쓸모도 없는 불타는 기름에 미쳐서 어머니 대지를 강철 발톱으로 뒤엎어대는 하늘사람들이 부리는 영혼없는 병정계급 졸병년일텐데 왜 행동거지가 당당한 투사의 그것인지 혼란스러워하는거야

여왕의 두 심장도 클론 대장의 강화된 심장도 터질듯이 두근거리고 딱딱한 갑옷 외피 안의 풍만한 몸과 두툼한 소방용 방염코트 안의 다부진 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생채기에서 흘러나온 피범벅이 되도록, 서있을 힘마저 없어질때까지 가신들과 자매들의 시체더미 위에서 죽음의 춤을 함께 춘 둘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털썩 주저앉아 헐떡대며 서로를 증오하는 눈으로, 왠지 구슬픈 눈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바라보는거야

서로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말과 염화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그대의 주인들이 세운 돌로 된 집에서 나온 연기가 우리가 먹을 짐승들을 죽였다

네년들은 자기방어도 못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고 잡아먹었어

너희 벌레새끼들이 북극에서 캐온 얼음이 실린 수송차를 탈선시킨 탓에 노동계급 클론 자매 수십이 목말라 죽었어

그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불을 지르고 나쁜 연기를 뿌렸던 마을에 있었던 이들은 실을 잣는 장인들과 아픈 이를 돌보던 치유의 손이였다

그대들이 내 사람들을 죽였다

너희가 내 자매들을 죽였어

상대를 허리춤의 단검으로 찌르려는 건지 그저 껴안으려는건지 스스로도 모르는 채로 서로에게 기어서 다가가다 여왕도 으스러지다시피 한 갑옷이 한꺼풀씩 벗겨져나가고 클론 대장도 누더기가 된 외투가 스르르 풀어지자

근데 사실 레색 본방부분은 감이 안잡힘

회사쪽 드랍쉽이 날아와서 빈사상태의 여왕님을 잡아다가 사디스틱한 개척지 시장님인 여박사님한테 넘기는 바람에 뒷통수에 케이블같은거 꽂히고 긍지가 꺾일 때까지 쾌락에 절여지고 그런건 싫어할거잖아

누가 써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