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카스미."

"어? 왜 그래, 사-야?"

아, 드디어 말했다. 하루종일 고민했다. 카스미에게 말할지 말지에 대해서. 

2학년으로 올라온 뒤, 공부해야하는 양도 늘었고, 부모님은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지만, 

몸도 아프신 엄마가 고생하는거보단 낫다고 생각해서 빵집일 맡은 양도 늘렸다. 

조금은 오기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포피파의 친구들이 사정을 알고 내 스케쥴에 맞춰서 밴드 연습 시간을 조정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예전같으면 이런 호의,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겠지.

전부 카스미 덕분이다. 

카스미가 힘든 일은 같이 나누자고 해줬으니까, 같이 고민하자고 했으니까,

그래서 더 이상 혼자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어떻게 아는건지 좀 많이 힘들다 싶은 날엔 항상 카스미가 와준다.

카스미답게 서툴긴해도 일을 도와주는게 정말 큰 도움도 되고,

그냥 카스미가 와준다는거만으로도 기분이 좋기도하니까.

사실 오늘은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지만, 그냥 카스미가 와주면 정말 좋을거같아서 

하루종일 고민하다 말을 걸었다.

"그, 오늘 말이지?"

삐비빅

"아, 아리사다! 미안해, 사-야, 전화 좀 받을께!"

"아...응..."

[야! 카스미!]

"응! 아리사, 왜?"

[왜긴 왜야! 빨리 내려와! 오늘 공부 도와달라고한건 너잖아!]

"아,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미안해, 사-야, 아리사가 학생회실에 들렸다 내려간다 해서 

오래 걸리는 일인가 했는데 금방 끝났나봐."

"응, 그렇구나... 오늘 아리사랑 같이 공부하기로 한거야?"

"응! 역시 수학은 좀 어려워서, 숙제도 도와달라고 할겸 오늘 같이 공부하기로 했어!"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나, 계속 내 생각만 하고 있었구나. 카스미도 2학년에 올라오고 나서 힘들텐데,

카스미가 우리집에 와주는 것도 카스미가 자기 소중한 시간 써서 와주는걸텐데

난 그냥 내가 좀 편하고 싶어서 카스미에게 그런 부탁을 하려고 했어.

"그래서, 아까 왜 부른거야, 사-야?"

"아... 아무것도 아냐~ 그럼 아리사네 집으로 가는거지? 어차피 같은 방향이니까 같이갈까?

아리사 기다리니까, 빨리 나가자."

이미 밴드 스케쥴로도 나를 많이 배려해주고 있는데,

역시, 조금 힘들더라도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는게 맞겠지. 

"어..."

"짐 더 챙길거 있어? 그럼 나 먼저 나갈께?"

"자, 잠깐만!"

뒤돌아서는 순간 카스미가 내 옷자락을 붙잡는다.

내 옷자락을 붙잡는 카스미의 얼굴은, 평소의 헤실헤실 웃기만하는 얼굴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누군가를 심하게 걱정해주는 표정이었다.

"어, 왜, 왜 그래 카스미? 무슨 할말 있는거야?"

"그러니까, 그게..."

카스미는 계속 우물쭈물거리고 있고, 

뭐지, 내 생각이 들키기라도 했나? 하고 있는 순간은 잠시,

곧 카스미는 평소처럼 바보같은 웃음을 짓는다

"에헤헤, 나 사-야네 집의 빵이 먹고 싶어졌어.

오늘 사-야네 집에 가도 될까?"

"우리집? 이, 이렇게 갑자기?"

"아, 혹시 안되는거야?"

"그게, 안되는건 아닌데, 방금 오늘 아리사랑 같이 공부하기로 했다고..."

"음~ 그건 사-야네 빵집일을 도와주러가는거라고 하면 아리사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 그거야 그렇겠지만..."

"그리고 거짓말은 나쁜거니까, 오늘 빵집일도 도와줄게~ 그래도 괜찮지?"

......  

카스미는 역시 카스미구나. 

"...응, 물론이야. 고마워.

"아냐, 나야말로 미안해."

"어? 미안하다니, 뭐가?"

"헤헤, 아무것도 아냐. 빨리 가자! 아리사가 또 화내겠어!"

"응, 알았어. 가자."

미안하다, 라는건, 역시 그거겠지. 카스미니까.

미안해야 하는건 당연히 내 쪽인데.

항상 많은걸 받고 있어서, 이걸 다 갚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지만,

카스미라면 언젠가 내가 받은 것들을 전부 갚을 수 있을때까지

곁에 있어줄테니까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카스미의 뒤를 따라 함께 교실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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