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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리미테] 가시나무가 진 후에 - 4

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20 07:55:46
조회 169 추천 12 댓글 2
														

1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486330

2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486405



장미의 관에 겨울과도 같이 춥고도 긴 침묵이 내려앉는다. 그 속에서 모두는 제각각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군가는 단순한 놀람이나 의아함 정도였다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경악이 보였고, 그 속내를 잘 알기힘든 무엇인가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낼 엄두를 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전대가 되어버린 로사 키넨시스는 시즈카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그 의미를 눈치채지 못할만큼 둔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 침묵을 끝내라는 신호였으니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겁니까?"


최대한 평안을 가장하며 되물어본다. 그녀가 왜 그런 추론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최대한 속내는 숨겨야만 했다. 그것만 들키지 않는다면 그것을 추론에서 끝낼 수 있다.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할리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로사 기간티아 앙 부통이었던 사토세이 선배의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만... 그걸 저와 연관시키는건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그 분과 저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는걸요."


"그렇게 말한다면 '이의있소!'하면서 들이밀 증거는 없네. 내 생각도 그저 추론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그걸 한번 들어보지 않을래?"


그녀의 말을 거절한다는 선택지가 이 자리에 없다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의 침묵이라는 동의를 구한채로 졸업을 앞둔 전대의 로사 키넨시스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시즈카를 본다. 그것은 마치 피의자를 심문하는 검사와도 같았다.


"시즈카양은 무엇인가의 일을 겪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어. 꽤나 큰 일이었나 보지?"


"..."


딱히 대답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것 역시 동의의 표시가 될 수 있다는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묵비권의 행사는 검사에게 공격을 계속하게 해 주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런일을 꼭 개학 직전에 당했다는 증거는 없는 거잖아? 확실하게 알 수 있는건 시즈카양이 개학식 이후에는 등교를 하지 않았는데 방학식 이전에는 등교를 했다는 거야. 이건 학생부의 선생님들이 확인 해 주신 거니까."


정말 검사라도 되는 것일까. 그녀는 준비를 많이 한 것인지 이것저것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럴수는 있겠죠..."


"하지만 합창부에 따르면 시즈카양은 방학의 첫 모임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던데? 아마 그 첫 모임이 1월의 첫 주였다지?"


거기까지 알아냈다는 사실에 이제는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부장은 자신의 친구에게 정말 모든것을 알려준 모양이다. 그리고 피해자의 반응을 읽은것인지 검사는 한층 더 기세를 올린다.


"여기까지를 보면 알 수 있지. 시즈카양이 무엇인가 큰 심경의 변화를 겪은것은 방학식과 신년의 사이 즈음인거지? 혹시 그 때 가족이나 친척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그럴리가 없다는걸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지 않을까. 정말로 시즈카에게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공식적으로 밝히고 결석을 했으면 될 문제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검사님 역할의 그녀가 지독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건..."


"만약 그게 아니라면 말이야. 그 시기에 있었던 큰 일이 뭐가 있을까..."


"세이로군요."


그런 자신의 언니의 말을 이은것은 이번에 새로 선출된 이번대의 로사 키넨시스였다. 그 표정은 보기좋게 일그러져 있었고, 그 목소리는 그것보다 더욱 구겨져서 신음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시즈카에게는 가차없이 하고 있었던 그녀였지만 자신의 동생의 모습에는 죄책감이 든 것일가. 전대의 홍장미는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현대의 홍장미에게 시선을 보낸다.


"요코에게는 미안한 짓을 했네..."


"...괜찮습니다. 언니."


자신의 동생에게 사과를 전한 언니는 다시 검사의 위치로 돌아가서 피의자인 시즈카에게 시선을 보낸다. '이게 정답이지?'라는 눈빛이었다.


"저는..."


이미 완전히 구석에 몰려버렸지만 그럼에도 시즈카는 망설였다. 여기에서 뭐라고 해야 하는것일까. 이미 확신을 가지고 있는 전대의 홍장미에게 무엇이라고 하고 도망치든 그녀가 시즈카를 얌전히 보내줄까? 여러가지 수들로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섞여간다.


"어머, 내가 너무 심했나?"


이렇게까지 해 놓고 그렇게 말하는 그 모습은 짜증스러울 지경이다. 그 때, 다른 누군가가 그런 그녀를 제지하려고 나온다.


"언니. 시즈카 양이 곤란해 하고 있잖아요."


슬픈 표정이 얼굴 가득 떠올라 있는 홍장미의 모습에 이번에도 그 언니는 아까와 같은 장난스러운 태도가 아니라 진중한 태도로 한 걸음 물러나 준다.

그렇게 언니를 물린 로사 키넨시스. 미즈노 요코는 시즈카를 똑바로 쳐다봤다. 시선을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올바른 시선이었다.


"시즈카양?"


"..."


