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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포피파] 어른의 홍조에 감싸인 채

카사나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4.10 20:06:28
조회 776 추천 17 댓글 6
														

원래 글 쓰려고 판 계정으로 드디어 단편이나마 써올려봅니다.

경험이 없어 상상력이 모자라지만 대학교에 입학한 포피파의 술자리를 그려보며.

백합은 유루유리마냥 가볍게.


-


어른의 홍조에 감싸인 채


"하아……. 조금 아쉽다."

"마지막엔 항상 이런 느낌이지, 뭐."

"사-야 말대로야~ 모처럼 이렇게 다 같이 나오는 건데……."


그렇게 말하는 카스미쨩의 목소리에는 아쉬운 기색이 잔뜩 묻어났습니다. 카스미쨩 특유의 익살스러움도 있었지만, 단지 자신의 마음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을 뿐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저물어가는 하늘에 별빛이 반짝이기 시작하는 것도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모두가 마음 속에 그런 아쉬움을 품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모두가 조금은 흩어지게 되었을 때도, 밴드 활동 때문에 함께 만나는 일은 많았습니다. 그래도 각자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면서, 밴드 연습까지 병행하느라 좀처럼 여유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카스미쨩이 마음 속에 계속 담아두고 있었던 걸까, 각자의 기말고사가 모두 끝나자마자 그룹 라인엔 "놀러 가자! 마구 놀러가자!" 같은 이야기가 벌써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글만으로도 두근거림이 잔뜩 전해질 정도로 카스미쨩이 이런저런 계획들을 꺼내놓았지만, 뭔가 굉장한 것들밖에 없어서 아리사쨩과 사아야쨩이 열심히 정리해주어야만 했어요. 그래도 그땐 모두가 "다 함께 어딘가로 놀러 가고 싶다"라는 마음을 하나같이 품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관도, 레스토랑도, 노래방도 앗 하는 사이에 전부 지나가버려서, 이제는 역시 헤어지지 않음 안되려나 하는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조금은 섭섭한 기분으로 다섯 명이서 거니는 골목길은 좁지만 노란 가로등이 비추어주고 있어서, 서늘해지는 저녁에도 아늑하고 따스하게 느껴졌습니다.


"응? 어라?"

"왜?"

"저거, 아야 선배 아냐?"


카스미쨩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돌리면 거기엔 이자카야가 하나 있어서, 안에는 아야 선배가 누군가와 앉아 느긋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것은 잘은 모르겠지만 아주 간단한 안주와 술 한 병이 전부였어요. 건너편에 앉아 있는 상대방은 뒷모습밖엔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치사토 선배여서, 아야 선배는 두 손으로 작은 술잔을 들고 가끔은 조그맣게 웃기도 하며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루의 피곤함을 여유롭게 풀어가는 어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한 살 차이인데도 조금은 동경을 느껴버렸습니다.


"진짜다. 데이트?"

"우와, 분위기 쩔어……."

"뭐, 딱 봐도 이런 게 아리사 취향이지?"

"취, 취향이라고까진 안 했거든?"

"오오~"


카스미쨩이 눈을 빛내면서 이자카야의 안을 살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아야 선배와 인사를 나누고픈 마음도 굴뚝같았겠지만,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는 작은 이자카야에는 소박하고 포근해보이는 것들만이 잔뜩 있어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른이 되었으니 언젠가는 나도 이런 곳에서 꼭, 같은 생각을 해버릴 정도로.


"우리, 여기서 그거할래? 뒷풀이!"

"겍."

"아~리~사~ 하자~"

"그, 그래도 카스미쨩, 집에 갈 때 전철 타야 되니까 너무 늦지 않아?"

"그럼 오늘은 아리사네 집에서 자고 갈래!"

"하아?! 피곤하니까 됐거든! 그리고 오타에도 전철 타야 하잖아!"

"나는 아마도 괜찮을 거야!"

"대책없잖냐 너……."

"뭐, 괜찮지 않을까? 다들 바로 헤어지긴 좀 그러니까."

"사아야까지……."

"응! 가자 가자!"


