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미가 늦는다고 문자했다. 밴드 일동은 침묵에 젖어들고 있었다. 포핀파티는 카스미가 중심에 있을 때 화목했지만, 카스미가 없는 매 순간 매우 어색하고 서먹한 공기가 맴돌았다.

"카스미는 귀엽지."

스타트를 끊은 건 사아야였다. 그 말에 일동 사아야를 떨떠름하게 보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맞받으며 사아야가 말했다.

"난 카스미가 좋아."

"밴드 친구로서?"

아리사가 그 말을 날카롭게 베어물었다. 사아야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사랑한다는 의미잖아."

"말도 안돼. 여자끼리라구. 포기해."

"애초에 카스미가 좋아서 온걸. 그걸 포기하라는 건 나보고 밴드를 그만두란 이야기야."

"그런 식으로 말하지마. 포핀파티를 진짜로...."

"애초에 너희 중에 포핀파티를 제대로 생각해주는 사람은 있어? 너네 다 카스미가 좋아서 온거잖아."

다시 싸늘한 침묵이 휘돌았다. 싸한 분위기의 연속적인 파노라마가 넘어진 자전거 바퀴마냥 헛돌고 있었다. 리미가 입을 열었다.

"나도 카스미가 좋아."

"양보할 수 없는데."

"오늘 고백할거야."

사아야의 눈매가 그 말에 휘어졌다.

"카스미는.그런 갑작스런 고백을 받으면 놀라서 대처하지 못할거야."

"그래도, 이런 건 먼저...."

"너가 고백하면 나도 고백할거야."

"무슨 말이야 그게?"

"카스미를 곤란하게 만들거야? 우리 둘 다 고백하면 카스미가 어떻게 할 것 같아?"

"곤란하다면서 힘들어하겠지. 누구도 상처주고 싶지 않을테니까."

아리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사아야는 인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누구든지 먼저 고백하면, 나도 같이 고백하겠어. 아주 포핀파티를 부숴버릴거라구. 알았어?"

"무슨 말이 그래! 너 지금...."

"그러니까, 카스미가 선택해줄 때까지 서로 입 다물고 있자? 허튼 생각하지 말고."

벌컥, 문이 열렸다.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리미는 외쳤다.

"와, 와아 초코소라빠앙...."

"늦어서 미안해! 얘들아!"

카스미가 달려오고, 밴드 멤버들이 그녀를 보며 웃었다. 카스미는 이렇게 좋은 친구들과 밴드를 하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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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카스미 없으면 분위기 개판나는 카스미 총수 밴드라는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