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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SONRISA에 어서오세요!

ㅇㅇ(115.23) 2020.03.19 20:59:52
조회 671 추천 19 댓글 6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카페 'SONRISA'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라 한적하기만 했던 SONRISA는 요즘따라 어수선합니다.

항상 비어있던 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했고, 출입문 앞에서부터 주문을 기다리는 줄이 이어져있습니다.

저는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고, 사장님은 밀려드는 주문에 맞춰 음료를 만드느라 바쁘게 움직입니다.

항상 여유롭게 음료를 만드시던 사장님이 다급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어딘지모르게 관능적이게 보였지만

사장님을 감상할 새도 없이 다음 손님이 주문을 합니다.


"아이스 캬라멜 마끼아또랑 녹차 프라푸치노요."

"아이스 캬라멜 마끼아또 하나, 녹차 프라푸치노 하나… 사이즈는 어떤걸로 드릴까요?"


바쁜 와중에도 미소짓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SONRISA'는 스페인어로 '미소'라는 뜻으로 사장님께서 항상 강조하시기를 손님들을 미소짓게 만드는 것이

SONRISA의 가장 큰 목표이자 존재의의 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미소에는 미소

직원이 먼저 미소지으면 손님들도 따라서 미소지을 것이라는게 사장님의 생각으로

저도 그 뜻을 이어받아 항상 미소로 응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작은 골목 카페 사장님이지만 포부만큼은 대기업 CEO에 뒤지지않는 사장님의 모습은 정말 너무 멋있어요.

하지만…


"사장님. 아이스 캬라멜 마끼아또 중간 사이즈랑 녹차 프라푸치노 중간 사이즈 추가요."

"…네!"


아이스티같이 간단한 음료라면 저도 만들 수 있지만 손이 가는 음료는 사장님이 만드셔야하기 때문에

현재 사장님은 바쁘게 움직이고 계십니다.

대답하는 사장님의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힘들어보여서 저의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화가나는 마음에 주문을 받으면서 힐끔힐끔 창가자리 테이블을 째려봅니다.

몇 번인가 째려보던 중에 긴 다리를 뽐내며 여유롭게 오렌지주스를 마시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지금 이 사태를 만든, 사장님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원인이 되는 남자는 제 속도 모른채 눈을 휘어가며 웃습니다.

그 모습에 카페 안에 있던 손님들이 술렁입니다.

아, 짜증나



저번 주에 일어났던 폭력사태로 인해 SONRISA는 이 일대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창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지역 SNS에 올린게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손님으로 보이는 남자를 무자비하게 때리고 있는 영상 모습 자체였습니다만,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고 남매싸움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되자 그저 재미있는 헤프닝으로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영상을 보고 호기심에 SONRISA를 방문했던 손님들이 SNS에 다른 내용을 기재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소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로 SONRISA에 매일같이 찾아와 창가 테이블에서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남자가 연예인 뺨치게 잘생겼다는 소문이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그 사실은 SNS에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SONRISA에는 젊은 여성들이 줄을 잇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저기요. 자꾸 테이블 차지하고 계시면 곤란해요."

"…저기요?"

"다른 손님들이 못 앉으시잖아요."


카페 안이 한적해지자 창가자리의 남자에게 다가갔습니다.

아직 다른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앉아계셨기 때문에 최대한 미소를 띠우려 했지만 한 쪽 입꼬리가 떨리는게 느껴졌습니다.

앉아있는 남자는 뭐가 재밌는지 웃으면서 절 올려다봅니다.


"나도 손님인데? 지금 손님 차별하는거야?"

"그 쪽이 무슨…!"

"그 쪽?"


남자의 입에서 나온 손님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발끈해 버립니다.

손님은 무슨!

제가 일하는 주말마다 찾아오는 이 남자는 손님이 아니라 SNS 영상 속에서 디지게 맞고있던 사장님의 친동생입니다.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인지 감도 오지 않는 이 남자는 제가 6개월이 넘도록 사장님의 애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으로

한때 제 인생 최대의 라이벌이었습니다.

물론 그게 저의 오해였다는걸 알고 나서는 남자를 라이벌이 아닌 처남으로 생각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 남자는 저를 좋아해온 모양입니다.


"왜 맨날 찾아오시는거예요?!"

"누나한테 집적대는 놈 없나 감시~"

"시스콤이세요?"

"겸 네 얼굴 보려고 오는 거였는데… 설마 네가 집적대는 놈이었을 줄이야."


웃으면서 말하는 남자의 말에 가슴이 뜨끔거렸습니다.

사장님을 향한 불순한 마음을 가지고 알바를 시작한지 6개월…

저번 주까지만 해도 남자를 사장님의 애인으로 오해하고 사장님 주위를 인공위성처럼 겉돌기만 했었습니다만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된 후로는 제어장치가 고장난 것 마냥 기회만 생긴다면 사장님께 들이대고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남자에게 제압당했지만요.


"아무튼! 그 쪽이 있으면 사장님이 힘드시니까 자제 해 주세요."

"누나가? 네가 힘든게 아니라?"

"무, 무슨…! 아니에요! "

"…둘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고 있어?"