시즈카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언니를 상대하는것 만으로도 머리가 지끈 거리는데 홍장미가 이렇게 대화를 주도하기 시작하니까 어떤 흐름일지 상상조차 가지가 않았다.


그런 후배의 태도 때문인지 로사 키넨시는 얼굴에 쓴웃음을 띄운다. '언니가 너무 겁을 줘 버렸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천천히 겁에 질려있는 후배에게 다가간다.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이미 그 언니가 대부분을 까발려 버린것이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시즈카를 보듬어 주기 위한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싶다고 하더라도 강제로 시키려 한다면 그건 역효과를 가져 올 뿐이니까.


그녀가 인간관계에서 배운 쓰라린 교훈을 배경으로 요코가 택한 접근법이었다.


"..."


"하지만 가능하다면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을래? 시즈카양이 정말로 세이... 사토 세이가 떠나버린 것에 상처받아서 그렇게 움츠러든 것이라면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홍장미는 한 발짝 더 시즈카에게 다가간다. 거기에 그녀가 움찔하면서 물러나려고 했지만, 요코는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을 더 나간다.


"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어. 탓하려는게 아니고, 욕하려는 것도 아니야."


저 불쌍한 후배는 거기에도 도망가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그것보다 요코가 다가가는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도망쳐 버릴것만 같았던 시즈카를 홍장미의 손이 낚아채듯 껴안는다. 두 팔에 안긴 그 가녀린 몸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언니 정말로 너무했어요."


그것을 느끼며 요코는 바로 옆에 서 있던 자신의 언니에게 찌릿- 하는 시선을 보낸다. 거기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는걸로 대답한다.


그런 언니를 뒤로하고 홍장미는 다시 품안의 시즈카에게 관심을 돌린다. 그녀에게 정말로 해주고 싶은말이 있었으니까.


"나는 그저... 시즈카양이 나와 같은 상처를 받았다면 그걸 이해해 주고 싶을 뿐이니까."


그 말을 듣는순간 시즈카는 몸의 떨림이 잣아드는것만 같은 기분을 받았다. 그러자 지금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던 로사 키넨시스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것은 오랜만에 그녀에게 찾아온 온기였다.


따스함의 안에서 카니나 시즈카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 * *


카니나 시즈카는 어린시절부터 음악을 해 왔다. 그 자신에게 재능도 있었으며 거기에 흥미도 있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음악에 푹 빠져있었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반작용일까, 음악이 아닌것에 그렇게까지 큰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딱히 사교성이 나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지만 그렇게까지 소중한 것을 가져본적은 없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그 외의 모든것들은 따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탈리아로 가는것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던 것일까. 그녀는 친구들에게도 언제나 거리낌없이 자신은 이탈리아로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 왔고, 정말로 중학교만 졸업한다면 이탈리아로 갈 준비까지 다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시즈카는 이탈리아로 가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쪽이 더 나은 표현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사토 세이라는 상대를 처음으로 만난것은 그녀가 중등부에 다닐 때였다. 아니, 상대 쪽에서는 그녀를 인식하지 못했으니 만났다는 표현도 틀린것일까.

스쳐 지나가듯 만났던 윗 학년의 선배. 어딘지 허무해 보이는듯한 표정으로 어느것에도 관심을 주지 않던 긴 머리와 서양적 이목구비의 그녀에게 어째서 빠져버렸는지 이제는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그녀에게 확실히, 그리고 깊이 빠졌었다는 것 만큼은 너무나도 확실하게 기었날 정도다.


그래서일까. 리리안에 미련이 생겨버린 시즈카는 이탈리아로 떠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갈 수도 없었다. 그 관심없는 눈은 무엇에도 관심을 주지 않을것이 분명했으니까. 거기에 비춰진 후,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해 버리면 견딜 수 없을것 같았으니까.


그렇기에 카니나 시즈카는 조용히, 이탈리아 유학의 계획을 미루고 고등부로 진학하여 사토 세이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 만족하고 있어야 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그녀에게 선택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위로로 삼으며 말이다.


하지만 고등부에 들어가고, 사토 세이는 그 누구에도 줄 것 같지 않던 관심을 드러내고 말았다. 쿠보 시오리라는 시즈카와 같은 학년의 학생.


그 때는 세상이 뒤집어 무너진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쿠보 시오리의 옆에 있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도 즐거워 보였기에, 카니나 시즈카는 사토 세이가 쿠보 시오리에게 로자리오를 건네주는것을 보고 이탈리아로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토 세이는 쿠보 시오리에게 로자리오를 주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지 시즈카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알 수 있는것은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 뿐이다.


그저 할 수 있는것은 애태우면서 두 사람을 지켜보는것 뿐이었다.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이탈리아로 떠나는 것으로 두 번째로 물러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물러서고 물러선 결정조차 사토 세이는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작년의 겨울, 방학식이 끝나고 방학이 시작하던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토 세이는


쿠보 시오리와 함께 떠나버린 것이다.






핵지뢰임.

사토 세이 안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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