그렇게 이자카야 밖에서 시끌시끌 하고 있으면, 문득 우리들이 있는 것을 알아차려버린 아야 선배가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짓다가, 멋쩍게 웃으면서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뒤를 돌아본 치사토 선배는 조금은 당황한 기색이셔서, 둘만의 단란한 시간을 방해해버린 것은 아닐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이자카야의 분위기가 자꾸만 우리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아서, 결국에는 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마치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분명 행복한 기분이 될 거라고 다들 남몰래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실례합니다!" 하면서 기운차게 이자카야에 들어선 카스미쨩은 먼저 선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간의 파스파레나 포피파의 활동 같은 못다 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치사토 선배가 조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가계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너무 소란스럽게 하지는 말아달라 당부해 주셨습니다. 다시금 미안하지는 마음에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리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치사토 선배도 용서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나는……, 맥주!"

"하아?"

"응? 왜?"

"아니…… 뭔가…… 느긋하게 얘기나 하려던 거 아니었어?"

"맥주도 충분히 느긋하게 마실 수 있다구?"

"니가 그런 말 하면 전혀 신빙성 없는데……."

"에~"

"술은 잘 안 마셔서 나는 모르겠어……."

"어, 리미링은 안 마셔?"

"사아야쨩은 마셔?"

"뭐, 학교에서 행사 같은 거 하면 가끔 뒷풀이로 조금 마시는 정도……?"

"사아야 술버릇 엄청 나빠."

"자, 잠깐 오타에."

"응? 사-야 술버릇?"

"막 갑자기 울고 그래."

"우와아……."

"잠깐, 그런 거 아니거든!"


-


"역시, 조금은 소란스러워질 것 같네, 아하하……."

"음……."


조금은 안 좋은 예감. 치사토쨩도 살짝은 표정이 불편해져 있는 듯했다. 이야기를 조금 엿들어버렸지만, 술이라든지 아직 익숙지도 않은 아이들이 약간 무리해서 뒷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들 잔뜩 들떠 있는 것 같아서 말리거나 하는 건 못하겠지만. 아니, 조금은 두근거린다. 취한 포피파의 모습을 최초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특권 같은 걸지도 모른다.


무난하게 다들 맥주를 주문하는 흐름인 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불안한 기색을 비치는 건 아리사쨩과 리미쨩. 다른 아이들은 정말로 술에 강한 걸까,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각을 못하는 건 아닐까? 리미쨩은 정말로 마시는 것이 처음인 듯 맥주 맛에 대해 조금은 놀란 감상을 나누다가, 조금씩 모두와 같이 맥주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생각보다는 다들 평범하게 대학교의 이야기나 다음 라이브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해서, 우리들도 다시 우리 이야기로 돌아가기로 했다.


-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들 조금씩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3년을 함께 했는데도 모두의 그런 얼굴을 보는 것은 역시 처음이어서 새로웠습니다. 조금 이상했던 점은, 제법 마신 것 같은데도 남들이 말하는 "알딸딸"함이나 그런 건 잘 알 수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글리터*그린에서 활동하는 저희 언니는 술에 강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어쩌면 저도 언니와 닮은 걸까요? 술은 그동안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학교에서 행사가 있을 때에도 선배님들께 부탁해 마시지 않았었는데,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우연히 발견한 것 같아 신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홀짝이는 맥주의 낯선 맛도, 조금씩은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으윽, 이거 위험해……."


가장 술기운이 올라버린 건 아리사쨩이었습니다. 한눈에 보일 정도로 얼굴이 달아올라 있어서, 조금이라도 열기를 식히려고 볼가에 손목 뒤쪽을 대고 있었습니다. 옆자리의 카스미쨩은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싱글싱글 그런 아리사쨩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리사는 진짜 술 약하다니까~"

"시끄러워, 이래서 마시기 싫다니까."

"아리사가 취해도 내가 지켜줄 테니까 걱정마!"

"됐거든. 아무튼 술은 좀 휴식."

"사아야쨩은 괜찮아?"

"거, 걱정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난 아직 멀쩡해."

"저러다가 갑자기 이상해져."

"아니라니까!"

"아하하……."

"으음……."


그때 돌연, 카스미쨩이 무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성에 차지 않거나, 반짝반짝 두근두근한 걸 떠올리고 싶을 때 곧잘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카스미쨩……?"

"역시 왕게임할래?"

"하아?"

"오오, 왕게임. 재미있을 것 같아!"

"그, 가계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 조금 그렇지 않을까……."

"조용하게 하면 분명 괜찮을 거야!"

"너말야……."

"뭐, 재미있을 것 같고, 괜찮지 않을까?"

"난 사아야 니가 이성의 편일 줄 알았어."

"그, 그렇게 말할 것까지야……."

"그럼 결정이네!"


