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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린코가 로젤 멤버로 알페스 쓰다가 걸리는 이야기(사요린코)모바일에서 작성

ㅇㅇ(59.10) 2019.09.08 22:39:07
조회 909 추천 36 댓글 10
														

사요는 유키나의 눈이 마음에 들었다. 유키나는 지금같은 상황에서도 절망 대신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사요를 보고 있었다. 그래. 그래야 내가 선택한 사람이지. 비뚤어진 만족감으로 사요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행운을 빌어요, 미나토 씨.”

유키나의 멱살을 잡고 있던 사요의 손이 풀리자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진 유키나의 몸은 허공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추락하는 유키나의 모습에는 흥미가 없었던 사요는 바로 몸을 돌렸다. 이 뒤는 유키나와 리사에게 달린 일이었다.

하지만 몸을 돌린 사요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작은 몸집의 소녀가 충격받은 얼굴로 난간 위에 서 있는 사요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다가와 씨.”

예상치 못한 방해꾼의 존재에 사요는 불쾌해졌다. 난간에서 내려온 사요는 아직도 방금 전 목격한 일로 몸을 떨고 있는 아코에게 물었다.

“방금 일을 봤나요?”

“사요 씨, 어째서...유키나 씨를?”

이유를 설명하는 대신에 사요는 좀 더 간단한 방식을 택했다. 사요의 몸 주위로 녹색의 번개가 휘몰아치기 시작하자 아코는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사요...씨?”

“움직이지 마세요, 우다가와 씨. 그 편이 아프지 않게 빨리 끝날테니까.”

사요가 팔을 아코를 향해 뻗치자 굉음과 함께 번개 다발이 쏘아졌다. 날아오는 번개를 본 아코는 고통을 예상하며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궁금해진 아코가 눈을 뜨자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자신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 린린!”

다행히 시간에 맞춰 사요의 번개를 튕겨내는데 성공한 린코는 고개를 돌려 뒤의 아코를 보았다. 그녀의 소중한 작은 기사의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린코는 다시 사요를 향해 눈을 돌렸다.

“히카와 씨,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마치 타고있는 불길과도 같은 그 모습에 사요는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재빨리 몸 주위의 번개들을 없애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힌 사요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린코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별 일 아닙니다. 그저 제가 잠시 오해를 했나보네요.”

린코의 코앞까지 걸어온 사요는 검은 머리 소녀의 하얀 손을 붙잡아 들어올리고는 그 손등에 조심스럽게 키스했다.

“그러니 피차 바쁜 상황에 오늘은 이만 끝내면 안될까요?”

린코는
———————————————————

턱. 타자를 치는데 열중하고 있던 린코는 갑자기 어깨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놀라 벌떡 일어섰다.

“히이익!”

“죄, 죄송해요, 린코 선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안하시길래 그만!”

린코가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보니 같은 학생회의 후배인 아리사였다. 소심한 선배를 놀라게 한 것이 미안한지 아리사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제가 너무 집중하고 있었나보네요.”

마음여린 후배가 걱정하지 않게 웃어보이던 린코는 아리사의 시선이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어깨 너머-학생회실 컴퓨터의 모니터-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린코 선배, 이건...”

린코는 다급하게 모니터 화면을 몸으로 막았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건 그냥...그...”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변명거리가 나오지 않아 린코의 눈이 핑글핑글 돌기 시작했다. 결국 린코는 자포자기하고 아리사에게 전부 털어놓았다.

확실히 미움받아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었다. 자기가 몸담은 밴드의 멤버들을 등장인물로 소설을 쓰다니. 다른 멤버들을 향한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소설을 쓰면서도 이번에야말로 그만 쓰자고 여러번 다짐했었다. 하지만 익명으로 올리던 곳의 온라인 독자들이 매번 좋은 반응을 보여주다보니 멈추지 못하고 계속 쓰게 되었고, 그 결과 지금 현실에서 지인에게 걸리게 된 것이었다.

“이런 제가 경멸스럽죠?”

“경멸이라뇨! 린코 선배,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일이에요.”

아리사의 말에 린코의 표정에 생기가 조금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아리사는 이 사람 연상인데도 이럴 때는 진짜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인가요?”

“네. 저만 해도 이렇게...”

아리사는 자기 핸드폰을 꺼내 문서앱을 작동시키고는 린코에게 건네주었다.

“...포피파 멤버들을 등장시키는 글을 여럿 썼거든요. 그 뭐랄까, 상상력이 풍부한 저희 나이대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나요, 린코 선배?...선배?”

린코는 아리사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가 건네준 핸드폰 화면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 얼굴은 아까에 비해 확연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 이치가야 씨. 이거는 좀...저희 나이대에겐 지극적이지 않나요?”

“네? 그게 무슨...힉!”

