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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카논] 작은 사랑, 작은 모험모바일에서 작성

ㅇㅇ(59.23) 2020.02.02 14:42:30
조회 577 추천 30 댓글 2
														
지금 난 카논 선배의, 내 애인의 집에 왔다.

2층짜리 단독주택. 여고생 한명이 자취하는 집 치곤 상당히 큰 집이다.
아무튼 여기 온 이유는 요즘 카논 선배가 나를 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유따윈 모른다. 오히려 그걸 알려고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피하기 시작한 때가 언제쯤인진 안다.

8일 전부터 날 피한다. 좀더 정확한 시간은 금요일 점심시간 막바지가 될 무렵이다.

그날 난 이치가야 씨의 고민상담을 하고 있었다.

"휴...그래서 말이야, 카스미한테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려곤 했는데, 막상 좋아한다! 라고 말하기엔 너무 부끄러워서..그만..."

"고백은 커녕, 오히려 토야마 씨를 상처입힐 말을 하고 말았다는 거지?"

"응...."

"이치가야씨. 당신이 그런 사람인건 알고 있었지만..오늘은 특히 한심하네."

"알겠어? 일단 사과해. 본심이 아니었다고. 그런말을 하려던게 아니라고. 토야마 씨가 원한다면 머리까지 박아."
"그리고 원래 하려던 고백을 토야마씨 앞에서 하는거야."

"그래도 고백은 좀 더 무드있게..."

"아!!!! 그니까 내가 추천해준 그 무드있는 장소에서 당신이 고백이 아니라 쌍욕을 박았잖아!!!"

"읏...죄송합니다...."

"죄송을 왜 나한테해!! 지금도 자기가 뭐 잘못하진 않았을까 울것같은 표정으로 있을 토야마 씨한테 해야지!!"

"정말..이치가야 씨도 카논 선배를 본받으라고! 선배는 겉으로 보기엔 수줍음 많아 보이지만, 정말 솔직하고 당당하단 말이야."

"애정표현도, 물론 부끄러워는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해. 난 그런 숨기는 게 없는 선배가 좋아."

탁탁탁ㅡ

"?..저기, 오쿠사와 씨. 아까 뛰어가는 사람 마츠바라 선배였지?"

"응? 카논 선배? 그걸 어떻게 알아?"

"아니, 이 학교에 푸른색 곱슬머린 한명뿐이잖아?"

"어, 그럼 카논 선배네.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가..? 답지않게 뛰어다니시고."



딱 그날 이후로 점점 날 피하기 시작했다.

"카논 선배, 시간 없으면 혹시 영화라도.."
"아, 미안! 오늘은 알바가.."

"카논 선배, 기다렸.."
"미안! 나 먼저 가야해서..."

"카논 선.."
"미안..! 시간이 안맞아서.."

"미안!"
"미안!"
"미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혹시 둘이 있던 나와 이치가야 씨를 보고 오해했나? 그건 아닐 텐데..이치가야 씨가 토야마 씨를 좋아하는건 당사자 둘 빼곤 하네오카 학생들까지 전부 아는 오피셜이고..

아니면...그저 내가 싫어진건가.

내가 질려서, 나말고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럼 그렇다고 말이라도 해주면 좋잖아. 괜히 사람 걱정되게.

아무튼 확실히 결판을 짓기 위해 왔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렇게 다짐하고 카논 선배의 집쪽으로 걸어갔다.

카논 선배의 집 앞엔 작은 화단이 있었다. 여러 종류의, 여러 색의 꽃들이 푹신한 진흙 위에서 푸근하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이 쉬고 있었다.

'참 카논 선배답다.' 란 감상이 나오는, 마음이 평온해지는 화단이었다.

하지만 꽃이 있는 곳에는 무릇 벌레가 꼬인다. 화단이 있는 외벽의 창틀에선 5cm정도 되어보이는, 초록색과 빨간색의 화려한 무늬를 가진 거미가 나방의 날개를 이로 쭉 찢어 잡아먹고 있었다.

저런 기괴한 생김새를 하곤 빼어나게 아름다운 무늬를 가졌고, 하는 짓은 그와는 또 반대되게 정말 기괴한, 이상한 곤충이다. 절대 다시 보고싶지 않다ㅡ고 미사키는 생각했다.

