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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스아리] 등교거부의 이유 上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9 00:34:19
조회 597 추천 22 댓글 4
														

카스미랑 사귀고 난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였다. 


평소처럼 우리 집에 자러오겠다고 선언하더니 정말로 그 날 저녁, 카스미가 우리 집에 배게를 꼭 껴안은 채 자러왔다. 카스미 녀석, 어찌나 신이 났던지 저기에 귀랑 꼬리만 있으면 완전히 강아지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사귀고 난 다음에 처음으로 같이 자는거라고는 해도 그렇게 다를 건 없었다. 평소처럼 같이 씻고, 평소처럼 같이 할머니가 해준 밥을 먹고, 평소처럼 손을 꼭 붙잡은 채 한 이불을 덮은채 누워서 자기 전까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떠들고...사실 사귀기 전이나 후나 별로 행동이 다를게 없는걸 보면 카스미가 사귀기 전에도 나한테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을 서슴치 않고 했는지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한 공간에만 있어도 좋아! 그런 느낌을 팍팍 내면서 날 보면서 뺨을 붉히고, 때때로는 너무 사랑한다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껴안는 둥 자그만한 일이 있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평소 그대로였다. 한참이나 떠들다가 지친듯 카스미가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졸려? 내가 물어봤지만 졸리지 않다고, 조금 더 깨어있을 수 있다면서 나른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봐도 졸린 표정이였다. 


이대로 있으면 몸이 상할지도 모르니까 상황봐서 억지로라도 재워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지만 기우였다. 아무래도 쓰러지기 일보직전인듯 불러도 불러도 반응이 점점 느려지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고개를 푹 숙인채 새근새근 코를 골기 시작했다. 카스미 녀석, 자고싶으면 그냥 이야기하지. 누가 뭐라고 하는것도 아닌데...쓴웃음을 지으면서 앉은 채로 조는 카스미를 잘 눕혀준 다음 이불을 덮어주고, 곧장 불을 껐다.


나도 자야지 싶어서 하품을 하면서 침대에 누웠다. 누웠는데...


"...이 상태에서 어떻게 잘 수 있냐고..."


머리를 감싸쥐면서 곧장 몸을 숙였다. 귀에 들리는 째깍거리는 시계소리, 바로 옆에는 카스미의 숨결이 목덜미에 닿고 있는 채...신경이 쓰여서 잘래야 잘 수가 없었다. 물론 카스미가 우리 집에 자러오는거야 하루이틀 일이 아니였지만 사귀고 난 다음에 자러오는건 또 다른 느낌이였다. 아니, 애초에 이 상황에서 평범하게 자고있는 카스미가 신기할 지경이였다.


어차피 못자게 된거, 자기 전에 좋은거라도 볼 생각으로 몸을 돌려서 카스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느새인가 내 얼굴 바로 앞에 온 그녀가 색색 숨소리를 내면서 기분좋은듯 고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자고있었다. 평소 하던 머리모양과 어우러져서 마치 고양이같네, 싶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건그렇고 이렇게 느긋하게 다시보니까 정말로 귀여운 얼굴이였다.


머리모양 때문에 가려져서 그렇지 머리를 푼 모습은 어딘가의 잘 사는 아가씨를 연상시키게 했으며 달빛에 비춰서 은은하게 빛나는 얼굴은 그야말로...


아니, 정말로 우리 카스미 너무 귀여운거 아니야? 마치 자식을 자랑하는 부모가 된 느낌으로 발을 둥둥 구르면서 양 손으로 입을 가렸다.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어쩔줄 모르겠다. 이런 사랑스러운 사람이 내 여자친구라는게 자랑스러울 지경이였다...


그리고 그런 카스미가 지금 무방비 상태로 제 눈앞에서 자고있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오래동안 같이 동침해온 경험으로 알고있는건데 카스미는 이렇게까지 되면 잘 일어나지 않았다. 즉, 그 말인 즉슨 지금 이상태에서 내가 뭘 해도 카스미는 자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눈치 못챈다는 소리였다...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안된다 이치가야 아리사. 아무리 여자친구가 예쁘다고 해도 자는 사이에 무슨 짓을 저지르는건 범죄야. 암, 범죄고 말고...침을 꿀꺽 삼키면서 자신의 욕망을 필사적으로 억누른 채 카스미의 잠든 얼굴만을 보면서 필사적으로 욕망을 억누르려고 했다. 억누르려고 했는데...


"아리사아...사랑해애..."


