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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크리스마스/토모히마]취하다

do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4 01:10:45
조회 1308 추천 42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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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위?)


"우다가와 씨. 오늘도 먼저 갈 거야?"

"아, 네. 미안해요."

"아냐, 미안할 것까진 없고. 그래도 아쉽네~우다가와 씨도 같이 마시면 재밌을 텐데."

"그러게 말이에요. 죄송합니다. 제가 술이 좀..."

"아...뭐, 그랬지. 그럼 내일 봐~"

"응, 그럼 이만 가볼게."


오늘도 직장 동료들의 권유를 거절하고 퇴근길에 오른다.

매일같이 권유를 뿌리치는 건 아무래도 조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술자리는 가능하면 최대한 피하고 싶으니까.


부웅. 주머니의 핸드폰이 울린다.


'오늘은 일찍 올 거야?(ㅠ_ㅠ)'

문자 끝에 붙은 이모티콘에 피식 하고 웃어버린다.


'응. 지금 가는 길이야.'

'오는 길에 빵 사와줘!'

'살쪄. 히마리."

'부탁이야~ㅠㅠ'


"휴우..."


살짝 한숨을 내쉰다.

뭐, 가끔씩은 괜찮으려나.




딸랑. 마트 문을 열자 종소리와 함께 에어컨의 냉기가 날 반겨준다.

이야~좀 살 것 같네.


"모카빵이랑...초코소라빵 정도면 되겠지."


빵들을 봉지에 담고 계산대로 향한다.

노래를 작게 흥얼거리며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니 조그만 간판에 쓰여 있는 네 글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주류 판매'


윽.

황급히 고개를 반대로 돌린다.

알코올은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


빵을 사들고 마트를 나온다.

한여름의 열기가 훅 얼굴에 밀려온다.

물론 내 얼굴이 붉어진 건 여름밤의 열기 때문만은 아닐 거다.




사실 술을 싫어하거나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대학시절엔 매일같이 란과 동네 술집을 돌기도 했다.

술은 조금 약했지만 취해도 특별한 주사랄 게 없어서 마음놓고 마실 수 있었다.


그런데...히마리와 동거를 시작하고 한 달쯤 되었을까.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던 히마리를 위로하기 위해 간만에 맥주를 몇 캔 사가서 히마리와 술판을 벌인 적이 있었다.


한 캔을 마시곤 오늘따라 히마리 입술이 탐스러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더니, 두 캔째 마시곤 필름이 끊겼고, 눈을 떴을 땐 이미 다음 날 아침이었다.


지금까지도 필름이 끊겼을 때의 기억은 없지만, 일어났을 때의 깨지는 듯한 두통과 그에 지지 않는 오른팔의 근육통, 온몸이 울긋불긋하게 물든 채 내 옆에서 자고 있던 히마리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게다가, 주변 시선과는 다르게 평소 그런...관계를 할 때 리드하는 건 히마리인데, 오른팔이 아프다는 건 아무리 봐도 내가 덮...하. 휴우우...

벌써 꽤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워서 미칠 것만 같다.


'괜찮아. 기분 좋았어. 토모에.'


그렇게 말하는 히마리의 눈이 정말 진심이어서 더욱 부끄럽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던 거야?!


"...후우우우..."


그 후로 히마리와 단 둘이 있을 때에는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지만, 회사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만취해서는 히마리가 보고 싶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추태를 보인 적이 있어서, 이젠 아주 술은 입에 안 대기로 결심했다.


알코올의 단맛이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혹여나 히마리에게 몹쓸 짓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술 생각은 저절로 사라져버린다.

뭐, 술 대신 히마리라고 생각하자면 내겐 엄청난 이득이니까. 그런 걸로 생각하자.



흐으읍.

숨을 들이키며 배에 힘을 주고 집 문을 연다.


"토모에~~~!"

"어이쿠."


문을 열자마자 내게로 육탄돌격을 감행하는 히마리의 무게에 몸이 휘청인다.

분명 아침도 같이 먹고 각자 회사로 갔는데도, 그새 얼마나 내가 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며 내 품에 안겨서 놓아주려 하질 않는다.


"자, 자. 나 어디 안 가니까~"

"우웅~토모에는 나 안보고싶었어~?"

"글쎄, 어떠려나~?"

"토-모-에! 미워!"


가볍게 장난치자 히마리는 내 가슴께에 얼굴을 폭 파묻은채 칭얼거린다.

아 진짜. 너무 귀엽네!


"하하~미안, 미안. 나도 보고 싶었어."