"뭐 거미가 곤충은 아니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없지만 평소 알고있던 상식을 자랑하듯 입에 담고선 현관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ㅡ 하는 소리가 집 안에 울리는 것을 느낀다. 곧이어 어느 곳인가의 문이 열리고, 집주인이 발을 끌며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까지 느낀다.

"나가요"
"어?! 미..미사키쨩..."

무덤덤한 눈이었던 선배의 동공에 내 모습이 비추자마자 표정이 점점 안좋아지고, 눈이 떨려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긴장한 내가 몸을 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선배, 요즘 저 피하시죠?"
"아니야..! 피하다니.."
"제가 싫어지신거에요?"
"내가 미사키쨩을 싫어할리가..! 그저 요즘 시간이 안맞아서.."

또 그소리. 도대체 무슨 시간이 안맞길래 다른 누구도 아닌 애인을 1주일씩이나 못본단 말인가.

"변명하지마세요!!!"

"...이..일단 들어와. 들어와서 이야기하자."

마음을 추스르고 카논 선배의 집에 들어오니, 평소에 카논 선배에게서 맡던 체취가 느껴졌다. 옅은 아로마 향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튼 마음이 진정되는 향기였다.

바로 오른쪽엔 살짝 열린 방문이 보였다. 아마도 여기가 카논 선배의 방일까,

방 안에 들어오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창문과 마주보고 있는 전신거울이었다. 먼지 하나 붙지 않은 거울은, 화려한 틀에 담겨 태양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방의 오른쪽, 창문이 있는 벽 구석에 위치한 책상엔 갖가지 필기용구, 내 윗학년의 교과서와 슬림한 디자인의 비싼 노트북이 있었다. 아까 전신거울도 그렇고, 2층으로 된 단독주택에 여고생 혼자 자취하는것도 그렇고. 선배의 집은 꽤나 잘사는 모양이다.

이런 사람이 알바는 왜 뛰는걸까.

그리고 창문 밑에 있는 4칸짜리 책장엔 수많은 책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어릴때 나도 본 기억이 있는 동화책, 그림책들이 맨 밑에 있었다.
거기서 윗칸으로 올라갈수록 초등학습만화, 여러가지 종류의 책들에서, 우리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던 소설책 순으로, 점점 책의 수준이 바뀌는 것이 그 사람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것 같아 신기한 느낌이었다.

위에서 두번째 칸 책꽂이에는 한 책이 기울어져 다른 책의 윗부분과 만나, 좁고 길쭉한 삼각형 모양의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여기 있던 책이 하나 빠졌단 증거였다.

그리고 또 둘러보려는 찰나, 높고 다급한 목소리에 저절로 뒤를 돌아봤다.

"미사키쨩? 뭐하는거야!"

카논 선배는 몹시 당황한듯 나와 문 사이를 힘껏 비집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양 팔을 힘껏 벌려 어느 곳을 가리고 있었다.

침대 쪽이었다.

가느다란 팔로 최대한 가리고 있는 침대 위의 물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언뜻언뜻 보이는 은색...아니, 철에 가까운 색깔과 검은색이 같이 있는 네모난 물건이란건 알 수 있었다.

곧 선배가 그 물건을 만지려 했다. 원래 위치에 갖다놓으려는걸까.

"미사키쨩..이대로 뒤돌아서 내가 됬다고 할때까지 돌아보지마."

그래, 그렇게 계속 나에게 숨기는구나. 계속 그렇게 나에게서 도망만 치는구나.

행여나 누가 들을까 방문을 닫고,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내 목이 찟어질 듯한 소리로 외쳤다.


"손 움직이지마!!!!"

"힉...!"

내가 내는 큰 소리에 지레 겁을 먹은듯, 선배는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아니, 가만히 있는건 아니지. 몸을 미친듯이 떨고 있으니.

저렇게까지 겁을 먹으니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애초에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는 선배의 잘못이다.
선배는 지금 방안에 감도는 갑갑한 분위기가 싫었는지 내 눈치를 보며 창문을 활짝 열었다. 시원한 공기와 화단의 꽃향기가 방안을 채웠지만, 이 분위기를 바꾸는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면서도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한 팔을 뻗고 끝까지 침대 위에 있는 '무언가'를 가리고 있었다.

