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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코코카논 - 일그러진 관계 2

일러B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4.18 22:15:35
조회 758 추천 31 댓글 6
														

어제 써봤던 미사코코카논을 이어 써봤습니다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나의 세계는 무채색으로 빛나고 있다.

세계를 웃음으로 물들이고 싶다... 라는 나의 꿈은, 어느새 다가와버린 현실의 벽에 그대로 짓뭉개어 쓰러져버렸다.
'자유로운건 고등학생때까지'라고 말하셨던 나의 아버지는, 정말로 그 이후의 내 인생에 레일을 깔듯이 완벽하게 계획해 주셨다.
대학입학에서부터, 대외활동, 이미지메이킹, 기업운영, 제왕학에 이르기까지.
20살 이후의 나의 인생에서 나는 없었다.
츠루마키가의 후계자만이 있었을 뿐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10년간,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했다.
하지만 그 모두가 결국은 츠루마키를 원했을 뿐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았다.
언제나, 항상, 수 많은 사람들의 중심에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나는 외로웠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코코로님, 오늘은 이 이후로 일정이 없으시니 모쪼록 맘편히 쉬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어요 고마워요"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간 커다란 회의실의 한 가운데에서, 나와 나의 비서만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분기마다 있는 정기회의, 커다란 안건은 없고 그냥 실적만을 주르륵 나열하는 자리가 되어버려 중간부터는 사실 반쯤 흘리면서 듣고있었다.
실적도 흠잡을곳도 없고, 무언가 딱히 결점도 없는 평온하다고 하다면 평온하다고 말 할 수 있는 분위기로 회의는 종료되었다.
나는 잠시 의자에 몸을 기댄 후, 크게 숨을 들이 쉰 뒤, 다시 크게 내쉬었다.

"후우....."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가져보는 휴식시간이 얼마만이었더라?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최소 년단위라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몇 주전부터 일이 잘풀려, 기적적으로 오늘 오후부터 다음날까지라는 짧은 휴가가 찾아오게 되었다.
막상 쉬라고해도, 어떻게 쉬어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갈까?
.....그럴 이유가 있을까?
집의 침대에서 누워 시간을 보내는 것이나 이 회의실의 의자에 몸을 기댄채 시간을 보내는것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침대가 조금 더 푹신하긴 하겠지만.

주머니에 넣어 둔 핸드폰을 꺼내본다.
익숙한 대기화면의 한쪽구석에 '미사키 생일'이라는 문구가 표시된다.

"..........."

이는 우연일까 혹은 필연일까
기적적으로 갑작스럽게 휴일을 가지게 된 날이 미사키의... 그 아이의 생일이라니
미사키....
나의 꽃, 나의 하늘, 나의 뮤즈

아직도 눈을 감으면 네가 떠올라 미사키
유학으로 일본을 떠나게 된것이 결정됐을 때가 되서야 비로소, 난 네게 그 사실을 말해줬었지
그 전에 네가 '가지마'라고 말해버린다면... 난 멈춰서버릴것만 같아서...  그러면 분명 여러 사람에게 민폐가 되버렸을거야
하지만 그럼에도, 난 결국 너에게 말해버렸었어 일본을 떠난다고
난 아마, 네가 나를 멈춰주길 바랬을거야 '가지마 코코로'라던지, '나랑 있어줘'라던지
그런 대사를 기대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내 기대를 넌 받아주지 않았었어.
넌 웃으면서 말했었지

'....그렇구나 힘내 코코로, 코코로라면 유학가서도 모두를 미소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거야'

그래 이건 사실 순억지야, 혼자 멋대로 기대하고 혼자 멋대로 배신당한것에 지나지않아
그래도 난....
될 수 없었어 미사키, 나는 될 수 없었어
모두를 미소로 만들기는 커녕, 진심으로 웃는 법조차 잊어버린 사람이 되어버렸어 미사키
나 사실 네가 없었으면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을지도 몰라
네가 내 옆에 있어줬기에 난...

