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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히나아야치사 삼각관계가 보고 싶었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0.127) 2019.12.28 00:03:54
조회 953 추천 31 댓글 10
														
아침부터 날씨가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태양은 눈부셨고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은 햇볕을 거둬가지 않을 만큼만 서늘했다. 아야는 오늘같이 화창한 날이라면 말을 꺼내기도 전에 포기하는 일은 없겠지 싶어 오늘을 날로 잡았다. 하지만 상대는 마음이 메말라 비가 오는 날에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나 보다.

“치사토쨩, 좋아해. 친구간의 우정이나 동료로서 가지는 신뢰 같은 의미로 말하는 게 아니야.”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야는 이런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예상한 일이어도 실제로 몸에 와닿는 순간 받는 느낌은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아야는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은 지금 하지 못하면 다신 꺼낼 수 없는 말이라 여겨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알아... 나도 알고 있어. 내가 치사토쨩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치사토쨩도 알고 있다는 거, 나도 잘 알아.”
“......”

“그래서 알면서 모르는 척 구는 모습을 볼 때면 가망 따윈 없구나 생각해왔어. 그래서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미안해. 역시 말하고 싶었어.”
“......”

“치사토쨩한테 이보다 더 폐를 끼치는 일은 없겠지만 나는 치사토쨩의 대답이 듣고 싶어. 그거면 돼. 치사토쨩이 나를 싫어한다고 말해도-
“가망이 없구나 생각했으면 가만히 있었어야지.”
잠자코 아야의 말을 듣던 치사토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읽고 있던 드라마 대본을 덮어 옆으로 치운다. 가장자리가 구겨진 대본은 아까까지 치사토가 읽고 있던 페이지의 글씨를 아주 살짝 보여주고 있다.

“아야쨩은 정말 서툴기만 하네. 마음을 숨기는 일도, 마음을 담아내는 일도.”
“......” 아야가 어떤 실수를 해도 지금보다 날카로운 눈길을 보낸 적이 없었다. 아야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만 해도 상냥한 미소로 아야를 맞았던 치사토는 더는 없는 듯하다.

“이보다 더 폐를 끼치는 일은 없을 거라 했지? 그래, 아야쨩의 말대로야. 이보다 더 내게 폐가 될 일은 단연코 없어.”
“미안해, 치사토쨩.”

“미안하다는 말을 할 거면 어째서 말한 거니? 아야쨩, 너는 왜... 왜 그렇게나 이기적인 거니?”
“...미안해.” 치사토가 아야를 꾸짖는다. 아야도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 생각하는지 대꾸하지 않는다. 그저 미안하다고 할 뿐. 하지만  치사토는 그런 태도마저 이기적인 것이라 여기는지 더 꾸짖을 뿐이다. 언성을 높이지 않고 조곤조곤 말하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워 아야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뭐가 듣고 싶다고 했더라? 그래, 내 대답이었지?”
“......”

“...이런 상황이 올 걸 예상했다면 내가 어떻게 대답할지도... 얼추 예상했겠구나.”
“......” 치사토는 확실하게 이렇다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야도 치사토에게 확실한 대답을 해달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 말로 충분하다는 듯, 아야는 슬며시 치사토로부터 몸을 돌린다. 둘이 같은 자리에 있는 이상 이 상황은 끝나지 않을 터. 치사토도 그걸 알고 있어 아야를 붙잡지 않는다.

“저기, 치사토쨩.” 아야가 문 손잡이를 돌리다 말고 고개만 치사토를 향해 돌린다.

“아직 할 말이 남았니?” 치사토는 여전히 날카로운 태도로 대꾸한다.
“그게... 남았지만서도... 한 번 더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뿐이야. 치사토쨩의 말이 맞아. 나는 마음을 숨기는 일도, 담아내는 일도 서툴러. 이렇게 될 거란 것도 어느 정도 예상했어. 그러니 어떻게든 흘러나오지 못하게 해야 됐는데.” 그리고 고개를 숙인다. 말을 잇지 못하다 침을 삼키고 다시 고개를 든다.

“그렇지만 치사토쨩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어. 말하지 못하는 게 괴로워서... 미안해. 미안, 정말로 미안... 지금껏 치사토쨩에게 폐만 끼쳤는데 또 이렇게 일방적으로-
“아야쨩.”
마음의 고삐가 풀어진 건지 본래는 꺼내지 못할 말을 쉼없이 쏟아내는 아야를 치사토가 붙잡아세운다. 그녀도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아야를 빤히 쳐다보지만 그녀는 아야와 달리 마음을 숨기는 일은 물론, 그 마음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조절하는 일도 능숙한 사람이다.

“...세수라도 하고 와.” 그러고서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아야의 시선을 피한다.
회의실을 나서는 아야의 귓가에 슬며시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야는 치사토가 말한 대로 세수로 머리라도 식힐 겸 화장실로 향했다. 다른 멤버들이 오면 바로 회의가 시작될 텐데 이렇게 열을 올린 상황에서는 집중하지 못할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돌아가는 길에 말할걸. 아야는 자신의 앞뒤 없는 성급함을 후회하며 화장실에 이르렀다.