더이상 내 인내심도 바닥이다. 조금 강압적으로라도 저게 뭔지, 카논 선배가 나에게 숨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봐야겠다.
선배의 어깨를 잡고 옆으로 밀쳐내려는데, 선배는 끝까지 보여주기 싫다는듯이 끈질기게 버텼다. 몰랐지만 의외로 선배는 힘이 셌다.

"저리...비켜요...!!!"
"안돼...안돼안돼안돼!!!!"

"절대 보여주기 싫어!!!!!!!"

그러다가 결국 내 힘을 버티지 못한 카논 선배가 뒤로 쓰러졌다. 그때문에 나도 앞으로 자빠졌다.

넘어지면 침대 모서리에 얼굴이 박을 거리였기에, 재빨리 양 손을 뻗어 침대를 먼저 집으려 했다.
하지만 내 손이 잡은 것은, 내 눈이 본것은

바닥이었다.

"...뭐야, 침대에 박는줄 알았네."라고 내뱉고 고개를 올려보면




끝없는 심연이 있었다.



*



나와 미사키쨩이 본 칠흑같은 넓은 어둠이, 그저 침대 밑 그림자였단 사실을 깨닫는 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대체 이건 무슨 상황일까.

'우리가 작아졌다.' 라고 보는게 일단 타당할까.
어쩌면 우리 둘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게 커져버린 걸까.

"후에에...."

내 말버릇이지만, 이런 상황에 처하면 세상 누구든 이렇게 어벙한 소리를 낼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선배...일단 이 상황, 어떡하죠..?"
"벌레마냥 작아져 버렸어요.."

벌레.

그렇다. 지금 우린 벌레처럼 작아졌다.


그런 현실이 절망감을 불러일으킨다.

지옥같은 현실을 바꾸려면 계속 올라가야 했다.


"선배? 뭔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응? 아...아니 그냥. 여길 어떻게 나가야 하나 싶어서.."

아무튼 일단 여길 나갈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일단 당연하지만 닫힌 문으론 나갈수 없다. 손잡이가 도쿄 타워보다도 위에 있기도 했고, 어떻게 손잡이까지 가더라도 키가 2.5cm 될까말까한 우리 힘으론 손잡이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곰곰히 생각하다 창문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우리의 몸을 스쳤...

""창문!!!""

마침 내가 창문을 열어놨어서 다행이다. 이제 창문으로 빠져나가면...

창문으로 나갈려면...책장 위에 올라가야 하고, 책장 위에 올라가면 침대 위의 '그게' 보여지고 만다.

"안돼...! 창문으로 나가면...그게 보여져버려.."

"지금 이런 상황에 그런거 따질 때에요? 아니면 그거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여기 있을 거에요?"

그래, 나가야 한다. 올라가야 한다.



지옥같은 현실을 바꾸려면 계속 올라가야 했다.

그것이 내 방의 책장이라도.

그럼ㅡ
"그럼ㅡ"

"부탁이 있어."

"절대 침대쪽을 보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그러면...더이상 널 피하지 않을게."



*



"그러면...더이상 널 피하지 않을게."

선배가 숨기는 것이 무엇인지 무조건 밝혀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약속 하나에, 평소의 선배로 돌아와준다는 말에 바로 수락해 버렸다. 오히려 침대쪽을 보면 더이상 선배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단 사실이 옥죄었다.

대체 난 얼마나 선배를 좋아하는 걸까.

"알았어요. 절대 침대쪽을 보지 않겠다고 맹세할게요."
"그러니까 빨리 가요."

"...알았어. 그럼 먼저...저기 멀티탭 보이지? 그 멀티탭에 꽃인 선 중에 위로 쭉 뻗은거. 그게 책상에 놓인 스탠드 선이야."
"그걸 타고 먼저 책상으로 올라가자."

"네, 알겠어요."

집주인이자 가이드의 방 안내를 받으며 창문까지의 목숨을 건 모험이 시작되었다.

"미사키쨩, 먼저 올라가."
"저....치마 입었는데요...."

"....///그..그럼 난 수면바지니까..! 내가 먼저 올라갈게...침대쪽 보면 안된다?!"
"괜찮아요. 어짜피 책상에선 보이지도 않는 각도니까."