"미사키를 만나고 싶어..."

문득 입밖으로, 10여년간 항상 담아뒀지만 절대로 꺼내지 않았던 말을 내뱉었다.
소리를 내어 공기로 흩어져버린 내 마음이, 오히려 애절함을 부채질하는듯하여 이 마음을 더욱 애절하게 했다.
그래... 오늘은 정말로 간만에 쉬는날이다.
만나러 가면 되지 않을까? 미사키를?

".....만나서 무엇을?"

만나서... 그 다음엔?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선을 긋듯이 애써 무시했던 것도 나,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연락을 안했던 것도 전부 나
10년만에 갑자기 나타나서... 난 무슨 말을 하면 되는걸까?
만나려고만 한다면, 사실 금방이라도 만나러 갈 수 있다.
미사키가 어떤 회사에서 근무하는지, 어디에서 거주하는지, 이미 자신은 다 알고있다.
자기 멋대로 혼자 선을 그어버리고 혼자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그래도 미사키의 소식이 궁금한건 어쩔 수 없었다.
남몰래 사람을 시켜 미사키의 근황은 끊임없이 전달받고있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미사키.
보고싶다.
만나고 싶다.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잘 지냈었니?미사키?
안녕 미사키,
반가워 미사키,
오랜만이야 미사키?
건강했니? 미사키?
머릿속으로 수도없이 미사키에게 건낼 인삿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 다음은?
무슨 말을 해주어야할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코코로님"

"에?"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린 자신의 비서에게 시선을 돌렸다.

"에헴...아 네 말씀하세요"

"저 외람된 말씀이지만.... 한 번 만나러 가보시는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지금 나의 비서를 하고 있는 이 사람은, 학창시절때부터 검은 옷의 사람으로써 내 곁에 있어줬던 사람이다.
그 말인 즉슨, 나와 미사키의 관계도, 어느 정도는 알고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평소에 업무 관련이외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난 그게 맘에 들었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세요?"

"....거울을.. 한 번 보세요 코코로님"

"......"

회의실에 거울이 있을리는 만무했지만, 어떤 의도로 한 말인지는 눈치챘으니 직접 보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 정도로, 내가 지금 비참한 모습이라는 걸까.

"자신감을 가지세요 코코로님, 미사키님은 분명히, 코코로님을 반갑게 맞이해주실겁니다"

"........."

반갑게 맞이해준다,라니
난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배신당하고, 멋대로 그 아이의 곁에서 떠났었는데.
과연 미사키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줄까?
그럴리가 없다
난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미사키님도, 코코로님을 뵙고 싶어하실겁니다."

"그 아이가... 나를?"

"네"

"그런걸... 어떻게 확신해..?"

"두 분, 가장 친한 친구셨잖아요. 싸우고 헤어졌다고 해도, 다시 보고싶은게 친구죠. 절 믿어주세요 코코로님 미사키님도 분명 기뻐하실테니까요"

"........."

친구.
나와 미사키를 친구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것일까?
만약, 아직도 그 범주안에 우리둘이 들어갈 수 있는거라면.... 정말로 그렇다면...

"차를 준비해주세요"

"네"








가슴속에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섞여서 두근두근 뛴다.
이런 터질듯한 감정을 느껴보는것이 정말 얼마만일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느덧 색깔없는 세계에 익숙해져버린 나로서는 너무나 오랫만에 맛보는 설레임이다.
미사키를, 만나러간다.
미사키를.

