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었다. 눈을 찌르는 햇살에 아리사의 눈이 반사적으로 뜨였다. 잠이 덜 깬 아리사는 잠시 멍해 있다가 바로 앞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것은 아침햇살이 창문을 통해 비추는 가운데 평소보다 더 예뻐 보이는 타에의 얼굴이었다.

놀란 아리사는 황급히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기다란 타에의 팔이 아리사를 꼭 껴안고 있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실화냐...”

그제야 아리사는 어젯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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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쳤어~.”

어젯밤, 아리사는 피곤함에 절은 상태로 펼쳐진 요에 몸을 뉘었다. 타에의 집에 놀러 와서 귀여운 토끼들도 원 없이 쓰다듬고, 같이 목욕하려는 타에를 겨우 떼어내고, 마지막으로는 둘만의 베개 싸움까지 하느라 아리사의 몸은 녹초가 된 상태였다.

“아리사, 불 끈다.”

“응~.”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대답한 아리사는 잠시 뒤에 타에가 옆에 눕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오타에, 너...무 가깝잖아! 왜 이렇게 붙어있는 건데!”

타에는 아리사의 바로 옆에 딱 붙어서 누운 상태로 싱긋 웃었다.

“안 돼?”

“아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아리사가 머뭇거리자 타에는 그것이 승낙의 의미라는 것을 깨달았다. 같이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고 있으니 예전에 함께 잤을 때가 생각나네.”

“넌 바로 잠이 들었잖냐.”

“그랬나?”

뻔뻔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타에를 보고 아리사는 한 방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침에 잠이 덜 깨서는 날 옷짱으로 착각해 끌어안았지.”

나름 부끄러운 기억을 꺼내서는 ‘어때?’하는 표정을 지은 아리사였지만, 타에는 부드러운 미소로 답했다.

“분명, 아리사가 너무 귀여워서 착각했을 거야.”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한 방 먹이기는커녕 카운터를 제대로 맞아 당황하는 아리사에게 타에는 물었다.

“아리사, 잠시 안아봐도 돼?”

“뭐? 왜 갑자기 그렇게 되는데?”

“갑자기? 그런 흐름 아니었어?”

“아니었거든!”

아리사는 씩씩댔지만 이럴 때 타에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녀의 예상대로 타에는 곧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눈으로 지그시 쳐다보았고, 아리사는 버틸 수가 없었다.

“...잠시만이라면 괜찮아.”

“그럼 실례합니다-.”

타에의 몸이 겹쳐오자 아리사는 향긋한 내음이 훅 하고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분명 같은 제품으로 씻었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다른 느낌이 드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리사를 더욱더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타에의 얼굴이었다. 평소에도 예쁘다고 생각한 얼굴이 이렇게까지 가까이 들이 밀어지자 아리사는 더는 견딜 자신이 없어서 눈을 감고 말았다.

하지만 눈을 꼭 감아도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아리사,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도 안 해.”

“그런데 왜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어?”

“그건 네가...”

너무 예뻐서.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말을 아리사는 가까스로 다시 삼켰다. 이 상황에서 그 말을 꺼내버리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눈을 감은 채로 고민하던 아리사는 문득 주변이 조용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계 초침 소리만이 방안에 울리고 있었다.

혹시 싶어서 눈을 뜬 아리사는 타에가 눈을 감은 채로 작은 숨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잠이 든 것이다.

‘또 이 패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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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사는 한숨을 쉬고는 타에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몸이 고정되어 있어 선택권이 없는 아리사는 가만히 타에의 얼굴을 감상했다. 타에의 눈이 감겨 있기에 망정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제처럼 똑바로 볼 수 없었을 터였다.

문득 어젯밤의 일이 생각난 아리사는 어쩐지 조금 분해졌다. 복수로 얼굴에 장난이나 치자 싶어 목표물을 찾던 아리사의 시선에 살짝 벌려진 타에의 입술이 걸렸다.

아리사가 팔을 조심히 꺼내서 손가락으로 타에의 입술을 누르려 하는 찰나, 타에의 입에서 작은 이름이 흘러나왔다.

“치사토 선배...”

아리사는 손가락을 멈췄다. 갈 곳을 잃은 손가락은 허공에서 잠시 굳어 있다가 곧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사람을 불러서 이렇게까지 하고선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다니.’

“...이건 오타에 네 잘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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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에가 눈을 뜨고 처음으로 본 것은 아리사의 뚱한 얼굴이었다. 어쩐지 얼굴이 좀 붉어진 것 같기도 했다.

“일어났으면 팔 좀 풀어줄래?”

“아리사...”

타에가 팔을 풀자 겨우 구속에서 벗어난 아리사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타에 역시 일어나 앉고는 졸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직 꿈속인 줄 알았어...”

“무슨 꿈이길래?“

“아리사가 토끼 로보를 타는 꿈.”

“토끼 로보?”

“토끼 5기가 합체해서 토끼 로보야.”

“아, 그러셔.”

평소의 타에였다. 아리사는 짐짓 헛기침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나 먼저 씻고 올게. 어제 쓴 욕실 쓰면 되지?”

타에가 아직 졸린 듯이 힘없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사는 칫솔을 들고는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 뒤에서 타에는 아리사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타에의 머릿속에선 어젯밤에 꾼 꿈이 아직도 생생했다. 치사토 선배에게 붙잡힌 자신을 아리사가 토끼 로보를 몰고 와서 구해내는 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리사가 자신을 꼭 끌어안고는 입술에...

“...정말 꿈이었나?”

타에는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느낌을 되새겼다.

마치 실제 같은 촉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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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이 아리사 생일에 타에아리를 던져주니 도저히 그냥 넘길 수가 없어 간단히 써봤어.

모두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