아무리 그래도 콘센트 줄을 잡고 올라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평범한 콘센트가 아니라 가느다란 고무 재질의 선 두개를 붙여놓은 모양이라서 의외로 올라가는것은 쉬웠다.

문제는 올라간 뒤에 발생했다. 그냥 책상이 아니라 칸막이 책상. 공부방에 있는 그런 책상이라 책장으로 넘어갈 방법이 안보였다.

일단 쉬면서 생각하자는 결론이 나왔고, 나는 광활한 책상 위에 있는게 좀 신기해서 주위를 둘러보려 했다.

먼저 발길이 가는 곳은 역시 산만큼 커다란 노트북. 평균 크기보다도 작고 가벼운 제품이었지만, 키 2.5cm에 몸무게 1g미만인 내가 보기에 900g에 높이 25cm인 이 물체는 정말 산에 비유해도 될 정도였다.

더 둘러보니, 작다는 것은 무서운 것임을 몸소 깨달았다. 사람을 넣고 회전 장치를 빙글빙글 돌리면 가루가 되어 나오는 살인 기계ㅡ처럼 보이는 연필깎이.

폐차 프레스처럼 거대한 몸체에 들어가서 눌리면 깔끔한 구멍이 생기는 기계ㅡ처럼 보이는 펀치.

강력한 자외선과 뜨거운 가시광선을 쏘아내어 살을 태우는, 점점 강도를 높일 수도 있는 끔찍한 고문 기구ㅡ처럼 보이는 스탠드까지.

벌레가 딱 이런 기분일까.

그렇지만 공포심에 숨어있는, 크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재미도 어느새 느끼고 있었다.

더 구경해보려는데, 카논 선배가 저 멀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소리는 메아리처럼 깨져서, 그것도 큰 소리가 아니라 작게 들렸지만 입가에 손을 대고 이쪽을 향해서 입을 움직이는 것을 보면 날 부르는 게 맞는것 같았다.

카논 선배가 있는 쪽으로 도착하니 카논 선배는 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의자 말이야..책상 안에 들어가 있는게 아니라 약간...옆쪽으로 빠져나와 있잖아?"
"그래서 의자 쿠션으로 뛰어든 다음에.. 책장 쪽으로 가면.."

본인이 말하면서도 무서운지 자주 더듬거렸다. 확실히 방법없는 지금에선 좋은 아이디어지만...

"선배, 저기까지 떨어질수 있겠어요?"
"절대 무리야..."

카오루 씨 만큼은 아니지만 카논 선배도 높은 곳을 상당히 무서워했다. 자기 의지로 뛰어내릴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보죠."

솔직히 나도 떨리지만...어쩔 수 없지.

"으...응..역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어?"

"후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선배를 붙잡고 힘껏 도약해 뛰어내리자, 미칠 듯한 맞바람이 입 안, 코, 귀, 눈 안 어디든 틈이란 틈에 다 들어오고 있다. 눈이 말라 버릴것 같았기에 질끈 감았다.

철푸덕.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두 번 들리고 고개를 들어보면 아까까지와는 또 전혀 다른 시야에, 전혀 다른 바닥의 촉감이 느껴진다.

이제 선배만 깨우고 서둘러야...

"선...선배?!?! 일어나 보세요!!!"


*


"카논 선배를 본받으라고!"
"난 그런 숨기는 게 없는 선배가 좋아."


미안해, 미사키쨩.

이 모습은 거짓된 모습이야.

내 존재 자체가 너에게 비밀을 숨기고 있어.

난.....

난.....





"카논 선배!!!!"
"후에에에엥?!?!"

"다행이다..혹시 심장마비는 아닌가 걱정했다구요."

미사키쨩의 말을 들어보면 난 잠깐 기절했던 모양이다. 확실히 떨어지기 직전 후에엥 소리를 낸 뒤론 기억이 없다.

아무튼 책장으로 서두르기로 했다.

의자 쿠션에 한발짝 내딛을 때마다 발이 쑥 들어가서 나와 미사키쨩 둘다 무게중심을 못잡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쿠션 덕분에 아프지는 않았지만 넘어질 때마다 얼굴을 박아서 묘한 느낌이었다.

