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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좀비 뱅포칼립스] 석양 뒤에 뜨는 별.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24 13:04:13
조회 901 추천 33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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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다...”


 누가 했는지 모를 중얼거림과 함께, 한주에 한번 뿐인 방송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만, 모두 소리가 나온 곳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낡은 라디오였다.


 “해피, 럭키, 스마일, 오예! 코코로야! 모두 잘 지내고 있어?!”


 여전히 지금의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슬로건이었다. 그러나 코코로가 원래 그런 아이란 걸 알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그들은 오히려 아직 코코로가 살아 있음에 안심감을 느꼈다.


 “코코로... 그러니까 요즘 같은 상황엔 조금 더 진중한 태도를...”


 코코로의 목소리 옆에서 좀 더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두 사람은 여전하구나, 하며 히마리가 조심스레 웃어보였다.


 “이 방송을 듣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 그렇지만 코코로는 좀 더 여러분들이 보고 싶어! 모두 내 마음 알고 있..?!”


 코코로의 목소리가 끊겼다. 순간 방송이 끊겼나 싶어 절망했지만, 이윽고 다른 목소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네, 감사합니다.... 이만 전략하겠습니다. 오쿠사와입니다만, 모두 잘 지내고 계신지요.”


 “잘 지내고 있겠냐고, 미사키.”


 잠자코 라디오를 듣고만 있던 토모에가 불만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요즘 따라 잘 웃지도 않고, 툴툴거리며 무뚝뚝한 모습을 내보이는 토모에였다. 물론 상황이 그러한지라, 그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히마리는 그게 안타깝게 느껴졌다.


 “에... 그러니까, 세상을 뒤덮은 그 망할 바이러스가 퍼진 지 어느새 몇 달이 흘렀습니다. 정확히는 이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엄청 더웠는데, 이젠 조금씩 서늘해지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전략하겠다면서~ 서론이 너무 길잖아~ 미사키 찡~”


 모카가 라디오 방송에 태클을 걸었다. 정작 들어야 될 사람들은 못 듣는 태클인데도 불구하고, 모카는 그게 익숙해보였다.


 “부끄럽게도, 저희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츠루마키 家의 벙커에 납작 엎드려서, 바퀴벌레처럼 살고 있어요. 함께 하지 못해,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잠시 훌쩍이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곳에 가족들은 없을 터였다. 여동생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두고 살아있다는 죄책감. 그럼에도 이 방송이 가족들이 들었으면 하는 자그마한 바람. 그 모든 감정을 다시 억누르고, 미사키는 큼큼, 헛기침을 했다.


 “...이번 주의 지원목록은 갖가지 의학약품입니다. 라이브 클럽 CIRCLE의 지붕에 뿌릴 예정이오니, 필요하신 분들은 꼭 찾아가주세요.”


 약이라는 말에 츠구미의 입에서도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격주로 떨어지는 츠루마키 家의 구호용품. 그 물건들이 이번에는 식량이 아닌 약품이기를 애프터글로우의 모두가 바랐는데. 이렇게 아다리가 맞을 수가.


 창문 틈 사이로 보였던 별에 빈 효험이, 어느 정도는 들어맞는 듯 했다.


 “만약을 대비하는 건 좋지만, 뒷사람을 위해 부디 약품은 필요한 것들만 가져가주세요. 식량과 달리 약은 꼭 필요하신 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말을 이어가던 미사키가 잠시 말을 끊었다. 여태까지의 흐름을 보면 지금은 ‘그럼, 안녕히.’ 라든가, ‘부디 살아주세요.’ 라든가 그러한 말을 할 차례였는데.


 “그럼, 행운을 빌어요.”


 오늘의 그녀는, 좀 더 여지를 주었다.



 부엌 선반에 설치해둔 낡은 라디오가 다시 지지직, 하고 낡은 소음을 내었다. 그게 거슬려 모카는 “이만 끄겠습니다~” 하며 라디오를 껐다. 그러자 정적이 찾아왔다.


