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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역키잡 하나메르2모바일에서 작성

ㅇㅇㅂ(180.66) 2019.06.18 22: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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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나 17살, 앙겔라 치글러 34살.-2




본래 커피가 담겨있었을 빈 종이컵을 꾸깃대던 앙겔라가 푸욱 한숨을 쉬었다. 필시 고민이 있기 때문이였다. 그녀의 어두운 표정과 다르게 한 낮의 하늘은 푸르렀고 날씨는 좋았다.  급기야 앙겔라는 종이컵을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물먹은 빨래처럼 추욱 병원 옥상 난간에 매달렸다. 그녀는 골몰히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지 지난주 즈음, 그러니까 2주 전 즈음을 기점으로 하나가 자신을 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착각으로 치부했다. 13살 부터 아침에 매일 해주던 포옹과 입맞춤을 빼먹었을 때에는 그저 아이가 피곤하거니 했다. 그 감촉을 잠시 떠올리던 앙겔리른 제 검지 손가락으로 볼을 슥슥 문질렀다



하나는 고의적으로 자신을 피하는 것이 맞았다. 어느 샌가부터 하지도 않던 야자를 신청하더니 꼭두새벽부터 학교를 가겠노라 나가버렸다. 딱 일주일쯤 그런 행태가 지속됐을 때 아무리 눈치가 없는 앙겔라라도 아이가 자신을 마주하길 꺼려한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이것이 그녀가 줄 곧 고민하고 있는 이유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되는 바가 없다. 아무래도, 같은 의사 동료인 옥스턴의 조언에 따라 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역시 하나는 저를 피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이미 알고 있는 바였지만 쓰려지는 속은 어쩔 방도가 없었다. 앙겔라는 어두컴컴한 거실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댔다. 팔짱을 끼고 등받이쪽으로 머리를 기대니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


시계는 벌써 새벽 1시 반을 가르키고 있었다.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인 하나에게는 너무 늦은 시간 이었다. 더럭 걱정이 들었지만 요즘 자신을 피하느라 자신이 잠에 들고 나서야 들어오는 하나를 알고 있었기에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하나는 어디 있다가 오는거야...


초조해진 앙겔라는 자신의 입술을 짓씹었다. 다소 세게 깨문 탓에 연한 피가 베어나왔지만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한참을 소파 팔걸이를 의미 없이 툭툭 두들기고 있었을까, 도어락을 푸는 소리가 들렸다. 디리링-하는 평범한 소리가 앙겔라의 귀에는 그 누구보다 감미로운 음악으로 들렸다. 앙겔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나!"


아이가 오면, 우선 따듯한 차를 한 잔 내 주고 숨을 고르게 한다음 찬찬히 대화를 나눠봐야지. 라고 다짐했던 앙겔라의 계획은 전부 물거품이 되었다. 고개를 숙이고 터덜터덜 문을 열던 하나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퍼뜩 쳐들었다. 놀라 동그랗게 부릅뜬 눈이 작은 아기 토끼를 연상시켰다. 귀엽, 아, 이게 아니지. 앙겔라는 정신을 다잡았다.


"걱정 했잖아요."
"박사님? 왜 아직 안주무시고..."


저도 늦은 시간이라는 자각이 있는지 하나는 자신의 손목 시계를 힐끗 쳐다봤다. 그러더니 앙겔라의 안색을 한번 살폈다. 굳어진 표정을 발견한 하나는 눈을 데룩데룩 굴렸다. 항상 먼저 잠에 들어 하나가 몇 시 쯤에야 들어오는지 몰랐던 앙겔라는 오늘에서야 알아챈 자신을 자책했다.

요 근래 한번도 아이를 자기 전에 본 적이 없었으니 아이는 이 시간까지 밖을 정처 없이 떠돌다 들어오는 것 이겠지. 무슨 고민인지는 몰라도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관심을 쏟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함이 밀려왔다.


하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앙겔라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어쩌지? 화가 많이 나셨나? 굳어진 표정을 보는 아이의 걱정이 눈빛으로 티가 났다. 앙겔라는 하나를 끌어안았다.


"미안해요."
"....네?"


