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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뱅드림][문학] 단추

신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20 20: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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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보고 쓰게 되었는데...좀 난잡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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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미타케 씨, 뭐 하고 있는 걸까…?”
 “아니, 저…이건…”


 유키나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채 목소리가 말아 들어가는 란.
 평소였다면 눈에 쌍심지를 켠 채 ‘후배로서의’ 마지막 예의인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반항심을 표출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도 정신도 아니었다.
 평소 정열을 표출하는 브릿지가 무색해질 만큼 새하얗게 덧칠된 머릿속과는 다르게, 어째선지 그 손은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슬슬, 떨어져주지 않을까…?”


 차분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당황스러운 건 유키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증거로, 스스로 손을 뿌리치면 될 것을 굳이 움직이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가슴을 감싸고 있는 란의 손을.


 란은 좀처럼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코 크다곤 할 수 없지만 모양이 잡힌 유키나의 특정 부위를 느끼며, 저도 모르게 솟아나는 ‘부드럽다’는 감상을 애써 게워낸 그녀는 유키나의 짜증과 당혹감이 버무려진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들을 사람도 없는 변명을 속으로나마 표명하고 있었다.


 말해두지만, 단연코 고의가 아니었다.



 
 화창한 봄날의 햇살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수놓고, 흩날리는 벚꽃은 은은하게 학교를 물들이고 있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평소와 같지만 평소와 다른 하루.
 명문 하네오카 여학원 3학년들의 졸업식 날이었다.


 나이도, 외모도, 생각도 다른 수많은 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졸업식을 보내고 있다.
 울고, 웃고, 떠들고, 선물하고, 선물 받고…수많은 색채로 물드는 학교 부지 내에서, 자신만은 그와 관계없다는 뚱한 표정으로 걷고 있는 단발머리의 학생이 있었다. 포인트인 듯한 브릿지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주변을 둘러보는 소녀의 눈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다.


 졸업생은 아니지만 일단 같은 학교니까 나와 있던, 하네오카 여학원 2학년의 미타케 란은 ‘평소대로’ 감흥 없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소꿉친구, 아오바 모카는 다시금 크게 하품을 한 채 졸린 눈을 비비었다.
 평소에는 다 함께 다니지 않는 일이 드물 정도로 돈독한 우정을 선보이는 밴드 애프터글로우였지만 츠구미는 학생회 일로, 토모에는 다른 볼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리고 밴드의 영원한 리더 히마리는…


 “꺄아, 카오루 선배~~!!”
 “이쪽 좀 봐주세요, 이쪽ㅡ!”
 “아아, 오늘도 아기고양이들의 애타는 부름이 나의 심금을 울리고 있구나.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의 몸은 하나뿐이기에 모든 아기고양이들의 부름에 답할 수 없다니, 덧없구나….”
 “꺄아아아ㅡ!!”
 ‘…세타 씨는 여전하네.’


 히마리의 외침을 들은 순간 저도 모르게 귀를 막아버린 란이 그제야 시선을 돌린다. 예상했던 결과에 혀를 내두르고는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학교의 왕자님, 세타 카오루와 그런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려는 히마리에게서 거리를 두는 란. 오늘 절대 가고 싶지 않은 장소 1위가 정해진 순간이었다.


 “휘유- 힘내라 히-쨩~.”
 “…조용히 해, 모카.”
 “네~네~.”


 반 장난으로 응원하는 모카를 제지하며 걸어가는 란. 졸업식엔 그리 흥미가 없다는 것 치고는, 어째선지 그 시선은 쉬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옆에 있는 모카의 우스갯소리는 적당히 무시한 채로.

 무엇을 숨기랴, 졸업식에 흥미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흥미가 있는 사람은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찾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저기 있네.’


 마침내 란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같은 하네오카 여학원의 3학년인 이제는 졸업생이 된 로젤리아의 보컬, 미나토 유키나가 서 있었다.

 평소 같이 다니는 단짝, 이마이 리사는 약간 거리를 둔 채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후배들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선물을 주고받거나 하는 등의 행사를 보내고 있다. 유키나 또한 그런 학생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방면으로 발이 넓은 리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유키나를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리사였지만, 서로의 심정을 알기에 유키나는 조용히 거리를 둔 채 졸업식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여전히 궁상맞다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비웃는 란. 이내 그 짧고도 의미 없는 우월감을 지운 란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졸업하는구나.’


 축하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어째선지 한 조각 아쉬움이 그 감정의 표출을 가로막고 있었다.
 장난으로 유급이나 해버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 악담에 진심이 가미되어있음을 인식하진 못했다. 정말 유급했으면 그것대로 죄책감에 시달렸겠지만.

 어찌됐건 졸업은 축하한다. 여전히 그녀는, 자신이 따라가야 할 사람으로서 그 앞에 서 있는 셈이니까, 이건 이것대로 환영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라-안, 미나토 씨한테 인사는 안 해?”
 “…글쎄, 잘 모르겠네.”
 “하지마~안 지금 인사 안 해두면, 앞으로 미나토 씨를 영영 못 볼지도 모른다고~? 모카 짱은 오늘 같은 날에도 자존심 세우다 후회하는 란을 보고 싶지는 않은걸~.”
 “…쓸데없는 소리.”


