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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와타텐]나에게 악마가 내려왔다! 5화

밀크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8 23: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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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화장실에서 원래의 옷으로 갈아 입고 나온 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나쨩... 무서운 아이! 하나쨩은 제 상태가 진정되자 입을 열었습니다.


"그럼 바로 두번째 명령이에요."

"벌써?"


아직 첫번째 명령 때문에 받은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하나쨩은 매몰차게 저를 궁지에 몰아 넣으려는 셈인가 봅니다.

저는 울상을 지으며 하나쨩에게 무언의 저항을 표현했지만 하나쨩은 전혀 개의치 않고.


"행인이랑 차를 같이 마실 정도로 친해져 보세요."

"그럴 수가... 불가능해!"

"불가능하지 않아요. 언니는 할 수 있어요. 파이팅."


하나쨩은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응원 아닌 응원을 해 주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말을 거는 것부터가 불가능의 영역인데 함꼐 차까지 마시라니! 

그래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3년 전의 저와는 다릅니다! 외국에서 배운 의사소통 능력을 얕보지 마!

하지만 저는 용기가 나지 않아 10분 동안 인간 관찰만 실컷 하였습니다. 제 옆에 서 있는 하나쨩 주위에서 점점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쨩은 혀를 차며 재촉했습니다.


"언니. 언제까지 저를 기다리게 할 셈이에요?"

"미안. 적당한 상대를 못 찾겠어."

"그럼 장소를 옮겨 보는 건 어때요?"

"그래도 돼?"

"이대로 계쏙 역 앞에 서 있는 것도 지루하니까요."


하나쨩이 저에게 베푼 자그마한 자비. 저는 하나쨩을 데리고 역 근처에 있는 애X메이트 매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애X메이트 매장에 들어서자 하나쨩은 노골적인 혐오감을 나타냈습니다.


"왜 하필 여긴가요?"

"여기서라면 가능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네요. 대신 5분 안에 이 곳에서 벗어나야 해요."

"응...!"


애X메이트는 애니메이션 오타쿠들이 모이는 곳. 저와 비슷한 성격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말을 걸기도 한층 쉬워질 터! 저는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목표를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 시선을 사로잡은 물건이 있었습니다.


"릴리스타 신간 나왔었구나! 오오오! 후우메이가 표지라니! 후우메이 최고오오오오!"


앗. 저질러 버렸다. 오타쿠의 나쁜 버릇이 나와버렸습니다. 매장 입구 쪽에서 질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는 하나쨩.

그 때 들은 적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릴리스타 좋아하세요?"


시선을 목소리가 난 쪽으로 돌리자 그 곳에는 단정한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 있는 여자 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교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고등학생일까.

이건 하늘이 주신 절호의 기회! 아마도 저 포니테일 여자 아이는 릴리스타의 팬일 것입니다. 같은 작품을 좋아하고 있다면 그만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최대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답했습니다.


"네. 좋아해요."

"와! 릴리스타 동료네요!"


포니테일 여고생은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풋풋하고 밝은 웃음을 보였습니다. 


"혹시 최애가 누구세요?"

"최애캐는 못 정했고 최애 커플은 후우메이에요..."

"후우메이! 저도 후우메이 제일 좋아해요!"


이후로는 대화가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정말 고맙게도 포니테일 여고생 쪽에서 먼저 계속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힘드니까 카페라도 가자고 권유해 주었습니다.

정말 고마워! 포니테일 여고생!

카페로 이동하는 중에 알았는데 포니테일 여고생의 이름은 노조미였습니다. 카페에서도 저와 노조미의 대화는 한참 동안이나 이어졌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짢다는 듯한 표정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테이블에서 초코 라떼를 홀짝이고 있는 하나쨩. 

저는 이렇게 오타쿠 취미에 대해 마음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이 거의 처음이라 너무 들떠서 지금 제가 처해 있는 상황도 잊은 채로 대화에만 열중했습니다.


"애니메이션도 재밌었죠?"

"네! 원작의 장점을 아주 잘 살린 애니메이션화였죠! 게다가 오프닝 곡도 엄청 중독성 있고 좋아서..."

