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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러브 픽션 어드벤처EX - 진짜 크리스마스

모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5 12:08:55
조회 186 추천 14 댓글 2
														

러브 픽션 어드벤처EX - 진짜 크리스마스


본편은 여기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

다음화 (EX2)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드디어 제 시기를 맞이한 트리가 꼬마 전구를 빛내 수진의 방을 물들였다. 그리고 옆에 자랑스럽게 전시된 한때는 수진의 휴대폰이었던 것. 아스팔트 위에 미련 없이 제 휴대폰을 패대기치던 릴리를 생각하면 수진은 지금도 오싹했다.


"무슨 생각하길래 그런 얼굴이에요?"


릴리 생각, 이긴 한데... 수진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얼굴은 뭐예요."


"맨날 빨갰는데 지금은 파랗잖아요."


수진의 양 볼에 릴리의 손바닥이 닿았다. 그녀의 손은 수진의 볼을 이리저리 주무르며 장난쳤다.


"수진, 혹시 갖고 싶은 거 있어요?"


"네?"


릴리는 뜬금없이 물었다.


"크리스마스잖아요."


언젠가 본인이 했던 말을 어쩐지 뿌듯한 얼굴로 반복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수진은 미소 지었다. 이렇게 다시 만날 줄 알았다면 그렇게까지 끌고 다니진 않았을 거예요. 릴리가 얼굴을 붉혔다. 버킷리스트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번엔 수진이 원하는 걸 해요."


"딱히 없는데요."


고민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수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자신은 이미 매일이 행복한 상태인 것이다. 더 바랄 것도 없이. 그런 것 뿐인데 릴리의 얼굴은 약간 뾰로통한 표정으로 변했다.


"나랑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나랑. 그러니까, 릴리랑. 릴리랑 하고 싶은 거.....


수진의 얼굴에 단숨에 열이 올랐다. 수진은 어쩐지 그녀와 나란히 앉아있던 침대가 불편해져 일어서버렸다. 냉수라도 마실 겸.


"있군요."


그런 수진의 변화를 릴리는 절대 놓치지 않았다.



******



그러니까 이제 릴리랑 제가 만난 지도 꽤 됐잖아요. 그 전에 릴리가 왔을 때부터 생각하면 도합 7개월 이상 같이 산 셈이네요. 뭐 7개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는 쭉 같이 살았고 또...


수진은 전에 없이 많은 말을 했다.


"...요점이 뭐예요?"


릴리가 듣다 못해 물었다. 아무리 수진의 목소리를 좋아한다지만 내버려두면 끝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릴리를 좀 더 알고 싶다고 할까..."


수진은 혼나는 애처럼 말했다. 귀여워.


하지만 제게 뭐가 궁금한 지 릴리는 알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수진을 잊어버렸단 사실에 다소의 죄책감이 있어서 최근엔 그녀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수진은 제게 궁금한 게 있다는 것이다. 릴리는 저로 향하는 수진의 관심이 싫지 않아서, 오히려 너무 좋아서 더 생각하는 건 포기했다.


"뭐든 물어봐요. 다 대답해줄 테니까."


릴리는 수진에게 바짝 붙어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서 그 말이 떠나고 정확히 5초 뒤, 수진의 긴 한숨과 함께 그녀의 시야는 반전했다.


"어..?"


릴리의 등은 침대 시트에 닿아 있었다. 수진이 그녀를 떠민 것이다. 천장의 형광등이 방을 밝히고 있었지만 릴리는 눈이 부시지 않았다. 수진의 검은 머리가 커튼처럼 그녀에게 드리워져 있었으니까.


침대를 짚은 수진의 손 때문에 바스락대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여 릴리는 살짝 고개를 움직였다. 바로 제 위에서 짙은 갈색의 눈동자가 번쩍이고 있었다.


"키스...해도 돼요?"


수진이 물었다. 릴리는 대답 대신 눈을 꼭 감았다. 눈꺼풀 너머로 느껴지는 수진의 향기가, 제 볼을 감싸오는 손바닥의 감촉이, 코 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숨결이. 모든 게 릴리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쿵쾅대는 소음 속에서 그 소리는 울렸다. 수진은 릴리와 부딪쳤던 제 입술을 핥았다. 딸기맛. 도대체 우유 같이 하얀 그녀의 목덜미에선 무슨 맛이 난단 말일까. 수진의 손가락이 단추 위로 올라갔다. 입술은 빨갛게 물든 귓가를 향했다.


"릴리의 전부를...알아도 돼요?"


고막을 간질이는 수진의 구애 때문에 릴리는 저도 모르게 몸을 비틀었다. 그녀는 어쩐지 자꾸만 아랫배가 욱씬대고 있었다.


"대답해준댔잖아요."


그녀가 움츠렸던 허벅지 사이로 수진이 무릎을 집어넣어 저지했다. 거칠어지는 호흡으로 오르내리는 제 가슴에 수진의 빤한 시선이 꽂혀 있어서 릴리는 이제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처음 겪는 흥분과 불안 속에서 그녀는 한껏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


"아!"


셔츠 밑으로 복근을 쓸어내리는 수진의 손길에 릴리의 달뜬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그 대답 아닌 대답을 신호탄처럼 수진이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고, 릴리는 까만 머리칼을 헝크리며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



"제가 수진을 잘못 알았네요."


이불에 싸여 있는 릴리가 말했다.


"당신은 생각보다 저돌ㅈ.."


수진이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 이상은 민망해서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다.


"반성하고 있으니까 그만하세요..."


반성하는 얼굴이 아닌데요. 릴리가 웃으며 지적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수진은 릴리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평정심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수진을 릴리는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그러고보면...


"수진이 제게 고백한 적이 있었나요?"


릴리가 문득 말했다. 수진이 자신을 사랑한단 사실이야 보기만 해도 알기 때문에 그녀는 딱히 표현해달라 요구하는 게 아니었다. 정말로 사실이 궁금한 것이다. 수진이 자신에게 사랑을 속삭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왜...목소리가 '기억'이 나는 걸까.


"없는데요..."


수진이 이불 밖으로 나온 어깨를 움찔거렸다.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도 미안했지만 오열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너무나 쪽팔렸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수진의 얼굴을 릴리는 말없이 감상했다.


"그래요, 없는 셈 치죠."


시원스레 날아오는 목소리에 수진의 눈이 커졌다. 물론 그때 일은 정말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없어져야 할까. 제가 사랑을 고백했던 사실이 두 사람 사이에서 없던 일이 되어야 할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사랑해요."


수진은 말했다. 사라져가는 그녀를 떠올리자 제 속에서 그 말이 쑤욱 나와서 수진에겐 아무런 용기도 필요 없었다.


"없는 셈...치쟀잖아요.."


릴리는 빨개진 눈으로 수진을 원망했다.


"그건 그때 울었던 게 창피해서 그랬던 거예요..."


"내가 없어서 눈물이 났어요?"


어린 애를 달래듯 릴리가 말했다. 그렁그렁한 눈으로 저를 보는 연인을 수진은 팔을 벌려 끌어안았다.


"나는 릴리가 없으면 안 돼요."


이제 수진은 그녀가 없는 삶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네요, 제가 옆에 있지 않으면."


젖은 눈의 릴리가 화사하게 웃었다.


근데...


"릴리가 저한테 사랑한다고 한 적이 있던가요?"


뜨끔.


릴리가 몸을 떨었다.


"자, 어서 말씀해주시죠."


새빨갛게 달아오른 릴리가 수진의 귓가에 살며시 대답을 속삭일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

좋을 때구먼...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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