어쩐지 3대 2 구도가 되어버려서, 왕게임을 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조금은 소란을 피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사아야쨩이나 아리사쨩이, 여차하면 선배님들이 분명 멈춰줄 테니까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준비는 순식간에 이루어져서, 카스미쨩이 갖고 있던 펜으로 나무젓가락에 표시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비를 컵에 담아서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싸!"

"카스미 무슨 개수작 부린 거지?"

"아니거든! 진짜 운이야!"

"그래서, 임금님 명령은?"

"음……, 2번이 남은 맥주 원샷!"

"야 진짜 잠깐만."

"응? 아리사가 2번이야?"

"확실히 그건 좀……."

"카, 카스미쨩, 아리사쨩은 술 더 못 마시니까 이번에는 넘어가자?"

"에~"

"너 그냥 나한테 술먹이고 싶은 거지?"

"그럼 다 같이 세 모금 정도 마시는 걸로 어때?"

"그것도 조금, 잠깐 오타에?!"


다들 벌칙의 내용으로 실랑이를 하고 있었을 때, 카스미쨩이 '다 같이 세 모금'을 제안하자마자 오타에쨩이 맥주잔을 집어들었습니다. 벌컥, 벌컥, 벌컥, 목에서 경쾌하게 세 모금이 넘어가는 소리가 울리고, "하아" 하는 상쾌한 한숨과 함께 술잔이 다시금 테이블에 닿았습니다. 깜짝 놀라서 멀뚱멀뚱 바라보는 모두를 오타에쨩은 태연하게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뭐해? 나 마셨어."

"하나조노 너 이 자식……."

"오타에 나이스~ 그럼 나도!"

"아, 이렇게 되면 마실 수밖에 없나……"

"아……"


-


그렇게 열 판이 조금 안 되게 왕게임을 한 것 같습니다. 평소의 우리들이라면 노래를 부른다든지 이런저런 벌칙을 생각해냈을 것 같지만, 소란을 피우면 안 된다는 점도 있고 매번 새로운 벌칙을 생각해내는 게 지쳐 대부분 술을 마시는 흐름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항상 아리사쨩의 불평이 따라왔지만, 다른 멤버들은 멀쩡한데도 자기만 마시지 못하는 것이 분해서 특유의 오기가 발동해버린 것 같았습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잔뜩 달아올라서 울상을 짓는 표정으로 삼키듯 맥주를 마시는 모습에서 조금의 안쓰러움마저 느껴버렸습니다.


"카스,"

"아리사?"


저까지도 붕 뜨는 듯 왠지 신기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 시점에서, 아리사쨩의 상태는 한눈에 보기에도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술잔 앞에 패배한 사람처럼 고개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습니다. 조금은 힘든 기색으로 부르는 소리에 카스미쨩이 소스라쳐 돌아보면, 아리사쨩의 몸이 금방이라도 카스미쨩에게 닿아버릴 것처럼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에에, 괜찮아?"

"괜찮을리가 없잖냐 짜샤……."

"물 가져올게! ……응?"


자리에서 일어서려다가, 무언가에 옷자락이 걸리는 느낌에 카스미쨩이 뒤돌아봤습니다. 아리사쨩이 소매를 당기고 있었습니다. 등받이에 쓰러지듯 옆으로 몸을 기대고 한눈에 보기에도 잔뜩 약해져 있는 모습으로, 조그맣게 말하는 아리사쨩의 눈가에는, 그렁그렁한 습기마저 보였던 것 같았습니다.


"……가지마."

"흐윽, 흐읏."


아리사쨩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카스미쨩이 급하게 숨을 삼키더니, 가슴께를 쥐고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카스미쨩도 약간은 술기운이 올라온 걸까, 조금 전보다도 훨씬 상기된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우와, 아리사는 벌써 슬슬 시동 걸리는 건가~"

"우리 집 토끼도 외로우면 저런 식으로 소매 물어."

"카, 카스미쨩 내가 물 가져올게!"

"응, 부탁해 리미링……."


왠지 대답하면서도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정신이 그곳에 없는 목소리인 것 같았습니다. 서둘러 물을 받고 돌아와보니, 아리사쨩은 카스미쨩의 어깨에 완전히 기대어 있는 채로, 얼굴을 파묻고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근처에 카스미쨩이 손을 어정쩡하게 띄워놓고 있었는데, 마치 상냥하게 쓰다듬어주고 싶은데도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 이건 완전히 리타이어네."