잠에 쩔은 달콤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카스미의 목소리를 들으니 어디선가 이성의 끈이 끊기는 느낌이였다. 저도 모르게 카스미 쪽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기 시작했다. 저런 말을 들어버린 이상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해버릴까 이치가야? 

 

해버려 아리사.


마음 속에서 천사랑 악마가 동시에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까지 끊어져버린 내가 야마토 씨 처럼 후헤헤 웃으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불을 밑으로 내렸다.


카스미가 나쁜거니까, 전부 다 카스미가 나쁜거니까.


후헤헤 웃으면서 곧장 손을 아래로 뻗고...


*


같이 자고 난 다음 날, 아침 일찍 집에 돌아간 카스미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1교시는 이미 한참전에 시작했음에도 카스미는 모습을 드러낼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이변을 알아차린건 나뿐만이 아니였다. 같은 반의 다른 친구들도 토야마 씨가 학교에 오지 않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는걸까? 하고 웅성웅성 떠들고는 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 호기심은 전부 다 나한테로 향했다.


쉬는시간, 내 자리에 몰려든 반 친구들이 동시에 웅성거리면서 토야마 씨가 왜 안왔는지 알아? 이치가야 씨는 뭐 들은거 없어? 등등...어째서 그걸 나한테 물어보는건데...한숨을 쉬면서 그렇게 말하니까 친구들은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그야 이치가야 씨랑 토야마 씨, 사귀잖아!"


그렇게 대답했으니 기가막힐 노릇이였다. 사귀는걸 티내기는 커녕 숨기고 다녔는데 도대체 어떻게 알고있는걸까.


다만, 이 때 까지는 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냥 감기에 걸렸거나 그런거 아니야? 웃으면서 대답해주자 그럴 수 있겠다면서 아이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감기라던가 그런거에 걸려서 못나온걸꺼야. 그런거겠지 싶었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 만큼 상황이 그렇게 간단한 것 같지는 않았다. 2교시 시작 직전, 갑작스럽게 선생님이 들어오더니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숙이셨다.


"슬픈 소식이 있습니다...토야마 씨,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 당분간 학교에 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말에 충격을 먹은건 비단 나 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반 안이 단숨에 어수선해지는것이 느껴졌다. 잠시 우리들이 멋대로 떠들게 내비두더니 책상을 한 번 두드리셨다.


"조용, 조용...이치가야 씨, 토야마 씨랑 친했지? 방과후에 한 번 찾아가봐줄 수 있니? 학생회 업무는 내가 말해놓을테니까."


"아, 네..."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지명에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상태가 신경쓰이는 것도 사실이였고, 도대체 무슨 마음의 상처를 받았기에 그러는걸까 신경이 쓰이는것도 있었다...


아니, 어쩌면 혹시 어제 저녁이 내가 한 일이 들켰나?


어쩌면 정말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야 자는 사이에 몰래 그러는건 잘못한 행위라고는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카스미는 분명 자고있었을텐데...어쩌면 자지 않고 깨어있었다던가...


이런저런 걱정을 하느랴 그 날 수업 내내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면 공책에다가 카스미만 적고 있었고, 점심 시간 포핀파 멤버들이랑은 카스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학생회에 잠시 얼굴을 비췄을때도 카스미의 얼굴만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다. 신경이 쓰여서 견딜 수 없었다. 빨리 방과후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였지만 이렇게나 간절히 원한 적은 처음이였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과후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고 곧장 교실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이대로 한달음에 카스미네 집으로 향하려는 순간이였다. 교문 앞에서 누군가한테 손목이 붙잡혔다.


급한데, 빨리 카스미한테 가야하는데...누가 잡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등 뒤를 보자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 내 손목을 잡아챈 것은 정말로 뜻밖의 인물이였다.


"새언니."


카스미의 여동생인 아스카였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막 온걸까, 고등학교에 올라갔다고는 들었지만 하네오카의 교복이 나름 잘 어울린다 싶었다. 뺨을 살짝 붉힌 채 새언니, 라고 부르면서 내 손목을 꼭 붙잡은 그녀가 조금 슬픈 눈으로 날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언니한테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새언니, 같이 가줄 수 있어요?"


그 말을 듣자 뭔가 일이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됬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원래 한 편으로 쭉 쓰려고 했는데 컨디션 문제로 어쩔수없이 두 편으로 나누게 됨 


다음편은 큰 내용 없이 결말부분 쓸듯


심각한 내용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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