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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Ø+egαṽęrsẽ 9.9

♥릿카아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16 21:29:06
조회 912 추천 2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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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현관을 지나치고 신고 있던 신발을 실내화로 갈아신으면서 계단을 오른 릿카가 '1-E' 라고 쓰여진 교실로 들어갔다. 맨 먼저 반갑게 맞이해주는 건 역시나 그녀의 절친 핫스와 나미코. 두 사람은 릿카를 보자마자 인사를 건네고 옹기종기 모여, 야외수업 때 개별로 찍었던 사진이 왔다면서 알려주었다. 수영복을 입고 환하게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브이 형태를 만들어 카메라를 보고 찍은 몇 명의 아이들과 보트에서 노를 젓다가 그만 강가에 빠지는 어떤 아이를 순간포착해서 찍은 것들도 있었다.


"이거 릿카거."


나미코가 여러 장의 사진들을 훑어보면서 어느 한 장을 콕 집고는 곧바로 릿카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전한 뒤, 혹시라도 아카네 것도 있냐는 질문에 핫스가 불쑥 끼어들어 두 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한 장은 래프팅 수업 때 열심히 노 젓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아카네와 그녀의 옆으로 앉은 릿카가 두 눈을 꼭 감고 여색을 떨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찍혀있었고, 마지막 사진은 보트에 오르기 전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이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새삼 사진으로 확인해보니 아카네의 표정에는 한 눈에 봐도 기운이 없었고 전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때, 아카네를 야외수업에 무리하게 참가하지 않고 담임에게 말했더라면 무언가가 바뀌어져 있을까. 하지만 시간은 되돌아갈 수 없다. 문득, 릿카는 어제도 비어있는 아카네의 자리가 신경쓰여 사진에서 시선을 돌렸다. 평소와 같았으면 알파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이고도 남았을텐데 '그 사건' 이후로 지금은 무척 고요하고 적막하다. 아카네가 알파 여학생에게 덮쳐졌다는 것을 누가 알았는지 입소문은 금새 반에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범인' 이 확실히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여러 추측들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대화를 주고 받을 뿐이었다───단, 7명을 제외하고.


'범인' 의 진짜 정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건 릿카와 그녀의 친구들(핫스&나미코), 우츠미와 유우타, 아카네의 실종에 걱정했던 베타 여학생과 담임 교사 만이 강간을 했던 알파 여학생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굳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 중에 핫스와 나미코는 처음에 아카네를 범한게 경멸스러워서 홧김에 알려주려고 했던 충동을 간신히 참아내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 이노우에다."


"진짜. 무슨 심보로 학교에 당당히 왔대."


".....그만해. 발정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교실 문으로 들어온 이노우에 미치루를 목격한 핫스와 나미코가 볼멘소리를 하는 것을 릿카가 애써 말렸다.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발정기에 못 이긴 알파 학생이 덮치는 일이 발생하면 바로 퇴학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축구 경기장에서 상대방이 몸을 터치했을 경우 심사위원이 옐로카드를 보여주고 경고를 부여하는 것 처럼, 한 번 일을 그치고 나면 본인에게 지적하고 유예기간을 준다. 그 사이에 또 한 번 저질렀을 때는 부모를 학교로 불러서 이런저런 말과 함께 퇴학조치를 내린다.


릿카는 죄인인 마냥 표정을 드러내지 않게 자리에 조용히 앉는 미치루를 보면서 야외수업 때 찍힌 그녀의 사진을 들고 다가갔다. 그 행동을 말없이 지켜보는 핫스와 나미코와 이윽고 거리를 좁힌 릿카가 사진을 내밀면서 입을 열었다.


"억제제는 먹었어?"


그 순간 미치루는 '그 사건' 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눈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쭈뼛쭈뼛 고개를 들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온화한 미소를 띄고 있는 릿카를 본 미치루가 한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미안해......정말, 미안해..........."


한 번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이 트리거로 작용이 되어 연달아 사과하는 미치루를, 릿카가 가만히 귀담아 들었다.


아카네가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릿카는 버스 정류장으로 통행하는 일이 잦았다. 어쩌면 올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를 안고 평소에 즐겨듣던 음악을 배제하면서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한 때 오메가의 페로몬으로 혼란스러웠던 그 날의 자신에게 난데없이 나타나 놀래키지는 않을까 미리 각오를 갖춘 릿카였지만, 버스가 정류장으로 정차하는 시간이 되어서도 아카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며칠 후. 감기 몸살로 인해 하루 쉬었던 유우타에게 프린트물을 전해주라는 교사의 지시를 들은 릿카가 교실 앞문으로 들어섰다. 뚜벅뚜벅 발소리를 내면서 텅 빈 아카네의 자리 옆에 위치한 유우타의 자리에 멈춰 선 그녀는 쥐고 있는 프린트물을 내밀었다.