"카스미쨩, 여기, 물!"

"으응……."

"아, 아리사, 물 마시자? 자."


제가 가져온 물컵을 받아들은 카스미쨩이 어깨에 기대어 있는 아리사쨩에게 컵을 가까이 했습니다. 아리사쨩은 감았던 눈을 반쯤 뜨고, 멍한 눈으로 물컵을 잠시 바라보더니, 마치 토끼처럼 컵의 테를 앙물고, 카스미쨩이 조심스레 컵을 기울어주는 대로 그것을 꼴깍거리며 받아마셨습니다. 카스미쨩의 숨결이 불안정해지고, 손도 떨리는 것이 조금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후우……."

"아, 아리사 조금 잘래?"

"우응."

"으응, 그렇게 편하게 있어! 잘 자~"

"아리사쨩 이대로 집에 갈 수 있을까……."

"어차피 나랑 같이 가니까 괜찮아!"

"왠지 안심 안 되는데 그거……."

"그래서? 왕게임 계속 할 거야?"

"아리사는 무리니까 할 거면 네 명이서 해야 하려나……."

"사-야, 왕게임 하고 싶어?"

"아니, 딱히 하고 싶다기보단,"

"사아야는 그냥 주량대결이 하고 싶은 거야."

"오오~ 과연."

"주량대결이라니,"

"그리고 제일 먼저 질 거야."

"오타에!"


-


"저거, 역시 멈추는 편이,"


아니나다를까 저쪽 테이블에서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조금씩 커져 가고 있었고, 신경이 쓰여 상황을 살펴보니 한 명은 벌써 나가 떨어진 상태였다. 밤도 깊어가는데 여자끼리서 취해버리면 위험할 것이 뻔했기에, 말릴 생각으로 아야쨩을 돌아보았지만, 눈을 반짝이며 스마트폰 카메라를 저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추호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아야쨩."

"핫, 아니, 이건,"

"그런 걸 찍어서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걸까?"

"으, 으음……, 아마도 개인 소장? 아니면 나중에 포피파 애들한테 전부 보내주는 건 어때?"

"안 돼. 말리러 갈 거니까 녹화도 이제 중지."

"잠깐!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사력을 다해서 말리기에 한숨을 쉬면서 되돌아보면, 생각보다 진심으로 앞으로의 일이 보고 싶은 기색의 아야쨩이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 건지, 아니 평소의 아야쨩이 그런 태도를 지녔던 탓도 있겠지. 3년 동안 활동을 거듭한 포피파는 이젠 정말로 근사한 밴드가 되어 있었고, 포피파의 소식을 인터넷으로 꾸준히 접하고 있던 아야쨩은 고교시절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게 겹쳐서 모종의 동경을 품게 된 것 같았다. 아까 전 우연히 포피파를 만났을 땐 놀라면서도 내심은 굉장히 반가워하는 기색이었고, 지금은 남들에겐 보여주지 않는 포피파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된다는 것에 괜히 신나 있는 것이리라. 녹화를 하는 건 조금 짓궂어도.


"……그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책임질 수 있겠니?"

"책임……, 질 수 있지 않을까?"

"하아, 그럼 난 정말 모른다?"

"괜찮아, 여차하면 우리가 바래다주는 걸로!"


-


"사아야쨩, 어지러워? 괜찮아?"

"으음……."

"내 말이 맞지?"

"아니거든……."


손꿈치로 이마를 문지르기 시작하는 사아야쨩이 걱정되어 말을 건네보았습니다. 테이블 건너편의 아리사쨩은 카스미쨩의 팔을 꼬옥 붙들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습니다. 역시, 지금 더 마시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너편 테이블의 선배님들께도 폐를 끼쳐 버리니까, 카스미쨩과 오타에쨩이 아직은 괜찮은 지금이 좋은 타이밍일지도 몰랐습니다.


"오타에는, 항상 내가 그렇게 보이는 거지."

"응?"

"사-야?"

"사아야쨩?"


사아야쨩의 목소리가 갑자기 착 가라앉았습니다. 오타에쨩이 아까 한 말이 바로 떠올라서 불안해져 버렸습니다.


"항상 못미덥고, 허세만 부리고, 응? 잊을 만하면 감성 터뜨려서 귀찮게 하고, 민폐만 끼치고……."

"사아야, 정신차려."

"어라라……."

"내가 미안해 오타에, 귀찮게 해서, 흐흑, 흑, 얘들아 미안해……."