드넓은 의자를 횡단해 왼쪽 끝자락에서 책장으로 조심스레 뛰어 착지했다.
우리가 착지한 곳은 밑에서 두번째 칸이었다.

"초등과학학습만화...한자 만화책....영어 만화책..초등 잡지..초등학교 졸업앨범."
"여기 있는건 선배가 초등학교때 읽던 책들이죠?"

"응, 그 위엣칸은 중학생때 읽던거고..맨 윗칸이 내가 지금 보는 책들..의도한건 아니지만, 이렇게 됐네."
"신기하네요."

주인인 나도 별로 의식한 적이 없었기에 지금 광경이 많이 신기했다. 또 이 책장이 자신과 10년 넘게 함께하고 있었단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그러다가 미사키쨩과의 약속이 생각나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도 아직 침대 위가 보일만한 높이는 아니였다. 다만 여기서 윗칸으로 올라가면 충분히 보인다. 라고 판단해 미사키쨩에게 미리 경고했다.

"미사키쨩, 여기서 윗칸으로 올라가는 순간부터 침대쪽을 쳐다보면.."
"알고 있어요. 걱정 안하셔도 돼요."

안심되는 말을 듣고선 윗칸으로 올라갈 방법을 고민했다.

첫번째로 고안한 방법은 다시 의자로 가서, 팔걸이 위에 올라가 윗칸으로 넘어가는 방법이었다.

안된다. 팔걸이를 이어주는 부분이 너무 두꺼워서 타고 올라갈 수 없다.

두번째는 책을 타고 올라가는 방법이다.

그것도 안된다. 책은 아까 타고 올라온 스탠드 선처럼 올라가기 쉬운 모양이 아니었다.

"그러면 어쩌지..."
"선배, 저기 있는 책 말인데요,"
"응?"

"저거 '오페라의 유령' 아니에요? 초등학생 때부터 저런걸 읽으신거에요?!?!"

'오페라의 유령' 은 에릭에게 감정이입이 잘 되어 재미있게 봤었다. 저게 왜 저기 있더라...아, 꽂을 곳을 착각한 거였네.

"아...저게...이틀 전에 읽은건데, 그냥 이 칸이 자리가 남있길래 꽂아놨어."

"그렇겠죠...깜짝 놀랐네."

오페라의 유령은 여기 있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두꺼운 두께에 갈피끈이 있어서 눈에 띄었다.

어?

"미사키쨩...! 갈피끈이야!! 저걸 타고 위로 올라가면..!!"

"좋은 생각이에요!"

갈피끈을 잡고 책에 발을 디뎌 위로 올라가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클라이밍 선수들도 다 안전장비를 갖추고 오르는데, 여기에 그딴 것이 있을리가 없다. 겨우 몸을 끈으로 한번 묶고 오를 뿐이었다.

엄습해 오는 공포감에 밑을 바라보니 아찔한 경치가 눈앞에 놓였다. 부드럽고 비단같은 갈피끈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땀이 차오른다. 손이 한순간 미끄러져 저 경치로 빨려들어갈것만 같아 눈을 감고 오르는 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먼저 다 오르고, 미사키쨩에게 줄을 내려주어 미사키쨩도 올라올 수 있었다. 그리고 위에 보이는 나무로 된 천장을 점프해서 팔로 걸치고 올라오는 데에 성공했다.


*


위에서 두번째 칸은 선배가 중학교때 읽었던 책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역사책들, 인기만화 여럿, 짧은 청소년 단편소설들이 끝이였다.

그리고 이젠 침대 위가 보이는 높이까지 다다랐다.

하지만 난 더이상 그게 뭔지 궁금하지 않았다. 아니, 궁금은 하지만 보고 싶지가 않다는 쪽이 더 맞겠다.

저기에 눈만 안돌리면 카논 선배가 다시 내 곁에 있을텐데. 미쳤다고 잠깐의 호기심을 못이기겠는가.

이치가야씨 앞에서 난 솔직한 카논 선배가 좋다고 말했지만, 난 그냥 어떤 카논 선배든 좋은것 같았다.

다행히 국내소설 중에서 갈피끈이 있는 책이 있었기에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올라왔다.

