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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유키리사 ) 책임전가 (4)

여치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24 00:07:36
조회 450 추천 2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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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널 위한 일이였는데.


모두 날 위한 일이였는데.


그 일이 있던 이후로부터, 유키나는 정상적인 일을 할 수 없었다,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었다. 점장은 직접 요즘 일손이 남으니 안 나오고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어차피 일이 잡히지도 않았으니 좋은 일이였고, 나가는 길에 독한 술을 한병 사갔다.


눈을 감으면 네가 보인다, 나를 위해서 했다는 일들, 나를 생각하며 그었던 손목의 상처들, 그 장면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나, 아까까지 잡혀있던 술잔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그나마 정리된 집은 일회용품과 레토르트, 가끔씩 생각이 심하게 나면 반알씩 먹고 잠들었던 수면제가 나뒹굴고 있었다, 커튼도 치고있어서 밤인지, 낮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았고. 수면제에 취해 일어나면 먼저 들었던건, 술잔이였다.


사두었던 레토르트가 전부 떨어졌음에도 별로 나가고싶지는 않았다, 계속 마신 술때문인지 목은 마르지 않았지만. 배고팠다, 이와중에도 네가 구워준 쿠키가 생각이 났었다. 난 피해자인데. 왜 내가 너를 그리워하는걸까. 차라리 그때 네 뺨을 때릴 수 있었더라면, 나는 이 괴로운 기억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오랫만에 집어든 담배, 그 연기가 들어가자 심하게 기침하였다.


" 몸도 정신도. 멀쩡하지가 않아. "


굴러다니는 수면제가 보인다, 한알정도 먹고 다시 잠들까, 꿈이 꺾인 사람은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있는걸까, 중얼거리면서 이미 어두운것에 익숙해진 눈이 창문을 바라본다, 저 밖은 저렇게나 밝은데.


띵동.


울리는 벨소리, 들어올 사람도 없지만, 누구도 들여보내고 싶지 않았다, 군데군데있는 유리조각. 쌓인 쓰레기, 창문을 열지 않아 곳곳에 배여버린 담배냄새. 망가진 일상. 수면제를 입에 털어넣으면서 소파에 누웠다.


띵동, 띵동.


울리는 소리, 가만히 눈을 감는다. 깊은 어둠속으로 의식이 빠지고, 이번에 자는 잠은 차라리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소리는, 강제로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


수면제에 내성이 생긴건지, 그리 오래 잠들지는 못했다, 어둠속에서 보이는거는 짧은 머리카락, 민트색, 자신보다 큰 키. 과거의 로젤리아의 멤버였던, 히카와 사요였다. 


" ..어떻게 안거야? "


" 방법이 있어요. "


망가진 머리로도 생각은 빠르게 돌아갔다, 과거에 얼굴이 노출된 사진은 차고 넘치고, 가명을 쓴것도 아니니, 아마 뒷조사를 한다면 금방 알아내겠지. 돈은 조금 들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둠속에서 겨우 보이는 네 머리카락을 바라본다. 오랫만에 본 네 얼굴이 조금은 궁금해서, 억지로 일어나 불을 켠다.


" ..그대로네. "


" 당신은 전혀 아니지만요. "


그 쓴말이 조금은 그리웠어, 웃음을 흘리면서 자신을 내려다본다, 더 말라진 몸, 깊게 내려온 다크서클, 들어간 눈. 며칠을 입었는지 감이 안잡히는 옷. 망가진 목소리, 헤쳐진 머리카락, 정말 네 말대로 엉망진창이네. 고개를 끄덕였다.


" 저희는, 이마이씨의 사과를 들었어요. 하지만, 미나토 씨.. "


" 나는, 들을 생각 없어. 내 꿈을 부쉈으니까. "

아이같은 투정인건 안다, 그 바닥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그런게 없다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였으니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입에서는 거친 부정의 반응이 나온다. 이 말을 예상했다는듯, 딱히 얼굴이 바뀌지 않고는 사요가 입을 열었다.


" 네, 저희 밴드에 누구보다 열정을 가진건 당신이니까요, 당신의 희망이 가장 크게 무너진거는 이해해요. "


" 이해한다면, 사과를 받으라는 말은 하지 않겠지. "


" 제가 하려고 하는 말은, 이미 사라진 밴드로서의 말이 아니에요, 미나토 씨는 무너졌죠, 이렇게 되고. "


숨을 잠시 들이마시고, 사요의 말이 이어진다.


" 이마이 씨는, 몇년 전부터 이렇게 되었어요, 저희는 그녀를 용서했지만, 당신이 사과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모든 방법을 다 써봤어요, 병원을 데려가보기도 하고, 당신을 욕하기도 해봤죠. "


" 하지만, 달라지는건 하나도 없었어요, 제가 하는건 강요가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이야기만은 들어보시는게 좋을거에요, 이마이 씨는, 요즘 정말로 위태로운 상태니까요. "


그 말을 끝으로 사요가 일어선다. 이야기라고? 그래봤자 달라질거는 없어. 나를 위해서 한거라고, 그때 이미 자신은 네 모든 마음을 들었으니까.


" 결코, 저는 누구의 편이 아니에요, 중립의 입장으로서, 그리고 로젤리아의 옛 멤버로서, 그저 두 사람이 모두 무너져가는게 마음이 아파서 말하러 온거니까요. "


그리고는 사요는 집을 떠났다. 네가 무너지는걸 다시 상상하자니, 손이 떨린다, 정도가 심해서인지 이번에는 무엇을 집을수도 없었다. 한시간일까, 두시간일까, 아니면 며칠일까. 그 시간이 지나자, 집의 벨이 다시 울렸다.


띵동.


갈색 머리카락. 예전보다는 마른 얼굴, 불안한듯, 하지만 이곳을 바라보는 시선. 


이마이 리사였다.


-


개인적으로 꿀꿀하고 어두운 파트는 안좋은 일이 있을때 써야 그나마 잘 써진다고 느껴집니다.


이제 드디어 갈등이 슬슬 해소됩니다, 그전에 대차게 싸우고 가죠. 하지만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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