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거까지 하며 달달한 나날을 보내려는 아야와 치사토
하지만 두 사람이 고등학생이었던 시절부터 둘의 사이를 의도적으로 자극적이게 묘사해온 몇몇 악질 기자들 때문에 두 사람은 팬들은 물론 주변사람들에게까지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었어

아무리 두 사람이 실제로 사귀고 있고 장래를 약속한 사이라 해도 그 사실이 밝혀지면 연예인으로서 사형 선고를 받는 거나 다름없겠지
덕분에 아야와 치사토는 그토록 원하던 달달한 나날을 보내기는커녕 그것을 들키지 않도록 신경 쓰기 바빴어

물론 두 사람밖에 없는 집에서는 알콩달콩 지내며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전부 해소할 수 있었지만
아역배우로 활동할 때부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이에 대처하는 방법이 몸에 익은 치사토와 달리 아야는 어째 고등학생 시절보다 더한 제약이 있으니 마냥 좋지도 않고 어느 순간부터는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늘상 피곤에 쩔어 있어



그러던 어느 날, 파스파레 활동에 잠시 휴식을 갖게 되자 치사토가 먼저 해외여행을 가자고 아야에게 말해
해외라면 파파라치들이 쫓아오지 못할 테니 안심하고 두 사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말에 아야는 잔뜩 설레는 모습을 보여줘

그런데 사실 해외여행이 아야를 생각해서 제안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에게 주는 포상 같은 것이라서 치사토도 평소와 달리 들뜬 마음에 잠시 사소한 사실 하나를 망각해
파파라치들이 해외까지 따라오지 못해도 공항까지는 따라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공항에 도착한 두 사람은 신속히 수속을 밟고자 무인발권기를 이용하려 하는데 처음 써보는 물건이라 버벅거리다 결국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게 돼
그런데 이때 기분이 한껏 들떠 있던 아야가 공항 직원이 하는 말에 대답하다가 실수를 하고 마는 거야

네, 신혼여행이에요
아야가 농담조로 말한 것 때문에 직원도 그런 거구나 치부하고 말지만 치사토는 대단히 부끄러워하며 아야를 타일러 그래서 뒤에서 기다리던 남자가 느닷없이 빠져나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어

그 결과는 이제는 신혼여행으로 위상이 오른 해외여행의 목적지인 유럽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돼
전화가 가능해진 뒤에야 두 사람은 히나, 이브, 마야는 물론 여러 주변사람들로부터 온 연락을 보고 화들짝 놀라 그리고 그들이 첨부한 기사 내용을 보고서야 망했구나 생각해



아야는 치사토에게 전부 자기 잘못이라고 사과하면서 서둘러 돌아가 상황을 수습하자고 말해
치사토는 자신도 안일했다며 아야를 위로하지만, 신혼여행을 즐기지 못하게 된 것이 많이 아쉬운 모양이야 물론 신혼여행을 즐기고 돌아가도 상관없겠지만 그동안 자신들의 부재로 주변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테니 어쩔 수 없단 말이지

그래서 치사토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설움을 풀어버리겠다고 결심해




다시 비행기에 오르는데 치사토가 아야를 유럽에 올 때 탔던 비즈니스석이 아닌 일등석으로 끌고 가 그런데 말이 일등석이지 침대도 있는 개인실이나 다를 바 없어
아야가 깜짝 놀라자 치사토는 태연하게, 어쩌면 태연한 척을 하면서 신혼여행이야 언제든 다시 갈 수 있지만 엄연히 최초의 신혼여행은 이번이니 구색은 갖춰야 하지 않겠냐고 해

그리고 그 말에 뒤늦게 치사토가 내심 이번 여행을 기대하고 있었구나 싶어 미안해하는 아야를 침대로 밀어넣으며 말하는 거야

보통 신혼여행의 첫날밤에는 이런 일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명색이 신혼여행인데 지나쳐갈 수야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야쨩은? 아야쨩은... 어떻게 생각해?

아야가 더는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게 되어 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치사토를 꽉 끌어안아
그렇게 24시간도 안 될 것 같은 두 사람의 첫 번째 신혼여행이 시작돼




간만에 아야치사가 땡기는 밤이었다
이제 만족스럽게 잘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