마지막 맨 윗칸엔 오히려 갈피끈이 없는 책을 찾기 힘들었다. 세계문학전집에 괴도 뤼팽, 삼국지 같은 장편소설 등. 가끔 가다 만화책이 눈에 띄었다. 현재 8부까지 연재하고 있는 능력자 배틀물이나 과거에 열풍을 일으켰던 순정만화들이다.

아무튼 마지막 칸까지 다 올라가고 나면, 드디어 창문이 보였다. 벌써 몇시간이 지났는지 내가 온 시간인 낮의 쨍쨍한 햇빛은 없었다.

.......


이렇게 나가면, 정말 해결될까? 그 모든 일이 없던 것처럼 해결될까?
결국 난 카논 선배의 고민도 숨기는것도 모르는데,


우린 다시 연인사이로 돌아올 수 있을까?


우린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솔직히 나간다고 이 몸으로 어떻게 될 것 같지도 않지만, 여기서 굶어 죽는것 보다야 낫다. 츠루마키 가문에 sos를 보내면 어떻게 도와줄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가느다란 희망은 모순적이게도 희망의 입구인 창문 앞에서 허망하게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미사키쨩....저거...거미지...?"

낮에 창가에서 본 거미. 초록색과 빨간색의 쓸데없이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5cm 정도의 거미가, 즉 지금의 우리에겐 사람 몸의 두배는 되보이는 거미가 우리의 정면에 있었다.

"젠장...왜 저녀석을 생각 못했지....!"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거미는 가로로 된 주둥이에서 소화액 비슷한 것을 흩뿌리며 여덟 다리로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굳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안돼, 미사키쨩!!!"



이 탁 소리는 뭘까. 왜 나는 왼쪽으로 쓰러져 있을까. 거미는 어디로 간걸까.




"으읏...미사키쨩..! 빨리 창문으로 도망쳐..!!!"
"뭐하는 거에요 카논 선배!!"

카논 선배가 날 대신해 거미에게 잡힌 것이었다. 거미는 기괴한 다리로 카논 선배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입을 쩍 벌려 먹으려고 했다.

"괜찮...아..나같은건...가짜니까...너에게 숨기기는게...있는...솔직하지 못한 인간이니까..."
"그리고 지금도...그걸 보여줄 용기가 안나서...차라리 죽는게 낫다고..생각하고 있어..!"

뭐라고? 죽는게 나아? 그렇게 울고불고 무서워하고 있으면서, 왜 그러는거야?

거미의 입에서 흐르는 소화액 한방울이 선배의 머리 바로 옆에 떨어졌다.

"힉.....!"

머리가 띵해진다. 이대로 카논 선배는 먹힐 것이다.

"그렇다면....!"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애매하게 밀치면 내 몸의 두배는 되는 거미가 버틸 수도 있다.

책장 끄트머리에 있는 거미에게 달려가, 내 몸을 던져 있는 힘껏 들이받았다.

거미와 함께, 내 몸이 떠오른다.

하지만 다리에 감긴 손의 감촉과 철렁. 하는 느낌과 함께 내몸은 더이상 떨어지지 않았고, 거미는 엄청난 속도로 추락해 파편이 되었다.

카논 선배가 내 다리를 붙잡고 당긴 것이다.





어?

뒤에 있던 거미를 밀쳐, 내 시야를 가리던 거미가 떨어졌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침대 위.


"아.....아아..!!! 안돼....."


원치는 않았지만 마침내 정체가 드러났다. 선배가 나에게 그렇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것이 뭔지. 도대체 무엇이 우리 사이를 그렇게 갈라놓았는지.

그것은ㅡ



ㅡ중학교 졸업앨범이었다.


"■■중학교 3학년 3반 6번...마츠바라...카논."



*



"■■중학교 3학년 3반 6번...마츠바라...카논."






이 세상은 지옥이다.

지옥같은 현실을 바꾸려면 계속 올라가야 했다. 그것이 내방의 책장일지라도.

혹은 수술대 위일지라도.


흔치 않은 곱슬머리에, 소심한 성격, 볼품없는 외모.

"마츠바라, 자유시간인데 친구들이랑 같이 놀지 그러니?"
"아...전...그게..몸이 안좋아서..."



