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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이곳은 현재 백합밭입니다-2앱에서 작성

Mir'sPro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4.09 01: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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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내리쬐는 아침.

창문을 통해 햇살이 들어오고 있어서인지 방 안이 조금 더웠다.
더위에 찌들어서 땀을 흘린 몸을 살피며 잠을 깨우자 중요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오늘이 바로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날이라는 것이다
.
이젠 나도 고등학생이구나.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

어저께만 해도 중학생에 툭하면 싸움만 하던 생활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훌쩍 지나가버린 걸까.

시간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도 이것 때문인 것 같다.
초등학교 때의 내 첫사랑.

시간만 있었더라면 어떻게든 알아차릴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잘못한 것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또 같은 학교로 진학해서, 어쩌면 이미 사귀고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

그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괴롭히던 애를 누가 좋아하겠냔 말이지.

그런 생각이 땀에 젖은 것 때문에 찝찝한 느낌을 더욱 더 악화시켰다.
정신도 몸도 씻어내려버리자는 마음에 나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샤워를 하기로 했다.

첫 날에 늦는다는 건 주목 받기 쉽기에 되도록 간단하게 샤워를 끝마친 나는 얼른 새로운 교복으로 갈아입고서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자마자 부모님은 나를 보시더니 활짝 웃으며 나에게 인사했다.

"나인아, 좋은 아침~."

"빨리와. 마지막 식사인 것도 그렇지만, 늦으면 안 되잖아."

두 분 다 왜 이리 아침부터 텐션이 높으신 건지 원...

지친 듯한 걸음으로 식탁으로 다가가 앉자 부모님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헤실헤실 웃고 계셨다.
부담스럽게 왜들 이러셔.

"우리 나인이. 새로운 학교는 마음에 들어?"

"...그럭저럭. 그나저나 왜 하필 그쪽 계열의 특이한 학교야?"

밥을 먹으면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을 되묻자 아빠가 웃으셨다.

"나인이 네 자신이 스스로 밝혔으면서 이제 와서?"

"그건 맞는데...처음에 순응하는 거에는 놀랐고, 이런 학교를 골랐다는 거에는 경악했는데."

"왜, 싫어?"

"...몰라."

너무 집요하게 심문당하는 기분이다.
엄마 아빠가 왜 이러는지 잘 알긴 하지만 이건 좀.

중학교 때 여자애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놀림받은 적이 있었다.
그 이유로 수차례 여자애, 남자애할 것 없이 치고 박고 싸웠었는데...

그렇다고 기숙형 여학교, 그것도 여자애들끼리 서로 좋아하는 애들만 모아놓은 학교를 보낸다고...
너무 순응해버리다 못해 지나쳐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여자애들한테 가끔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맞지만...
솔직히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남아있는 아이는 한 명 뿐이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밥을 다 먹고서 질문을 더 당하기 전에 얼른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에 짐을 챙기고 현관문을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또 할 말이 있는 건지 부모님은 나를 끝까지 잡으려고들 하셨다.
왜 이래 진짜~!

"착한 애, 구해오면 시집 보내줄게."

"엄마도 붙임성 좋은 애면 반대 안 한다? 알겠지?"

"아, 쫌! 알았으니까 늦겠어!"

진짜 미쳐버릴 것 같다.
부모님 두 분다 왜 이렇게 긍정적이신 거야!?

웃으면서 배웅하는 부모님에게서 도망치듯이 나는 짐을 들고서 집을 뛰쳐나왔다.

부모님이 안 보일 정도로 집에서 멀어지고서야 나는 뛰는 걸 멈추고서 걷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피곤해 죽을 것 같아...

아무런 생각없이 길을 걷고 있는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게 들리기 시작했다.
꽤나 유명한 학교인 걸까.
벌써부터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니.

조금 거북한 시선들을 피하고 싶어 나는 걸음걸이를 좀 더 빠르게 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 길을 지나치고 나니 내 주변에는 나와 같은 교복의 여자애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끝에는 그런 여자애들 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슬슬 학교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 학교의 교장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학교를 설립한 걸까.
학교의 크기만 봐도 돈이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뭐, 대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확고한 취향...

...그나저나 아까부터 느끼는 건데.
꽤나 본격적인 것 같다.

슬쩍슬쩍 주변을 둘러보며 걷다보니 무심코 봐버린 거지만...

조용한 골목에서 서로 키스를 하며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여자애 두 명이라던가.

장난기가 발동한 여자애 한 명이 치마를 들추며 장난을 치자 당한 여자애가 '너 진짜...책임질 자신 있는 거야 뭐야~!'라며 하하호호 웃으며 도망치고 쫓는 광경이라던가.

.........진짠가보네.
그런 학교네.

놀라운 장면들을 보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학교 안에 들어서게 되었다.

내가 배정받은 반을 확인하고서 곧바로 내가 지내게 될 반을 찾아나섰다.

교실에 도착하자 벌써부터 많은 아이들이 교실을 가득찬 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등굣길에서 본 장면들과 비슷한 행각을 나누는 여자애들도 보였다.

대담하다, 대담해.
이런 학교라고 막 나가는 거야, 아니면 괜찮은 거야.

교실 안에 들어서 자리를 잡은 다음 주변을 둘러보며 우선 학교에 대한 평가를 해보기로 했다.
그럴 생각이었는데...

한 여자애가 내 눈에 바로 흡수되듯이 흘러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여자애.
초등학교 때 어렸던 마음 때문에 상처만 남겨줬던 여자애.
하리유.

