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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고양이들 보고 회로 돌아간 나는 정상일까모바일에서 작성

H.I.O(121.181) 2019.07.20 11:45:35
조회 1753 추천 55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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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블로그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위에 짤 보고 갑자기 회로 돌아간다


  솔직히 말해서, 허리가 약간 휘어질 정도로 꼬옥 껴안는 거 넘모 꼴리지 않어요?



  자, 예를 들어서 이런 거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때는 마침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었어. 2박 3일이었지.

  날 때부터 총수의 관상을 가지고 태어난 A(가명)는, 잔뜩 들뜬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아침에 엄마들이 싸준 도시락을 괜히 만지작거리고 있었지. 왜냐하면 이번 여행이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가는 수학여행이거든. 그러니 기대 될 수밖에.

   A는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주변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
   (오늘 밤에 반드시 A를...)이라던가, (공평하게 순서는 가위바위보...)라던가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순진한 A는 친구들의 말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어.

  '아, 오늘 밤에 잠 안자고 놀 생각이구나? 재밌겠다. 나도 끼워달라고 해야지.'

   딱 이정도로만 생각했을 거야.



   그리고 버스는 묵묵히 도로를 달려 목적지인 별장에 도착했어. 수학여행의 목적지가 어째서 별장인 지는 신경쓰지 말자고.

   미리 정해진 조별로 방을 나누고, 서둘러 짐을 푼 A는 별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간식으로 가져온 누드 빼빼로를 써서 친구들이랑 빼빼로 게임을 한다거나, 반장이 가져온 트위스터 보드게임을 하며 열심히 살을 부대끼거나, 아니면 샤워하는 중에 갑자기 전교 일진 C양이 들어와서 등을 밀라고 시키거나...... 정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

   여기는 각자의 상상에 맡길게.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시간은 밤이 되었어. 여러가지 회로가 불타서 덧없이 바스라져가는 시간이지.

   따스하게 내리쬐던 햇빛이 내려앉고 은은한 달빛이 고개를 내미는 시간.
  주변에 가로등이 적었기 때문일까? 산 속에 위치한 별장은 아침과는 다른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어. 간간이 들려오는 짐승들의 울음소리나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가 그 분위기를 고조시켰지.

   그런 상황에서, 이불에 누워 이쪽저쪽으로 몸을 뒤척이던 A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어.
   별장의 으스스한 분위기도 분위기였지만, A에게는 잠잘때 꼭 필요한 게 있었거든. 껴안는 배게 말이야.

   A는 옛날부터 그게 있어야 잠을 잘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수학여행을 나온 상태야. 가방에 과자나 도시락만 넣어도 모자란데 베개까지 챙겨올 여유가 없었지. 바람이라도 쐬러 밖으로 나가려고 해도, 옆에 있는 조원들을 깨울까봐 그렇 수도 없었어.
   아무리 용을 써도 잠이 들기는 커녕 머리만 맑아졌지.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공황상태에 빠진 A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봤어.
   그리고 발견하고 말았던 거야.

   자신의 바로 옆자리에서 포근하게 자고 있는, 자신과 비슷한 총수 관상을 가진 B의 모습을.


   졸음 때문에 비몽사몽해서 그랬던 걸까? A는 망설이지 않고 B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어. B의 온기로 데워진 이블 속은 참으로 따뜻했어.
   그리고 A는 B의 어깨와 허리에 팔을 둘러서, 자신의 품으로 꼬옥 끌어안아버렸어.

   작은 햄스터처럼 아담하고 귀여운 B의 몸은 껴안는 배게로 제격이었지. 껴안아지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라고 해야하나? 거기에 더불어 맞닿은 살결을 따라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이 A의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줬어. 햇빛에 말린 이불처럼 포근한 냄새가 코 끝을 간지럽혔지.
   이 베개라면 정말 최고의 꿈을 꾸게 해 줄 것 같았어.



   그렇게 최고의 껴안는 베개를 찾아낸 A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지만... 반대로 이번에는 B가 깨어나고 만거야.

   허리가 약간 휘어질 정도로 꼬옥 끌어안기는 바람에 잠에서 깬 B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라했어.
   성숙한 체형의 A가 B를 끌어안았기 때문에, B는 A의 풍만한 흉부에 얼굴을 묻고 있었던 상태였거든.

   깜짝 놀란 B가 무심결에 소리를 지르려고 했어. 하지만 큰 소리를 내버리면 주변의 조원들이 깨어날까봐 그럴 수 없었지.
   마음이 여린 B는 소리 지르는 걸 참고, A의 자는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 봤어.

   A의 품에 안긴 B는 행동을 망설였지만... 망설여서는 안 되는 거였어.
   왜냐하면 그녀의 망설임이 끝났을 때쯤엔, 이미 그곳엔 새하얀 백합꽃이 한 송이 피어났을 테니까 말이야.

   여자 둘이 피부를 맞대면 백합꽃이 피어난다. 그게 세상의 순리잖아?

   태초에 여신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꽃 중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이 바로 백합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


   아무튼 개소리는 이쯤 하고. A의 품에 안긴 B는 A의 포근한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지.
   살며시 눈을 감은 B는 A의 허리를 슬쩍 껴안고서 스르르 잠에 빠졌던 거야.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수학여행의 첫날밤을 보내게 되었고, 결국에는 이른 새벽에 조깅을 하려고 일어난 같은 조원 D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된 거야.

   D는 그 광경에 얼굴을 붉히며 스마트폰을 집어들었지.


   그럼 이때, D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성숙하고 풍만한 A의 품속에 마음껏 안겨보고 싶어했을까?
   아니면 귀엽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B를 실컷 껴안고 싶어했을까?


   ...


   잠시 후, 마음을 단단히 먹은 D가 자고 있는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갔어.
   하지만 그 순간, 콰당! 하면서 방문이 소란스럽게 열리고,





   아. 회로 꺼졌다.


   새벽에 갑자기 뇌절해서 쓴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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