 오늘따라 모카의 놀림이 한층 더 거슬린다. 그에 비례하여 한층 눈이 가늘어진 란이 팔짱을 끼고는 다시금 유키나의 얼굴을 주시한다.
 여전히 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는지 가만히 서 있는 유키나였고, 란은 그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먼저 아는 척 해주면 좀 좋나?’ 하는 생각과 함께 툴툴대는 란을 보고 있던 모카. 그 순간 야마부키 베이커리의 빵이 공급되지 않았는데도 드물게, 모카의 머릿속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라~안, 미나토 씨의 단추, 필요 없어~?”
 “…단추?”


 모카의 지나가는 듯한 말에, 솔깃해진 란이 주위를 둘러본다.
 확실히, 어째선지 졸업식에는 졸업생의 단추를 후배가 받아 간직하는 전통이 있었고 하네오카 여학원에서도 예외 없이 그 전통이 치러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문과 함께 마음 한 편으로 밀어낸 이야기지만, 지금만큼은 그 ‘전통’ 두 글자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란의 눈에, 교복 단추가 다 뜯어진 채 후배들과 포옹하는 리사의 모습이 들어왔다.
 약간 시선을 돌리니 방금 자리를 피했던 수많은 인파가 모인 장소에는, 그 중심에 아기고양이들의 격한 애정을 받다 못해 흘러넘쳤는지 교복 단추는 물론 교복조차 남아나질 않은 카오루의 모습이 들어왔다.
 만신창이가 되어있음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산뜻한 미소를 선보이는 카오루와, 그녀의 옆에서 단추를 손에 쥔 채 기뻐하는 히마리…는 무시하고 방향을 튼 그 시선은 유키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렇네, 그런 ‘전통’이 있었지…전통이야.”
 “그러게~전통이야, 라-안.”


 어쩐지 거슬리는 모카의 말을 뒤로 한 란이, 그제야 유키나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변명하듯 ‘전통이니까’를 속으로 읊조리며.


 “…아, 미타케 씨. 무슨 일일까.”
 “…안녕하세요, 미나토 씨.”


 여전히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란을 맞이하는 유키나. 그에 인사로 답한 란이, 살짝 한숨을 쉬고는 표정은 평범하지만 속으로는 전에 없을 비장한 각오를 품은 채 유키나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졸업, 축하드려요.”
 “…고마워.”


 짧고 간결하지만, 마음에 와 닿는 감사. 그에 생각 이상으로 흡족함을 느낀 란이,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유키나에게 천천히 손을 뻗었다.


 “…네, 그럼…잠시 실례할게요.”


 이내 한 손은 유키나의 교복 단추를, 다른 손으로는 교복을 살짝 쥘 때였다.


 “…뭐 하는 거야, 미타케 씨?”


 …응?


 “그게 무슨 말이죠, 미나토 씨?”
 “아니, 그건 내가 할 소리인데…뭐 하는 거냐고 묻는 거야, 미타케 씨.”


 그렇게 말하며 란의 손등에 손을 겹치는 유키나와, 그에 살짝 주춤하는 란.


 ‘손 따뜻하다…아니, 그보다 뭐야…설마 이 전통에 대해서 모르는 거야? 설령 몰랐다 해도 주변에서 다들 하고 있는 짓이잖아? 지금도 하고 있는데. 적어도 거기에 의문을 가질 생각은 안 한 거야? 얼마나 주변에 관심이 없는 거야, 미나토 씨? 하긴, 말도 없이 갑자기 이런 나도 이상하긴 했네. 그런데 내가 왜 이러고 있었더라?’


 틀림없이 자신의 실수임은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어째선지 유키나를 잡은 란의 손은 풀리지 않았다. 여전히 당혹함을 감추지 못한 채 자신의 손을 빼내려는 유키나를 보면서, 뜬금없이 평소와 같은 경쟁심이 싹트기 시작한 걸까.
 양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에 비례하여 유키나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지만, 란의 머리는 이미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고 현재진행형으로 넘치고 있었다.


 ‘…그렇네, 얼마나 주변에 관심이 없는 거야? 이 사람은 평소에도 그랬지. 합동 라이브 때도 나를, 아니 우리 밴드를 신경 쓰지 않아서 괜히 화나게 만들고…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짓이지만, 이 사람도 잘못했던 거였잖아?’



- 그게 너무 분해요. 난 이렇게 로젤리아를, 미나토 씨를 신경 쓰고 있는데 미나토 씨는 그런 게 없다고.



 ‘…그렇게까지 말하게 해놓고선, 여전히 사람 무안하게 만들기는. 지금도 그래, 나한테…아니, 주변에 관심이 없으니 나까지 피해를 보는 거잖아? 왜 이러는…아니, 나는…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아니, 어라…잠깐?’