다짜고짜 하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앙겔라가 꺼낸 것은 뜻밖에도 사과였다. 한참 자라나는 청소년인데, 자신을 피하는 것을 보니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는데, 보호자인데. 이상함을 느끼지 못해서, 바쁘다는 핑계로 관심을 가지지 못해서. 분명 하나와 대화를 나누고자 아이를 기다린 것인데, 새벽이라 피곤해 보이는 아이의 얼굴을 보자 떠오르는 것은 '미안함' 이었다.


하나는 멀뚱히,앙겔라의 품 속에 껴안겨 있었다.  하나는 허공을 배회하는 자신의 팔을 어쩔 줄을 몰랐다. 마치 달려있지 않은 것이 새로 생긴 것 처럼 어색한 폼이었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하나는 그녀의 여리한 등을 마주 안아 줄 수 있었다.


"하나, 많이 컸네요."
"......"


앙겔라가 하나의 등을 토닥였다. 분명 자신의 허리께정도 오는 작은 꼬마였는데. 상상하니 웃음이 나는 것도 같았다. 그래, 자고로 아이는 신경을 많이 써서 길러야 하는 건데. 하나가 조금 컸다고, 알아서 잘 할거라고, 조금 무신경 해 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다시금 밀려왔다.


"하나가 무슨 고민이 있든, 언제나 들어줄게요. 지금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얘기 하지 않아도 돼요. 내가 더 신경썼어야 했는데. 아직 하나는 많이 어린걸요."


아이를 끌어안은 채로 앙겔라는 나긋하게 말했다. 앙겔라의 말은 하나에게 위로가 되고, 또 비수가 되었다. 앙겔라를 마주 안은 양 팔에 힘이 들어갔다. 미안함에 가슴이 아려왔다. 이렇게 나를 위하는 사람인데, 나는 고작이런 사람을 이런 마음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겠노라 말했지만, 이런 내 마음을 들킨 후에도 박사님과 이렇게 여전히 지낼 수 있을까. 하나는 고개를 가로저였다.


"...박사님은, 언제나 다정하시네요."


앙겔라가 보지 못하는 어깨 너머로 하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억지로 쓰게 웃으며, 숨이 턱 막혀왔지만 평온한 음색을 연기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 대답하던 하나는, 마주안은 두 팔에 힘을 더했다.





송하나 18살, 앙겔라 치글러 35살.



그 날 이후, 하나는 앙겔라를 피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아예 보지 않는 것이 아닌 이상 앙겔라에 대한 마음은 사그라 들 줄을 몰랐으며 오히려 그녀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하나는 필사적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했다. 제 마음은 오로지 그녀를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와 피 보호자, 그 건조한 관계를 가장했다.


마음을 접고자 하나는 무던히도 노력했다. 앙겔라는 저를 양녀 그 이상으로 보고 있지도 않았고, 이런 마음을 가지고 그녀를 대하는 것은 그 동안 저를 거둬준 앙겔라에 대한 믿음을 배반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상황은 그녀를 도와주려는 듯 싶었다.


"좋아해."


하나는 얼떨떨한 얼굴으로 자신에게 작은 꽃다발을 내미는 남학생을 쳐다보았다. 훤칠한 키에 나쁘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남학생은, 마치 제가 앙겔라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과 같은 감정을 여실히 들어내었다. 남학생이 대하여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았지만 하나는 자신에게 내민 꽃을 받아들었다. 안쓰럽게도 손을 떨고 있던 남학생의 얼굴이 화색으로 물들었다.



그래, 잘됐지 뭐.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거랬는데. 하나는 무미건조한 대답을 했다.  






"다녀왔습니다."


내내 그 남학생과 데이트를 빙자한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하나는 굉장히 피곤한 기색이었다. 분명 박사님이 계실 시간인데. 의도치 않게 앙겔라의 스케줄을 줄줄 꿰고 있는 하나는 맞이해줄  환한 얼굴을 상상하며 도어락을 풀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집 안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박사님이 음식을 하던 중 이었는지 맛있는 냄새가 폴폴 풍겨왔다.


“하나, 왔어요?”


흔치않게도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박사님의 뒷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손이 바쁜지 분주하게 무언가를 구워내고, 옮겨담고 있었다. 하나는 멍하니 현관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학생과 있을 때는 죽은듯 가만히 있던 맥박이, 박사님을 담자마자 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나......어머?”