 처음 한 달까지는 의식적으로 서로 말을 꺼내곤 했었다. 그 조용함이 불안해서, 제 옆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기라도 하듯, 제 옆에 있던 친구가 무사한 걸 확인하기라도 하듯, 그들은 그렇게 계속 떠들곤 했었다. 그러나 그땐 이러한 사태가 계속 지속될 줄도 몰랐고, 몇 달이 지나가도록 진압 소식은커녕, 사람들의 생존소식조차 알 수 없게 되어 그들은 더욱 말이 없어졌다. 조금 많이, 그녀들은 지쳐버렸다.


 “언제 쯤 출발할까.”


 그러한 정적을 먼저 깬 사람은 토모에였다. 그녀의 굳은 목소리가 넋을 놓고 있던 다른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천재 소녀 모카쨩이 추리한 바로는, 낮이 좋지 않을까~ 하고 건의를 해봅니다~”


 밤에 움직이는 이점도 분명 있긴 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엔 가로등도 모두 죽어버린 터라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많이 위험했다. 달과 별빛에만 의지해야 한다는 점이 밤의 단점이었다. 그러나 낮엔 ‘그것’들의 시야도 확보되는 게 또 문제가 되긴 했지만.


 “시, 시간이 너무 늦으면 약을 찾지 못할 수도 있어.”


 그렇게 말한 츠구미가 일전에 있던 일을 떠올렸다. 상점가에서 이리 저리 비축해둔 식량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츠루마키 家의 구호용품이 통조림 박스였던 적이 있었다. 통조림이라 하면 역시 유통기한이 제법 되는 식량이라, 그야말로 먹음직스러운 구호용품이었고. 애프터글로우 내에서도 ‘이건 놓치지 말아야한다.’ 라는 의견과 그에 대한 반대 의견이 3:2로 갈렸었다.


 반대 의견의 이유는 명확했다. 츠루마키 家의 헬기는 주기적으로 뿌리는 곳을 바꾸는데, 이번엔 그곳이 상점가완 정 반대 거리에 존재한 쇼핑몰이라는 게 큰 문제였다.


 란과 히마리가 그곳까지 가는 걸 반대했고, 츠구미와 모카 그리고 토모에가 무조건 가야된다며 고집을 부렸다. 란과 토모에 사이에선 거의 싸움난다 싶을 정도의 신경전이 벌어졌지만, 결국 간다는 의견을 낸 세 사람이 조를 짜서 힘들게 ‘그것’들을 뚫고 쇼핑몰까지 갔다.


 그러나 그곳엔 ‘죄송합니다.’ 라는, 돌로 고정 된 쪽지와 함께 구호용품이 모두 사라져있었다. 츠구미는 평생 느낄 허탈감을 그 날 하루에 모두 느껴버린,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허탕을 치는 경험은 다신, 하고 싶지 않았다.


 “...30분 뒤에, 출발하자.”


 토모에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토모에 또한 그 날의 경험이 끔찍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 이후로는 최대한 빨리 움직이고, 최대한 많이 가져왔다. 이전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구호품을 남기기도 했지만, 이젠 그러한 위선적인 짓은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지 마....”


 적어도 지금은, 제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만이 소중했다.


 “란.”


 모카가 씁쓸한 목소리를 내었다. 란이 독감을 앓은 지, 어느새 일주일이다.


 “토모에, 나, 괜찮...”


 몇 마디를 채 떼지 못하고 란은 기침을 했다. 처음엔 그냥 평범한 감기인 줄 알았던 게, 크나큰 착오였다. 란의 병세는 나날이 심각해져 이젠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일반 감기약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해봤지만, 해열이 조금 됐을 뿐 더 이상의 차도는 보이지 않았다.


 “들어가 있어, 옮기지나 말고.”


 토모에는 냉정하게 말했다. 너무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언사였지만, 란은 그것에 토를 달지 않았다. 지금은 제 감정보다 애프터 글로우가 더 중요하다. 그랬기에, 그러했기에, 란은 이렇게 자신을 위해 네 사람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지금, 괜찮잖아. 비축해둔 식량도 조금 있고, 굳이 지금 나갈 필요는...”


 기침을 하지 않기 위해, 란은 일부러 말을 끊어 했다. 의식적으로 괜찮다는 모습을 그녀는 어필하려 했다. 그러나 예전부터 그랬지만, 란은 거짓말을 참 못했다.


 “히마리, 란 좀 봐주고 있어.”


