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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야카스아리] 1. 회색 빛 마음의 금

카사나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5 04:21:58
조회 710 추천 26 댓글 9
														

손님이 오늘따라 적다. 포핀파티와 베이커리의 야마부키 사아야는 서로 다른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라이브 다음날임에도 불구하고 나른한 빵집이다. 피곤한 몸과 나의 기억이 있을 뿐, 어제 함께 그렇게 무대에 섰다는 것이 꿈만 같은 그런 오후.

그런 가운데서 카스미는 줄곧, 꿈을 꾸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볼가에 떠오르는 부드러운 홍조가, 가슴에 불을 지피는 것이 오래 묵은 사랑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침만 해도, 오늘은 조금은 그런 이야기가 덜 하지 않을까 하는 못된 기대를 했었지만, 카스미는 빵집 카운터에 서고 나서 여김없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것도,


"…… 내일, 창고에 와달래."


그런 말이었다. 어제 라이브가 끝나고 나서 가만히 부르기에, 무대 뒤편에서 단둘이 되어 해버렸다는 약속. 랜덤스타와, 카스미와 아리사가 처음으로 만난 바로 그 장소에서, 그날처럼 저녁 노을에 감싸인 채로 전할 이야기가 있다고.

예쁜 생각이었다. 일부러 신경 써서 준비한 것이리라. 두 사람은 묘한 데에서 감성이 통하니까, 아리사가 그렇게 나름 준비한 대답을 들려주면 카스미는 기뻐서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카스미는, 멋대로 남이 고백을 받아주리라 단정하고 두근거리고 있을 그런 아이가 되진 못해서,


"…… 차이면 어떡하지."

"후후,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시간도 그렇구, 장소도 그렇구."

"하, 하지만. '그냥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지내자' 하려고 그런 거면,"

"걱정은……. 오래 기다렸잖아. 감이 오는 게 있지 않아?"

"……으으~~! 그래도……!"


두 손으로 양볼을 감싸고 발을 동동 구른다. 부끄러움에 발갛게 물드는 얼굴은 완전히 소녀의 것. 내가 모르는 새로운 표정을 아리사 때문에 자꾸만 짓게 되는 것을, 덧없이 여물어가는 듯한 그녀의 변화를 나는 옆에서 줄곧 지켜보았다.

저런 반응을 하는 걸 보면, 역시 일말의 기대를 가슴에 품고 있나보다. 대답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재미있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코로만 가벼운 한숨을 쉰다.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가게 문과 바닥 사이 어딘가 애매한 곳에 시선을 고정한다.


-


'그…… 사아야.'

'응?'

'있잖아, 밴드 안에서 만약에, 그…… 서로 사귀는 사람이 생기면, 어떨 거 같냐?'

'…… 무슨 소리야 그게? 포피파에서? 여자끼리?'

'마, 만약에 얘기야, 만약에! 내 얘기가 아니라, 친구 상담에 필요해서…….'

'흐응……'

'…….'

'…….'

'……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 뭐, 괜찮지 않아? 우리 사이가 그런 걸로 틀어지거나 하겠어.'

'저, 정말이냐?!'

'후후, 왜 그렇게 화색이야?'

'화, 화색은 무슨!'


-


그렇게 '상담'해왔던 것들을 이리저리 생각해보면, 받아주리라는 생각이 어떻게든 들어버린다.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며 멍하니 있으면, 카스미는 아무래도 내가 피곤한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더 이상 아무 말 않고 가만히 내 옆을 지켜주었다. 이런 때조차도 그녀의 상냥함에 감싸여, 하늘은 점점 누런 빛에 물들어간다.

가게 뒷정리를 도우면서도, 조금은 들뜬 듯한 카스미의 움직임을 가만히 눈으로 좇는다. 선반을 정리하는 나의 손놀림은 반면에 점점 느려지는 것을 알아차려버린다. 카스미는, 지금 카스미의 머릿속에 나는 이미 없으려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집으로 돌아가면, 평소랑은 다르게 내일 무슨 옷을 입을지 한참은 고민할지도 몰라. 아마, 내일 아리사와의 약속을 생각하느라 잠조차 못 잘지도 모르지. 카스미의 마음은, 그만큼 아리사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이제, 가게 문 밖에서, 빵집 앞치마를 벗고 사복 차림이 된 카스미가 서 있다. 산뜻한 작별인사를 하려는 듯, 그녀가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 조금 뒤에 나는 가게 셔터를 내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기어 올라가 잠을 청해야 할 것이다.


"그럼, 사ー야……."


그러고 나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마 카스미를 떠올리겠지.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아리사랑 잘 되어가고 있으려나. 아, 약속 시간 저녁이었지. 그래도 카스미랑 만날 건덕지가 없어서, 멍하니 방안에 틀어박혀서 하루를 그대로 보내버리고, 그 다음날이 되면 연인이 되어 있는 카스미와 아리사를 마주할 것이다.


"사ー야……?"


그러면, 나는 두 사람을 축복해주면 되는 일. 평소처럼 대할 수 있다. 남들이 보면 정말 아무것도 모를 정도로 평소처럼 대할 수 있을 거야. 카스미도 평소처럼 안겨올 거고. 아리사도, 자신을 향한 그런 종류의 감정이 그 행동에는 없다는 걸 아니까, 그렇게 뭐라고 하진 않을 거야.

평소처럼 안뜰에서 점심을 먹고, 밴드 연습도 하고. 카스미는 상냥하니까, 아마 우리와의 시간은 줄이지 않으면서 아리사와의 시간만을 늘리려 하겠지. 오타에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런 실수는 이제 안 할 거니까. 겉으로는 정말 아무런 티도 안 날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면, 그러면 나는 뭐가 되지…….


"사ー야,"

"카스미."


카스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가만히 안색을 살피는 그녀의 눈초리에 걱정이 서린다. 카스미, 나,


"내일 있잖아……."


바보야, 뭐 하는 거야. 카스미는 너한테 그런 감정 없어. 지금 이런 짓 해보았자 카스미를 괴롭게 할 뿐이야. 어째서 항상 그런 식이야? 항상 남의 호의에 어리광만 부리다가 상처만 입히고. 남들이 너를 위해 평소에 얼마나 고생하는지도 모르는, 이기적인 바보.


"응,"


그런데 카스미는, 카스미는 지금도 나를 바라봐주고 있잖아. 있잖아 카스미, 그때 카스미가 한 말, 기억나? 어떤 사ー야라도 받아주겠다고 했잖아. 같이 고민해줄 테니까, 혼자서만 담아두지 말라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쫓아가면 된다고 카스미가 그랬잖아. 나, 이제 중학교 때처럼 괴로운 건 싫어. 혼자서만 참아야 하는 거, 이제 무서워…….


"내일, 저녁에……."


그럼, 너만 괴로우면 다야? 그런 말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거야. 카스미랑 아리사의 사이가 갈라져서, 카스미가 이제 너를 바라봐줬으면 좋겠어? 어리광에도 정도가 있어. 이런 짓이야말로 밴드를 망가뜨리는 걸 너는 모르는 거야?


…… 그래도, 그래도, 이대로 카스미가 가면, 끝이잖아. 겉으로는 곁에 있어도 속으로는 영영 떠나는 거잖아. 나, 카스미가 곁에 없으면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나의 가운데엔 이제 카스미밖에 없는데, 카스미의 가운데에 내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게, 그걸 어떻게 참고 견뎌야 할지 모르겠어.


"……아리사한테, 안 가면 안 돼?"


나, 이제 카스미 말고는 사랑할 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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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번 작품은 끝까지 달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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