분명 인기척이 들려왔는데 대답하지 않는 하나에,앙겔라가 프라이팬에 고정하고 있던 시선을 하나에게로 옮겼다. 그리곤 금세 아이의 손에 쥐여져 있는 꽃다발을 발견한것인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나는 그 시선이 부끄러워서, 무언가 들키기 싫은 치부를 들킨 것처럼 꽃다발을 뒤로 숨겼다.


“....하나, 와서 밥 먹어요.”



앙겔라는 굳이 묻지는 않았다.. 왜 숨기는지도, 이성친구가 생긴 것 인지도. 하나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거니와 앙겔라가 추측하기에 아이가 꽃을 뒤로 숨긴것을 보니 제게 말을 하고 싶지 않구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묘하게 가라앉은 자신의 기분이 의아할 뿐 이었다.

하나가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그 짧은 시간동안, 앙겔라는 자신의 기분을 달래야했다. 아이가 걱정할까 굳어진 입매로 억지로 웃으며 하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입안의 밥알은 모래알인듯 까끌했다. 앙겔라는 저조해진 자신의 기분의 원인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언제나 자신이 거둬온 어린 아이가 자신만을 향해 웃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가? 앙겔라는 자신에게 되물었다. 하나도 언젠가 애인을 사귀고, 그를 자신에게 소개하고, 결혼을 할텐데. 그걸 몰랐던 것은 아닌데. 하나가 이성 친구를 사귄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인가.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 명쾌하진 않지만, 앙겔라는 그것을 그저 섭섭함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딸자식을 다 키워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이 것이 해답일거라는 생각은 본능적으로 들지 않았지만, 앙겔라는 너무 올곧은 사람이었으므로, 다른 선택지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저녁 식사 내내 하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앙겔라는 자신의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부엌에는 식기가 달그락 부딛히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송하나19살, 앙겔라 치글러36살.


하나는 깨달은 바가 있었다. 첫 번째는 앙겔라 치글러는 너무 다정한 사람이어서, 한번 빠지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람 이라는 것. 두 번째는 아무리 발버둥쳐 봤자 박사님이 아닌 사람은 안된다는 것. 세 번째는, 이 마음은 그녀에게 전하지 않으면 도저히 끝날 것 같지가 않다는 것.

이 세 가지 사실은 하나를 끝 없는 좌절의 구렁텅이로 쳐박기에 충분했다. 앙겔라 치글러는 제게 은인과 같은 사람이고, 그런 사람에게 이런식으로 보답을 한다는 것에 대해 배덕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더이상, 하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 마음을 접으려고 아무리 노력해 본들, 새로운 사람을 만난 들, 그저 박사님과 비교가 될 뿐이었다.



하나는 결론을 내렸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일단 내 마음을 전해보자. 굉장히 이기적인 선택이었지만 절박한 하나에게는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앙겔라에겐 미안했지만, 열꽃이 피듯 자각한 마음은 시간이 지날 수록 커지기만 했다.


“박사님. 저 성인이 되면 받고 싶은게 있어요.”
“뭔데요?”



하나는 어렵사리 입을 뗐다. 어느 평범한 주말, 평소와 같은 오후였다. 소파에 기대있는 앙겔라에게 하나는 대뜸 받고 싶은게 있노라 말했다. 툭 던진 말 이지만, 쿠션을 그러쥔 하나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앙겔라는 의아했다. 평소에 제게 갖고싶은게 있다고 잘 말하지 않던 아이였는데.


“성인이 되니까, 그 날은 아니지만.... 성년의 날에 받는 선물이요.”



하나는, 최대한 평온함을 가장하며 말했다. 아이의 심장은 이미 튀어나올 듯 빠르게 방망이질 하고 있었다. 떨리는 음성을, 제발 박사님이 모르길 바랐다.



다행히도 앙겔라는 떨리는 목소리를 눈치채지 못했고, 불행히도 서른 중반에 접어든 그녀는 성년의 날에 통상 무엇을 주고받는지 몰랐다. 그저 간만에 하나가 무엇을 요구하는 것에 기분이 좋아서, 흔쾌히 그러마, 하고 수락하고 말았다. 앙겔라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접혔다.



며칠 후, 성년의 날에 무엇을 주고받는지 알게된 앙겔라가 난감함을 표했지만, 이는 이미 엎질러진 물 이었다.






ㅡㅡ
3개월만에 쓰는데 아직도 끝을 못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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