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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이연박/단편/이레수지] 너였다면 - 1 -

ㅇㅇ(175.113) 2017.09.09 20:09:23
조회 1487 추천 52 댓글 15
														



 나쁜 꿈을 꾸었다.

 표수지는 한동안 침대에서 계속 누워있었다. 식은땀이 제 등줄기를 훑는 것이 느껴졌다. 온몸이 축축하다. 평소 같았으면 상체를 스프링처럼 튕겨, 곧장 침대에서 일어났을 터다. 그러나 너무도 진이 빠진 것일까. 몸이 쉽게 움직이질 않았다.


 "하아…."


 대신 수지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무슨 꿈을 꾼 것일까.


 그러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무척이나 기분 나쁜 꿈이었다. 어설픈 잔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지만, 정작 그 실체를 잡을 수 없었다. 

 이상하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하루 아침에 잊어버린 것처럼. 자신은 방금 꾼 악몽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대체 자신은 여태까지 어떤 악몽을 꾼 것일까. 단지 기억에 남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일기장을 본 광경과…. 얼굴이 흐릿한 누군가가 자신을 미워하며 괴롭히는….

 대체 그 사람이 누구기에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왔다. 

 

 "멍청하게…."

 수지는 겨우 팔에 힘을 넣었다. 그리곤 씩씩하게 눈물을 훔쳤다. 그래, 잊어버렸다는 것은 잊어버려도 된다는 것이다. 그럼 이대로 잊어버리면 된다. 수지는 애써 그렇게 생각했다.

 우웅,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수지는 힘겹게 팔을 뻗어 휴대폰을 들어 번호를 확인했다. 눈물로 흐려진 시야 너머로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이름이었다. 여전히 힘은 없었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여보세요."


 「수지야, 괜찮아?」


 대뜸 전화해서 묻는 말이 괜찮냐니. 수지는 마치 들킨 사람처럼 뜨끔했다.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학교 안 나왔길래.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수화기 너머의 이레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수지는 그제야 시간을 확인했다. 아, 오늘 1교시 수업 있었는데. 어쩐 일로 늦잠을 자버렸다. 수지는 제 이마를 짚었다. 절로 탄식이 나왔다. 이마도 땀 때문에 축축했다.


 "하아…. 내 인생 노답…."


 「괜찮아, 수지야?」


 "괜찮아. 그냥 늦잠 잔 거야."


 악몽을 꿨지만. 그렇게 덧붙이고 싶었지만 수지는 애써 삼키고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그리로 갈까?」


 "아, 응? 아, 아니야. 네가 왜 여기로 와. 너 오늘 연강이잖아. 수업은 어쩌고."


 「너 목소리에도 힘이 없어서. 진짜 어디 아파보여.」


 이레가 다정하고 착하긴 하지만, 학교에서 제 집까지 올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거기다가 이레는 대쪽같았다. 정해진 규칙과 규율을 철저히 지켰다. 그런 이레가 수업을 제치고 자신에게 온다고? 기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진짜, 진짜 그냥 늦잠 잔 거야. 아우, 얼른 학교 가야겠다. 오후 강의도 있는데."

 

 「무리하지 마, 수지야. 내가 교수님한테 말씀 드릴게.」


 왜이리 걱정하지? 내가 그렇게 힘이 없나? 수지는 하하 웃어보였다.


 "나 팔팔하거든? 조금만 기다려. 곧 학교로 갈게."


 「…알았어.


 그제야 이레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듯한 말투였다.


 「늦었다고 급하게 오지 말고, 천천히 와. 알았지?」


 "얘는. 내가 무슨 애야? 오늘따라 간지럽게, 정이레."


 그렇게 뚝,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이레의 걱정이 기분 나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덕분에 악몽의 여운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울한 기분이었다. 수지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학교 갈 준비를 시작했다.


 


 








 "수지야!"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지는 고개를 돌렸다. 이레가 제 쪽으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레는 수지에게 다가오자마자 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열이 조금 있는 것 같은데, 진짜 아픈 거 아니지?"


 크고 따뜻한 손이었다. 아, 왜이래, 표수지. 오늘따라 감정기복 널뛰잖아.

 수지는 장난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정이레. 왜이리 호들갑이야? 그리고 너, 지금 수업 아니야? 왜 여기에"

 "네가 너무 힘이 없어보이니까."

 "내가 그 정도였어?"

 "응. 마치 나쁜 꿈이라도 꾼 사람 같았어."


 나쁜 꿈. 수지는 다시금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잔상들을 느꼈다. 순간 숨이 막혔다. 마치 유령에게 쫓기는 기분이었다. 실체없는 무언가에게 느끼는 두려움이었다.


 "감기 걸린 거 같은데? 기침은 안 나고?"


 이레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수지의 몸상태를 살폈다.


 "아니, 난 괜찮다니까. 오히려 네가 평소답지 않은데."


 이레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걱정할 리가 없을 텐데. 유난을 떨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이레답지 않았다. 아무리 가장 친한 친구 말이다. 그래, 수지는 알고 있다. 분명 이레는 다른 사람.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여자와….

 그때였다.


 "…!"


 갑자기 이레의 얼굴이 훅, 들어왔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레의 입술이 수지의 입술에 닿은 것이다. 실수인가? 아니, 실수따위가 아니었다. 명백히 목적을 가진 스킨십이었다. 수지는 잠시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키스를 받다가, 곧 화들짝 놀라며 떨어졌다.


 "하아, 하아…! 저, 정이레. 지, 지금 뭐하는…."

 "키스하면 옮는다고 해서. 혹시 감기면."


 수지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이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레의 표정은 평소처럼 단단했다. 수지는 말까지 더듬으며 말했다.


 "미, 미쳤어? 가, 갑자기 왜, 키, 키, 키스…. 여, 여자끼리…."


 제 입술에는 아직도 이레 입술의 촉감이 남아있었다. 복잡하던 머리가 새하얘지고, 얼굴은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진짜 이레가 이상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는 것 하며, 키스까지 하다니….

 마치 연인이라도 된 것 같잖아.


 "갑자기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


 이레는 되레 무슨 소리냐는 듯 수지에게 물었다.


 "우리 사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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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애낌이가 이레수지를 바라고 또 바란 끝에 직접 쓰기에 이르렀읍...

수지야 꽃길만 걷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 옆에는 벤츠 이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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