"이거 선생님이 전해주래."


"아, 고마워."


살가운 태도로 프린트물을 받은 유우타에게 등을 돌린 릿카가 아카네의 자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째서 한 번도 학교에 방문하지 않는지 미심쩍어 하면서 낙심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가려던 그때, 아카네의 앞 자리에 앉은 베타의 여학생에 나온 발언을 엿듣게 되다.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 아카네의 부모님이 교무실에 오셨더라구. 그거 보고 완전 놀랐다니까? 이러다가 아카네, 전학가는거 아닐까."


"뭐!? 그거 정말이냐!?"


릿카의 심정을 대변해주듯, 우츠미가 다짜고짜 소리지르며 여학생에게 추궁하였다. 유우타도 이것을 들었는지 같은 행동을 하며 여학생과 말을 나누었다. 그녀는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부모님이 오셨는데. 그보다, 너네들 너무 가까이 오지마. 징그러." 라고 답변해주고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아카네가 전학갈지도 모른다니.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리며 요동친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믿음이 천천히 무너져 내린다. 정말로 아카네가 전학가버리면 어떡하지. 아카네가 가게 되면 나는 이제 어쩌면 좋지 등등 릿카는 얽히고 설킨 불길한 마음의 소리를 떠벌였다.


"──....카! 어이, 릿카! 괜찮아?"


"...........어?"


잠깐 멍했는지 정신이 퍼뜩 깨어난 릿카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시선을 향했다.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응시하는 두 남학생에게, 릿카는 쓴웃음으로 안심시켰다.











"다녀왔습니다."


"아아, 릿카! 저녁에 뭐 먹을거니? 아빠가 랍스타 버터구이 해먹자는데, 그걸로 할까?"


".....맘대로. 나, 당분간 가게 못 도와줄 것 같아. 방에서 좀 쉴게."


"뭐어? 잠깐, 릿카! 릿카! .........나참. 학교에 무슨 일 있었나...?"


눈 깜짝하지 않고 뒤돌아서 성큼성큼 나아가는 딸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지켜보던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가게의 프론트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편, 방으로 도착하자마자 사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쓰러져 누운 릿카가 교실에서 들은 '전학' 이야기를 곱씹으며 지나간 일들을 회상했다. 그리고 쓰라린 과거를 담백하게 풀어갔던 아카네의 대사와 불길한 추측을 한 여학생의 대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얼마 전에 여기 츠즈지다이 마을에 이사왔다? 전에 살던 도시에서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말이야.'


'실은, 중학교 때 알파 여 선생님과 성관계를 맺다가 임신한 적 있었거든.'


'이러다가 아카네, 전학가는거 아닐까.'


진정해. 아직, 전학 갈거라는 결정이 나지 않았어. 고개를 가로 젓고 부정하면서 가디건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 폰을 밖으로 꺼낸 릿카가 편한 앉은 자세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LINE 앱을 켜서 신죠 아카네 라는 이름을 찾고 손가락으로 메시지 창을 터치하여 키보드 패드에 갖다 대었다. 몇 분 정도 고심한 끝에, 면역력이 약해져서 구급차에 이송 된 아카네가 생각난 그녀는 조심스레 타자를 치다.


【몸은 괜찮아?】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은데....."


또르르르, 지우는 울림을 내면서 다시 문장을 만든다.


【밥은 먹었어?】


"...........무슨 내가 아니고......"


또 한 번, 또르르르, 지우는 울림을 내면서 잠깐 멈칫하다가 문장을 만든다.


【보고 싶어(会いたい)】


당장이라도 아카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보란 듯이 메시지 창에 새겨진다. 아카네는 지금 쯤 뭐하고 지내는 걸까. 학교에 나오지도 않고 오롯이 집에만 있는 그녀가 감기 기운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상태가 아닌건지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새어나오는 전자파에 아랑곳 않고 우수에 찬 눈빛으로 화면을 보고 있었던 릿카가 고개를 푹 숙이고 그대로 침대에 옆으로 쓰러져 누웠다. 그럼에도 스마트 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베개에 얼굴을 묻고는, 앓는 소리로 제일 그리워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날 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들고 있던 도중, 수면을 방해하는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에 힘겹게 눈을 뜬 릿카가 스마트 폰을 집어들었다. 잠결에 상대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 비몽사몽으로 초록색의 통화 쪽으로 슬라이드한 그녀는 스마트 폰을 귀에 붙이고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여보세요?"


"...........진짜로 받네? 잘 지냈니, 릿카."


"ㅇ, 아카네!?!?"