"우우웅..."


내 사과에도 성이 풀리지 않은 듯 내 품에서 비비적대던 히마리의 움직임이 갑자기 딱 멈춘다.


"-어, 토모에. 라멘 먹었어?"


아. 큰일났네.


"어...아니?"

"맞잖아."

"아닌데. 진짜 아닌데."

"토-모-에?"

"먹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안 거야...


"토모에! 내가 뭐랬어? 라멘 같은 기름진 음식은 피부에 안좋을 뿐 아니라 고혈압, 고혈당의 원인이-"

"-이야~밖에 나갔다 오니 목이 마르네~! 뭐 마실 것 없어?"


이대로 두었다간 대략 2시간 동안은 잔소리를 할 히마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급하게 갈증을 달랠-사실 진짜 목이 마르긴 하다-물을 찾는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또 요리조리 빠져나가려 한다며 핀잔을 줄 히마리가 어째서인지 당황한 듯 선 채로 굳는다.


"히마리?"

"...으, 응? 어!"


이상하게 생각한 내가 다시 부르자 히마리가 더듬거리며 대답을 하곤 냉장고로 향한다.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서 잔에 따르는 히마리의 움직임이 확연히 굳어 있다.

마치...긴장한 것 같달까?


"무슨 일 있어?"

"아, 아니? 아무 일 없어! 정말로!"


아니아니.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데.

히마리가 건네준 보리차를 마시며 오늘 하루 내가 잘못한 일이 있는지 머리를 팽팽 굴려본-


"....어."


어.

이 보리차. 맛이 좀 이상한데. 상했나?

아닌데. 애초에 맛이 다른데.


그런데 뭐랄까. 피곤하네.

아니. 피곤한게 아니라.

어지러워...


"히. 히마리. 이거..."


좀 이상해.

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히마리의 눈.

내가 정말 사랑해 마지않는 히마리의 얼굴.

저 표정.

본 적이 있다.


저 표정은, 무엇을-


"토모에."


다가온다.

그녀가.


"미안."


어째서인지 시야가 평소보다 흐릿하고 흔들려.

눈 앞에 보이는 건 살색과 그녀의 핑크색 머리칼.


"계속...생각이 나서. 그날 밤이..."


온기.

입술에 느껴지는 말캉하고 따뜻한 감촉.

그 후엔 미끌거리고 축축한 무언가가 나의 입술을 훓고 지나간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절로 입술을 벌리고, 안으로 들어온 그녀의 것과 혀를 얽는다.


어지럽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시야는 흐릿하다.

품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 맞대어진 입술과 섞이는 혀가 억눌려진 이성을 더욱더 좀먹는다.


내 눈 앞의 그녀를 원한다.

그녀에게 취한다.

그녀와 함께 취한다.


그녀를 취하고 싶다.

그녀를 탐하고 싶다.


늑대처럼 그르렁거리며 맞물린 입술을 때어 그녀의 목으로 향한다.


"흣..."


히마리가 작게 신음한다.

억눌린 그녀의 목소리가 내 갈증을 더욱 부추긴다.


더. 더 원해.

그녀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


"흣, 히얏!"


부드러운 살결을 깨물자 놀란 히마리가 또 다른 신음을 흘린다.

날카롭기까지 한 그 소리에 빙빙 도는 머릿속에 한 가닥 이성이 돌아와, 고개를 들고 그녀의 얼굴을 살핀다.


"토모에..."


그래.

저 표정을 본 적이 있다.


내 머리 속 가장 깊은 곳에 실낱같이 남아 있던 기억.


그날 밤.

나의 아래에서.

내 뺨을 쓰다듬으며 지었던 표정.


기대.

기대다.


히마리는. 기대하고 있다-


"흐읏... 아, 하앙!"


폭발하듯 한 줄기 이성이 소멸하고 짐승의 욕구만이 남는다.

벽에 그녀를 밀치며 그녀의 목을, 귓볼을, 뺨을, 입술을 탐한다.

오른손은 그녀의 셔츠 안으로 들어가 가슴에 닿는다.


뜨거워.

뜨거워서 그녀와 함께 녹아 버리는 것만 같다.


이 밤이, 열락으로 뜨거워진 오늘 밤이 가기 전에 그녀를 몇 번이나 취할 수 있을지는,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본 작품은 중2 시절 보리차로 착각하고 처음 맥주를 마신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해설 : 보리차 대신 맥주를 토모에에게 마시게 하는 요오망한 유혹수 히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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