 “뭐?! 이번엔 내가 나갈 차례잖아! 토모에!”


 토모에가 한 숨을 푹 쉬었지만, 히마리가 토모에의 말에 격하게 반발했다. 토모에는 늘 이랬다. 뭘 해도 어설픈 저가 방해라도 된다는 것처럼, 절대 함께 나가려 하지 않았다. 그게 히마리는 늘 내심 섭섭했다. 죽을 땐 죽더라도, 언제나 항상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다음에 두 번 내보낼 테니까, 지금은 그냥 내 말대로 해.”


 “아무래도~ 히이쨩은 무거우니까~ 이런 활동엔 좀 무리가 아닐까~”


 “모카!”


 모카의 때 아닌 농담에 히마리도 언성을 높였다. 토모에가 모카의 말에 키득, 키득 웃었다. 웃을 상황이 아닌데도, 오랜만에 웃는 것 같았다. 점점 정신 줄을 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 자, 히마리 쨩. 진정하고... 지금은 란이 제일 중요하니까, 조금 더 다르게 생각하면 히마리 쨩이 지금 제일 중요한 역할이야. 이제 히마리쨩은 잠도 못 자고 란을 지켜봐야 돼. 응? 그러니까 기분 풀고...”


 그렇게 츠구미가 히마리를 달래주고 있는 사이, 토모에는 손도끼를 어깨에 걸었다. 여름 축제 때 혹시 모를 화재를 대비한 손도끼였다. 그게 이런 식으로 쓰일 줄은 꿈에도 몰랐건만.


 “토모에... 나, 진짜.”


 란이 다시 토모에에게로 다가왔다. 여전히 얼굴은 열로 인해 붉은 채였다. 이마에 손을 대보면 말 그대로 ‘불덩이’겠지. 이런데도 괜찮다며 란은 억지를 부릴 거야.


 “란.”


 토모에가 조용히 란의 이름을 불렀다. 란의 이름을 부른 건, 거의 일주일만인 듯 했다.


 “우리, 안 죽어. 꼭 돌아올 거야.”


 언젠가 제 품에 안아줬던 것처럼, 토모에는 란을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란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 멋대로 죽이려고 하지 마.”


 그녀의 말에 찔렸는지, 란이 놀란 얼굴로 토모에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란의 눈엔 어쩔 수 없는 눈물이 가득 차버렸다. 이럴 때 도움이 될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꼭, 조심해야 돼.”


 란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


 있지, 언니. 코코로의 방송 들었어? 아, 으르렁 대지 말고. 언니가 그러는 건, 룽하지 않아... 아, 혹시 또 배가 고픈 거야? 식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언니는 아직도 배가 고픈 모양이네. 그러다가 살 찌겠어.


 오늘은 CIRCLE이라나봐, 언니. 고기도 떨어지고, 슬슬 언니를 위해 한 명 정도는 잡아야 될 것 같은데.... 솔직히 나도 배가 좀 고파서, 언니가 먹는 고기 먹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아직은 꾹 참는 중이야. 나중에 돌아오면 꼭 잘했다고 칭찬해줘야 돼?


 언니, 조금 있다가 나갈 건데 오늘은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되도록 모르는 사람만 언니한테 먹이고 싶어. 솔직히 딱히 상관은 없지만, 아는 사람 고기를 언니한테 먹이면 나중에 언니가 충격 받을 것 같아서 좀 겁나. 언니는 그게 나 때문이라고 말할 거잖아.


 다시 사이가 멀어지는 건 싫고, 그렇다고 이렇게 언니가 배고프다며 우는 것도 룽하진 않네. 음.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으르렁거리기만 하지 말고, 좀 일본어로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좀~ 역시 배가 고파서 그런 거야? 오늘 언니는 마치 강아지 같아.


 이런 언니도 귀여워서 좋지만, 언니가 배고프다면 역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슬슬 고기도 떨어지고 있고. 게다가 오늘은 뭔가 좋은 예감이 들거든.


 그러니까, 집 잘 보고 있어. 언니. 좀 있다 봐.



-


이번 이벤트 보고 걍 후다닥 2시간 동안 써버린 망상 글.


토모히마카오치사 - 마음 두드리기도 많이 사랑해주십시오.


구몬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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