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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야마 카스미] 별들의 고향.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12 14:18:53
조회 444 추천 16 댓글 4
														

 


 별이 진다는 표현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밤하늘의 별은 언제나 밝다. 항상 반짝반짝, 두근두근 마음을 두드리는 별들. 그러나 장막이 걷히게 되면, 하늘을 이불로 삼고 있던 별님들도 순식간에 태양빛에 사라지곤 한다.


 우주공간이나 과학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래도 지구가 하루에 한 번씩 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밤과 낮이 찾아오고, 별님들은 그대로 하늘빛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니까 내 말은, 별이 진다는 표현은 잘못된 거다. 별이 진다는 표현보다는 별이 안 보인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옳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조금 유감스럽게도, 요즘의 별들은 밤이 되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환경이 나빠진 탓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내가 보지 못하는 걸까.


 분명 그 시절엔 잘 보였었는데, 반짝반짝거리고 두근두근한 그런 것들이.


 “언니, 알바 갈 시간이야~”


 침대에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아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 더 뒤척이고 싶어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었다.


 “벌써~?”


 “자, 자. 빨리, 빨리 준비해!”


 눈을 뜨지도 않고 말했는데,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왔는지 아쨩의 목소리가 더욱 가까운 곳에 들려왔다.


 “네~”


 더 이상의 늑장은 무리인 것 같아, 결국 기지개를 한번 켰다. 깬 것은 이미 한참 전이지만, 그제야 잠기운이 모두 달아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하품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한번 보는데, 그 옆에 장식대 위에 서 있는 랜덤스타가 보였다. 포피파의 모두는 아니지만, 어쨌든 각자의 은퇴 싸인이 담긴 너무나도 소중한 물건. 볼 때마다 손이 근질거리면서도, 다시 만지기엔 좀 애매한 그런.


 절로 한숨이 푹 튀어 나왔다.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무엇하랴, 어쨌든 내가 모두를 끌어들였기에 결국 끝내는 것도 내가 해야 했다. 그때의 선택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속에서 읊조리는 한 마디가 있었다. 마치 자기최면을 걸 듯, 아스러지는 마음을 붙잡고 다짐하듯 꼭 하곤 하는 말.


 잘한 거지, 분명.



 “다녀오겠습니다.”


 내 목소리 뒤로 아쨩의 목소리가 뒤 따라 흘러 나왔다. 그 목소리가 듣기 힘겨워 문을 닫았다 요즘의 아쨩은 좀처럼 예전의 모난 태도를 잘 보여주지 않았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며칠, 몇 달, 어쩌면 몇 년? 아무튼 몰라.


 알바를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아직 이른 오후라 그런지, 퇴근길의 사람들과 길이 겹치지 않았다. 마땅히 할 것도 없어, 광고판으로 설치된 TV를 멍하니 보는데 아는 사람이 나왔다.


 ‘둥근 산을 화려하게! 마루야마 아야입니다!’


 스피커는 설치되지 않았는지, 굵은 폰트의 자막이 아야 선배의 목소리를 대신했다. 그나저나 아야 선배, 톱 아이돌이면서 아직도 예전 멘트 쓰시는 구나. 어떤 의미로는 하나도 안 변한 것 같아 존경스럽다.


 ‘하하, 마루야마 씨의 그 인사는 신인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고정인가요?’


 ‘저도 이제 버릇이 된 터라.... 귀, 귀엽게 봐주세요!’


 ‘아뇨, 아뇨! 저희가 마루야마 씨의 눈치를 봐야죠! 이번 신곡도 지붕을 확 뚫어버리지 않으셨어요?’


 ‘아하하... 감사합니... 이번 역은 OOOO 역입니다. OOOO 역입니다.’


 아야 선배의 웃는 얼굴이 갑자기 역의 안내방송으로 바뀌었다. 분명 잠깐 본 것 같았는데, 어느새 내릴 역에 도착했다.