"사아야쨩?! 어, 어떡하지,"


사아야쨩이 테이블 위에 잔을 내려놓고,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도 사아야쨩이 우는 모습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오랜만이어서 잔뜩 당황해 버렸습니다. 한쪽 팔의 아리사쨩 때문에 한 손으로 맥주잔을 든 카스미쨩도 정말로 사아야쨩이 울어버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조금은 놀란 기색이었습니다. 오타에쨩은 그래도 몇 번의 경험이 있는 걸까,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아야쨩의 등을 토닥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사아야쨩 여기 휴지!"

"고마워 리미링, 훌쩍,"


눈물을 닦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패애앵! 하고 굉장한 기세로 사아야쨩이 코를 풀었습니다. 휴지를 몇 장 더 뽑아 건네주자 그것으로 볼가를 훔치기 시작하는 사아야쨩의 얼굴은 물기 범벅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닦는 시늉을 하는 것도 잠깐, 이윽고 오타에쨩의 어깨에 아주 기대어버린 사아야쨩은, 미안해,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며 다시금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오타에쨩이 그런 사아야쨩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사-야, 진짜로 우는 구나……."

"진짜로."

"그, 그러네 카스미쨩. 오늘은 이쯤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더 취해버리면 시간도 늦었으니까 위험하고……."

"역시 그런가~"

"근데, 리미도 꽤 마셨는데 멀쩡하네."

"응?"

"어라, 진짜."

"응, 그게……, 이상하다. 왠지 나는 취하지 않네에."

"오오, 혹시 언니를 닮아서 사실은 주량이 엄청 세다든가!"

"응, 그럴지도……."

"헤에~ ……그럼 마지막으로 다같이 한 캔만 더 마실래?"

"에? 응?"

"아, 그렇게 해서 다들 괜찮으면 주량대결은 무승부인 걸로?"

"괘, 괜찮을까……. 카스미쨩 오타에쨩, 다들 얼굴 빨갛고."

"호오? 리미링 자신만만하네?"

"그, 그런 게 아니라!"

"좋아, 그 도전, 받아줄 수밖에 없네."


-


"에헤헤, 아리사아~ 한 번 더 오물오물~"

"우음……."


안주로 나왔던 견과류를 카스미쨩이 손가락으로 집어, 헤실거리면서 아리사쨩의 입가에로 가져갔습니다. 찰싹 몸을 밀착시키고 있는 아리사쨩은 아직도 반쯤은 몽롱한 대로여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카스미쨩이 집어주는 대로 견과류를 오물거렸습니다. 입 속에 손가락이 살짝 들어가 버리는 데도 카스미쨩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카스미쨩……."

"아아 정말! 아리사 토끼 귀여워어, 어떡해! 집에 데려가서 키울래!"

"으응, 하나조노 랜드에 데려가는 게 좋지 않을까?"

"카, 카스미쨩 오늘은 아리사쨩네 집에서 묵기로 했잖아?"

"에헤헤, 그랬나~ 가면 아리사 토끼 잔뜩 있을까~"


카스미쨩이 완전히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 그때부터 살짝 불안해져 버렸습니다. 카스미쨩마저 그러면 안 되는데. 수습할 수 있을까, 이 상황. 그래, 선배님들,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건너편 테이블을 돌아보았습니다.


"엣, 응?!"


그런데 웬일일까, 그곳에는 잔뜩 눈을 반짝이며 이쪽으로 스마트폰을 향하고 있는 아야 선배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버려서 치사토 선배에게로 시선을 옮기면, 왠지 잠깐 움찔, 하시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잠깐 교환한 눈빛에서, 왠지 치사토 선배가 미안해 하시는 것 같은 기색이 느껴졌습니다.


그 뒤로 아야 선배, 치사토 선배, 눈에 초점이 약간은 풀려 있었지만 그래도 걸을 수 있었던 오타에쨩의 덕분에, 무사히 모두를 부축해서 한 명씩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사아야쨩이 오타에쨩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거나, 아리사쨩이 매달려 있는 카스미쨩을 부축하는 게 큰일이었다거나 하는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전부 끝나고, 고생하신 선배님들께 열심히 인사드리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을 땐 왠지 너무 피곤해져서, 옷을 갈아 입기도 전에 먼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버렸습니다.


그룹 단톡방에 모두의 안부를 물으며, 다음에도 다같이 술을 마실 것 같으면, 꼭 말려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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