남자에게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제 뒤에서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몸을 돌리자 앞치마에 젖은 손을 닦으면서 테이블을 향해 걸어오는 사장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남자와는 다르게 상냥한 눈꼬리를 더욱 젖히면서 웃고 있는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호리는 힘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평소와는 다르게 풀어헤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하얀 속살 위 드러나는 선명한 쇄골은 제 안의 성적인 감각을 자극했습니다.

너무나 매혹적인 사장님의 모습에 빨려들어가고 있던 제 귀에

주변 테이블에서 나오는 감탄 섞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와, 진짜 예쁘다. 모델아냐?"

"대박"


아, 짜증나

SONRISA는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오는 카페였습니다.

주택가와 상가를 잇는 길목 변두리에 있어서 일부러 찾아들어오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힘든 위치였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산책하는 김에 나온 직장인들이나 근처에 살고있는 주민이 주된 고객층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서 매출에 관심이 없으신지 홍보용 가게 SNS 계정도 없어서 유입고객도 적은 한적한 작은 카페…였을텐데

어느새 테이블에는 사람이 가득했고, 가게 앞은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댔습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SNS에서 남자의 존재를 알고 SONRISA에 찾아왔지만, 그 시선이 남자만을 향하진 않았습니다.

사장님 또한 남자처럼 객관적으로 아름다우신 분이셨고, 차가운 인상인 남자보다 온화한 사장님의 모습을 오히려 더 선호하는 손님들도 생겼습니다.

지금도 사장님 뒤로 보이는 테이블에서는 사장님께 말을 걸고싶어 기웃거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장님"

"응?"

"단추… 채워드릴게요."

"어? 응, 고마워."


불쾌한 감정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라 기분이 나빠져갔습니다.

손 끝에 닿은 셔츠 너머에 있는 하얀 살 곳곳에 나 의외는 아무도 건들이지 못하게 표시 해 두고 싶고,

색소가 옅은 저 눈동자에 자신만을 비추게 하고 싶다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욕망이

목 울대까지 차올라 제대로 말을 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누나, 잠깐만."

"응?"


남자는 사장님을 부르더니 사장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기 시작했습니다.

추악해진 저의 마음은 저를 좋아한다는 남자가 사장님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정도로 여유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이 모든 일에 원흉인 남자를 째려봤습니다.

저번주부터 사장님에게 계속해서 구애를 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사장님도 대답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였지만, 손님도 점점 많아져갔고, 남자도 중요한 순간마다 방해를 했기 때문에요.

비록 남자가 의도한 것은 아니어도 손님이 많아진 원인은 남자라는 사실이 저를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너!"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


사장님에게서 떨어진 남자는 웃고 있었고, 사장님은 살짝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또 무슨 얘기를 한거야!

남자를 째려보자 눈이 마주친 남자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살짝 슬퍼보이는 미소였다는걸 당시에는 분노에 휩싸여 느끼지 못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까부터 상태가 안 좋아보이네? 이번 주도 고생했어. 들어가서 푹 쉬어."

"네… 동생분은요?"

"먼저 돌아갔어."


영업이 끝난 SONRISA는 조명을 최소한으로 키고 있어서 살짝 어둡습니다.

사장님은 아직 유니폼을 입은채로 창가 테이블에 앉아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항상 사장님을 기다리던 남자의 모습이 오늘은 보이지 않아서 의심스러웠지만 금방 흥미가 없어졌습니다.

남자가 없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저 사장님"

"응?"

"좋아해요."

"…알고있어."


사장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저를 향해 미소지었습니다.

처음 사장님과 만난 날과 다름없는 상냥한 미소였습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가슴 한 켠이 아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장님은요?"

"응?"

"저 좋아하세요?"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미소 따위는 저에게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소보다는 저를 위해 필사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요.

마치, 남자를 디지게 패던 사장님의 모습처럼


"음…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까 걔가 그러더라 너 또 울려도 되냐고."

"네?"

"내가 안 가질거면 자기가 울려서라도 뺏을거래. 참 어이가 없어, 그치? 지가 뭔데…"

"사장님. 제 질문은…"

"근데 생각할수록 화나더라."


사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저를 향해 걸어오는 사장님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습니다.

아주 천천히, 선명히


"나말야. 왜인지 네가 우는건 싫어."

"…절 울게 만드는건 사장님 뿐인걸요."

"정말?"


정말이에요.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느냐고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가만히 저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사장님은 조용히 손가락으로 내 눈가를 어루만졌습니다.


"어떻게하면 안 울어?"

"…다른 사람한테 웃어주지 마세요."

"우리 서비스 직종인데?"

"다른 사람하고 눈 마주치지 마세요."

"음…"

"다른 사람하고 닿지마세요."

"으음…"

"…저를 좋아해주세요."

"…알겠어, 알겠으니까, 울지마."


역에서 멀리 떨어진 인적없는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카페 SONRISA

영업이 끝난 그 곳에는 포개져있는 두 사람의 그림자만이 흐릿한 조명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

사귀는거는 못쓸것같고

첫만남이랑 사장 과거 남았는데 궁금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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