 요즘의 시간은 참 빠르다. 분명 오늘은 수요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어느새 금요일이다. 이번주 월요일부터 이번주 금요일까지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비...”


 계단을 넘어 출구로 올라왔더니, 조금씩 내리는 빗방울들이 눈에 보였다. 분명 예보엔 없었던 비인데, 조금 더 굵어지려나. 빗방울이 두꺼워지기 전, 먼저 알바 장소로 뛰어가는 게 나으려나.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비로 여기고 기다리는 게 좋을까?


 그렇게 고민하기를 십 분 정도. 다행이도 빗방울은 더 굵어질 기미가 없어 일단 그냥 맞고 가기로 했다. 비가 그치는 걸 기대하기엔 허락된 시간이 너무나 자그마하다.


 “토야마 씨. 조금 더 일찍, 일찍 다니세요.”


 사실, 이미 몇 분 지각을 해버렸다.


 “죄송합니다.”


 나는 사모님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비가 왔다거나, 지하철을 한번 놓쳤다거나 그러한 것들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핑계를 대기보다는, 빠른 사죄가 더 쉬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요즘의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사모님은 혀를 몇 번 차며 물품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 왜 늦었냐며 물어보자, 나도 모르게 멋쩍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예전 같았으면 비가 너무 많이 와서라거나, 지하철을 늦게 타서라거나 이런 저런 얘기들을 했을 텐데.


 요즘의 나는 꽤 말이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누가 그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신문 정리 좀 할게요.”


 같이 일하는 알바생에게 괜히 미안해, 그리고 사모님의 눈치가 보여 나는 일부러 일거리를 더 찾아내 만들어서 하곤 했다. 종이 신문 같은 경우엔 많이 나가지는 않지만, 나이가 많은 일부 손님들에게 수요가 있다. 그리고 편의점의 잡다한 일들을 할 때도 꽤 도움이 된다.


 ‘이 달의 음반 소개, 로젤리아의...’


 가끔 이렇게 반가운 소식들을 접할 때도 꽤 있었다. 편의점 구석에 몰래 숨어 쪼그려 앉아 신문을 살며시 펴보았다. 서클에서 자주 보았던, 꽤나 살가운 얼굴들이 눈에 밟혔다. 로젤리아는 달라진 게 많은 것 같으면서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그래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역시 퓨쳐 월드 페스티벌을 우승하고 난 뒤였을까? 우승과 동시에, 난데없이 새 음반을 낸다고 했을 땐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는데.

유키나 선배는 정말 대단해, 프런트맨으로서 결단력도 있고.


 “저기요!”


 살짝 허스키한, 그러나 어딘가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함을 느끼면서도, 묘한 위화감에 몸은 움츠러들었다.


 “토야마 씨! 대신 계산 좀 해주세요!”


 “아, 네!”


 다른 알바생의 목소리가 계산대와 조금 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들려왔다.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아, 황급히 신문을 반으로 접고 계산대를 향해 뛰어갔다.


 “말보로 레드 한 갑 주세요.”


 서로의 얼굴도 확인하기 전에, 손님은 먼저 주문부터 말했다. 편의점 알바와 손님이라는 관계가 여러 번 부딪힐 관계는 아니어서, 카스미도 손님의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먼저 담배를 꺼냈다.


 “510엔입니...”


 “....카스미?”


 손님의 목소리가 그대로 내 목소리를 끊어버렸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했다. 익숙한 목소리인 줄은 알았는데, 설마 진짜로 아는 얼굴이었을 줄이야.


 “란 쨩?”


 담배와 카드를 건네주던 오른손이, 살짝 떨려왔다.


 스물 둘. 더 이상 적지도 않고,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나이.


 이것 또한 예보에 없던 만남이었다.


 - 


 


천체관측 들으면서 문득 생각난 것들을 찌끄려본 글.


마음 두드리기 다 쓰면, 이것도 마무리 하고 싶다. 


그러니...마음 두드리기도 많이 사랑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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