그제서야 아리사는 자기가 문서앱으로 쓰던 소설 중에는 카스미와의 뜨거운 밤을 상상하며 쓴 것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리, 린코 선배! 그건 아니에요! 그건 그냥...!”

당황해서 린코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으려던 아리사는 실수로 핸드폰을 놓쳐버렸다. 공중으로 날아간 아리사의 핸드폰은 아리사와 린코 둘이 경악스러운 눈으로 보는 가운데 공중제비를 돌다가...

...막 학생회실로 들어온 사요의 손에 멋지게 안착했다.

“사요 선배, 나이스 캐치네요!”

“정말이지, 학생회실에서 무슨 소란인가요? 대체...”

사요의 눈이 자연스럽게 아리사의 핸드폰 화면으로 향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파렴치하고도 불결한 단어들이 사요의 눈으로 쏙쏙 들어왔다. 잠시동안 아무 말 없이 핸드폰 화면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올린 사요의 얼굴에는 귀신이 강림해 있었다.

“두 분, 잠시 설교가 필요하겠네요.”

“죄송합니다~!”X2

무서운 눈빛을 하고 다가오는 사요에게 아리사와 린코는 그저 싹싹 비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오랜 설교 후에, 아리사를 먼저 보낸 린코와 사요는 로젤리아 연습을 위해 스튜디오로 같이 향했다. 하지만 옆에 서서 걸어가고는 있어도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만 흐르고 있었다.

결국 무거운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린코가 먼저 말을 걸었다.

“죄송해요, 히카와 씨. 역시 화나셨죠? 제가 멋대로 소설에 등장시켜서...”

“그것 때문은 아닙니다.”

사요는 잠시 말을 골랐다.

“그저...시로카네 씨가 보는 저는 이런 느낌인가? 싶어서요. 사악하고, 뒤틀려있고, 경박한...”

“그건 아니에요!”

린코가 멈춰서면서 내뱉은 강렬한 부정의 의지가 담긴 목소리에 사요도 걸음을 멈췄다. 몸을 돌려 사요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 한 린코는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방금 제가 쓴 소설의 설정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기사와 신수로 나뉘는데요, 기사는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들이고 신수는 전설의 동물인데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어요. 기사와 신수 둘이 파트너를 맺는게 이 세계관의 룰인데 유키나 씨는 유명 기사 집안의 후계자로 뛰어난 마법 능력을 가진 기사지만 어떤 신수와도 파트너를 맺지 못해 반푼이 취급을 받아요. 하지만 사실 그건 유키나 씨가 모자란게 아니라 이미 어릴 때 신수인 이마이 씨와 파트너 계약을 맺어버리고는 둘이 헤어지는 바람에 오해받는다는 설정이에요. 참고로 이마이 씨는 정체가 불새인데 아까 히카와 씨가 본 부분에서 유키나 씨를 그렇게 떨어뜨린 이유는 이마이 씨가 유키나 씨를 구하기 위해 불새로 각성하는 것을 히카와 씨가, 그러니까 소설 속의 히카와 씨가 바랬기 때문이에요. 사실 히카와 씨는 기사인척 하는 신수인데 정체는 번개의 힘을 다루는 거대한 늑대로 히카와 씨가 하는 모든 일은 알고보면 세계를 사악한 자들의 계획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일들이에요. 그러니까 히카와 씨는 오해받긴 쉬워도 진짜로는 착하고 멋지고 다정한 분이고...”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말의 홍수 속에서 사요는 어떻게 린코를 진정시켜야 할지 고민했다. 여러 생각을 떠올리던 사요의 머리 속에 문득 아까 본 소설의 내용이 떠올랐다. 소설 속의 사요는 린코를 진정시키기 위해 분명...

린코가 흥분한 상태로 계속 소설의 설정을 말하고 있는 가운데, 그녀의 한쪽 손을 잡아 들어올린 사요는 그 손등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마치 거짓말처럼 린코의 말이 멈추었다.

“시로카네 씨, 이제 좀 진정되셨나요?”

사요의 물음에도 린코는 답이 없었다. 잠시 후, 그녀의 하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히카와 씨?”

빨갛게 익은 린코의 얼굴을 보던 사요는 그제서야 무슨 짓을 했는지 자각하고는 역시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서, 서둘러야 겠네요. 연습에 늦을지도 모르니까.”

“그, 그렇네요. 어서 가요!”

두 사람은 같은 쪽의 팔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며 어색한 걸음걸이로 스튜디오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이 ‘청춘이네’ 같은 말들을 했지만 두 사람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

로젤리아 곡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파이어 버드도 듣자마자 머리 속에서 중이중이한 판타지 설정들이 마구 샘솟았는데, 막상 그걸로 작품을 쓸 정도는 아니라 그냥 이렇게 얘기를 붙여 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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