미사키, 나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사과하고 싶어
지금껏 연락 안 했던것을, 그 날 이후로 말을 걸지 않았던 것을.
네가 없던 이 10년간, 난 정말 괴로웠어 미사키.
모두 내 잘못이야
너도 혹시 내가 없어서 아팠니?
조금은 아파했으면 좋겠어 ,아니 미안 이것도 욕심인거지 미안해


차는 어느새 미사키의 아파트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비서는 '힘내세요 코코로 아가씨'라며 말하고는 떠났다.
코코로 아가씨라....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 들어보는것 같았다.
조금은, 그 때의 기분이 살아나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를 만나러 가기 때문일까? 미사키?
지금 시간은 21시 정각.... 이네 평소대로라면 퇴근하고도 남을 시간이지만 혹시 오늘 야근이라도 하지않았을까?
벨을 누를까? 아니면 혹시 야근을 하고온다면,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은 아파트의 계단을 올랐다.
미사키의 집은 5층이었다. 굳이 승강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높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이 설레는 기분을 맛보고 싶었기에 나는 구태여 걸어서 올라가기를 선택했다.

미사키의 집 문 앞에섰다.
알고있는 정보로는, 미사키는 독신이다.
일단은 문쪽에 귀를 기대어본다.
......인기척은... 없다
음... 어쩌면 좋을까? 일단 벨을 눌러보자

띵 ㅡ동, 하는 소리가 울린다.
........
소리는 울렸지만 대답은 없다.
혹시 자고 있을 수도 있으니 2, 3회 정도 더 눌러보기로 했다.
띵 ㅡ 동.

대답은 역시나 없다.

"음....혹시 어디 외출이라도 나간걸까?"

그렇다고해도 벌써 10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아마 조금만 기다리면 미사키기 돌아올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잠시 여기에 서서, 미사키를 기다려보자
어떻게 첫 마디를 건낼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생각해보자
네가,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카논씨의 고백을 받아들인 직후, 그대로 카논씨는 나에게 입을 맞춰주었다.
30이나 되어서 처음해본 첫키스의 감촉은, 더 없이 짜릿하고 포근하고, 따뜻했다.
하지만 그런 감상에 젖을 여운도 없이, 나보다 훨씬 더 동요하고 있는 이 귀여운 사람을 일단 집에 데려다줘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내일부터는 다시 나도 카논씨도 일을 나가야하니까.
우리집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서 금방 갈 수 있으니

"저...카논씨 일단 오늘은... 돌아..가셔야...죠?"

첫 키스를 한 직후라 그런지, 심장이 쿵쿵 뛰어서 나도 모르게 말이 꼬인다. 혀가 잘 움직이지 않아 움직여라 움직여

"응...! 응 응! 미사키쨩! 돌아!가야! 후에에...."

나보다 훨씬 더 떨린 상태였는지 어조도 악센트도 이상하게 발음하던 카논씨는 끝에 정말로 그리운 한 마디를 덧붙였다.

"푸흡...."

"정말! 왜... 왜 웃는거야 미사키쨩..."

"아니.. 후에에 라는 카논씨의 입버릇... 정말 오랫만에 듣는다고 생각해서... 웃겨서요 하하"

"정말... 부끄러워..."

카논씨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채로 말했다.
뭐 좀 진정된척 말하는 나도, 사실은 엄청나게 흥분된 상태인것은 마찬가지라 아마도 비슷한 정도까지 붉은 빛을 띠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분명 나보다 연상임에도, 이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또 그것이 귀엽다.

"후우....후우..."

진정하려는 것인지, 카논씨는 심호흡을 여러번 반복했다.

"그러면... 미사키쨩 오늘은 고마웠어 , 미사키쨩 집은 이 근처지? 나도 일단 집으로 돌아갈테니까 마중 안나와도 돼 택시타고 갈테니까"

"아, 네 ... 저 카논씨"

"그리고 이건...."

그 말과 함께 다시 다가오는 카논씨의 입술, 첫 키스까지 30년이 걸렸었지만, 다음 키스 까지는 채 3분이 걸리지않았다.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기념이야 미사키쨩..."

"...네...네헤....."

"후후.. 미사키쨩 귀여워... 자 그러면 나 진짜로 돌아갈테니까 미사키쨩도 잘 쉬어"

"...네"

카논씨는, 곧바로 택시를 잡고는 그대로 떠나갔다.
멀리서 까지 손을 흔들어 주길래, 나도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쭉 손을 흔들어 주었다.

