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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심심해서 쓴 술먹고 실수한 소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ㅂ(180.66) 2019.04.24 19:54:45
조회 1445 추천 73 댓글 13
														

일어나보니, 애인이 생긴 것 같다. 그것도 남자친구가 아니라 여자친구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 여긴 또 어디고. 낯선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자니 반쯤 깬 머리가 다시 핑핑 도는 것 같다.  ...근데 어떡하지. 나 동성애자 아닌데.


아무튼, 찬찬히 기억을 되짚어 보자.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던 것 같다. 금요일이기도 했고 낮에 회사 상사에게 무진장 깨져서 짜증나는 마음에 혼자 집 근처 바를 찾았었지. 거기서 우연히 데면데면 지내는 다른 팀 팀장을 마주쳤었다.


회사에서 퇴근했는데, 비록 다른팀일지라도 상사 격인 인간과 마주친다는게 업무의 연장선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졌었지. 그래도 어떡해, 상사긴하니까, 웃으면서 독대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사람이 성격도 재밌고, 취미도 잘맞고. 얼굴 예쁜거야 원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살짝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른 후에 2차를 갔었던 것 같다.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를 알고 있다고 해서 끌려가듯 갔고, 본인이 산다고 마음껏 먹으라며 웃던 그 얼굴까진 생각이 난다. 보조개가 귀엽다는 생각을하며 대강 고개를 끄덕였었지.


ㅡ아, 기억이 잘 안나. 침착하고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보자. 그래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지 않겠어.

그 술집에서는 내 주량을 훨씬 윗도는 정도로 술을 마셨었지. 머리는 핑핑 도는데 그 와중에 괜찮냐고 턱을 괴고 손을 뻗는 팀장님이 엄청 예쁘다고 생각했었 던 것 같아. 뭐, 2팀 팀장님 예쁘신거야 회사 내에서도 유명하니까. 음. 그래서....


“팀장님, 엄청 예쁘신것 같아요오.”


악, 뭐 저렇게 머저리같이 말했지. 떠오르는 내 모습이 엄청 바보같다.

혀는 꼬일 대로 꼬여서, 분명 팀장님도 당황한 것 같았다. 깐 달걀마냥 흰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 던 것 같은 기억이 있으니까.


“아뇨, 예쁘기는 연희씨가 더 예쁘지.”


팀장님은 수줍어 하며 이렇게 대답하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 살풋 웃으셨는데, 그 모습이 진짜 거짓말 안치고 천사같았어.


“정말요오? 정말?”

“그럼요. 많이 취한 것 같아요. 물좀 먹어요.”  


천사 팀장님은 물컵에 물을 따라 내밀었었다. 아 왜 이렇게 떠오르는 내 모습 마다 이렇게 머저리같냐... 혀는 꼬여선 화장도 번졌을 테고. 쪽팔려서 죽어버리고싶다. 근데 진짜 쪽팔린건, 그 다음부터다.


“음~~그럼 저랑 사귀실래요오,팀장님?”

“네?”

“팀장님 솔로시잖아요~ 저예쁘다면서요오오. 설마, 거짓말?”


희미한 기억 너머에서도 멍청한 표정으로 저딴말을 지껄였던 머저리같은 내가 떠오른다. 악! 이연희! 미쳤어 뭐라고 짓껄인거야?

그다음 장면이 순차적으로 떠오른다. 팀장님의 뽀얗고 단정한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지. 하이고, 알만 하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자기 팀도 아니고, 친하지도 않고, 자기보다 어리고, 심지어 동성인 사내직원이 저딴 말을 지껄이면.


“연희씨는 남자친구도 있고......”

“저 헤어진지 오래돼써요. 난 팀장님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팀장니믄 아니구나....”


지금 내 손에 과도가 있다면 딱 손목 긋고 죽어버렸을 것 같다. 예쁜거랑 사귀는거랑 대체 무슨 상관인데.....

팀장님은 취한 사람의 장단을 맞춰주기로 결심했는지 대충 호응해주기 시작한다.


“아니요, 아니요, 연희씨 예쁘지. 그래요, 그럼.”


팀장님이 다 식어뻐진 안주들을 푹푹 포크로 쑤신다. 시선은 저 멀리 어디론가 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얼굴에 열이 오른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거람, 그것도 다른 팀 팀장한테....하.

일단 침착하고, 그 다음을 생각해보자. 내가 훨씬 많이 취해서 몸을 못가누니까 팀장님이 내 팔을 본인의 어깨에 둘러 내 몸을 지탱해준다.

그 상태로 힘겹게 계산을 하고 술집을 나서선, 자꾸 나한테 집이 어디냐고 물어봤었지.


“으음~~저 쪽 어디~ 모르게써요....”


따위의 말을 계속 해대니, 팀장님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든다. 하아, 진짜 민폐란 민폐는 다 끼쳤구나.

그 다음엔..... 동네를 좀 돌다가..... 그 다음엔....?

여기서 필름이 끊긴 듯 싶다. 그 다음부터는 안간힘을 쓰고 무슨 짓을 해도 아무런 기억이 안나. 그러면 지금 상황에는 하등 도움이 안되잖아!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 그리고 낯익으면서도 낯선 냄새가 나는 이불. 반라로 새근새근 자고 있는 뽀얀 온 몸에 립스틱 자국이 잔뜩 찍혀 있는 여자.

왜 팀장님이 대체 내 옆에 반라로 누워있는 것이며, 내 몸은 왜 이렇게 울긋불긋 하고 온 근육이 쑤시는건지를 파악하는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게 무슨 상황인건지, 진짜 이해가 안되네.


“으응....”


그 와중에 약간 추우신지 이불을 말고 옆으로 웅크리고 누워있는 팀장님이 귀여우시다. 기억은 하나도 안 나지만 몸이 기억하는건지 팀장님의 속살이 언뜻 비칠때매다 열이 확확 오른다.

음, 이거 실수 아니겠지? 팀장님이랑 사귀게 되는 거 맞겠지?..... 무슨 상황인지는 이해가 안가지만 어쩐지 썩 나쁘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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