야심한 새벽이라는 조차 잊어버리고 버벅거리며 소리를 높인 릿카가 잠시 후 목소리를 낮추고 스마트 폰을 손으로 가린 뒤 속삭였다. "응. 나, 아카네야. 잠이 안 와서 전화해봤어." 라고 통화너머로 간략하게 용건을 말하는 소녀에게, 릿카는 들뜨고 설레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최대한 다정다감하게 말하였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밥은 먹었고?"


매우 빠르게 근황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는 릿카에게, 아카네가 거기에 당황하지 않고 일일히 침착하게 답해주며 웃음을 흘리다.


(전학간다는 거 진짜인지 말해볼까? ...........하지만...)


만약에 전학간다는게 기정사실이라고 한다면, 과연 자신은 어떤 반응으로 그녀에게 대답해줄 수 있을까. ────솔직히, 두렵다.


"있잖아, 릿카."


잠깐 상념에 잠겨 있는 릿카에게, 아카네가 돌연히 말을 걸어온다.


"....응?"


"....자장가 불러줘."


통화너머에서 부스럭 거리는 잡음과 애교가 섞인 귀여운 목소리가 릿카의 귓가에 흘러 들어왔다. 릿카는 버스 안에서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는 아카네를 떠올리면서, 그때로 돌아간듯 풋풋함에 몸을 맡기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10점 만점에 10점의 노래 실력을 뽐내지 못하지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핫스와 나미코와 같이 노래방에 가서 불러 본 적 있는 릿카는 심호흡을 하고서 처음에 쑥쓰럽게 노랫가락을 흥얼이다가 점차 감미로운 멜로디를 내었다.





♬ 가끔 네가 없는 것만으로도(たまに君がいないだけで)


널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君が好きだと気づいたんだ)


그런 말을 한다면 웃어줄까(そんなこと言ったら笑うかな)


당연하게 바라보는(当たり前に見つめている)


그 미소를 정말 좋아해(その笑顔が大好きだよ) ♪



(*니시노 카나 - 좋아 가사 발췌*)





정형적인 동요가 아닌, 커플 애창곡으로 유명한 최신 노래를 잔잔하게 불러 무사히 완창한 릿카가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전화 스피커에 입을 대고 조심스레 대답하였다.


".........아카네, 자?"


돌아오는 대답 대신, 새근새근 얕은 숨소리 만이 귀를 간지럽힌다. 릿카는 스마트 폰을 귀에 떼고 스피커에 입술을 오므렸다가 머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보고 싶어."


째각 째각 시곗초침 소리가 정적이 가득한 방 안에 울리고, 릿카는 화면의 불빛이 꺼질 때 까지 스마트 폰을 꼭 쥐었다.










아카네가 학교에 오지 않은지 어느 덧 몇 개월의 시간. 자리에 앉아 스마트 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는 릿카에게 핫스와 나미코가 찾아온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인지 소란스러운 복도를 걸어나가고 있었던 릿카가 문득 창 밖을 바라보았다. 드높은 푸른 하늘이 장관을 이루고, 나무 껍질에 들러붙어 짝을 짓기 위해 열심히 시끄러운 노랫소리를 울리는 것을 들으면서 다시 발걸음을 움직인다.


살고 있는 저택에서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카네의 집에 한 번 찾아가 본 적 있었던 그녀였지만, 결국 용기가 나지 않아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돌아갔다. 자신이 알파 속성이어서 누르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실제로 릿카는 야외 수업의 사건을 떠올리고 초인종 앞에 극심하게 망설였다. 그리고 현재, 릿카는 아직도 아카네가 학교에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고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 수 없이 기다림 끝에, 릿카의 주머니 속에 있던 스마트 폰에서 '띠롱' 하는 소리가 울렸다. 평소와 다름 없이 핫스와 나미코의 말 장단에 어울리던 그녀는 스마트 폰을 꺼내서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릿카. 지금 괜찮아? 옥상으로 와줬으면 해】


────'아카네' 였다.


이에 릿카는 급식에서 뭐가 나올지 이야기 하는 핫스와 나미코에게 급한 용무가 생겼다는 말을 남기고 헐레벌떡 옥상 쪽으로 가는 길로 향하였다. 갑작스럽게 뛰어가는 것에 깜짝 놀란 핫스와 나미코는 말릴 새도 없이 멀어져 가는 릿카의 뒷모습을 그저 지켜봐야 했었고, 교사가 교실에서 나와 뛰어다니는 것에 호통치는 목소리에 개의치 않고 달려나가던 릿카는 옥상의 무거운 철제문을 몸으로 밀었다. 끼이이익 거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사라지더니, 이윽고 상쾌한 바람이 들어온다. 나풀거리는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내린 릿카가 뚜벅거리며 발을 움직였다.