"읏...! 무거워...행정실까지 옮겨야 하는데.."

"저기...내가 도와줄...까..?"

"마츠바라 양? 아..아니, 괜찮아! 선생님이 혼자 가라고 하셔서..마음만 받을게!"
"......."



그런 나의 존재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어째서...."

고등학교는 일부러 먼 곳으로 들어가서 자취를 시작했다. 미친듯이 화장법을 배우고, 부모님 몰래 생활비로 성형수술을 시작했다.

그것 때문에 알바로 부족한 생활비를 매꿔야 했지만, 그건 얼굴이 바뀐다는 매력적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게...나...?"


얼굴을 바꾸니 모든게 달라졌다. 입학 후에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는 친구들이 늘었고, 그토록 동경하던 친구들과 하는 밴드도 생기고, 나에겐 평생 없을줄 알았던 애인까지 생겼다.

그래서?

결국 사랑받는건 가짜 얼굴이었다.

결국 난 그대로다.


"난 그런 숨기는 게 없는 선배가 좋아."


미안해 미사키쨩...난...너와 있을 자격이 없어.

나같은건...나같은건..너에겐 너무 아까워.



"지금보다 눈, 작네요."

끝났어.

"코도 더 낮아."

끝났어..끝났어..

"턱도.."

끝났어끝났어끝났어끝났어끝났어끝났어끝났어끝났어끝났어끝났어끝났어끝났어끝났어





"그래서 어쩌라고요?"





"어...?"

"얼굴 고친걸 들키면, 제가 선배 싫다고 떠날 줄이라도 알았어요?"

"저번에 제가 이치가야 씨와 한말, 들으셨죠."

"그 말 때문에 고민하던 거라면..."
"그렇다면 죄송해요."
"제가 바보라서, 선배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어요."
"카논 선배도 숨기는 비밀이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멋대로 말해서 죄송해요."

"그러니까 그만 돌아와주면 안돼요..? 전 선배 얼굴보고 좋아하는게 아니니까..!"

"절 신경써주는 그 상냥함이, 알바도 밴드도 열심히 하는 그 성실함이..약해보여도 안에 있는 그 올곧은 마음이 좋으니까..!!"




"미사키쨩.."

난 착각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오쿠사와 미사키는, 정말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나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줄 좋은 사람이었다.


"미사키쨩...!"

"나, 너무 무서웠어..! 솔직한 나를 좋아한다는 미사키쨩의 말을 듣고..내가 이런 과거가 있었다는걸 알면..미움받을까봐..! 미안해...!"

"아니에요...! 괜한 소리 지껄여서...상처나 주고..."


*


서로 부둥켜안고 끊임없이 울었다. 이제서야 선배의 상처를 알았단 사실에 자기혐오를 느끼기도 하고, 그러면서 이제라도 선배의 상처를 알아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눈물을 한바탕 다 빼내고, 창틀에 둘이서 앉아 밖의 경치를 바라봤다. 늘 보는 경치지만, 지금 우리에겐 너무나도 특별한 경치였다.
그건 우리 몸이 작아져서 모든 게 크게 보이는 신기함 때문일까, 아니면 오랫만에 단둘이 있는 시간이어서일까.

밖은 노을이 타오르고 있었다. 방바닥에서 창문까지 올라온 대장정을 되새겨보며 계속 가지고 있던 의문을 말했다.

"그래서 결국 우린 왜 작아진 걸까요?"

"음...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원인 아닐까."
"졸업앨범을 절대 보여주기 싫다는 마음이 이렇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만들게 된거..려나."

"그래..내 불안감이 원인이었던것 같아."

"그럼 이제 그 불안은 풀린 거죠?"

"하나만 약속해 주면 풀릴것 같아."






"중학교 시절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앞으로의 나도. 계속 사랑해 줄거지?"

"당연하죠. 어떤 선배든, 마츠바라 카논이니까요."


그렇게 우린 원래대로 돌아왔다.

----------

저번에 쓴 https://m.dcinside.com/board/lilyfever/508048?headid=&recommend=&s_pos=-501384&s_type=all&serval= 이거랑 느낌이 비슷해져 버렸다

치사토랑 카논이랑 중학교때 친구였네
설정붕괴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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