"제 말이요. 저도 오프닝 곡 수백번은 들었을 걸요?"


그 때 누군가가 제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짚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손바닥의 주인은 하나쨩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이 사람은 이제 저와 약속이 있어서요."

"아, 그러셨군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안녕히 가세요."

"아...네. 그럼 이만..."


카페 밖으로 나온 저와 하나쨩. 하나쨩은 제게 눈길도 주지 않고 어디론가로 걸어갔습니다. 저는 하나쨩을 쫓아가다 하나쨩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습니다.


"하나쨩, 명령 제대로 수행한 거 맞지?"

"네. 정~말 훌륭했어요. 제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을 만큼."


명백하게 비꼬는 말투. 하나쨩의 말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습니다. 


"하나쨩, 아까부터 기분이 안 좋아보이던데 무슨 일 있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기는. 뭔가 이유가 있는 거잖아?"

"언니는 참 바보네요. 그래서 다행인 것도 있지만요"

"갑자기 왜 그런 결론이 나오는건데?"


결국 저는 하나쨩이 왜 화가 나 있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저는 어미의 꽁무니를 쫓는 새끼 고양이처럼 하나쨩의 제멋대로인 동선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10분 쯤 지나자 드디어 멈춰 선 하나쨩은 저를 향해 뒤돌아보고는 말했습니다. 


"다음 명령이에요."

"하나쨩, 기분은 좀 나아졌니?"

"하... 언니는 정말 눈치도 없네요."

"미안. 미안해!"

"아뇨. 이제 됐어요. 방금까지 짜증 내던 제가 바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건 또 무슨 뜻이니...?"

"알아서 생각하세요. 아무튼 다음 명령은 일종의 미션이에요."

"미션?"

"네. 앞으로 언니는 그 특유의 기분 나쁘고 음흉한 미소를 지어서는 안 돼요. 만약 하루에 3번 음흉한 미소가 제게 적발된다면..."

"적발된다면?"

"첫 명령을 다시 한번 시킬 거에요."

"히이익!"


상상하기도 싫은 공포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이 미션을 완수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아 참. 언니 배고프시죠?"

"응. 그러고 보니."

"점심 먹으러 가요."


저와 하나쨩은 어느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이동했습니다. 저희는 메뉴판을 보며 각자 어떤 음식을 주문할지 상의했습니다.


"나는 오므라이스."

"그럼 저는 팬케이크로 할게요."

"잠깐. 팬케이크? 식사하는 거 아니니?"

"네. 점심으로 팬케이크를 먹을 건데요."


당연한 것에 왜 놀라냐는 듯한 시선을 제게 보내고 태연하게 음식을 주문하는 하나쨩. 하나쨩이 디저트를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잠시 후, 점원 분께서 맛있어 보이는 오므라이스와 팬케이크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와!"


디저트를 눈 앞에 둔 순간만큼은 초등학교 때와 같은 순수하고 해맑게 웃어 보이는 하나쨩. 그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흐뭇해졌습니다.

하나쨩은 팬케이크를 오물오물 먹다 뭔가 생각났다는 듯 포크를 내려 놓고 제게 말했습니다.


"아. 지금 생각났는데 언니는 앞으로 평생 저를 위해 디저트를 만들어 주셔야 해요. 무상으로요."

"그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지! 평생 하나쨩을 위해 디저트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건 내 인생의 축복이야!"

"왜 기뻐하는 건가요... 언니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에요."


하나쨩의 얼굴은 아까와 비교해서 꽤나 누그러져 있었습니다. 역시 디저트를 먹어서 기분이 풀린 걸까... 자세히 보니 뺨에 약간 홍조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아아아아아! 하나쨩! 도대체 왜 이렇게 귀여운 거니???????? 그 때 제 이마를 강타하는 하나쨩의 손가락. 


"한번 걸리셨어요."

"방금 기분 나쁜 표정 지었어?"

"네. 토가 쏠릴 정도였죠."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는 하나쨩. 그러나 하나쨩의 입은 작은 초승달 모양이 되어 있었습니다. 대체 하나쨩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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