난간에 팔을 기대던 아카네가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 긴 흑발머리가 바람을 타고 살랑거리고, 푸른 하늘 색과 복숭아 빛 색이 어우러진 예쁜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이름을 부르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릿카는 멀리 떨어져 있는 아카네에게로 한 걸음, 두 걸음, 걸어나갔다. 유연하게 흔들리는 연한 벚꽃색 머리카락과 태양 열을 품은 듯한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의 소녀에게 대답했다.




"아카네."


실로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에, 릿카는 벅차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고 말을 이어나갔다. 솔솔 풍겨오는 페로몬이 진짜 아카네라는 것을 증명하듯, 매혹적이고 달콤한 향이 릿카를 자극하였다.


'이러다가 아카네, 전학가는거 아닐까.'


문득, 베타 여학생이 추측하였던 말을 생각하면서 주먹을 불끈 쥔 릿카가 초인종을 누르지 못했던 자신을 머릿 속에 지우고 용기를 쥐어짜며 대답했다.


"...........전학가는거, 아니지? 아카네."


"...에...? 그게 무슨 소리야, 전학이라니."


"그게... 교무실에서 아카네의 부모님을 봤다고 그래서...."


"아아, 그거? .....아마, 내가 알파에게 덮쳐져서 걱정되어 온 걸꺼야. 전학이랑은 상관없어."


난간에 손을 대고 드넓게 뻗은 마을 건물들을 흘겨보는 아카네의 옆 얼굴을 릿카가 넋을 잃고 관찰하였다. 그런 후 슬며시 손을 뻗어서 비어 있는 아카네의 손을 잡았다. 살결에 닿는 따스한 감촉에 아카네가 움찔하면서 릿카를 보았다. 두 사람 간의 묘한 기류가 싹이 트고, 릿카는 잡은 두 손을 놓치지 않으며 꺼리낌 없이 과거 이야기를 털어냈다.


중학교 때 페로몬에 의해 '짝' 이 결성되는게 싫어서 반항심을 품었던 것과 처음으로 일생에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릿카는 여태껏 마음 속에 꽁꽁 넣어두었던 말을 고백하였다.


"나, 아카네를 좋아해───."


그와 동시에 서로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입술이 포개어진다. 훅 하고 들어오는 레몬향을 코로 빨아들인 아카네가 눈을 희둥그레 젖고는 포개어진 입술에서 들이닥치는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얼굴을 달아올랐다. 키스에 익숙 칠 않은 릿카가 귀까지 새빨개진 상태로 숨을 고르기 위해 잠깐 사이를 벌렸다가 다시 한 번 "좋아해." 라고 말한 뒤, 대범하게 얼굴을 붙잡고 입맞춤을 퍼부었다.


누구의 심장 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음악의 멜로디로 삼고 키스에 심취해 있던 두 사람이 천천히 입술을 떼어서 장 시간 서로를 그윽하게 응시하였다.


"............읏..."


"아카네?"


별안간 차오르는 눈물이 눈가 밑으로 떨어져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여 혹여나 싫어하는거 아닐까 사과하는 릿카에게, 아카네가 느릿하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부정했다.


"이런거.....처음 받아봐서 그래....아무도, 내게.....흐윽....좋아한다고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어깨를 한없이 들썩거리며 서럽게 울고 있는 아카네를 릿카가 말 없이 보듬어주었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아카네의 등에 손을 얹고 토닥거리는 릿카에게서, 어린아이를 보살피는 어머니의 형상과도 비슷한 상냥하고 포근한 빛으로 둘러싸여졌다. 뺨에 얼룩이 생길라, 눈가 고여 있는 눈물을 엄지로 닦아올린 그녀는 향긋한 페로몬을 맡으며 말하였다.


"내가 선물했던 교통카드 케이스 기억해?"


어딜가더라도 항상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릿카를 기억하고 있는 아카네가 작게 끄덕거렸다. 그런 다음, 발 끝을 살짝 세운 아카네가 스스로 릿카에게 접근하여 입술을 맛보았다.


아아, 신(神)이시여────. 정녕, 이 사람을 원해도 되겠나이까. 허락해주신다면, 나는 당신을 용서해주겠지요. 운명이란 건, 자연의 섭리와도 같은 필연적인 힘. 제 아무리 초월적인 존재가 참견한다 한들, 맺어진 인연(絆)은 함부로 거스릴 수 없다. 둘 중에 한 명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키스를 마친 아카네가 사랑스럽게 웃으면서 릿카를 안았다. 그리고 잠시 뒤, 수줍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올곧게 마음을 전하다.








"────나, 너의 유전자가 갖고 싶어."











------------------------


어떻게 하면 로맨틱할까 연구하다가 시간 많이 잡아먹어버림... 다음 화는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화 입니다.

p.s 릿카가 아카네에게 자장가로 들려주는 노래 영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좋으니까 들어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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