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아가씨인데 철없는 오빠새끼가 어디서 겉멋이 들었는지 바이크 탄다고 지랄하다가 멀쩡히 서 있던 차 꼴아박고 자빠링해서 합의금은 합의금대로 물고 바이크는 바이크대로 여기저기 쓸리고 망가져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아버님이 이 오토바이 수리를 해서 중고로 팔든 갖다버리든 하라고 대신 니 오빠한테 맡기면 제대로 안 될 거 불 보듯 뻔하니 니가 하라고 오토바이 처리권을 아가씨한테 주는거임 물론 오빠는 병상에 붕대감고 누워서 절규하고 있고

김비서한테 시키면 안 돼요? 하니깐 김비서는 사람이 약해서 저놈이 부탁하면 몰래 뒤로 빼돌려뒀다가 줄거라고 대신 저거 팔아버리면 이번달은 그 가격만큼 용돈 더 얹어준다고 그래서 그냥 용돈 더 받는 김에 대충 주변 바이크샵 검색해서 내다 팔 오토바이가 있는데 혹시 거기서 용달도 하시냐고 하니깐 이미지 속의 바이크샵 사장-적당히 머리 벗겨지고 수엽 듬성듬성 나있고 목소리에는 기름기가 낀-치고는 굉장히 젊은 목소리가 흘러나와서 깜짝 놀라는거지

약속한 시간이 되어 김비서랑 둘이 낑낑거리며 집 정문 앞으로 바이크를 끌고 나와서는 아가씨 그래도 도련님 생각을 좀… 하는 김비서의 애원을 칼같이 자르고 있는데 저 멀리서 파란 포터가 나타나고 김비서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떨구는 동안 바이크를 발견하고 멈춘 포터가

창문을

딱

내리는

그

순간

아가씨는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뭔지 알아버리는거지 적당히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탈색을 한 건지 염색을 한 건지 인위적인 느낌은 하나도 안 나는 갈색 머리칼을 숏컷으로 시원스레 친 여자가 호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씨익 웃는거야

"안녕하세요! 파신다는 게 그 바이크인가요? 듣던 것보다 많이 망가져 있는데 견적은 샵에 가서 낼테니 한 분만 같이 와 주시겠어요?"

아가씨는 때를 놓칠세라 손을 번쩍 드는 김비서를 힘껏 밀치고 얼른 포터 옆좌석에 답싹 올라타는거야 잡아일으킨 김비서와 함께 바이크를 짐칸에 실은 여자가 운전석에 휘릭 올라타고 출발하는데 늘 타던 고급리무진과는 다른 희미한 기름냄새와 쇠때 냄새 등등 평소에는 맡자마자 코를 말아쥐었을 냄새들이 이 여자와 같이 있으니까 막 너무 새롭고 신선하고 그런 거 있지 게다가 입고있는 점프수트 형식 작업복도 너무너무 멋있어보여

"바이크 모실 분처럼은 안 보이는데, 어쩌다가 사고가 났어요?"

"오빠 거에요. 겉멋만 들어서는 신나게 몰다 사고를 내는 바람에 아버님이 치우라고 성화셔서…"

"하하! 이따금씩 있는 일이네요."

아 어떻게 하냐 저 웃는 모습도 너무 멋지고 잘생기고 시원스러워서 미치겠는거지 게다가 바이크샵에 도착해 견적용 테이블로 안내해주고선 여자끼리니깐 잠깐 실례한다면서 점프수트 윗도리를 확 벗어다가 허리춤에 묶는데 벙벙한 작업복에 가려져 있던 태평양같은 어깨 태백산맥같은 팔근육 빨래판과 차이를 찾을 수 없는 복근이 아주 그냥 아가씨 마음을 훔치고 짓밟고 묶어다가 패대기치고 미치게 만드는거야

"그럼 이야기가…이걸 파신다고요?"

"아, 아뇨! 수리, 수리로! 수리할게요!"

사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데 그 멋진 얼굴에 동그랗게 눈을 뜨니 귀엽고 멋지고 그냥 확 내꺼 해버리고 싶은 기분에 아가씨는 점점 미쳐가고 허리가 뻐근하고 난리났다 난리났어

"시간이 좀 걸릴텐데요."

"제가 중간중간 와서 볼게요!"

"하하, 그러시죠 그럼."

그렇게 사장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자주 많이 보겠다는 핑계로 팔아버리려던 바이크를 그냥 수리하기로 말을 바꾼 아가씨가 시간이 지나며 사장과 말을 놓게 되고 서로 나이도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어 친구먹자는 말에 가슴 설레서 잠을 못 자고 어느날 친구가 데려간 삼겹살집의 보답으로 가슴과 등이 깊게 파인 와인레드색 드레스를 입혀서 최고급 호텔의 라운지 레스토랑에 전세를 내 데려가놓고는 스테이크를 앞에 둔 채 잔뜩 쫄아서는 드레스도 식사법도 어색해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너무나도 귀엽게 감상하고…

"저-저기, 친구끼리 이런 거 해도 되냐…?"

바로 그날 밤 1박에 천이백씩이나 하는 제일 비싼 스위트룸에서 양파껍질 벗기듯 드레스와 속옷을 하나하나 벗겨가며 그 완벽한 육체미를 감상하고는 확 덮쳐서 친구를 마누라로 만들어버리는 부잣집 아갓쉬 보고싶다 할 때는 강공이지만 잘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친구 아니 마누라의 탄탄한 팔을 베고 너른 품에 안겨 큰 가슴을 조물거리며 새근새근 잠드는 아갓쉬…

다음날 아빠 회사의 회장실로 불려가서 도대체 니가 정신이 없지 않고서야 하룻밤에 이천을 쓴 게 말이냐고 아버님한테 졸라 혼나다가 그래도 오빠는 사천짜리 바이크를 아예 갈아없앴는데 저는 삼천써서 아버님 며느리도 생겼다구욧! 하며 반항하는 아가씨의 말에 옆에서 얼굴이 새빨개지는 바이크샵 사장님이 보고싶다 두통 가득한 표정으로 안경을 벗고 이마를 문지르며 건물 몇 개 가져가고 그 바이크샵 건물도 아예 사줄테니 그냥 둘이서 평생 사고치지만 말고 살라는 회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팔짝팔짝 뛰는 아가씨와 어리둥절하다가 지금 나 큰일난건가 하고 뒤통수를 벅벅 긁는 바이크샵 사장님 보고싶다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