그 리유가 지금 나와 같은 반에 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온갖 생각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말을 걸어봐야하나?

리유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리유도 그쪽인 걸까.

거의 안 변했구나.

더 귀여워졌어.

사랑스러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각들이 광속으로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넋을 잃고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자말자 나는 리유에게 먼저 말을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실수 없이.

내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했다.
리유가 이 학교에 왔다는 것부터, 나에겐 어쩌면 가능성이 주어진 걸지도 모른다.

크나큰 기대를 품으며 나는 리유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따로 불러내서 마음을 전한 지금.

상상도 못했던 반응을 내보이는 리유에 나는 사고회로가 정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뭔 소리야...라니.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거지?

설마 거절한다는 말을 돌려서 한 건가?
아니면 아직 이해를 못했다는 걸까?
도대체 어느쪽이야...!

"그...러니까. 무슨 의미야?"

내가 되묻자 리유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나에게 다가와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 그대로, 무슨 소리냐고 물은 건데. 이해를 할 수 있게 설명하란 말야."

그 말을 듣자마자 서운함, 분노, 초조함...등이 밀려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별로 좋지 않은 리유의 표정이 나의 그런 감정들을 심화시켜 가고 있었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데도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싫다면 싫다고 바르게 말해주는 게 오히려 덜 비참한 건데...돌려말한 거라면...꼭 그래야만 했던 거야!?"

내가 화를 내며 묻자 리유는 어이없다는 듯이 욱하며 다가온 나를 밀쳐내며 째려보았다.
그런 리유의 반응에 순간 욱했던 감정들이 수그러듦과 동시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러면 리유가 나를 더 싫어할 수 밖에 없게 되잖아...
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내 말에 먼저 대답을 해달라는 거잖아. 싫다는 건 또 뭐고, 그리고...갑자기 학교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건데?"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을 가지며 리유의 말을 듣다보니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보니 리유도 정말 이해를 못했다는 표정인 것 같다.

...........설마.

"너 혹시 이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알아...?"

"어? 여학교잖아...기숙형 여학교. 아니야? 우리 부모님도 계속 아침부터 학교 이야기만 하시던데...뭔가 있는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리유를 보고서 확신이 들었다.

리유는 이 학교의 정체를 모른 채로 입학했다.
그러한 결론만이 내 머릿 속에 도출되었다.

...침착하자.
그래...침착하고...

"어쩌다 이 학교에 오게된 거야...?"

"기숙형 학교에 다녀보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정해준다는 조건 하에서 기숙형 학교에 다니는 걸로 했거든. 그게 여긴데...뭐 잘못된 거야? 부모님도 걱정하시는 눈치던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리유네 부모님이 아무래도 실수하신 것 같다.
그저 리유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대한 좋은 곳으로 보내시려고들 하신 것 같은데...
중요한 사실을 안 읽으셨구나.

위험하다.
그럼 일반인에 순진한 리유가...

"절대 안돼! 절대!"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리유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리유의 양쪽 어깨를 붙잡고서 소리쳤다.
그러자 리유는 당황하면서도 내가 한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그 와중에도 그런 리유가 귀엽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이럴 때가 아닌데 말이다.

"리유야...잘 들어. 이제 앞으로 절-대 내 곁에서 떨어지지마. 알겠지?"

"어...왜?"

"그...이유는 묻지말고! 아무튼 알겠지!?"

이유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했다간 리유의 부모님이 곤란해질 것 같아서 관두기로 했다.
내가 리유를 이 학교에서 지켜내는 것 밖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일단 알겠다고는 해두겠는데...은근슬쩍 손은 왜 잡는 거야?"

"아?"

이제보니 리유의 양쪽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이 어느새 리유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으로 리유의 손을 잡아버린 것 같다.
그야 좋아하니까...

그렇다고 좋아한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
리유가 그쪽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더더욱 그럴 수 없다.
최악의 상황에는 내가 엄청 비참해질 것 같으니까.

나는 아무 말없이 붙잡고 있던 리유의 손을 놓았다.
리유는 또 다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리유의 시선 때문인지 낯이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이성을 붙잡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더 이상 묻진 않을 게. 그리고 네가 말한 조건에도 이유가 있는 것 같아 보이니...일단 받아들일게. 그리고 뭣보다..."

리유는 잠시 말 끝을 흐리더니 이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초등학교 때도 보지 못했던 것.
그 광경을 지금 보는 순간, 떨림도, 긴장도, 초조함도...
그런 불안정한 감정들이 전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내 눈 앞에는 미세하게나마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리유가 서있었다.

"초등학교 때의 악연도 잊고. 고등학교에선 친한 친구로서 잘 지내보자."

그런 리유를 보자 부모님이 말했던 게 떠올랐다.
착한 아이...붙임성 좋은 아이.
구해와........시...집?

...내가 미쳤지.
부모님이 말한 걸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머릿 속에 가득찼던 망상들을 흩어버린뒤 굳게 마음을 먹고서 리유의 악수를 받아들였다.

리유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나를 금방이라도 녹일 것만 같았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애.
하리유.

리유와 같이 보내는 기숙 생활...
그리고 리유를 지켜야만 하는 숙명.

...이 순간 만큼은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이후부터가 본편이라는 느낌일 것 같네

다음화가 언제일지는 미정

창작욕을 돋구고 싶을 때 올릴게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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