 얼굴에 홍조가 새겨진다. 갑작스레 피가 쏠린 머리가 무거워지고, 눈이 팽그르르 돌아갔다.


 “아니, 미나토 씨…그러니까…”
 “미타케 씨? 일단 손을 놔 달라고 했는데.”


 스스로도 무슨 짓을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던 란. 그러다 여전히 자신을 거부하는 유키나의 언행이 느껴졌고, 그 순간 당혹감과 반항심이 겹쳐 정상적인 사고를 못한 뇌가 폭발해 버렸다.


 “아니…일단 가만있어 보라니까요?!”


 아마 여기서 자신도 모르게 힘이 과하게 들어갔을 거라 생각한다.


 투두둑-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유키나의 몸이 기울어진다. 그에 깜짝 놀란 란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유키나를 잡고 있던 다른 손을 재빨리 회수해, 그녀의 몸을 받친다. 자신이 생각해도 분명 좋은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하고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약간의 의기양양함을 간직한 채 다시금 유키나를 마주보았다.


 “괜찮으세요, 미나토 씨…이…?!”


 무언가 좋은 촉감이 느껴졌다…아니, 지금도 느껴진다.
 그러니까…납작하게 눌린 모찌? 애매한 표현이지만…그 이상의 묘사를 생각할 만큼 란의 사고는 여유가 없었다.


 “…미타케 씨, 뭐 하고 있는 걸까…?”

 “아니, 저…이건…”


 테이프가 되감기듯 상황이 정리된다.
 평소보다 더 차가워진 유키나의 어투 때문일까, 당황한 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설상가상, 란의 다른 손에 의해 유키나의 교복 단추는 모조리 뜯겨 나가 있었다. 다행히 와이셔츠가 있었기에 속옷이 드러난다거나 하는 만화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유키나의 특정 부위를 한층 더 선명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슬슬, 떨어져주지 않을까…?”


 애써 이성을 유지하며 힘겹게 말하는 유키나지만, 스스로 란의 손을 뿌리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그녀 또한 머릿속이 백지로 되어 있었다.

 평소 실력파 밴드인 로젤리아의 보컬로써 ‘차갑다’, ‘카리스마 있다’ 등의 말을 어깨너머로나마 들어온 유키나였기에, 이러한 해프닝엔 면역이 없을뿐더러 그에 대한 주변의 반응 또한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걸즈 밴드 로젤리아의 보컬 미나토 유키나, 갑자기 다가온 후배가 교복 단추를 다 잡아 뜯고, 와이셔츠 너머로 가슴을 만진다? 그것도 졸업식에?
 네- 하네오카 여학원 신문부 1면 기사 당첨.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키나가, 그제서야 란의 손을 뿌리친다.
 짝! 소리와 함께 란의 손이 튕겨나갔고, 반사적으로 자신의 가슴을 감싸며 물러서는 유키나였다.
 이내 란을 평소보다 감정을 실어 노려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목적지 없는 발걸음을 놀렸다. 붉게 물든 얼굴 너머로 보랏빛 머리칼이 찰랑인다.


 ‘…뭐야, 왜 미타케 씨는…하필 졸업식 날에 이런…’


 닿을 곳 없는 원망이 유키나의 머릿속에서 퍼져간다.
 그때까지, 란은 유키나의 반응에 적잖이 놀라 있었다. 자신의 손등에 느껴지는 통증조차 잊을 만큼.
 결국 유키나가 저만치 달려 나간 것을 인식하고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짧게 투정부린다.


‘…뭐야, 나보다 작으면서 생색은…’
“…아니, 그게 아니지. 저…두고 봐, 모카-!! 미나토 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순간 머릿속에 튀어나온 생각을 고쳐먹은 란이었지만 이미 버스는 저만치 떠난 상황. 아직도 정상화되지 않은 사고는 옆에서 팝콘을 먹고 있던 모카를 제멋대로 이 사태의 원흉이라 단정 지었고,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하고자 달려 나간다.


“에에~ 나한테 그러는 거야, 라-안?”


 이내 억울하지만 억울함이 느껴지지 않는 모카의 항변을 뒤로한 채, 유키나와 란의 추격전이 이어졌다.

 한편 그러한 두 명의 해프닝을 보고 있던 리사 또한 모카와는 다른 심정으로 두 명을 보고 있었다. 숨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그녀는, 란이 유키나를 쫓아가는 걸 보고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전에 없이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아, 아하하하…여전하네, 저 둘은. 하하하…!


 어느새 무르익어가던 졸업식의 잔잔한 분위기를 깨듯, 리사의 웃음소리가 멀리 퍼져나갔고 그 한복판을 두 명의 여성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일단 서 주세요, 미나토 씨!”
 “왜 따라오는 걸까, 미타케 씨!!”


 기념할만한 졸업식에 쟁쟁한 인싸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이목을 받은 것은 학교의 왕자님도 인기 많은 갸루도 아닌, 물과 기름 같은 두 보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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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봐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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