“어라, 아야쨩이다.”
“히나쨩...”
다른 멤버들 중 하나인 히나가 있었다. 그녀는 아야를 보자마자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아야는 그녀가 떨떠름한 눈치였다.

“히나쨩... 지금 막 온 거야?”
“화장실에? 아니면 여기에?”

“그건-
“지금 막 왔어.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것뿐이야. 오는 길에 타피오카를 좀 마셨거든. 전에 아야쨩이 SNS에 올렸던 그거.”

“어? 히나쨩도 마신 거야? 어땠어? 괜찮았지?”
“응! 역시 아야쨩이 추천한 것답게 룽룽한 느낌이었어.”
그리고 싱긋 웃어 보인다. 그러나 그 미소에 아야가 안심하려는 찰나, 언제 웃었냐는 듯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어깨가 움츠러들었고 고개도 좀 숙이고 있고, 눈썹도 내려갔네. 치사토쨩이랑 이야기가 잘 안 됐나봐?”
“...어?”

“솔직히 말해서 뻔한 이야기긴 하지.”
“히나쨩... 지금 막 왔다고 하지 않았어?”

“응,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고 했지?”
“......” 굳은 표정을 다시 풀며 히나가 싱긋 웃는 반면 아야의 표정은 삽시간에 굳어버린다. 그것을 들뜬 눈으로 바라보던 히나가 한발짝 아야에게 다가간다.

“그래도 조만간 말하겠구나 생각만 했지 오늘일 거란 생각은 정말 하지 않았어, 정말로. 우연히 왔다가 들은 것뿐인걸. 다 듣지도 못했고... 있지, 어땠어? 치사토쨩이 뭐래?”
또 한발짝 아야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덥석,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러운 표정만 짓던 아야의 목을 양팔로 슬그머니 감싸 안는다.

“이제 더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거지?”
“...미안. 좀 더, 아직은...”
히나는 노골적으로 아야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고 거절당했다. 그녀가 지은 부드러운 미소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그 대신인지 못마땅하다는 듯 그녀가 아야의 귓가에 속삭인다.

“아직? 아야쨩, 그러다 나 할머니 되는 거 아니야?”
“...치사토쨩에겐 거절당했어. 치사토쨩은 나와 사귀고 싶은 마음이 없나봐...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그런데...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난 치사토쨩이 좋아. 그러니까, 미안해 히나쨩. 기다릴 필요 없어.”

“...치사토쨩도 치사토쨩이지만, 아야쨩도 아야쨩이네. 나도 그렇고 고집쟁이뿐이야. 룽하지만 마냥 룽하지만도 않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야쨩이 당장 신경 쓸 건 아니야. 그것보다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나도 아야쨩 포기할 마음 전혀 없다는 거? 지금 차이긴 했지만 그런다고 좋아하는 마음이 파바박하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차, 찼다니... 내가 히나쨩을 찰만한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까, 음...”
제삼자가 보기엔 분명 심각한 상황이던 것이 아야가 우물쭈물거리며 곤란해하는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히나는 두 팔을 풀어 아야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모습을 지켜본다.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다 그녀를 스쳐지나간다.

“그럼 먼저 회의실에 갈게. 아야쨩은 천천히 와.”
그리고 히나는 떠나버렸다. 아야는 한동안 그녀가 열고 나간 문만 쳐다보다 세수를 한다. 치사토의 당부대로 찬물로 머리를 식히려 했던 것인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히나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많이 진정된 것이다. 히나는 아야와 대화하는 동안 그녀를 계속 안고 있었는데 혹시 그 덕분인 걸까? 아야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마음을 많이 누그러트린 히나는 역시 대단하구나 생각한다. 그러는 한편 미안해한다. 자신을 아껴주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런 보답도 해주지 못한다는 점이 미안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고 보면...” 아야는 히나가 처음으로 자신을 끌어안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도 히나는 아야에게 금방 했던 말과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러고 보면, 아야는 생각에 빠진다. 오늘 아야가 치사토에게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한 걸 최초로 실행에 옮기기까지 한 날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일의 시작점에 치사토는 없다. 시작점에는 있는 사람은 바로,

“아야쨩, 나 아무래도 아야쨩을 좋아하는 것 같아.”
히나였다. 어느날 갑자기 히나가 아야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리고 모든 일이 차례차례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도 안 써주는 것 같아 결국 내가 쓰게 됐네

아야를 좋아하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치사토와
아야를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히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야
고전적인 건 언제든 매력이 있으니 참 마음에 들어


아야 생일을 기념해 정말 힘냈는데, 언젠가 여유가 되면 전부 작품으로 써보고 싶다
내가 좀 더 표현 솜씨를 늘릴 수 있다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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