"후우......"

정말이지 자극이 강한 생일이었다.
30살이 되서 처음 경험하는 연애와 첫키스가 생일하고 동시에 일어나다니, 자극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생각보다 카논씨는 적극적이네.... 연인한테만 적극적인 타입이라는건가?
.......연인이라는 말을 자각하니까 왠지 모르게 엄청나게 부끄럽다 음...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한다.
21시 정각.....
집에가서 샤워를 하고 잠깐 TV라도 보다가 자면 딱이겠네.

집까지 여기서 걸어가는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빠른 걸음으로 간다면 5분 내외로 도착하겠지.
하지만 뭐, 굳이 빨리 걸어갈 이유는 없다.
지금은 이 여운을 만끽하고 싶다.
세상 사람들이 노래 가사에 사랑을 도배해놓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이제서야 조금은,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과, 이루어진 사랑간의 간격이 이렇게 클줄은 상상도 하지 못 했다.
따뜻하고, 소중하고, 애처롭고, 그리고 너무나 달콤한 감정이었다.
10월의 밤 공기에, 나의 날숨으로 조그마한 사랑과 풋풋한 감정이 흘러 넘친다.

문득, 착용한지 얼마 안된 물품에 어색함이 느껴지는 목주변이 신경쓰인다.
그래 맞아. 카논씨가 준 선물
카페에선 대충 보고 말았지만 자세히 보니까 이 목걸이 꽤나 비싸보인다.
이런 쪽으론 문외한이긴 하지만 이거 아마 진품이겠지? 싶을 정도의 광채
가운데에 반짝이는 파란 보석은, 아마 카논씨가 직접 고른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오늘... 나에게 고백하려고 고르고 고른 선물이었을테니까.
자신과 비슷한 색깔을 담은 목걸이를 나에게 준다니...
이거 혹시 개목걸이 대용인가 싶기도 하고..
카논씨의 독점욕구같은것이 느껴져서 조금 기쁘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다.

달빛에 목걸이를 이리저리 비추면서 느릿하게 걷다보니, 어느새 그리운 우리 집 앞이다.
다시 한 번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본다.
시간은 21:20분
음 정말로 느릿하게 걸어오긴 한것같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그 날따라 엘리베이터가 23층에 멈춰있어서 그냥 운동삼아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이 곳에 산지 꽤 됐지만 아마 처음으로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뭐 집에서 나올때나 들어올때는, 항상 급한 출근 시간 아니면 녹초가 된 퇴근시간이니.... 5층이라곤 해도 엘리베이터만 쓰긴했지
낯선 계단의 구조를 느긋하게 감상하면서, 나는 여유롭게 계단을 올랐다.

.................
왜인지, 낯익은 향기가 났다.
황금빛으로 빛나던, 그 아이의 향기가
있을 수 없는일인데 어째서?
카논씨가 괜시리 코코로의 이름을 언급해서 조금 신경이 쓰인 까닭일까?
뭐.... 착각이라고는 해도, 간만에 코코로의 체취가 기억이나서 눈물이 핑 돌듯한 기분이 된다.
이런 안 돼 안 돼, 갑자기 감수성 충만해지기는, 빨리 가서 발닦고 잠이나 자야겠다.

주머니에서 집열쇠를 꺼내고, 살짝 하품이 나오는 입을 한 손으로 가리면서 5층에 올라온 그 때였다.

있을 수가 없는 사람이, 그 곳에 있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황금빛이 그 곳에 있었다.
싸구려인 내 아파트의 복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빛의 그녀가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떠나가고 결국에 포기했었던 그녀가 있었다.

이건 꿈이다, 환상이다. 스스로를 다그친다.
오늘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거하게 취할정도로 마신게 아닐까? 아닌가? 모르겠다 몰라

"안녕! 미사키!"

환상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리 봐도, 츠루마키 코코로의 모습을 한 환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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