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하고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렸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 손을 뻗어서 그대로 휴대폰을 집었다. 졸려서 눈을 뜨기는 싫었기에 살짝 실눈을 뜨고 휴대폰을 쳐다보자 어제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는 문자가 와있었다. 이치가야 씨네, 피식 웃으면서 내가 어제 하던 이야기를 떠올린 다음, 곧장 답장을 넣었다.

"나도...코코로 사랑해...전...송"

어쩌다가 이런 대화을 이치가야 씨와 나누게 되었는가-그것을 말하기 위해서는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와 이치가야 씨는 공통점이 많았다.

서로 솔직하게 속마음을 전달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사람의 성격이 비슷했다 등등...나열하자면 끝도 없긴했지만 여하튼 그런 점 때문에 서로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동질감을 느끼는 사이에서만 알 수 있는일도 있는 법, 어느순간 이치가야 씨가 토야마 씨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물론, 나도 비슷한 시기에 코코로를 좋아하는 것을 이치가야 씨한테 들켰고.

서로가 서로의 비밀을 알았을 때는 또 걸작이었다. 와, 진짜? 그런 반응이 아니라 이 사람이 그랬으면 그랬지...하고 서로 둥지를 보는 눈으로 쳐다보다가 곧장 손을 붙잡았던 것 이다.

동맹을 맺지 않겠어? 이치가야 씨가 먼저 제안을 꺼내왔다.

무슨 동맹이냐, 말인 즉슨 솔직하지 못한 여자 동맹이라는 것 이었다. 나도 이치가야 씨도 좋아하는 사람한테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는 것은 똑같았으니, 혼자서 끙끙 앓다기보다는 둘이서 서로 이야기하면서 진도를 얼마나 나갔나, 뭔가 진전은 있나 하는 둥, 서로 속풀이를 하면 좀 괜찮지 않겠냐는 것 이었다.

들어보니 나쁘지 않은 제안이어서 곧장 승낙을 한 그 동맹은 지금까지도 이어졌다. 당장 어제만 해도 이제 슬슬 솔직하게 말하겠냐는건 어떠냐는 대화가 오갔다. 물론 반 년동안 이치가야 씨도, 나도 고백은 커녕 손도 못잡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이 할 이야기는 아니긴 했다...

생각을 하는 사이 문자가 왔는지 띠링, 하고 맑고 고운 소리가 들렸다. 답장 왔나보네, 웃으면서 휴대폰을 들어올린 그 순간에 핏기가 싹 가셨다.

[...몇 달 만일까, 드디어 솔직하게 말해줬구나. 용기를 많이 냈을텐데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미사키. 나도 미사키를 엄청 사랑해....저기, 미사키. 얼굴이 보고싶은데 지금 당장 가도 괜찮을까?]

답장이 온 것은 코코로였다.

잠이 단숨에 깼다. 몸을 박차고 일어나서 눈을 비비고 문자 내역을 확인하자, 어째서인지 이치가야 씨한테 갈 문자가 코코로한테 가있었다. 설마 잠결에 보낸 문자가 이치가야 씨의 번호가 아닌 1번으로 등록해놓은 코코로한테 보낸걸까-

추측할 시간은 없었지만 결론은 명확했다. 지금 당장 오겠다는 말은 허세가 아니었는지 창문 밖으로 검은 차 몇 대가 집 대문 앞에 멈춰서더니, 곧장 코코로가 그 차에서 내렸다.

미사키! 하고 코코로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방 안의 자신한테 까지 들려왔다...

*

그리고 같은 시간, 유성당에서도 카스미는 사랑한다는 아리사의 문자를 받고는 이제야 말해주었다면서 아리사의 집에 찾아오는데...

대충 그런 회로가 돌았음

아리사랑 미사키랑 공통점이 많은데 둘이 동맹 맺어서 서로 이야기 주고받다가, 우연히 실수로 두 사람한테 갈 문자가 애인한테 가서 속마음이 들키면 어떨까 하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