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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 안 보는 사람들에게 간단히 소개하자면

원래 인간이었지만 사람 잡아먹는 괴물로 변한 게 혈귀. 그런 혈귀들을 사냥하는 다이쇼 시대 일본의 비공식 집단이 귀살대.

혈귀는 대부분 인간일 적의 기억이 없고 사람을 잡아먹으며 살아감. 인간보다 신체능력이 월등히 뛰어나고 회복력도 엄청나서 일반적인 무기로는 죽일 수 없고 특수한 철로 만든 칼 '일륜도'로 목을 베이거나 햇빛에 노출되어야만 죽음.

일부 혈귀는 '혈귀술'이라는 일종의 초능력을 쓸 수 있음. 피가 불탄다든가 얼음을 만든다던가 그런거.

귀살대는 인간을 뛰어넘는 힘을 가진 혈귀를 사냥하기 위해 신체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호흡법인 '전집중의 호흡'을 만들어냄. 물의 호흡, 번개의 호흡, 꽃의 호흡 등 종류도 다양하고 각 호흡별로 검술도 각각 다름.

똑.

똑.

똑.

고요한 방 안에 울리는 유일한 소리.

푸른 검을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내려, 바닥에 방울 방울 떨어진다.

검에, 옷에, 얼굴에 묻어 흐르는 피.

닦아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어두커니 서 있는다.

보라빛 눈에 비춰지는 건 남자.

피투성이가 되어 자신의 앞에 고꾸라져 있는 중년의 남성.

그녀는 이해했다.

지금의 상황을. 자신의 행동과, 그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들을.

완벽하게 이해했고 받아들였다.

온 몸이 난도질당한 채 쓰러진 이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도.

아버지의 몸을 수없이 베고 찌르고 난도질한 것이 자신의 손에 들린 푸른 일륜도라는 사실도.

이 검에, 얼굴에, 온 몸에 흩뿌려진 선혈이 자신의 것이 아닌 아버지의 것이라는 사실도.

텐도 마야는, 완벽하게 이해했다.

마음 속, 머리 속의 어두운 무언가가 속삭인다.

네 잘못이 아냐.

이 자의 잘못이야.

단 한 번도 너를 인정해주지 않고,

한 번도 너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한 번도 널 뒤돌아보지 않은 주제에.

하나밖에 없는 딸이 처음으로 느낀, 연모의 감정을.

처음으로 생겨난, 사랑과.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빼앗은.

처음으로 자신이 마음을 빼앗은.

빛나는 태양처럼 뜨겁고.

따스한 햇볕처럼 다정한.

소중한, 너의 클로딘을.

멸시하고.

비난하고.

비하하고.

모욕하고.

짓밟고.

욕보인.

한 번도 너의 아버지가 되어주지 않은.

이 남자 때문이야.

속삭인다.

울부짖는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죄악감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하지만.

목소리.

미약한, 작디 작은.

끊어질 듯한 목소리.

하지만.

텐도 가의 후계자.

귀살대의 물의 지주.

텐도 마야이기에, 들을 수 있었던 목소리.

미안하다.

마야.

그 목소리는, 화살과도 같이 마야의 가슴에 꽃혀.

그 안에서 속삭이던 검은 목소리들을 지워버리고.

"...너무하시는군요. 아버지."

자신 앞에 놓인, 아버지의 시체 앞에서.

"평생 저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으셨으면서."

자신이 이해한,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마음껏, 원망하지도 못하게 하시는 겁니까..."

텐도 마야는.

한없이. 완벽하게.

절망했다.

"...아, 아...아아아아아..!!!"

화살에 꿰뚫린 마음 속에서 시커먼 절망이 흘러나와.

텐도 마야를 감싸고, 집어삼켜, 으스러뜨린다.

빠져나갈 수 없는 죄악감의 늪 속에서 텐도 마야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호시미 쥰나가 주었던, 조그만 나무상자.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분명.

십이귀월, 하현의 5의 피.

산산히 부서진 이성이 떠올린 사실은.

혈귀의 피를 마시면 혈귀가 된다.

혈귀는 인간 시절의 기억이 없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린 텐도 마야는.

저도 모르게 상자를 열어, 유리병을 입에 댄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것은.

햇살처럼 환히 웃는 클로딘의 얼굴.

"'함께'야. 함께 이겨내는 거야."

미안해요, 클로딘.

하지만 저는 이미 죄를 저질렀답니다.

지금의 저는 당신에게 폐가 될 뿐.

아아, 클로딘.

사랑스러운 나의 클로딘.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부디, 당신이 제 목을 베어 주세요.

꿀꺽.

3~4화쯤 끝날 줄 알았는데....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