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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백합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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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2017-07-26

[💡창작] 미사치사앱에서 작성

ㅇㅇ(182.212) 2019.04.15 03:10:07

조회 1310 추천 25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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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직안정함

흘러내리는 황금색 색머리에 잔등의 빛이 부서져 색색이 빛나고 있었다. 그 밑으로 쭉 뻗어나간 붉은색의 드레스도 마찬가지로. 자주색의 눈동자는 약간 감긴채로 멍하니 자신의 배에 박혀있는 칼 손잡이를 바라본다. 하얗던 얼굴에, 그 입가에서부터 진홍색 피거품이 확 하고 터져나온다. 그녀는 찬찬히 대리석 바닥으로 쓰러진다. 누구라도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겠지.

멍하니 바라본다. 자연스럽게 죽은 그녀가 옆에서 죽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있다. 불만족스러운 표정이 언뜻 지나간다.

"이번 주가 죽는 편이였네요."

"응. 맞아."

"왜 말 안해줬어요?"

"해줬어야했니?"

"그럼 안됐나요?"

무의식적인 대답이 툭, 하고 튀어나간다. 시선이 천천히 그녀에게로 향한다. 자주색 눈동자가 미사키를 빤히 바라보자, 그녀는 말문이 막힌다. 사람의 시선이 차갑다고 느껴본적은 처음이였다. 그것도 잠깐, 치사토는 얼굴을 약간 찡그린다.

"내가 왜?"

"...그러게요."

"...음, 미사키? 농담이 목적이였던거라면, 꽤 괜찮았다고 해줄게."

농담 아니였는데. 속으로 삼킨말은 침묵이 되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라보던 시선은 다시금 화면으로 향한다. 엔딩곡이 흘러나오고, 광고사들의 배너가 그녀의 시체를 가렸다. 치사토는 손에 들고있던 리모컨을 들어 tv를 껐다. 시끄럽던 거실이 단숨에 조용해진다. 어색한 분위기에 입은 근질거린다.아마도 그녀의 취향일 모던한 디자인의 방석을 작게 쥐어잡는다.

"그보다, 그렇게 누워있으면 약간 기분나쁘지 않아요?"

"뭐가?"

"아까, 그 피 웅덩이요. 넘어진 상태 그대로 드라마가 끝났잖아요."

"...아, 가짜 피 말하는거니? 그다지. 진짜 피처럼 끈적거리지도 않고, 더군다나 저건 체리맛도 나거든."

"...하하. 그러시군요."

저건 농담이다. 살짝 올린 치사토의 입꼬리를 바라보던 미사키는 생각한다. 지적하면 어떻게될까. 미사키는 잠시 그대로 치사토의 얼굴을 관찰한다.화장기가 거의 없는 수수한 얼굴, tv에서의 모습과는 당연하게도 많은 차이가 있다만. 그래도 연예인은 연예인이라는 것일까. 격이 다른것만 같은 아름다움에 미사키는 그 얼굴을 오래 쳐다보지 못하고 다시 TV로 고개를 돌린다. 말대꾸같은건 하지말고, 그냥 넘어가자. 검은 화면에 비추어지는 자신의 못난 얼굴이 다시금 시야를 채운다. 그제서야 미사키는 마음이 편안해지는것 같았다.

"미사키?"

"네, 네?"

"무슨 생각하고 있었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 제안은 생각해봤니?"

"아. 네."

"수락할거야?"

"저라도 괜찮으시다면야... 네, 뭐. 도와드려야죠."

그러자, 가면이 웃는다. 오늘 만난 이후로 처음보는 미소였다.

"물좀 가져올게. 편하게 앉아있어도 돼."

치사토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아한 걸음으로 냉장고를 향해 걸어간다. 그녀가 사라지자 막혔던 숨이 턱하고 풀린다.오쿠사와 미사키는 시라사기 치사토가 불편했다. 사람으로서의 문제가 아닌, 단지 거리감의 문제. 아이돌, 연예인. 연기자. 모두 자신과는 관계가 1%도 없을 직업이다. 다른 세상 사람같은 그녀를 대할 방법이 지금의 미사키에겐 존재하지 않았고, 그래서 미사키는 그녀를 마주할때마다 그 눈치를 잴수밖에 없었던것이다. 알수없는 사람이였다.

'동물실험장의 쥐도 아니고...'

어째서 자신이 그때 그녀의 제안을 들어보자고 마음속으로 결정한걸까. 미사키는 그녀의 한 마디에 전전긍긍하게 되는 자신의 처지를 깊게 연민하고 있었다. 아가리에 들어온 기분이였다. 더욱 미칠듯한 사실은, 미사키는 그 아가리의 주인이 호랑이인지 사자인지 아니면 외계인인지 조차 모르겠다는 사실이였다. 미사키는 물컵 두개를 들고 다가오는 치사토의 눈치를 보며 깊게 들이쉬었던 한숨을 아주 천천히 코로 내뱉었다. 꾹 눌러진 공기가 답답했다. 가슴을 작게 두드린다. 침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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